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98일차 -------------------------
<서브 던전-안드라스> 안드라스들이 라스라스 하는 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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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의 라스는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너무 많이 들어서 듣기 싫을 정도였다. 나는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안드라스 한 마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던전의 형태는 일직선같지만, 교묘히 왼쪽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던전은 내가 직접 공략했던 <안드라스의 던전>을 축소해놓은 형태 같았다.
'그럼 나중에 숏컷으로 탈출하는 곳도 있겠다.'
그 숏컷을 확인하려면 먼저 서브 던전을 클리어해야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조심스레 안드라스에게 다가갔다.
"라스라스."
안드라스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훑다가, 나를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라스!!"
"아, 말 못 해?"
구울보다 더 구울처럼 달려오는 안드라스의 행동은 분명 정신이 나간 괴물같았다. 철문에 대가리를 박고 죽던 그 때처럼, 안드라스에게는 광기같은 것이 엿보였다.
"하긴 내가 싹다 잡아 조지기는 했지."
나는 손을 탈탈 털고 가드를 세웠다. 안드라스는 아무 망설임없이 내게 달려들었다.
"끼에에엑!!"
안드라스는 핏발이 선 눈동자로 나를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위에서 X자로 교차하며 휘두르는 손톱은 분명 날카로워보였다.
"흡!"
굳이 맞아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뒤로 한발짝 빠르게 물러섰고, 안드라스의 손톱 공격을 수월히 피했다.
가까이서 보니 아랫도리가 덜렁덜렁거리는 수컷이었다. 나는 바로 주먹을 들어올려 안드라스의 대가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입 다물라!"
"끼엑!"
주먹이 안드라스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안드라스는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떨었고, 곧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한 마리. 등에는 아주 작은 깃털날개가 파닥거리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안드라스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날개에서 깃털을 뽑아냈다.
깃털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하나 둘 모으다보면 충분한 양이 모일 것이다.
"하피들 소환해서 날개 안 뽑는 건 다행이네. 그런데 마석은 없나?"
나는 안드라스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혹시나 심장을 파내야 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다행히 그런 걱정은 없었다.
"이런 젠장."
안드라스의 정수리에는 마석이 반짝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마석 잔해라는 것이며, 아무래도 내가 주먹질을 하며 반으로 쪼개진 것 같았다.
"아깝네. 하급처럼 보이는데."
새끼 안드라스가 없다면 최하급은 아마 얻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안드라스의 사체를 옆으로 치운 뒤,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스라스."
이번에는 여성형 안드라스가 가슴을 출렁이며 벽에다가 머리를 박고 있었다. 날개는 있지만 행동은 명백히 이상해보였다.
"라스? 라스라스!"
안드라스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마찬가지로 손을 높이 치켜들며 손톱을 세웠다. 나는 마석이 깨지지 않도록, 안드라스의 손톱 공격을 피한 뒤 새대가리를 옆에서 붙잡고 벽에 처박았다.
우두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안드라스의 팔이 바닥으로 축 늘어녔다. 다행히 이번에는 마석이 안전했다. 나는 마석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 깃털을 뽑아냈다.
"이것도 일이네, 일."
귀찮은데 그냥 나중에 부하 데려와서 작업을 시켜야겠다. 나는 두 번째 안드라스의 깃털을 마저 뽑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안드라스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음...."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의 몸을 만지는게 나았다. 나는 안드라스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했다.
[안드라스]. ★★. Lv.20.
'20레벨이면 딱 적당하구만.'
빅슬라임을 잡다가 적당한 시기에 안드라스를 잡으러 오면 레벨링이 적절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라스!"
"라스라스!"
"좀 닥치라스!"
나는 길을 막는 안드라스들의 대가리를 부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죄다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나를 보고 발광하며 달려드는 패턴을 보였고, 나는 수월하게 마석을 모았다. 슬라임과 달리 안드라스들은 마석을 100% 확보할 수 있었다.
'근데 이게 600마리나 있을 리가 없단 말이지.'
하나 둘 잡으면서 확신했다. 던전의 구조는 원본의 던전을 축소해놓은 사이즈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작은 던전 곳곳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안드라스들을 하나하나 때려잡았다.
"죽으라스!"
한 마리의 안드라스가 죽었다. 그는 나에게 깃털 한 가닥을 남기고 매직스틱을 바닥에 처박으며 고꾸라졌다.
"입 좀 다물라스!"
한 마리의 안드라스가 죽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의 레벨이 24라는 것과 깃털을 남기고 목이 180도 돌아갔다.
"키스!!!"
두 마리의 안드라스가 죽었다. 나는 두 남성형 안드라스의 뒷통수를 동시에 붙잡고 서로 부리를 맞추도록 한 마리의 얼굴에 다른 놈의 얼굴을 갖다 박아버렸다.
두 안드라스는 그대로 절명했다.
다음으로 나타난 안드라스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이 거지같은 라스지옥에서 빨리 나오기 위해 던전을 달렸다.
"라-"
"-스"
"으아아악!!"
퍽, 퍽퍽퍽.
나는 전방으로 달리며 안드라스를 걷어차고 다녔다. 안드라스들은 일정 거리마다 하나하나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는 겨우 20마리 정도를 잡고 나서야 던전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라스라스!"
5마리의 안드라스들이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 안드라스들은 상대적으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안드라스들인 것 같았다.
"라스!"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서로 의도는 통했다. 나는 안드라스들에게서 마석을 강탈할 생각이었고, 안드라스들은 침임자인 내 목숨을 강탈할 생각이었다.
안드라스들은 나를 죽이려는 살의가 명백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그 거지같은 걸 빨딱 세우고 있어, 이 미친 놈들이!!"
"라스라스라스!"
안드라스들은 미쳐있었다. 이 놈들은 침입자를 상대로 자신의 두 번째 부리를 때려박겠다는 일념이 가득해보였다. 나의 살의가 치솟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라스!"
놈들은 양옆으로 흩어졌다. 내 뒤를 점하려는 놈들에게서 이유모를 소름이 돋았다. 이 망할 놈들은 분명히 내 뒷 던전을 뚫어내려는 양동을 펼치려는게 분명했다.
"이 새새끼들이!! 오기만 해봐! 마석이고 뭐고대가리를 터뜨려버릴테다!"
나는 안드라스들에게 주먹을 뻗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다섯 안드라스는 서로 눈치를 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내 등에서 아찔한 소름이 치솟던 그 순간.
끼에에엑!!
안드라스들이 동시에 나를 향해 팔을 높이 치켜들며 달려왔다. 목도리도마뱀처럼 다리를 좌우로 벌리며 달려오는 바람에, 안드라스들의 세번째 다리가 좌우로 크게 덜렁거렸다.
"씨발, 진짜."
여체라도 나체의 새대가리가 좌우로 흔들며 다가오는 건 분명 공포인데, 그게 남성형 안드라스 다섯이니 공포를 넘어 혐오를 일으키는 광경이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안드라스들에게 토해내기로 마음먹었다.
덜렁덜렁.
다섯개의 스틱이 좌우로 흔들거리는 걸 보고도 차마 눈을 감거나 피할 수 없었다. 영혼에서 차오르는 이 분노는 정당한 분노였으며,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새끼가!"
나는 가장 먼저 달려오는 안드라스의 손톱 공격을 피한 뒤, 주먹을 배에 찔러넣었다. 안드라스는 몸이 접혔고, 나는 안드라스의 뒷덜미를 잡고 몸을 크게 돌렸다.
께에에엑!!
더욱 요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안드라스의 배를 향해, 내가 목덜미를 잡고 있던 안드라스를 걷어 차버렸다. 안드라스는 부리를 날카롭게 세운 상태에서 동료 안드라스의 그곳을 푹 찔렀다.
"따흐흑."
아랫도리가 부리에 찔린 안드라스는 거품을 물며 몸을 떨었다. 다른 안드라스들이 달려들다말고 겁을 먹은 듯 걸음을 멈췄지만, 나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흐아아!"
나는 안드라스를 뽑아내고 허리를 붙잡아 다른 안드라스에게 집어던졌다. 안드라스는 부리를 아래로 숙였지만, 그 바람에 다른 안드라스의 명치를 정수리로 크게 박치기했다.
"커흑."
명치를 얻어맞은 안드라스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동시에 파사삭 하는 소리가 나며 내가 던진 안드라스도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아 씨, 마석."
안드라스는 방금 전의 충격으로 마석이 깨진 듯 했다. 이제 남은 안드라스는 두 마리 뿐이었다.
"끼, 끼에엑!!"
"라스, 라스!"
안드라스 두 마리가 앞뒤에서 내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빨딱 세운 것만 아니었으면 순순히 때려잡았을테지만, 나를 향해 물건을 보이는 것도 모자라 발기한 물건으로 찌르려는 건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타이밍을 쟀다. 두 안드라스가 동시에 나를 찌르려고 하는 틈.
'지금!'
나는 <혈류가속>을 통해 앞으로 살짝 튀어나갔고, 두 안드라스는 동시에 서로 배를 맞추듯 몸이 부딪혔다.
"허억."
"아흑."
두 안드라스는 서로의 부리를 서로를 향해 찔렀다. 윗부리는 서로 부딪혀 좌우로 빗겨나가며 입가 부분을 크게 찔렀고, 아랫부리는 정면으로 부딪혀 서로 빗겨나갔다.
"히이익!"
"히에엑?!"
두 안드라스는 비명을 지르며 혼절했다. 나는 동시에 한 쪽으로 넘어지는 안드라스들의 위로 달려가 재빨리 마석을 뽑아냈다.
"후우, 후."
이제 남은 녀석은 두 마리. 놈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운명을 직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튀는 거라스!"
동시에 몸을 돌리며 방정맞은 동작으로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나는 마석을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그 뒤를 쫓았다. 안드라스들은 예상외로 달리는 속도가 빨랐고, 내가 한창 속도를 늘렸을 때는 이미 모퉁이 너머로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도는 즉시 때려잡는다.'
앞에 무엇이 막고있던, 함정이 있던 안드라스들은 죽는다. 나는 주먹을 휘두를 기세로 모퉁이를 돌았다.
"......새대가리는 새대가리네."
두 안드라스는 철문앞에 쓰러져있었다. 아마도 도주하면서 정면만 바라보고 달리다가 몸통 째로 들이받은 모양이었다.
솔거의 그림이 워낙 사실같아서 참새가 진짜인 줄 알고 담벼락에 날았다가 머리를 박고 죽었다는 일화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철문을 눈앞에 못보고 죽는 것은 심했다.
"심지어 마석도 망가졌네. 망할 놈들."
나는 두 안드라스를 옆으로 치웠다. 지금까지 내가 오면서 만난 안드라스는 딱 25마리. 하급 마석은 비록 중간중간 깨지는 바람에 20개밖에 얻지 못했지만, 이제 서브 던전의 진가를 보기만 하면 된다.
보스.
아인 안드라스 두 마리.
레벨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던전의 주인이었던 <안드라스>도 레벨이 70은 아니었다. 두 마리라도 그 정도의 레벨은 아닐 것이다.
끼이익.
나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정면에는 침대 하나와 서로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 두 마리의 아인 안드라스가 있었다.
"......음, 그나마 보기 낫네."
두 아인 안드라스는 적어도 외양은 날개달린 인간일 뿐이었다. 몸 곳곳에 조류의 흔적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일반 안드라스와는 확연히 다른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성형 둘인게 낫다."
아인 안드라스들은 알몸인 상태로 서로 밀착하고 있었다. <안드라스>를 닮은 듯한 얼굴. 한쪽으로 된 날개를 망토처럼 두른 그들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나를 비웃으며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뱃살봐. 로브로 가린다고 저게 가려지나?"
"문신은 또 뭐람. 별꼴이야, 정말. 저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비호감이다. 그치?"
"응, 진짜 거지같아. 역시 자기가 최고야."
두 안드라스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키스를 하며 물고 빨았다. 나는 저 두 건방진 안드라스들을 어떻게 처리를 할까하다가 마음의 평화를 찾기로 했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아직까지 던전 등급을 올리는데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서브 던전을 돌면서 다른 부하들의 레벨링을 신경써야할 때. 고작 저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하지만 역시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나는 모처럼 대화가 통하는 안드라스들을 상대로 내가 진짜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하나만 질문하자. '라스'가 뭐냐? 그냥 니들 어미같은 거냐?"
"......변태돼지."
"로브 아래에 저것 좀 봐. 우리를 어떻게 해 볼 생각인가봐. 더러워!"
변태인 것도 맞고, 어떻게 해 볼 생각은 맞지만, 나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라스가 뭐냐?"
"그건...."
"내가 얘기할게. 더러운 돼지의 변태같은 수작에 넘어갈 필요는 없어."
"그치만!"
"이미 나는 더럽혀진 몸이야. 자기를 더럽힐 수는 없어!"
안드라스 하나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라스'라는 건 말이야, 은어야 은어."
"??"
"그, 흠흠. 사랑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행위를 뜻하는 거지."
충격.
어미 끝마다 S♥X를 외치는 종족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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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야스였던 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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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