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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09화 (109/800)

0010916일차 -------------------------

쿠르르.

조카멜 필터스, 그레모리 던전의 유일한 ★★★★ 마물이며 그레모리의 부관이자 탈 것이자 유일하게 그레모리를 범할 수 있던 마물은 현재 돼지 오크에 대한 분노에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분신이라도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며 능욕을 당한 것도 불쾌한데, 분신을 촉수 괴물에 집어던져 그레모리가 결국 본체로 가랑이를 직접 벌리게 만들었다. 항상 자신만 박을 수 있던, 자신이 강제로 넓혀놓았던 그곳에 촉수 괴물이 안을 범하고 알을 깐 것은 도저히 남성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렇다면 그레모리에게 분노를 토해야 하는가? 맞다. 하지만 그 분노는 침대 위에서 토해내야 할 문제였지, 그레모리에게 반역을 하거나 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촉수 괴물에게 분노를 토해야 하는가? 맞다. 하지만 촉수 괴물은 자신보다 강했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택이었고, 조카멜은 촉수 괴물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분노를 터뜨릴 곳은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원흉, 돼지 오크.

사실 모든 원흉은 그레모리, 그리고 그레모리와 거래를 하여 침략을 부추긴 할파스기는 하다. 할파스가 그레모리를 대리로 내세워 안드라스를 먹으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레모리가 촉수 괴물의 테크닉에 절여져서 바람을 피우지만 않았어도 이 사단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돼지 오크를 죽여버리자. 조카멜은 상관이 아닌 적에게 모든 분노를 집약하여 터뜨리고자 했고, 이왕 죽일 거라면 자신이 겪은 빼앗기는 상실감을 마음껏 맛보게 해주자.

기습.

그레모리는 조카멜을 중심으로 특수분대를 편성했고, 그들은 적 본대가 포털을 넘어와 공동이나 심처 바로 앞에 이르는 즉시 별동대가 되어 적의 던전을 급습하기로 했다.

조카멜은 바로 수락했다. 남의 것을 짓밟는 동시에, 돼지 오크의 부하들을 자신이 취할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특히 그 하이 엘프의 몸에서는 오크의 냄새도 났지만 순결의 냄새도 났다. 오크는 어째서인지 하이 엘프를 먹지 않고 있었고, 조카멜은 그 처음을 취할 생각에 정신이 쏠려있었다.

만약 그레모리의 던전으로 들어갔다면? 그럼 다른 여인을 상대로 분을 풀면 될 일. 조카멜은 상대 던전을 점령한 공으로 하이 엘프를 포상으로 받을 꿈에 부풀어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아무도 없는 포털을 달렸다. 조카멜의 뒤에는 정예 고블린 부대가 따르고 있었다. 파괴와 능욕에 특화된 놈들은 마구잡이로 적진을 유린할 것이다.

크오오오오옹!!

조카멜이 포털을 번쩍 뛰었다. 자신이 기거하는 던전보다 훨씬 허름하지만 그래도 나름 길은 잘 닦여있었다. 조카멜은 아우토반을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전력을 다해 직진했다.

다그닥, 다그닥!

그레모리가 만들어준 분신을 통해 넘어왔던 그 길의 너머에는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모퉁이'가 있었다. 조카멜은 적진의 구조를 한 번 비웃은 뒤,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여 커브를 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한 빛이 보였다. 조카멜은 상대의 심처로 통하는 길임을 직감하고 다리에 힘을 박차고 전진했다.

쿠오오오옹!

오크보다 강한 부하가 있다면 모를까, 주력이 그레모리의 던전으로 넘어간 이상 자신을 막을 이는 없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발굽에 채여-

"아 씨발."

조카멜은 그레모리의 젖을 빨던 힘까지 다해 제자리에 멈춰섰다. 관성의 제어를 억누르고 발굽을 세워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콧털 끝으로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의 냄새가 전해졌다.

키기기긱!

단단한 흙길에 네 개의 긴 선이 생기며 조카멜은 간신히 구멍 직전에 멈춰섰다. 공동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바깥으로 통하는 길이었고, 심지어 물살이 강한 강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였다.

'설마 이걸 예상하고?'

조카멜은 가슴이 철렁거렸다. 오크는 설마 자기 던전을 공격당할 것을 예상하고 이런 함정을 파두었단 말인가? 무작정 진격하면 강물에 다 빠져죽도록?

아니다. 그레모리의 말에 따르면 포털은 무조건 심처와 연결되는 가장 먼 통로에 생긴다고 했다. 그러니 적의 성향과 전술을 생각해본다면, 심처로 통하는 길을 막아둔게 틀림없었다.

'흙벽 정도야 뚫으면 그만이다.'

하루 사이에 공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리 두껍지는 않으리라. 조카멜은 적진을 유린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뒤따라 오던 고블린들이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 멍청이들아! 멈춰! 여기는 절벽-"

"끼에에엑!"

퍼버벅! 고블린들은 전력으로 조카멜의 몸에 몸을 부딪혔다. 한 두 마리는 쉽게 견딜 수 있었지만, 거의 열 마리에 이르는 분대 전체가 전력으로 몸통박치기를 하니 조카멜도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이 새끼들아! 여기 절벽이라고!"

"안다, 이 발정난 새끼야!"

그리고 자신의 옆구리를 후려치는 고블린 대장의 공격에 조카멜은 절벽 끝에 간신히 디디던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뭐-"

그들은 그레모리 던전에서 자신의 뒤를 따라온 고블린이었다. 왜? 어째서? 아래를 향해 미끄러지기 직전, 조카멜은 기지를 발휘해 발굽을 절벽 끝에 걸쳤다.

"네, 네 이놈! 무슨 짓을 저지른 게냐!"

"이건 하극상이라는 거다, 크륵."

고블린은 독이 발린 단검을 역수로 치켜들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 빈집을 턴 공은 우리가 다 가져가겠다. 크큭, 네놈은 이 던전의 강력한 오크 전사와 맞서 싸우다 장렬히 죽었다고 전해주지."

"고작 고블린 주제에--!!"

"크큭, 그러길래 뒷통수를 조심했었어야지."

고블린은 조카멜의 발목 힘줄을 향해 단검을 들이밀었다.

"난 말이다. 네가 주인님 강제로 넓힌 이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크큭. "

"뭐...라고...?"

고블린 대장이 쪼그려 앉은 자세가 눈에 훤히 들어왔다. 얇은 천 아래, 고블린 대장의 아랫도리는 인간의 손가락 수준으로 작았다.

"네놈이 온 이후로 우리가 주인님의 침실에서 쫓겨났던 걸 잊었냐?! 크큭, 이 날만을 기다렸다!"

푹! 푹푹푹!

대장이 단검을 역수로 찌르며 조카멜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조잡한 단검은 조카멜의 가죽을 꿰뚫지 못했다. 상황의 유불리를 떠나, 그들 사이에는 어찌할 바 없는 압도적인 레벨의 차이가 존재했다.

"......작게 태어났으면 작게 태어난대로 살 것을."

"네가 우리 주인님을 걸레로 만들었어! 우리 것만으로도 꺄르르 웃으시던 분을!"

"그건 주인님이 원래부터 그런 년이라서 그런 거다!! 쥐좆같은 놈들아!"

절벽에 매달린 조카멜과 그를 강물에 담가버리려는 고블린들의 씨름으로, 별동대의 내분이 시작되었다.

* * *

"설마 그런 함정에 걸리는 놈들은 없겠지."

"아빠, 지금 그걸 따지실 때가 아니잖아요.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메어리가 내게 핀잔을 주며 회복 마법을 걸었다. 내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결국 아군의 방진으로 몸을 날려 합류하는데 성공했다. 메어리는 내 상처를 회복시키며 울상을 지었다.

"던전 주인이면 좀 뒤에서 에일라 엄마처럼 가만히 계시라고요. 앞에서 자꾸 상처입지 말고."

"너 지금 은근히 에일라 뒤에서 입으로만 싸운다고 까는 거 아니지?"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농담이 안 통하는 구만. 흐흐, 괜찮다. 아직 움직일 수 있어.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아니까 튀었다. 모루에다가 적 병력을 찍어야 했을 망치는 더이상 휘두를 힘이 없어서 방진 안으로 숨어들었다. 내 주변에는 짐을 바리바리 싼 하피들이 행여나 알이 깨질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회복되면 바로 다시 싸우러간다."

"아버지, 그래도 조금 더 쉬시는게."

활을 쏘던 아더가 나를 제지했다. 방진의 방패병 역할을 하는 구울들보다 더 많은 상처를 입은게 나였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내 던전의 부하들은 심각한 상처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음...괜찮겠냐?"

"물론입니다. 이제 승기는 거의 가져왔습니다. ...륜 어머님 덕분에."

파바박. 천장에서는 말그대로 화살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상처가 깊어질수록 륜의 화살은 그 수가 더 늘어만갔고, 내가 후방에서 빠진 공백은 라임과 슬라임 드래곤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콰드득!

슬라임 드래곤은 고블린들을 깔아뭉개고 가고일들을 김밥처럼 말아 으깨버렸다. 간혹 혹 세 개 달린 낙타 괴물이 나오면 륜과 라임이 합세하여 쓰러뜨렸다. 내가 한 번 휘젓고 천장에서 뛰어내린 넷이 날뛰기 시작하며, 전황은 서서히 우리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주인님, 총공격 지시를!"

후방에서 지휘하던 에일라가 내게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전병력을 앞으로 밀어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잠깐만. 아직 적의 주력이 없어."

"이게 주력이지 않습니까?!"

"그 놈이 없다, 그 놈이."

사족 보행으로 걸어다니는 그레모리의 탈 것. 그 놈은 그냥 눈으로만 봐도 강해보이는 괴물이었다. 아마도 그레모리와 엇비슷한, 혹은 조금 약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을 터.

내가 벽을 뚫고 나타났던 것처럼, 그 놈도 진격 도중에 벽을 뚫고 옆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방진을 구성하고 넓은 대로로 나온 이유도 그 놈 한 마리 때문이었다.

그러니 위험인자의 위치를 빨리 파악해야했다. 나는 적 병력의 한 가운데에서 지휘를 하는 그레모리의 분신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 그레모리! 너네 집 집들이 왔는데 손님 대하는게 영 개판이구나!"

"누가 집들이야! 쳐들어온 거잖아!"

"집들이 선물가져왔는데 받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구만."

모처럼 주머니속에 곱게 포장해서 가져오기까지 했는데 주인은 한사코 거부를 하고 있다. 회복을 끝낸 나는 하서스를 옆으로 살짝 밀며 앞으로 나섰다. 나의 정면에는 낙타 괴물의 혹 위에 발을 디디고 선 그레모리의 분신이 있었다.

"그레모리, 거래를 하러 왔다!"

"거래? 무슨 거래?"

"부동산 거래지. 너는 네 던전을 팔아라, 그럼 나는 이걸 대금으로 치를테니."

나는 로브 안쪽에 단단히 묶어둔 끈을 풀어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진 주머니는 그레모리의 가슴골 사이로 완벽히 들어갔다.

"이거 뭐야...? 윽."

그레모리는 가죽 주머니 안에 든 붉고 물컹한 물체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아, 그것은 러브젤이라는 것이다. 사랑을 나눌 때 있으면 좋은-"

"개소리하지마! 죽은 슬라임 체액이잖아! 애초에 러브젤이라는 것 들어본 적도 없어!"

"그러니까 가져온 거지. 직접 사용해보라고 말이야. 물론 그 상대는 나다."

물론 당연히 이번에는 분신이 아닌 본체를 상대할 생각이지만. 나는 이제는 철제 몽둥이가 된 검을 꼬나쥐고 전방을 향해 치켜들었다. 그레모리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이제 침이 아니라 다른 걸 삼키게 될 거다, 흐흐."

"이 돼지 새끼가 진짜!!"

그레모리는 빽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돌격시켰다. 하지만 그 병사들 모두 주력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한, 나를 죽이기에는 힘든 약한 놈들이었다.

"흐흐, 본체가 직접 나오지 않는 이상 힘들걸? 아니면 너네 에이스 부르던가. 예전부터 궁금했거든. 낙타도 구워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뇌에 먹을 생각밖에 없지?"

"당연하지. 낙타도 먹고, 던전도 먹고, 너도 먹고. 흐흐흐."

그레모리의 분신은 허탈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똥을 밟았다는 얼굴이었고, 실제로 똥을 밟은 셈이었다.

"흐흐. 다른 던전이었으면 모를까, 하필 안드라스 던전으로 포털을 연 네 패착이다."

"흥, 아직 안 졌어. ...아직 안 졌다고!"

그레모리는 빽 소리를 지르며 내게 삿대질했다.

"네 던전, 초토화될 거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발굽에 짓밟히고 파괴될 거라고!"

"그러시던가."

나는 콧방귀를 뀌며 그레모리를 비웃었다.

"근데 너네 집 가지면 저 촉수 괴물도 내 것이 되는 거지? 흐흐, 잘 됐네. 내 던전 근처에는 뭐 평화롭기만 해서 말이야. 거기 딱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이걸로 푹푹 쑤셔줄테니."

나는 다시금 그레모리에게 검을 세웠다.

* * *

쾅!

그레모리는 벽을 주먹으로 쳤다. 분신이 열심히 병력을 지휘하고 있지만, 오크의 난동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흐흐, 그래. 인정하지. 싸우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네."

전열에 배치했던 주력은 구울들과 드잡이질을 하느라 시간이 끌렸고, 후열에서 대기하던 부하들부터 오크와 엘프에 의해 쓸려나갔다. 병력들이 아직 남아있기는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패배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 누가 이기는 지 보자고...!"

그레모리, 본체는 자신이 갓 낳은 따끈따끈한 알을 한아름 품에 안고 비틀거리며 통로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은 촉수 괴물의 방.

"일어나라, 스카 트올로지!"

촉수 괴물의 눈이 번쩍였다. 그레모리는 자신의 품에 안은 알을 하늘로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합체다!"

촉수 괴물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공동에서 분홍색 빛이 터져나왔다.

============================ 작품 후기 ============================

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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