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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67화 (67/800)

000676일차 -------------------------

마물은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그 자원을 얻을 방법은 지극히 한정되어있다.

라임의 덕분에 슬라임 서브 던전이 생겨, 그 안에서 슬라임들은 하루에 3번까지 최대 153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50마리보다 슬라임 드래곤 한 마리 챙기는게 맛도 영양도 효율도 좋으니, 딸들이 레벨링을 할 때마다 나는 함께 들어가 슬라임 드래곤을 챙겼다.

그렇다면 슬라임 이외의 자원은 어떻게 얻을 것인가?

나는 답을 찾아냈다.

- 마왕님한테 빌린다!

마석을 통해 마물들을 소환하면 그 마물들은 내 소유가 되며, 나의 명령을 받는 하수인이 된다.

- 이제 이 마물은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현재 내가 소환할 수 있는 마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마석소환>  마석을 사용하여 부하를 소환합니다.

# 슬라임 20 / 5 (최하)

# 빅슬라임 27 / 8 (하)

# 슬라인 27 / 10 (하)

# 슬라홀 1 / 5 (중)

# 구울   20 / 10 (최하)

# 하이구울  27 / 10 (하)

# 하피 20 / 30 (최하)

# 하피 엔젤 27 / 20 (하)

# 미니 가고일  20 / 15 (최하)

# 가고일 27 / 25 (하)

'종류만 보면 엄청 늘었어.'

일단 정상적으로 진화를 시켰기에 슬라홀도 소환이 가능하다. 동시에 ★★인 가고일을 소환하였기에, 그 하위 개체인 미니 가고일이라는 것도 소환이 가능하다.

'슬라임종은 소환할 가치가 없어.'

슬라임 서브 던전에서 직접 물건을 챙기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슬라임은 논외. 정 소환할 게 없으면 일퀘용 슬라임을 한 마리 소환하고 맛있게 먹어버리면 그만.

'하피는 깃털로 쓴다.'

알은 양계장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피의 깃털은 얻을 방법이 없다.

그러니 하피를 마왕성에서 공수하자!

아무렴 이 던전에서 낳은 알로 부화하는 존재의 자손을 죽이기에는 사기가 저하되니, 마왕성에서 파견되는 마물들을 죽여서 사용하자.

'시체가 남아서 다행이다.'

만약 마물의 시체가 던전에 먹혀들어 사라진다거나,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며 시스템에서 막으면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계획은 아주 적절히 들어맞았다.

"주인님! 완성했어요!"

륜은 하피 두 마리의 깃털이 잔뜩 들어간 배게를 들고 활짝 웃었다.

체액을 싸그리 비워 물에 세척한 슬라임 드래곤의 표피는 라임에 의해 한 번 더 세척되었다. 그리고 깨끗해진 표피 안에 하피의 깃털을 가득채워, 배게를 하나 만들어냈다.

나와 륜, 에일라가 셋이서 동시에 쓸 조금 긴 배게.

슬라임 드래곤의 체액은 금방 굳어져서 도저히 쓰지를 못하겠더라. 그에 비해 하피의 깃털은 적당히 푹신하고 양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두 마리 정도면 배게 세 개씩 만들겠다.'

궁극적으로는 이불과 옷까지 만들어내는게 목표지만, 당분간은 머리라도 편안히 뉘일 수 있는 배게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륜아."

"네."

나는 라인이 먹어치우고 남은 하피의 발톱을 손에 들었다. 라인은 딱딱한 건 먹기 싫은지, 조류의 발톱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음...."

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륜이 대답할 때 까지 발톱을 이용해 바닥을 벅벅 긁었다. 내구도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땅을 파기에는 정말 제격이긴 했다.

"발톱만 남겨서 밭을 갈게하는 건 좀 그런가?"

"...하피 분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요?"

"그럼 하지 말지 뭐."

나는 발톱을 라임에게 건넸고, 라임은 좋다고 받아먹었다.

'내 감성이랑 얘들 감성은 다르니까.'

이 세계에서의 상식을 가진 륜이 질색하면 진짜로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

"슬라임들을 바닥에 깔아서 침대로 만드는 건 어때?"

"물컹물컹하고 푹신하기야 하겠지만, 언제 슬라임에 잡아먹힐지 모르잖아요."

"구울들의 딱딱한 팔을 이용해서 뭔가 막대기로 삼는 건?"

"아무리 그래도 시체를 휘두르는 건 좀."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륜에게 하나하나 물어봤고, 륜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확실히 아니었다.

"그럼 적당히 생물 말고 다른 건 사용해도 되는 거겠지?"

"...주인님?"

륜은 사색이 되었지만, 마왕성에서의 자원을 빼먹겠다는 나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흐흐."

아직 최하급 마석은 남아있다. 그리고 하급 마석도 꽤나 제법 많이 남아있다.

"륜아."

"예."

"아주 오래전, 인류 문명이 가장 먼저 다루기 시작한 도구가 무엇인지 아느냐?"

"......?"

"돌이란다."

나는 하급 마석 25개를 소환 시설에 내려놓았다. 여전히 정원은 40을 유지한 채, 이제 새로운 마물이 모습을 드러낼 차례.

"가챠!"

<소환> 가고일 (★★)이 소환되었습니다.

못생겼다.

가고일은 처음 소환한 아이보다 훨씬 못나게 생겼다. 근육도 우락부락하지 않고 욕심만 그득한 박쥐처럼 생겼다. 나는 가고일이 듣지 못하게 륜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쟤 처음에 있던 애보다 좀 그렇지?"

"똑같은데요."

"아냐. 못생겼어."

구체적으로 ☆ 갯수가 못생겼다. 루나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우리 던전의 입구에서 석상이 되어 살고 있을텐데.

"주인님 혹시...?"

"이건 좀 그러냐?"

"...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허락이 떨어졌다. 나는 멀뚱멀뚱 서있는 가고일에게 내 앞을 가리켰다.

"이리로 와라."

나는 가고일을 소환 시설에서 빼냈고, 그 다음에는-

퍽!

가고일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러 터뜨렸다. 가고일은 금방 산산조각났고, 륜은 박수를 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한 방!"

"너도 한 방에 잡을 수 있다, 륜아...."

아무렴 75렙이 1렙짜리 가고일을 잡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나는 돌덩이가 된 가고일의 돌조각에서 제법 그럴싸한 물건들을 챙겼다.

"륜아. 이 날개, 삽으로 쓰면 적절할 것 같지 않니?"

"뭘 파묻으시게요?"

"글쎄."

그게 사람이 될 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될 지는 추후의 일이지만, 일단 돌조각들은 여러모로 좋은 곳에서 쓰일 것이다. 나는 가고일의  손톱을 들었다.

"이거 봐. 이거 딱 갈퀴로 쓰면 되잖아."

"...아무렴 하피들 발톱보다는 낫겠네요."

어떻게 만들었는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자고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인 만큼, 가고일로부터 얻은 온갖 간석기와 뗀석기는 인간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남은 마석은 20개. 하피들을 조금 더 구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오늘자 서브 던전은 횟수를 3번 다 돌았다.

메어리, 하르퓨이어, 슬라인. 세 딸들의 레벨은 어느덧 14. 슬라임 던전의 특성상 앞으로 딱 한 번씩만 경험치를 몰아주면 내일 각각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오늘 해야할 일을 해야지.'

메인 이벤트.

"륜, 너는 에일라랑 같이 배게 상태를 확인하고 있어. 그리고 라임, 너는 이것들 다 챙겨서 따라와."

꾸륵.

라임은 가고일의 돌조각을 몸안에 집어넣었다. 석상 하나 정도는 거뜬히 몸안에 삼킨 라임을 내가 번쩍 들어올리니, 딱 사람만큼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라임아, 무겁냐?"

꾸르륵.

라임은 제법 버거운 눈치였지만, 가고일의 돌조각을 머금어 생긴 그 무게감을 즐기고 있었다.

츄릅.

라임은 젖가슴으로 내 얼굴에 비볐고, 나는 붉은색으로 물든 시야 속에서 라임을 안고 던전의 긴 통로를 빠져나왔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

그건 나의 진화다.

* * *

그 시각, 비르고 남작령.

"미치겠군."

비르고 남작은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던전이 있어.'

마물들이 던전 밖으로 뛰쳐나와 마을을 습격했다. 그리고 시체 하나 제대로 남기지 않고 온전히 잡아먹고 사라졌다.

이 '사라졌다'는게 비르고 남작을 스트레스로 몰고들어갔다.

'마물들이 명령에 따라 던전에서 나와서 마을을 습격한다음 돌아갔다는 얘기잖아.'

단순히 마물들이 사는 소굴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휘를 하는 개체가 있다. 그리고 그건 마왕의 72던전의 입구가 열렸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방법이 없어.'

토벌대를 꾸린다. 그러면 자연히 영지 내에 던전이 생겼다는 걸 광고하는 셈이다.

정찰대를 꾸린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전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네."

영지민의 안녕인가, 아니면 자신의 안녕인가. 남작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따른 사고를 하는 인간이었다.

'내가 있어야 영지민도 있는 거지.'

비르고 남작 가문의 유일한 적자. 자신이 살아있어야 영지민들도 안전한 삶을 살게 되리라.

그럼 영지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온전히 유지함과 동시에, 영지에 손해를 입지 않고 던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하는 수밖에. 그에이 경!"

양피지에 깃털펜으로 문구를 휘갈긴 남작은 그에이 경을 소환했고, 곧 그에이 경은 집무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대, 분명 수도에 적을 둔 귀족 가문의 자제였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고향에 잠깐 다녀와주시겠나?"

갑작스런 휴가에 그에이는 당황했다. 남작이 그냥 휴가를 내어줄 리는 없을 터.

"뭔가 저희 가문에 말씀하실 거라도?"

"아니. 자네가 우리 남작가에 공헌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고 있네.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야, 이거."

남작은 양피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수도로 가는 길에 레오 후작령이 있지 않나? 거기 모험가 길드에 정식으로 이 의뢰를 좀 넣어주시게."

"아!"

그에이 경은 남작의 기지에 감탄했다.

"과연, 영지의 병사들이 직접 확인하러가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에이 경. 후우, ...이건 어쩔 수 없는게야. 우리 영지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너무 바빠서 도저히 이런 변방의 작은 마물 소굴 정도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지. 그렇지 않나?"

"예. 물론입니다."

"그럼 잘 부탁하네."

남작은 양피지를 그에이에게 건넸다. 둘의 눈은 잠시간 마주쳤고, 서로서로 상대의 본성을 확신하게 된 둘은 씩 미소지었다.

"그러면 남작님, 휴가는 언제부터?"

"...오랜만에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가지 않겠나?"

"남작님."

그에이는 은근한 눈빛으로 양피지를 품안에 집어넣었다. 탄탄한 가슴근육이 살짝 드러났고, 남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모처럼인데, 주군과 가신끼리 오붓하게 식사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좋군."

남작은 시종을 불렀다.

서걱, 서걱.

식당에는 스테이크 써는 소리만 울렸다.

* * *

밖에는 한창 인간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오셨나요?"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는 릴리였다. 릴리는 통나무를 반듯하게 눕혀, 구울의 도움으로 불을 지필 장작을 만들고 있었다.

"너희들에게 줄 장비다."

나는 가고일의 돌조각을 인간들에게 배부했다. 라임은 몸안에 가지고 있던 가고일의 조각들을 모두 바닥에 흩뿌렸다.

"모양은 이렇지만 제법 단단할 거다. 필요한 곳에 써라."

"......."

인간들은 조잡하지만 하나 둘 가고일의 조각들을 집어들었고, 그것을 이용해 적당히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나무를 깎는다거나, 누군가는 가고일의 날개를 이용해 진짜 삽처럼 쓴다거나, 누군가는 나무와 가고일의 발톱을 엮어 쟁이처럼 쓴다거나. 나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니들 엄청 익숙하구나?"

"몇 번을 화전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니까요."

릴리는 대수롭지않게 대답하며 땅에 구멍을 팠다. 노동 지원을 나온 구울들은 아주 능숙하게 통나무를 바닥에 파인 홈에 끼웠다.

"거, 거기 조금만 더 왼쪽으로...."

크르륵.

지루남은 구울에게 겁을 먹으며 부탁했지만, 하서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부탁에 따라 목책을 세웠다. 원래 공터 뿐이었던 던전 밖은 점점 구색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조잡하지만 점차 초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역시 인간들이 머리 굴리는 게 훨씬 낫네.'

자기들 알아서 적절히 목책을 세우고 집을 짓는게 아주 솜씨가 일품이다. 이렇게만 계속 가면 던전 밖에는 인간 마을이 충분히 만들어지고도 남을 터.

'정원 외의 인간들은 얼마든지 늘려도 좋아.'

마침 솔로몬에 의해 시간까지 가속되는 입장이니 이 얼마나 좋은가. 나는 함께 통나무를 나르며 움막을 강화하던 남자 둘을 불러세웠다.

"거기 두 명."

"네, 네? 저희 말씀이십니까...?"

"......."

조루남은 비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지루남은 차마 말은 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만 숙인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하는 걸 봐서, 적당히 기회를 주도록 하마."

"기회라 하심은...?"

"하피."

조루남이 반색했고, 지루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원하면 하피를 반려로 내어주마. 당사자도 원한다면."

"저, 정말이십니까?"

어느덧 조루남은 하피의 가슴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하피들을 먹을 수도 있고 하피들에게 먹힐 수도 있다."

"예...."

"그리고 너희."

"힉."

여자 노예 넷은 하던 작업을 멈추고 몸을 벌벌 떨었다. 나는 그저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저렇게 겁을 먹으니 내가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들의 운명을 보게 될 차례. 나는 내 옆에 자신만만하게 서있던 릴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잘 봐둬라."

"자, 잠깐만요, 이런 수치를, 허억?!"

쩌억.

나는 릴리의 허벅지를 안쪽에서 잡고 좌우로 벌린 채 들어올렸다.

수확, 10분 전.

"으, 허억!"

릴리의 몸이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인간들의 시선은 릴리를 향해 꽂혔다.

============================ 작품 후기 ============================

일요일 아침이니 한 편 더.

주인공부터 조연까지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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