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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73화 (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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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한 쌍으로 이루어진 안드라스 두 마리를 제압했다. 이미 죽인 안드라스들은 어쩔 수 없었고, 그나마 둘은 등 뒤에 아주 작은 날개가 달린 고위종 같았다.

'2성 따리들이네.'

진화의 흔적이었다. 새대가리 인간이 새대가리 날개 인간으로 진화한게 분명했고, 그 진화의 상징은 던전의 증거였다.

"주인님."

마을의 상태를 지켜보던 에일라가 참혹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리고 에일라의 뒤에는 이 마을의 위치를 알고 있던 종마 사냥꾼이 있었다.

"그.... 전부다 죽었습니다."

"그렇겠지."

사냥꾼 마을처럼 짬밥 좀 먹은 놈들이 모인 곳이 특이한 거였다. 대부분의 화전민들은 전쟁과 세금을 피해서 숨어든 이들이었으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네. ...저들의 무덤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인간들?"

나는 인간들의 시신을 눈으로 훑었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뒤틀리고 괴로워보였다.

"......."

반대였다. 시체를 포식한 것이 아니라, 안드라스들은 살아있는 인간들의 배를 쪼아 내장을 뜯어먹은 것이다. 자연히 쇼크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이었을 터.

"......아오."

내 던전을 공격한 괴씸한 놈들이라면 모를까, 전혀 관계 없는 이들이 이렇게 죽은 걸 보니 마음이 또 그렇다.

'사실 그냥 내버려두고 물건만 챙겨가고 싶기는 한데.'

마을에는 그럴싸한 도구들이 제법 많았다. 나는 그것들과 안드라스 두 마리를 챙겨가고 싶었지만, 에일라와 다른 종마 사냥꾼들의 표정이 조금 좋지 않았다.

'물건값 치른다고 생각하지 뭐.'

"한군데 모아. 나는 땅을 파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주인님."

네 명의 인간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시체들을 광장으로 모았다. 나는 마을에 유일하게 하나 있던 삽으로 다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주인님,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밧줄이나 나무 줄기를 구해서 저것들을 꽉꽉 묶어라."

"네."

륜은 바로 자리를 떠나 적절한 구속구를 찾기 시작했다. 마을의 공동 창고같은 곳에서 발견한 밧줄로 안드라스들의 팔과 다리를 묶었고, 딱 들고가기 좋게 묶었다.

"륜아."

"네."

"묶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니?"

"엘프 마을에서 포로를 잡는 방법이에요! 숲에 들어온 침입자를 일단 포로로 잡은 뒤에, 장로님들께 연행할 때 까지 이렇게 묶도록 되어 있어요."

"음...."

엘프 장로라는 놈들은 역시 뒤에서 음습한 욕망을 자기들끼리 해소하는 변태들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 포로들은 정확히 귀갑묶기로 묶는다거나, 남자 포로들은 남성기가 도드라지게 묶는다거나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륜이 특출난 존재가 아니라면, 엘프 자체의 성문화는 폐쇄된 상황에서 온갖 욕구가 고여서 만들어진 일그러진 이상성욕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륜이나 루나가 이상한 게 아니라면.'

언젠가 엘프 마을을 습격하게 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장로들을 데리고 물레방아라도 돌려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신체의 강화를 통해 사람 20명을 파묻을 구멍을 만들어냈다.

"다 됐다."

"예...."

사냥꾼들의 표정은 가히 좋지 않았다. 같은 인간들이 마물에게 먹힌 광경은 그들에게도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지들 동료들이 내 부하들에게 잡아먹히기는 했지.'

등 따시고 배부르니 이제 이런 쪽으로 신경쓰려고 하는 걸까. 내가 따끔하게 뭐라고 하려던 순간, 종마 사냥꾼들은 망설임없이 구덩이에 시체들을 구덩이 안으로 미끄러지듯 떨어뜨렸다.

"뭐여, 니들 애도의 표현 그런 것도 없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만약 저희도 주인님께 충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냐."

동족의 죽음보다는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안도감을 더 크게 느꼈나보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괜히 무안해졌다.

"음...."

에일라는 시체를 땅에 굴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걸리는 듯한 눈치였고, 나는 조심스레 에일라의 곁에 다가가 물었다.

"너도 이러는 건 좀 그렇냐?"

"아닙니다. 화장을 할 수 없으니 땅에 묻어주기라도 해야지요. 마음같아서는 한 명 한 명 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그건 안 되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예. 마냥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죠."

에일라는 마지막 시체를 구덩이에 놓았다. 그들은 모두 구덩이의 비탈에 등을 붙인 채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아직도 원통하고 고통스럽다는 듯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에이, 진짜."

나는 괜히 찝찝해서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마물들과 인간들의 피로 젖은 손가락이 그들의 눈꺼풀을 닫았고, 곧 20구의 시체들은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쯧, 하필 저런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가지고."

"원래는 어찌하려고 하셨습니까?"

"똑같지. 모두 잡아놓고 우리 던전의 노예가 되면 살려주고,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면 주먹을 들어올리는 거지."

모처럼 마을을 확장하려고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삽으로 흙을 퍼날라 구덩이의 위를 덮었다. 온갖 버프를 떡칠하니 그 구덩이를 전부 묻는데 불과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물건 챙겨서 떠나자. 어차피 이제 주인 없는 물건들이니."

"음...."

에일라가 또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왜?"

"아니요. 기도라도 하고 떠나는 게 어떨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기도?"

"그냥 가저가기에는 여러모로 그러니, 여신에게 기도라도 하고 망자의 넋을 기리는 거죠."

스캐빈져들이 과연 전장의 시체들에게서 물건을 노획할 때 여신을 부르겠냐 싶겠다만은, 그래도 나는 네 인간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극락왕생. 아멘. 저승에서 편히 쉬시오. 다음 생에는 조금 편한 삶으로 태어나시고."

오크로 태어나지 말고. 나는 뒷말을 삼킨 채 허리를 숙였다. 그에 다른 인간들-심지어 륜마저도 흠칫 놀랐다.

"뭐, 왜?"

"아뇨. 주인님. 그...여신님께 기도를 드린 건 아니죠?"

"본 적도 없는 여신한테 내가 왜 기도를 하냐?"

"헙."

사냥꾼들이 입을 막았다. 그리고 에일라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서는 마왕군의 일족이시니 이해합니다. 여신은 인류 연합을 보듬어주시는 분. 기도의 대상이 다를 수 있음을 미쳐 알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니, 그럴 것 까지야 없는데. 인간들은 여신을 믿나봐?"

"네. 엘프들도 믿기는 해요. 여신교."

"그건 몰랐네."

여신교라.

"가챠 확률 올려주면 믿는다."

"네?"

"나는 대성공교야."

여신을 믿음으로써 확률이 1%라도 올라갈 수만 있다면, 나는 여신에게도 하루에 세 번씩 동서남북으로 절할 것이다.

"그럼 이제 저것들 데리고 돌아가자."

"돌아가나요?"

"그래. 이 놈들 얻은 것 만으로도 큰 성과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나는 안드라스들을 양 허리에 들어올렸다.

"흐흐, 이름부터가 아주 노골적이야.... 크훕훕."

안드라스.

솔로몬 72 악마 중 하나. 분명 위계는 63번째 마족을 지칭하는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안드라스들에게서 정보를 캐내면, 아마 높은 확률로 내가 확신하고자 하는 정보가 나올 것이다.

'안드라스의 던전.'

포르네우스가 그러하였듯, 안드라스의 던전도 이 근처에 열린게 틀림없다.

'화전촌 약탈하는 것보다 남의 던전 털어가는 게 꿀이지.'

덧붙여서 그 미인이라고 하는 던전의 주인, 가칭 [안드라스]도 함께 털어갈 것이다.

"으흐흐."

"아, 주인님 새로운 여자 생각하실 때 웃음이다."

"......."

아니 어떻게 알았지?

륜은 나를 바라보며 싱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 미소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주인님, 빨리 가서 저녁 먹어요!"

"그, 그래."

나는 안드라스 두 마리를, 종마 사냥꾼들과 에일라는 옷가지나 여러 도구들을 챙겼다.

"저건 어쩌시겠습니까?"

종마 사냥꾼은 바닥에 대가리가 처박혀 늘어진 안드라스를 가리켰다. 새대가리가 안에 들어가있지만, 밖은 영락없는 나신의 남녀들이었다.

"음...."

아직 내 손에는 약간의 피가 끈적하게 묻어있었다. 나는 안드라스 두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경고 표시 정도는 해둬야지."

언젠가 안드라스 던전에서 나온 정찰병이 보게 된다면 무조건 던전의 주인에게 보고를 하게끔, 나는 안드라스들의 시체에 적당한 문구를 적었다.

"주인님 다우시네요."

"그렇지?"

"그래서 저는 언제 드실 거예요?"

"너 아직 레벨 낮다."

이번 정찰을 통해 오른 륜의 레벨은 고작 1.

" <부하 진화> 륜 (★★☆☆☆)을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하이엘프 (★★★☆☆)

# 진화 조건 : Lv 35 달성 ( 23 / 35 )

"

3성으로 진화하기 위한 35레벨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러니까 참아라. 알겠지?"

"힝...."

륜은 내 아랫도리를 보며 그저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일라가 내 옆으로 다가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주, 주인님. 제 진화는...?"

"너 이제 진화 못 해."

"예? 그건 제가 인간이기 때문입니까?!"

"아니, 진화말고 다시 태어나는 건 가능."

솔로몬의 시스템과 나의 은총에 따라 던전의 일원으로 재탄생한 에일라에게 남은 성장의 길은 단 하나.

"돌아가면 안에 한 번 더 넣어줄게."

"......감사합니다."

6성의 륜과 6성의 에일라. 나는 륜과 에일라의 성장 발판이 될 곳, 안드라스의 던전으로의 침공 준비를 위해 두 안드라스를 우리 던전의 '포로'로 맞이했다.

* * *

던전으로 돌아온 나는 먼저 안드라스를 각각 포로 감옥에 처넣었다. 그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그나마 여성형인 안드라스를 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눈 딱 감으면 돼!'

대가리만 보지 않으면 골반 하나는 작살나는 여체 그 자체였다. 륜이 귀갑묶기로 구속한 덕분에 신체 부위는 보기에 딱 좋게 도드라졌고, 그건 내 새로운 가학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퍼드득.

안드라스의 등에 달고 있던 손바닥만한 날개가 퍼덕거렸다. 나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고 있음을 깨닫고 바로 그 날개를 만졌다.

<안드라스> ★★☆

레벨 : 31 / 35

종족 : 안드라스

나이 : 20세

성별 : 여성

등급 : Normal (N)

출생 : 안드라스의 던전

소속 : 안드라스의 던전

직업 : 성인 안드라스

역시. 예상대로였다.

예상대로 안드라스의 날개는 성감대였고, 포로로 구속한 덕분에 안드라스의 상세 정보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예상대로, 안드라스는 <안드라스의 던전>의 하수인이었다.

'자기 이름을 딴 종족을 만든 거네.'

안드라스라는 마족이 자기 이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마물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포르네우스는 핵심부에 미형의 종족만을 남기는 변태였고, 나는 그 과정에서 무참히 찢겨나갔던 종족들을 봐왔다.

'씨발년.'

포르네우스는 그걸 하나하나 제거하고 먹어치울 때마다 굳이 나를 불러 직접 눈으로 보게 하였다. 부족장을 부른다는 명목으로 추한 괴물들이라며 내 앞에서 제거한 건 분명 나를 엿먹이고 괴롭히려는 심상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나도 강해져야한다.'

나 개인으로서도, 던전의 주인으로서도, 그리고 언젠가 쿰처쿠 족을 이끌어나갈 대족장으로서도.

"그러니까 네가 좀 힘을 써줘야겠다."

나는 안드라스를 구속한 밧줄을 잡고 들어올렸다. 륜이 밧줄을 바짝 묶어놓은 덕분에 안드라스의 구속은 풀리는 일 없이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감옥 밖에서는 도망칠 확률도 올라가지만 괜찮다.'

"주인님, 식사는요?"

륜과 에일라를 비롯한 이들과 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스튜는 마을에서 노획한 폭이 깊은 냄비에 슬라임 드래곤의 체액을 오랜 시간 끓여낸 것이었다.

"끄응."

모처럼 륜과 에일라가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기는 했지만, 과연 저걸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여러모로 고민이 되었다.

"아빠, 설마 저희는 이거 먹게하고 그걸 드시려는 건 아니죠?"

메어리는 내가 손에 든 안드라스를 가리켰다. 나는 괜시리 찔려서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효과적인 정보 획득을 위해 안드라스를 따로 먹겠다는 걸 이들 앞에서 말 하기는 좀 그랬다.

꾸르르.

라임은 그릇 위에 스튜를 퍼담아 내게 건넸다. 나는 라임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스튜 그릇을 받았다.

후루룩.

"맛있어요?!"

"......개성 넘치는 맛이구나."

나는 이 날, 처음으로 자꾸만 저녁을 같이 먹어달라고, 둘이서라도 회식하자고 졸랐는지 깨달았다.

오늘의 교훈.

젤리는 일부러라도 끓여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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