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68일차 -------------------------
트월킹 산란 이후.
나는 안드라스를 벽 안에서 빼냈다. 절정에 달해 혀를 삐죽 내민게 새대가리만 아니었으면 여러모로 꼴렸겠지만, 역시 새대가리 인게 마음에 걸렸다.
'3성이면 그나마 사람 얼굴을 하고 있던데.'
포로 상태라 진화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게 아쉽다. 안드라스는 레벨 자체는 31로 4만 올리면 2성 만렙인 35가 되었지만, 여타 귀찮은 조건이 있다면 굳이 진화를 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안드라스인데.'
안드라스는 레벨을 조금만 더 올리면 바로 여성형의 조인이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보기 좋을 것이며, 낳을 수 있는 알도 품질이 상당히 좋아질 터.
"얘는 포로감옥에 넣어야겠다."
수확의 절정에 다다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트월킹도 상체가 고정되어 있는 바람에, 제 나름 절정을 어찌 넘길 방법에 따른 본능적인 움직임 같았다.
'일단 안드라스는 확정이겠다.'
갓 낳은 알은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마 첫 알을 프라이로 구워먹을 수는 없으니, 추후 부화를 위한 대상으로 남겨둬야겠다.
'멍청하지만 않으면 전력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사실상 이 세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안드라스이니, 부하로 영입하여 진화시키는 것도 제법 좋은 전력이 될 것이다. 현재 단계만 하더라도 륜과 라임 다음으로 레벨이 높았다.
'하피들 관리직으로 세워도 되고.'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식이나 다름없지만, 하피들도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고 있으리라.
이세상 마지막남은 안드라스를 자신들이 저세상으로 보내버리기도 했고, 알에서 태어날 안드라스들을 돌볼 안드라스가 필요했다.
뭣보다 같은 조류니까 금방 친해질 것이다. 나는 알과 안드라스를 챙겼다.
"그러면 다들 일 봐."
쿰척촌 주민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나는 메어리를 데리고 공동으로 돌아가, 일단 먼저 안드라스를 포로 감옥에 집어넣었다.
<굴복> 안드라스는 알을 낳으며 처음으로 고통없이, 쾌락만 가득한 상태로 가버렸습니다. 만약 이 쾌락이 계속된다면, 안드라스는 얼마든지 알을 낳을 것입니다. 단, 안드라스 던전을 승리한다면 말이죠.
나는 헤벌레한 안드라스의 앞에 품안에 넣어둔 깃털 하나를 보이며 속삭였다.
"야, 너네 대빵 내가 어제 먹고 왔다."
감옥 속에 갇힌 안드라스는 몽롱한 얼굴-새대가리였지만-로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드라스는 사정 후의 여운을 진하게 느끼고 있었다.
<굴복> 안드라스는 언제든지 알을 낳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 부하로 영입 가능
# 도주 의지 상실 - 던전 주인의 처분에 운명을 맡깁니다.
"......여기있으면 알만 낳을텐데?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어."
죽거나, 포로가 되어 알을 낳거나, 부하가 되어 전력으로 활용되면서 알을 낳거나.
안드라스는 그 운명을 직감한듯 눈을 감았다.
"하루 종일도, 낳을 수 있다라스…."
"그거 좋았냐?"
"......."
"뭐.... 오늘은 일단 쉬어라."
아무래도 안드라스는 트월킹 산란에 제대로 꽂혔나보다. 나는 안드라스의 종족 보존을 위해 안드라스를 부하로 맞이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오늘 지나면 정원도 늘릴 수 있고.'
등급을 올리면 정원도 늘어난다. 그리고 지금 던전 발전 흐름의 막힌 혈을 뚫으려면 일단 기본 절차를 밟아야했다.
3성 부하 3인 이상 확보. 나는 공동의 한가운데에서 숨을 골랐다.
"아빠, 그러면 저 작업하러 갈게요."
메어리는 지팡이를 들고 반대편으로 가려고 했다. 나는 메어리를 불러세웠다.
"메어리. 공사는 잘 되어가냐?"
"네. 아빠 말하신 대로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고있어요. 그...매지컬레이트? 그것처럼."
대형마트에서 볼 법한 에스컬레이터의 구조가 우리 던전 뒤에 만들어지게 생겼다. 메어리가 주도하고 때때로 라임이 지원을 나가며, 슬라임들이 열심히 파내고 있다.
"이제 절반 정도 한 것 같아요. 모아둔 마석은 저장고에 넣어뒀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놔둬. 그리고 오늘은 작업마저 해. 아, 혹시나 중간에 던전이 이상하게 변해도 당황하지 말고."
"아, 드디어?"
"그래. 등급 올린다."
그를 위한 첫 단추. 나는 드디어 공동에 도착해, 소환 시설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었다.
"주인님."
에일라가 호법을 서는 양 소환 시설의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소환 시설의 안에는 륜이 다소곳이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드디어.
" <부하 진화> 륜 (★★☆☆☆)을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하이엘프 (★★★☆☆)
, 파수꾼
# 진화 조건
1) Lv 35 달성 ( 35 / 35 )
2) 고귀한 혈통 ( O / O )"
모든 조건을 완료했다. 륜이 진화를 할 때다. 륜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주인님, 제 던전...드디어 개통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나는 달뜬 마음을 억누르며 륜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듯한 륜의 모습을 더이상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륜을 완전한 여자로 만들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진화, 간다!"
"네!"
나는 가차없이 륜의 진화 스위치를 눌렀다.
우우웅---!!
소환 시설에서 막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보라색의 안개가 더욱 진하게 퍼지고, 륜의 몸은 하얀 빛으로 휩싸였다. 안개는 꽃잎처럼 륜을 감싸안았고, 륜의 몸은 그 안에서 웅크러들었다.
그리고 꽃잎의 끝이 윗부분에서 마주친 순간, 소환 시설에서 막대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마물 특유의 기운과는 사뭇 다른, 영롱하고 고귀한 기운이 륜을 감싸안았다.
<알림> 앗, 륜의 상태가…?
마지막. 흰 섬광이 터져나오며 빛무리가 가라앉았다. 나는 빛안개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사아아---
빛무리가 사라지며, 엘프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키는 손이 한뼘 가까이 늘어났고, 팔다리도 늘씬하게 뻗은게 시원시원해보이기 까지 했다.
그리고 몸매. 앳된 모습이 남아있던 전과는 달리 확실히 여물었다. 흰색과 녹색이 섞인 원피스 같은 옷차림으로 변했어도, 배 위에 그늘이 진게 가슴은 확연히 부풀었다.
루나 정도는 아니지만, 사과처럼 탐스럽게 잘 익어있었다. 엘프는 노골적인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자세히 보라는 것처럼 어깨를 펴며 내게 다가왔다.
"후훗."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어리기만하던 목소리에서 무게감이 살짝 잡혔다. 단지 웃음소리 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농염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분명 색기였다.
"주인님."
여인은 륜과 비슷한 목소리로 나를 주인이라 말했다. 나는 확인을 위해 굳이 귀에 손을 뻗었다. 귀는 이전보다 더 뾰족해졌다.
<륜> ★★★☆☆
레벨 : 35 / 100
종족 : 하이엘프
나이 : 170세
성별 : 여성
등급 : Unique (Only One).
출생 : 엘프의 숲
소속 : 쿰처쿠의 던전
직업 : 파수꾼
륜이었다. 그저 직업만 변했고, 륜은 그대로 륜이었다. 나이는 그 사이에 10살이라는 시간이 가속되었지만, 그 10살이 무색하지 않게 륜은 온전히 성장을 이루어냈다.
"저 잘 자랐어요?"
"그래. 몰라보게."
이제는 에일라와 비교해도 키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륜은 두 손가락을 입술에 올리며 쿡쿡 웃었다.
"저 진화했어요."
륜은 또각또각 소리까지 내며-진화하며 구두까지 생겼다-내게 다가왔다. 마디 하나는 더 늘어난 손가락으로 내 가슴위에 올리는 손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럼 이제 할 거 해주셔야죠?"
"그래."
나는 들뜬 마음으로 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외쳤다.
"던전 등급 올려야지! 서브 던전 설치하고! 정원 늘리고! 애들 알도 좀 부화시키고! 밀린 일퀘도 좀 하고 말이야!"
"......."
륜은 차가운 얼굴로 나를 흘겼다. 손까지 내 가슴에서 떼어놓길래, 나는 허리를 와락 감싸며 륜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는 거지."
"아."
"흐흐, 약속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안에 다 부어줄게. 원래 메인 이벤트는 서브 퀘스트 끝내놓고 하는 거거든."
"그치만 주인님."
륜은 허벅지를 내 옆에 붙이며 몸을 부비적거렸다.
"던전 등급 높이는데 분명 시간 걸릴 걸요?"
"......."
륜이 3성이 되면서 나는 세 명의 ★★★ 이상 부하를 손에 넣었다. 라임, 에일라, 그리고 륜. 사실상 우리 던전의 핵심 멤버였다.
" <던전 등급 상승> 던전의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 E등급 -> D등급
1) 위험도 50 달성 ( 52 / 50 )
2) ★★★ 부하 3인 이상 확보 ( 3 / 3 )
3) 소환 시설 Lv.2 달성 ( O / O )
# 예상 시간 : 12시간"
"12시간이래."
나는 확인과 동시에 던전 등급 상승의 버튼을 눌렀다. 11:59로 바뀜과 동시에,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륜은 어깨를 으쓱이며 콧대를 높였다.
"흐흥, 그럴 것 같았어요. 다른 거 다 시간 걸렸잖아요."
륜은 눈썰미가 좋았다. 내가 시설등급을 올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걸 그새 또 알아챈 듯 했다. 륜이 길쭉한 손가락을 뻗어 내 로브를 좌우로 펼치려했고, 나는 륜의 손목을 붙잡으며 딴청을 피웠다.
"아, 아쉽네. 던전 등급 올리는데 시간 안 걸렸으면 다른 것부터 했을텐데. 그치?"
"어차피 시설 등급 올리는데 시간도 걸렸을 거잖아요. 히힛."
"이거 외통수구만."
진화를 시키는 시점에서 나는 이미 륜의 올가미에 잡힌 신세였다. 나는 륜을 잠시 떨어뜨렸다.
"에일라."
"...저는 던전 앞으로 가서 일을 돕겠습니다."
"옆에서 봐도 되는데요."
에일라는 자리를 피하기를 바랐지만, 륜은 상당히 대담한 말을 꺼냈다. 자신의 처녀를 바칠 장면을 굳이 에일라의 앞에 과시하고 싶은 듯 했다.
"흐흐, 흐흐, 하아...."
에일라는 주먹을 꽉 쥐며 싱긋 웃더라.
"나도 분위기라는 걸 안다. 주인님, 아무쪼록 두분이서 오늘은 오붓하게 지내시죠. ...대신, 저 진화할 때는 제게 온전히 신경을 써주셔야합니다. 륜, 당신도."
"당연하죠."
둘은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합의를 맺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합의가 무엇인지 대충 감이왔다.
이 둘, 지금 자기들 진화하는 날에는 나를 독점하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주인님. 약속 하나 해주실래요?"
륜은 나를 올려다보며 손가락 약지를 들어올렸다.
"앞으로 진화할 때는 1:1로 해주시는 거예요?"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에는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
"너 앞으로 3번은 더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말 하기냐? 에일라는 이제 진화 못 해."
"...진짜요?"
륜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이번에는 진짜로 모르는 듯 했다.
"어. 너는 진화 세 번 남았다."
6성으로 환생했을 때의 얘기지만.
"그, 그럼 저는요? 거짓말이죠? 저는 얼마나 진화가 더 가능합니까?! 설마 그게 마지막 진화였다고요?"
에일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에일라의 진화는 모두 끝났지만, 진화를 하려면 한 번 더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건 아닌데, 너 환생해야 진화가능해. 정해진 횟수는 이미 진화 끝났어."
"아…."
에일라는 나라라도 잃은 표정으로 좌절했다. 내게 포로로 잡혀서 박히기 직전이라는 상태를 깨닫던 그 때보다도 더 절망했다. 나는 에일라에게 다가가 어깨를 꾹 붙잡았다.
"언젠가 따로 한 번 하자. 지금은 미안한테 륜의 시간이야."
"예…. 그럼 저는 던전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12시간이에요~!"
륜은 굳이 시간을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12시간 뒤에나 돌아오라는 말이었고, 에일라는 입술을 꽉 깨물며 울상을 지으며 공동에서 떠났다.
결국 나와 륜은 공동에 둘만 남았다. 륜은 내 팔을 잡고 침대로 잡아당겼다.
"그런데 륜아. 서브 던전 설치하는 건 굳이 시간 안 걸리는데? 쿠흐흐."
"주인님, 자꾸 이러실래요?"
"뭘?"
륜은 애간장이 타는 얼굴로 내 로브를 붙잡고 늘어졌다.
"주인님 던전도 좋지만, 제 던전도 개발시켜달라고요…!"
"진작 그렇게 얘기했어야지."
륜의 입에서 저속한 발언이 나올 때까지 장난을 칠까 고민을 했지만, 나는 더 참을 수 없었다. 나의 분신은 이미 륜이 진화하던 그 순간부터 달아올라있었다.
이렇게 농담따먹기로 시간을 버는 것도 괜히 박자마자 쌀 것 같아서 내가 진정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만큼 륜의 지금 모습은 상당히 성숙하고 예뻤다. 흡사 새내기였던 아이가 졸업반이 되어 나타난 것처럼, 륜은 성숙해졌다.
"그럼 시작해볼까."
"물론이죠, 흥흥."
륜은 콧노래를 부르며 내게 안겼고, 나는 륜의 허리를 번쩍 들었다. 륜의 말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2시간.
나도 12시간 동안 륜에게 정을 토해놓을 생각이었고, 륜도 12시간동안 마음껏 할 생각이 가득했다.
"중간에 배고프면 입안에다 싸줄게."
"싫어요! 그건 다 여기로만 먹을 거예요."
륜은 손을 자신의 아랫배 위에 놓으며 게슴츠레 웃었다. 나는 륜의 기특함에 목덜미를 한 번 진하게 빨아 키스자국을 낸 뒤, 륜을 침대 위에 올렸다.
"와주세요.... 주인님!"
"오냐."
나는 로브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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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드립은 그겁니다 그거
현 관 합 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