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58일차 -------------------------
하루가 지났다.
나는 아침을 맞이했다. 나의 기상은 언제나 륜과 에일라의 동시 봉사였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좀 이상했다. 양쪽으로 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독차지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츕, 츄릅.
열심히는 하지만 어색한 입놀림. 이건 에일라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고, 내 아래에 홀로 내 물건을 물고 있는 에일라에게 물었다.
"륜은?"
"저 여기있어요."
륜은 저장고에서 슬라임 드래곤의 체액을 꺼내 적당한 크기로 썰고 있었다. 화전마을에서 노획한 칼로 체액을 썰어대는게 꼭 회를 뜨는 것만 같았다.
"그건 언제 거냐?"
"어제 애들이 라임이랑 같이 잡았대요. 주인님께서 하시는 것 처럼, 라임이가 잡고 애들이 때려패고."
슝슝. 륜은 허공에 칼질을 하며 피식 웃었다. 엘프가 나이프를 잡고 휘두르고, 여기사가 내 아랫도리를 물고 빠는 모습은 뭔가 뒤바뀐 것만 같았다.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륜. 륜이 모닝콜을 에일라에게 순순히 넘겼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아래에서 나오는 것에 욕심많은 륜이 첫 발을 양보하는 게 어색했다.
"너 이미 먹었니?"
"아뇨?"
륜은 슬라임 드래곤을 자르다 형태가 반듯하지 못한 걸 입안에 넣었다. 나는 에일라의 머리를 지긋이 누르며 에일라의 안에 사정했다.
"우웁."
에일라는 나의 정액을 입안에 머금었다. 륜의 입맛과는 다른지, 에일라는 입으로 먹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꿀꺽.
에일라는 한 번에 삼켰다.
"먹기 싫은게 아닙니다. 저는 입보다는 역시…."
에일라는 치마 끝을 슬쩍 잡았다. 입술을 오므리며 나를 올려다보는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자명했다.
"오랜만에 안에 넣어줄까?"
"......훗."
에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침이 번들거리는 내 물건에 삽입하려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에일라는 분명 안달이 나있었다.
탕!
칼이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아, 죄송해요. 방금 힘조절을 잘못해서."
륜은 싱긋 웃으며 마지막 체액을 잘라냈다. 나무 그릇위에 올려놓은 체액은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아침 드시죠?"
"그래."
"......."
에일라는 거칠게 손을 뻗으며 한 덩이를 입에 던져넣었다. 쩝쩝 소리를 내며 점액을 씹어대는게 명백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고, 륜은 싱글벙글 웃으며 점액 하나를 집어들어 내게 건넸다.
"주인님?"
"나도 손 있다."
나는 륜이 건넨걸 잡아 입안에 집어넣었다. 탱글탱글한 맛이 씹히는 게 여간 일품이었다. 직접 잡아서 즉석에서 먹는 것 만큼은 못했지만, 굳이 이제는 내가 잡으러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륜. 견제하지 마라."
"뭘요?"
"알면서 그러지 마라."
"흐흥, 에일라. 미안하지만 이건 견제가 아녜요. 에일라가 한 번 받았으면 저도 한 번 받아야겠죠?"
"그, 그건 그렇다만."
륜의 논리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직 륜이 먹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륜의 차례다.
순간, 나는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친 생각에 전신에 소름이 떨렸다. 부랄이 떨리고 문신이 아려왔다.
설마.
륜은 내 물건 윗입으로 먹을 생각이 없는건가?
"흐흥."
륜은 점액을 맛있게 씹어삼키며 활짝 웃었다. 나는 괜히 두려워져서 씹던 점액을 삼켰다. 갑자기 라임이 3성 슬라홀로 진화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주인님…?"
륜은 손으로 허벅지를 쓸며 웃었다. 엄지와 약지만 접어 치맛자락을 쓸어올리는 손가락은 3개.
"오늘 할 일 많으시죠?"
그렇다.
오늘은 제법 바쁜 날이거니와, 륜에게는 의미깊은 날이었다.
륜. Lv.35.
드디어 3성으로 진화가능한 때가 되었다.
"근데 너 없어도 던전 등급 올릴 수는 있을 것 같더라."
"네?! 그런게 어디있어요?!"
륜이 당황해 빽 소리를 질렀다. 에일라는 자신보다 더 밝히는 하이엘프에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륜, 하고 나면 다음은 바로 접니다."
발정난 건 공주기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둘과 아침 식사를 마무리한 뒤, 일단 던전의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자 했다.
"일단 던전 상태부터 둘러보자."
본방에 들어가면 분명 지쳐서 일어나지 못할게 분명했다. 둘은 명백히 아쉬워했지만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럼 저희 오늘 같이 따라다닐게요!"
"예. 아더도 기초체력훈련을 시켜놓으면 됩니다."
"......."
나를 따라다니면서 감시할 생각이구나. 독한 것들.
결국 나는 륜을 진화시키기 전에 다른 곳에 낭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따로 움직일 수 있었다.
***
하루 사이에 던전은 크게 바뀐 곳은 없었지만 사소한 곳에서 변화가 많이 생겼다. 우선 동굴 근처 떨어진 공터에는 무덤이 하나. 나는 이왕 나온 김에 다시 한 번 더 합장하고 기도했다.
"존나 미안하네."
설마 죽을 때 까지 쥐여짜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안드라스가 남긴 씨가 하피로 태어날 지 안드라스로 태어날 지, 그도 아니면 완전한 별개의 존재로 태어날 지는 미지수.
'네 아들딸들은 다른 던전을 점령하는 시금석이 될 거다.'
어찌됐든 그들은 종마와 전투원의 역할을 병행하는 주요 전력이 될 것이다. 새대가리들이라 머리는 똑똑하지 않지만 전투력은 상당한 놈들이었다.
"다 보셨어요?"
"그래. 메어리, 슬라임 던전은 어찌 돌만 하더냐?"
"네. 라인이랑 하르퓨이어랑 같이 도니까 금방 끝나더라고요. 위험한 건 라임 엄마가 처리해주시니까요."
슬라임 서브 던전은 사실상 세 자매의 전용 레벨링 장소가 되었다. 나는 세 자매의 레벨을 확인했고, 셋 다 13 언저리에 놓여있었다.
'며칠만 더 하면 다 2성 찍겠다.'
슬라인으로 태어난 라인은 이미 2성이지만 다른 둘은 아니다. 메이는 레벨을 15레벨까지만 올리면 다음 직업으로의 진화가 가능했다.
문제는 하르퓨이어.
알을 하나 낳아야 한다는 조건.
그게 없으면 진화가 불가능했다. 나는 여러모로 난관에 부딪혔다.
'본인이 원하는 남자 하나 잡아서 하라고 할까?'
어디까지나 본인이 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행위를 종용할 수 있다. 지금은 라인과 둘이서 슬라임 던전 뺑뺑이를 돌러가서 물어볼 기회가 없지만, 15레벨을 찍으면 직접 물어봐야겠다.
"아."
"왜 그러세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메어리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메어리가 '가능'한지 다시금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메어리는 내가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럼 아더는?'
아더라면, 이복남매간이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알림> 부모 중 한 쪽이 같은 경우에는 파종이 불가능합니다!!
"쳇. 아더 녀석, 좋다 말았군."
언젠가 솔로몬을 만나면 꼭 건의를 해야겠다. 여러모로 아쉬운 순간이었다.
"아더가 왜요?"
"아더랑 너랑 가능한가 확인해봤다."
"아더랑…."
메어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예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을 제안한 내 의견에 약간의 혐오감도 보였다.
"싫냐? 미안하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음, 미묘하네요."
메어리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팔짱을 끼니 엄마와 똑닮은 큰 가슴이 출렁거렸다.
"굳이 그 쪽으로 해야할까요? 아빠가 말씀하신 건 알을 낳는 거잖아요."
"그렇긴 하지."
"오크는 다들 알에서 태어나나요? 인간처럼 배아파서 낳는 건 아니고?"
"...아마 아닐 걸?"
마법사인 메이의 지식을 물려받아서인지 나보다 더 솔로몬의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눈치였다. 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시스템은 던전 주인에게만 보이는 거니까.
"그럼 아더랑 파종없이 그냥 하면 어때요?"
"......."
사랑만 있으면 괜찮다 이건가. 나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게 메어리에게 작게 속삭였다.
"너, 만약에 아더랑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겠냐? 솔직하게 말해봐."
메어리는 내 질문에 머뭇거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쉰뒤, 입술을 깨물며 내 귀에 속삭였다.
"...남동생만 아니었으면."
"허허."
나도 동감이었다. 내 딸만 아니었으면. 그런 내 눈빛을 읽었는지, 메어리는 손사레를 치며 깔깔 웃었다.
"에이, 암만 그래도 아빠랑은 좀 그래요!"
"......."
딸한테 차였다. 나는 왠지 모를 씁쓸함에 기운이 빠졌다. 그러더니 메어리가 나를 끌어안으며 다시 귀에 속삭였다.
"제가 왜 아더가 남동생만 아니었다면이러고 그랬게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어리는 메리, 메이, 그리고 라임을 섞어놓은 듯한 얼굴로 내 귀에 속삭였다.
"...만 아니었으면."
솔로몬 개새끼.
***
그 시각. 레오 후작령 모험가 길드 숙실.
"기사님, 벌써가시게요?"
접수원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에이는 갑옷 안에 받쳐입을 내의를 입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가야지. 미안, 조금 더 있어주고 싶었는데."
"아녜요. 가시는 길 바쁘신데."
접수원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안경을 쓰려했지만, 그에이는 그걸 막고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아가씨는 안경을 안 끼는게 예뻐."
"피. 이름 까먹었죠?"
"......."
그에이는 눈썹을 으쓱이며 대답을 회피했다. 접수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피식 웃으며 옆으로 다리를 뻗어 일어나 벽으로 향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협탁에 놓인 물병을 들어올리는 뒷태에 그에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시는 길 조심히 가세요. 어젯밤에 엄청 좋았으니까."
"나 휴가 일주일이야."
그에이는 다가가 접수원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접수원은 또 그럴 것 같았다며 웃으면서도 손을 쳐냈다.
"저 출근해야해요."
"하루 늦게 출근한다고 짤리는 거 아니잖아? 길드 접수원인데."
"저 두 시간 늦게 출근하면 길드에 얼마나 지장이 생기는 지 아셔요?"
"어차피 아가씨 출근한다고 해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야. 그렇지?"
그에이는 한 손으로 바지끈을 풀어내렸다. 접수원은 그에이에 의해 침대에 던져졌다.
"혼란을 야기하신 분이 이러셔도 돼요?"
"난 내 임무 다했어. 수도에도 얼굴 비추러 가는 걸."
그에이는 접수원의 어깨를 누르며 고개를 묻었다.
"진짜로 던전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뭘."
"그런 말에 얼마나 모험가들이 미치는 지 아셔요?"
"알게 뭐야. 난 지금 뜨거워서 미쳐버리겠는데."
접수원은 킥킥 웃으며 몸을 뒤로 눕혔다.
"그럼 제 걸로 식히시면 되겠네요."
"더 뜨거워지는 거 아닌가?"
"글쎄요…? 후훗."
접수원의 요염한 몸짓에 그에이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
포옹 이후. 나와 메어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안드라스에게 묵념을 표한 뒤, 던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의 이야기는 건설적인 주제가 이어졌다.
"메어리야. 혹시 나중에 멀티 하나 생기면 네가 해볼래?"
"멀티요?"
"나중에 제 2 쿰처쿠 던전이 생기면 그쪽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거든."
솔로몬이 72던전 주인들에게 시스템을 넘겨주었듯이, 메어리도 던전의 주인이나 관리자가 되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굳이 메어리가 아니라도 좋았지만, 메어리가 내 부하들이나 딸들 중에서는 제일 똑똑했다.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할게요."
"그래.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 때 까지 열심히 커라."
63위 안드라스의 레벨을 생각해보면 최소 50레벨은 넘겨야 할 것이다.
"그럼 저 계속 슬라임만 잡아야하나요?"
"아니. 오후에는 뭐 하나 생길 거다."
내게는 또다른 차원석이 있다. 마침 딱 타이밍 좋게 우리는 던전의 입구로 돌아왔다. 아더나 사냥꾼들은 오늘도 목책을 세우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더."
"예, 아버지."
"여기서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느냐?"
"전혀 없습니다. 오늘까지 열심히 목재를 수급하면 충분히 각자 지낼 집까지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정도란 말이지."
그 정도로 목재를 많이 얻는다면 충분했다. 나는 주변을 쭉 훑은 뒤, 아더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럼 오늘 너랑 사냥꾼들 모두 목재를 수급해와라. 구울들이랑 같이."
"예?"
"던전 내부 공사에 많은 양의 목재가 필요해."
"그건…."
아더는 주변의 눈치를 봤다. 사냥꾼들 모두 아더를 바라보며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아더는 던전 앞 촌락의 우두머리가 된 것 같았다.
"음."
나는 가명 쿰척촌의 촌장의 위신을 세워줄지, 아니면 내가 필요한 양이 넉넉하게 일단 모아둘 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금방 결정을 내렸다.
'아더 자존심이지.'
"그럼 너희들은 오늘 너희 일을 해라. 목재 수급은 구울들이 할테니."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더는 허리까지 숙였다. 내가 괜히 이들을 압박한 것 같아 심란했다. 그리고 내 옆에서 누군가가 가슴을 들이밀며 아더에게 삿대질했다.
"너 왜 아빠 곤란하게 해?"
"아, 아니. 나는 그냥…."
"네가 이곳 촌장이라도 되려는 거야?"
"메어리야."
"아빠! 얘가 지금 자기 쪽팔린다고 지금-"
"얘 여기 촌장 맞다. 아직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뭣 하지만."
"......."
메어리는 침묵했다. 그리고 아더와 사냥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그리고 미안해요."
"괜찮아."
아더는 사람 좋은 얼굴로 활짝 웃었고, 안그래도 붉어진 얼굴의 메어리는 귀까지 벌게졌다. 나는 괜히 코가 찡했다.
'불쌍한 메어리.'
솔로몬의 시스템에 의해 이도저도 안되게 생겼다. 언젠가 좋은 남자를 찾아주거나, 아니면 솔로몬의 시스템을 돌파할 방법를 찾아주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메어리는 나와 아더를 번갈아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이리 보니까 아더가 나랑 배만 다르고 똑같네.'
키도 그렇고 근육도 그렇고 여러모로 닮아있다. 얼굴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그런 아더가 메어리와 하게 된다면 나는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좋은...건가?'
일단 파종은 안되지만, 시스템이란게 또 오류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잡념을 없애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쿵쿵쿵쿵!!!
번뇌 해우소가 갑자기 울렸다. 나는 혹시 누가 쓰고 있나 싶어서 주변을 살폈지만 전부 다 제자리에 있었다. 즉, 해우소에 있을만한 사람은 없었다.
"......."
나는 조심스레 해우소의 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쿵쿵쿵쿵!
<수확> 안드라스(여)에 뿌려진 종마 사냥꾼의 씨가 열매로 익어가는 중
# 수확대상 : 안드라스(여)
# 수확시기 : 4분 뒤 (15시간)
"어우야."
나는 안드라스의 알이 수월히 나오도록 엉덩이를 지긋이 눌렀고, 기꺼이 산파를 자처했다.
안드라스는 트월킹을 추며 알을 낳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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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척촌 명물
트월킹 산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