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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97화 (97/800)

000979일차 -------------------------

9일차.

던전 등급은 올라갔고, 나는 내 부하들과 광란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뜨거운 밤에서 있었던 과정에서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파종>

# 파종대상

1) 하피 ★ ( 6시간 뒤 )

2) 라임 ★★★☆ ( 12시간 뒤 )

3) 릴리 ★★ ( 1일 뒤 )

"......어우 야."

나는 침대 위, 내 근처에 누워 자고있는 다섯 명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에일라는 확률이 무척 낮았고, 륜은 처녀막에다가 사정했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전부다 씨를 뿌린 셈이었다.

"에이, 그냥 다 싸고다니지 뭐."

보이는 족족 싸고다니자. 정원도 늘어났으니 내 자식들을 부화시켜 전력을 늘리자. 그리고 포르네우스에게 복수하자.

'그럼 지금 당장은 뭘 해야할까.'

던전 내 시설의 등급 상승, 지하 1층 탐색과 점령, 인간들의 공격을 무한 방어하고 새로운 던전을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행위.

"가챠!"

정말로 오랜만에, 나는 가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소환시설의 소환진도 보라색 마력을 반짝이며 내가 다가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어제 그렇게 삐걱거렸던 침대 바로 옆에 놓인 물건을 들어올렸다.

"으흐, 으흐흐."

가챠할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높은 등급의 개체를 뽑는 고등급 가챠를 할 때 제일 기분이 좋고, 그게 확정 가챠라면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하다.

<안드라스>의 알.

나는 소환과 부화를 동시에 할 생각에 들떴고, 안드라스 던전으로부터 얻은 알은 그 모든 일퀘와 5성 확정 가챠를 일으킬 좋은 아이템이었다.

'안드라스 한 번 더 먹을 수 있겠다.'

진화하고 난 뒤 나는 바로 안드라스를 먹어치웠다. 그 날개는 륜의 날개옷이 되었고, 그녀의 던전은 서브 던전과 5성 확정 알로 우리 던전의 일부가 되었다.

"자, 그럼 가챠다!"

<알림> 대상의 알은 마물합성을 통해 부화가 가능합니다.

"엥."

합성이라니. 던전물에 있어서 가장 그럴듯한 단어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 마물합성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합성이라는게...."

"일어나셨어요?"

마침 공동 너머에서 메어리가 피곤한 얼굴로 다가왔다. 한참 잠을 못 잔 것 같았고, 나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리가 다 들렸냐?"

"괜찮아요. 익숙하니까. 그보다 아까 하신 말씀은 뭐예요?"

메어리도 시스템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메어리에게 짧게 상황을 설명했고, 메어리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메이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마법적 지식을 더듬는 듯 했다.

"...흑마법사, 네크로멘서들이 사용하던 기술인데요. 고도의 마법적 체계가 필요해요."

"솔로몬 님께서 시스템으로 마련해주셨는데."

"인간들에게는 금기나 다름없는 거예요."

"나는 마물인데."

"그럼 당장 하실까요? 어떻게 하면 돼요?"

메어리는 금방 태세를 바꾸었다. 금기를 범한다는 것보다 역시 시스템의 진리를 알아가려는 호기심이 더 중요한 듯 했다.

"있어봐."

<마물합성> 2개체 이상의 마물을 합성하여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냅니다.

# 합성대상 : <안드라스> ★★★★★

# 합성조건 : 조류형 마수 2개체 이상.

"융합 소환?"

"네?"

"아무것도 아니다."

조류형 마수라고 한다면 당연히 하피와 안드라스가 있다. 심지어 2개체는 훨씬 넘었다. 나는 바로 마물합성을 시도하고자 했다.

<알림> 주 인격으로 설정할 대상을 소환진의 가운데에 배치하세요.

<알림> ★이 5개 이상 되도록 소환진에 마물들을 배치하세요.

"포타라 퓨전은 아닌가? 완전 말그대로 의식 소환이구만."

"슬슬 저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주시겠어요?"

"A와 B가 융합해서 AB가 아니라 Ab가 되는 식이지."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요."

메어리는 내가 알려주는 정보를 종합해 글자로 끄적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내 침대에 잠들어있던 부하들이 하나 둘 깨어났고, 나는 메어리가 마물 소환을 정리하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메어리야. 직접 해보자."

"네? 그러다가 실패하거나 문제 생기면 어쩌시려고요?"

"그 때는 그 때지.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 아니겠냐."

내 말에 륜이 쿡쿡 웃었다. 일단 싸고 보자는 내 본능 때문에 처녀막 조준 사격이라는 스릴 넘치는 짓을 저지른 만큼, 륜은 내가 얼마나 막나가고자 하는지 직접 깨달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거지. 크흐흐."

"굳이 안 먹어도 알 수 있으면 관찰해서 알아보는게."

"으아아! 마물합성 마렵다!"

내가 빽 소리를 지르자 결국 메어리는 두 손을 들어올렸다. 내 고집에 따라 직접 마물소환을 하기로 했고, 나는 소환진에 발을 올렸다.

우우웅.

보라색 마력이 요동치며 알을 감싸기 시작했다. 소환진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하여 네 개 방위에서 보라색 원이 빛나기 시작했다.

'딱봐도 합성할 대상이 저기 서야겠구만.'

필요한 ★의 갯수는 다섯. 합성 조건은 조류형 마물 2개체 이상.

"음...."

속된말로 부하들을 갈아넣는 짓이 되겠지만, 약한 마물들이 하나로 합쳐져 강한 존재로 태어나는 건 딱히 이상한 시스템은 아니다. 마물 각각의 개체에 일일이 신경을 쓴다면 모를까.

"이건 5성 하피 각이네."

"나?"

"어, 네가 5성이 될 때다."

"내가 5성이라고? 진짜로? 거짓말."

"5성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

하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놀랐다. 나는 하피를 소환진의 가운데로 서도록 배치했다.

<알림> ★☆☆☆☆

"...그럼 이제 나머지 네 개가 필요한데. 누가 들어가면 좋을까?"

"어, 꼭 해야하나요?"

"그래. 이왕이면 우리 던전의 애들로 했으면 좋겠는데."

솔로몬의 하피들을 소환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1성 하피들을 합성시키는게 효율적으로는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최소한의 인정머리가 있는 만큼, 자원자를 받기로 했다.

"하피들 좀 불러올래? 안드라스도 데려오고."

부하들은 빠르게 모든 하피들과 안드라스를 데려왔다. 메어리는 자신이 이해한 것을 부하들에게 요약하여 설명했다.

"아아, 합성 자원자 받습니다."

"......."

다들 선뜻 나서지는 않았다.

"5성으로 태어날 좋은 기회인데."

"그, 주인님.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걸 알아보기 위해 직접 해보자는 거지."

"......."

막무가내 의견이었고 설득력은 전혀 없었다. 나는 괜히 미안해서 말을 바꿨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마왕성에서 불러서 별 채우기로 하지 뭐."

"저, 저는 하나가 되겠습니라스."

의외로 안드라스가 자원했다. 나는 그녀가 자원한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상당히 수긍할만한 이유였다.

"전 주인님이 말씀하시길 저는 아인 안드라스가 한계라고 하셨라스. 1/5라도 5성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되겠라스. 뭣보다...합성이 되면 이제 말끝에 라스라스 안해도 될 것 같라스."

"좋아. 합격."

안드라스는 소환진의 한켠에 섰다. 그리고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황급히 손을 들었다.

"호, 혹시 알을 안 낳게 할 생각인 거라스?"

"아니. 하루에도 여러 개씩 씀풍씀풍 낳게 할 건데."

"그럼 좋다라스."

안드라스는 눈을 감았다. 합성 조건은 ★★★☆☆이 되었다.

"자, 그럼 이제 하피들중에 할 친구 없지? 그럼 마왕성에서 보급한다?"

"...그, 그러면 저희가 할게요!"

2세대 하피(★) 두 명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들의 모체인 하피들이 그 앞을 막아세웠다.

"잠깐만 기다려봐. 진짜로 합성 될 거야?"

"낳으면서 사는 것도 좋은데, 우리도 좀 더 강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내가 미안해.좀 더 강한 존재로 태어나게 낳았어야 했는데."

하피 모녀들은 담담히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나의 예상보다 그들의 진화에 대한 열망은 생각보다 깊었다. 하피들이 제각기 방위에 선 순간, 마법진에서 영롱한 무지개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각자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딱히 없다라스."

"음, 알을 많이 낳았으면 좋겠어요!"

"이왕 할 거면 좀 더 잘 싸고 잘 하는 사람으로. 구체적으로...주인님. 깔깔!"

"....모두 고마워."

중앙에 선 하피는 몸을 떨면서 날개로 알을 끌어안았다.

"주인님한테 씨를 많이 받아서, 하루에 열 개씩 낳을게!"

"...내 씨를 탐하려는 애들이 좀 많네."

하루에 열 개씩 낳으려면 몇 번을 싸야하는 걸까. 륜과 에일라의 표정이 여러모로 대단해졌다. 나는 입이 바싹 말라왔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스템을 실험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쨌든, 5성 안드라스가 될 준비 끝났냐!!"

"네!"

"합성 가즈아아!"

쾅!

나는 마물 합성의 스크린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두 마리의 하피, 그리고 안드라스가 무지갯빛으로 흩어졌다.

"아...."

1세대 하피들이 탄식했다. 그리고 그 탄식이 끝나기도 전에 소환시설의 빛이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가운데에 선 하피는 담담히 고개를 숙였다.

"나, 다른 세 명 몫까지 열심히 할게!"

파아앗---!!

무지개가 검은알로 흡수되며 그 크기를 불려나갔다. 알은 하피의 몸을 먹어치우듯 삼켰고, 그 모습은 이전에 에일라가 환생을 할 때 처럼 거대한 코쿤이 되었다.

<마물합성> 마물합성이 시작되었습니다.

# 합성결과 : <안드라스>, ★★★★★

# 예정시각 : 7일

"어우, 오래걸리네."

소환진에는 검은 코쿤이 자리를 잡았다. 심장이 박동하는 듯 피막이 두근거렸고, 나는 코쿤 속에 자리잡은 하피를 향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힘내라. 7일 동안."

"어, 아빠?"

"왜. 무슨 문제있니?"

"여기서 이렇게 있으면 그동안 소환 안 되는 거 아녜요?"

"......."

<알림> 마물합성 중에는 <마석소환>, <부하소환>, <인연소환>, <부화>가 불가능합니다!

"뭐...라고...."

가챠가 막혔다.

* * *

우울한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그래도 합성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알게 되었으니 마음이 썩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합성을 통한 진화를 원하는 마물들은 많았다. 거의 대부분의 마물들은 태생의 한계를 뛰어넘어 합성을 통해 진화를 하기를 원했다.

"진화에 목숨 걸었나?"

강해지고 싶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굳이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면서까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마물들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었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면야."

"진화해서 더 좋은 개체가 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다른 애들이랑 섞이는 것도 아니고."

"주인님께서 마왕군의 애들이 아닌 저희 던전의 수하들로만 합성해주시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하서스가 말했어요!"

아무래도 나는 마물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이리도 진화를 원한다면 그 말을 들어줘야하는게 인지상정.

"그런데 문제는 얘가 이러고 있으니."

소환시설 한가운데 자리잡은 검은 코쿤. 아무리 시스템창을 눌러도 '합성 중에는 불가' 메세지만 떠서 따로 알아볼 방법도 없었다.

"씁, 어쩔 수 없지. 그냥 이대로 지내는 수밖에."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일에 몰두해야했다.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여 보관하고, 시설을 개수하고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고.

그 과정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진화에 관한 구체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하피가 안드라스로 새로이 태어나는 순간, 다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주인님, 혹시 배 안고프세요?"

"흠흠, 목이 마르시지 않으십니까?"

"그냥 바로 침대로 와라."

먹고, 자고, 싸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 있으랴.

나는 왼쪽에 에일라, 오른쪽에 륜의 허리를 끌어안고 라임이 벌써부터 물침대를 만들어놓은 위로 뛰어올랐다.

"라스할 시간이다!"

나는 하루의 시작을 라스로 시작했다.

* * *

<마왕성>.

"어라?"

연보랏빛 머리칼의 서큐버스 하나가 이상을 직감했다. 기존에 연결되어 있던 소환진 하나의 빛이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완전히 새로운 모양의 소환진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건...?"

녹색의 원. 그리고 그 안에는 기울어진 아주 단순한 표시가 박혀있었다. 서큐버스는 그 문장의 표시를 메모장에 필사했다.

1+.

"이런 던전 주인은 처음 보는데...."

"어머, 무슨 일 있니?"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서큐버스는 화들짝 놀라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어머, 얘. 나 그런 거 싫어해. 편안하게 있으렴."

검은색 일색의 여비서, 에스투는 손을 흔들며 서큐버스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서큐버스는 우물쭈물하며 에스투의 눈치를 봤다.

"그...."

"지금은 에스투라고 부르렴?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니?"

"예. 에스투님. 이상이 생겼습니다. 그 왜, 63위 던전 안드라스의 문장이 변했습니다. 혹시 주인이 바뀐 걸까요? 아직 저희 팀에서는 연락을 받지 못해서.... 혹시 반란이라도 일어난게 아닐까 싶어서."

"응? 진짜? 거기 우리군 파견을 안받는...."

에스투는 문장을 보자마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동시에 재미있다는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

"...후후, 그렇단 말이지."

"저, 실례가 안된다면 저도 무슨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 별 거 아냐. 아무래도 주인이 바뀐 모양이니. 그냥 평소대로 일하면 돼."

에스투는 동굴 한켠에 자신이 만들어둔 아주 작은 소환진을 살폈다. 그 소환진은 사라져있었고, 안드라스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얘, 혹시나 이런 스타일의 문장이 또 나타나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주지 않겠니? 마왕님께서 관리하시는 중요한 사안이라."

"네? 에스투님은 마왕님의 ㅂ-"

"얘. 좀 맞춰줘라."

"...예. 에스투님께 보고를 올리면 마왕님께도 보고가 되겠죠.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서큐버스는 허리를 푹 숙였다. 에스투는 한참동안 63번 위치에 놓인 1+ 문장을 살펴보다 서큐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저기서 파견 소환 부르면 좀 신경써줘."

"...그건 불가능합니다. 에스투님께서 제게 명령을 내리셨을 때는 원리원칙에 따라 랜덤으로 배정하라고 하셨...."

"아니. 랜덤으로 해. 랜덤으로 하는데."

에스투는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고 그 안에 엄지를 푹푹 쑤셔넣었다.

"저기 주인이 먹을 거 좋아하는 돼지라서. 푸흡."

"아, 그런 의미라면야.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에스투는 사라졌다. 그리고 서큐버스는 자신의 메모장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63번 게이트.

식자재로 활용 가능한 마물들을 최대한 많이 투입하라는 마--

"아차, 이런 실수를."

--에스투님의 특별 지시.

"흠흠."

서큐버스는 메모장을 서랍에 넣으며 휴식을 취했다.

한나절이 지나고,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소환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새로운 먹잇감을 찾으러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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