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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61화 (61/800)

000615일차 -------------------------

나와 륜이 처음 조우한 지점은 분명 엘프의 숲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이었다.

애초에 내가 던전 근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목 작업을 하기도 했고, 륜은 호기심에 원래 넘어와서는 안 될 곳 까지 넘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네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기절했고, 이 분...이 도와주셨다는 거니?"

"네. 맞아요."

륜은 우리의 만남을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 돌렸다. 나는 루나에게 사기를 쳤고, 륜은 그 사기가 대충 아귀가 맞도록 루나의 말에 적당히 맞받아쳤다.

"혹시 무슨 일 당한 거 아니지?"

"무슨 일이요?"

"그거야...크흠."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라는 점을 이용해 륜은 손가락을 입술에 붙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던전으로 오는 행군길 동안, 륜은 저 연분홍빛 입술로 라임과 함께 내 물건에 혀를 휘감고 입을 맞췄던 것을.

"그렇구나.... 그럼 다행이야. 그런데 왜 주인님이니?"

"그, 그거야...."

륜은 우물쭈물하다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숲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는 걸요. 저는 이미 금기를 범한 몸이에요."

"......."

루나는 아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눈치를 슬쩍 봤다.

륜은 단지 엘프의 숲을 이탈하는 정도의 금기로, 설명만 잘 하면 정상참작이 가능한 정도의 문제였다.

"크흠...."

하지만 루나는 내 귀두가 닿은 이후, 본인이 타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적극적으로 성행위에 착수했다.

내가 깔아뭉게지며 내가 더 강하게 찍을 수 있게끔 삽입 각도를 맞춰줬던건 다름아닌 루나다.

엘프의 금기가 어느 정도 선까지는 허용이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금기를 범한 정도의 차이는 루나가 훨씬 심했다.

'거기에 내 씨앗까지 들어가버렸지.'

망할 정자와 시스템 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만에 터를 잡으면 어쩌자는 말인가.

"륜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얘기해. 알겠지?"

"네. 걱정마세요."

무슨 일은 륜이 아니라 네가 당했단다. 나는 아직 륜과 본방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루나는 30일이 지나면 숲에서 추방은 커녕 그 자리에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악랄한 계획이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 둘은 어느새 대화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언니 여기 다시 올 거예요?"

"응.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너 보러 종종 들릴게."

"아녜요. 저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어요. 굳이 힘들게 안 오셔도 돼요."

"그래도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 엘프를 그냥 외인에게 맡길 수는 없잖니. 륜, 내가 돌아가면 어떻게 방법을 알아볼게. 장로님께는...비밀로 하고."

굳이 신경쓰지 말라는 륜과 무조건 신경을 쓰겠다는 루나가 잠시 기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기싸움의 원인을 잘 알고있다.

'좆나 좋아서 죽으려하네.'

한 명은 나를 빼앗길까봐 무서워하고, 또 한 명은 나를 종종 먹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두 엘프를 보고 다짐했다.

'일단 크림 파이는 확정.'

크림이 치즈 크림만 들어갈 지, 아니면 초콜릿 무스가 들어갈 지는 나중의 일. 그런 내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루나는 나를 한 번 눈으로 흘기고는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럼 난 갈게. 륜, 조심해. 알겠지?"

"네. 언니도 저 때문에 무리하지 마세요."

루나는 나와 륜, 그리고 구울들의 환대를 받으며 떠났다. 중간중간에 인간들이 잡힌 것을 봤을 테지만, 루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우리 숲에 발만 디뎌봐. 그럼 모든게 다 끝이야."

인류 연합도 마족의 편도 정확히 서지 않는 만큼, 루나는 숲'만' 지키는 수호자로서 경고만 남긴 채 숲을 떠났다.

"하아...."

"주인님, 죄송해요."

갑자기 륜이 사과했다. 나는 오히려 내가 고마우면 고마웠지, 륜이 사과하는 이유를 알 수없었다.

"주, 주인님 명령 무시하고 던전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

명령을 무시하기는 했다. 결과가 좋으니 괜찮기야 하지만, 만약 침입자가 루나가 아니라 나같은 놈이었다면 지금쯤 나는 목이 뎅겅 잘리고 륜과 메어리가 그 놈의 아래에 앙앙거리는 걸 봐야할 지도 몰랐다.

".......음."

굳이 륜이 던전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마무리는 잘 되었다. 그러니 륜이 루나를 잘 낚은 것과는 별개로, 륜에게 벌을 줘야 했다.

"아무래도 네게 명령을 어긴 벌을 줘야겠구나."

"버, 벌이요?"

륜은 올게 왔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나는 륜에게 있어서 가장 효과가 좋을 법한 벌을 생각해냈다.

'진짜 질러봐?'

이게 과연 벌일지 모르지만,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질러버렸다.

"명령을 어긴 벌이다. 너 내일까지 내 꺼 먹지마."

"네?"

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런 게 어디있어요...! 그럼 저 또 슬라임만 먹을, 흐, 흐아아앙!!"

륜은 서럽게 울었다. 처음 봤을 때 공포에 지려버렸을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운 적은 처음이었다.

"흐어어엉, 그러지 마세요, 주인님 꿀 주세요, 제발요, 흐어엉."

"......."

나는 모진 마음을 먹고 단호히 거절했다. 륜은 울음을 뚝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내일까지라는 건 내일에는 먹을 수 있는거죠? 그렇죠?"

"......그, 그렇지. 오늘은 안 되는 거지."

내일 먹을 수 있다면 내일부터라고 말했겠지만, 나는 륜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져주기로 했다.

지금 내 상황을 굳이 비유하자면 여자친구 언니랑 놀아났다가 제대로 걸린 상황이 아닌가. 아니라고? 아님 말고.

"......그럼 저 오늘만 참아볼게요, 흐끅."

정말로 다행히 륜은 눈물을 참았다. 나는 륜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게 일단은 우리의 야습은 마무리되었다.공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슬라임들에 의해 다시 뚫렸고, 반대편 쪽으로도 메어리와 하피들이 절벽을 넘어 공수한 슬라임 부대에 의해 문이 열렸다.

-일단 공동에 싹다 집결.

나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모든 수하와 포로를 공동에 모았고, 구울들을 경계병으로 세운 채 다 함께 잠들었다.

시각은 이미 해가 떠오르는 시기였지만, 일단 잠부터 한 숨 자야했다.

* * *

다그닥, 다그닥.

비르고 남작령의 정찰대는 마을에 도착했다. 남작의 명령에 따라 소수의 정찰병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한 기사 그에이는 참혹한 마을의 모습에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을은 파괴되어있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흙바닥에 흥건한 핏자국만이 이 자리에 있었던 일들을 암시하고 있었다.

"다, 당장 생존자를 찾아!"

그에이 경은 병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저 잠깐 나들이 삼아 화전촌까지 행군을 했다며 농담을 주고받던 병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을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에이 경! 여기…!"

병사 하나라 폭삭 주저앉은 집의 안쪽을 가리켰다. 마을의 통나무집 중 가장 크기가 큰 집의 안에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사망한 시체가 침대 위에 놓여있었다.

"우욱."

남자는 알몸인 채로 무너져내린 통나무에 가슴이 꿰뚫린 채 죽어있었다. 그에이 경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남자의 피를 손가락으로 훔쳤다.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피만 봐서는 불과 한나절이 채 되지 않은 상태. 그리고 밖에서는 병사들이 여러가지 흔적들을 아주 손쉽게 발견해냈다.

"여기, 시체가 뜯어먹힌 흔적이 있습니다! 예의 구울인 것 같습니다!"

"여기...우웁. 하반신만 남은 상체가 있습니다. 주변에 질질 끌린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서는 슬라임에게 잡아먹힌 것 같습, 우웩!"

"그에이 경, 여기 사람들의 발자국이!"

"자, 잠깐!"

그에이 경은 혼란스러웠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 번에 들어와서 당황스러웠다.

"흔적을 지우거나 한 흔적은 전혀 없나?"

"......예?"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적의 흔적이 왜 이리 쉽게 발견되었느냐 이 말이야!!"

그에이 경은 병사들이 너무 흔적을 쉽게 찾은 것에 오히려 역정을 냈다. 심지어 한 병사는 엄청난 수의 발자국을 찾아냈다.

"누가 봐도 마을 사람들이 잡혀간 흔적이 아닌가…!"

그에이 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르고 남작령은 전선에서 분명히 거리가 떨어진 곳이라 나름 평화로웠던 곳이었건만, 성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의 화전촌에 마물의 흔적이 나타났다.

'진짜로 던전이 생겼다는 건가?'

믿을 수 없었다. 믿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정황은 하나의 답을 말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마물들이 직접 나와서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고 포로로 잡아갔다?'

말도 안 된다. 마물들이 인간을 일부는 잡아먹고 일부는 포로로 데려갔다는 것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젠장, 후방에서 적당히 편하게 지내려고 했건만!'

그에이 경은 눈앞에 어둠이 드리웠다. 본능은 사람들과 마물들의 발자국을 쫓아가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성은 책임을 회피하기를 종용하고 있다.

"그, 그에이 경.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병사들은 기사의 눈치를 봤다. 기사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입장으로서, 그에이가 당장 발자국을 쫓아가자고 하면 추격을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하, 함정일지도 모른다!"

그에이 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물들이 사람들을 데려간 건 분명 우리를 꼬드기려는 속임수야! 이 악랄한 놈들! 그러니 성으로 먼저 돌아간다! 영주님께 이 사실을 보고하는 거다!"

그에이 경은 현장에서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기를 포기했다. 변명에 따른 책임회피였으나, 병사들은 그에 반기를 들지 않았다.

반기를 들면? 구울들의 발자국이 가득한 곳을 뒤따라 가자는 말인가? 누가 거기로 가겠다는 말인가.

"......."

병사들은 서로 눈치만 볼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에이 경은 병사들이 눈에 서린 두려움과 공포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짐짓 엄한 눈초리로 호통을 쳤다.

"대 비르고 남작령의 병사들이여! 정신차려라! 어쩌면 던전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그대들이 두려워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그, 그럼 뒤를 쫓습니까?"

"아니! 성으로 달려간다! 당장 이 정보를 남작님께 알려야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며, 여신께서 내리신 운명이다!"

한 명만 가도 되고, 여신은 그들에게 그런 운명을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에이 경의 말 아래에 깔린 의도를 눈치채고 그에 동조했다.

이 자리에서 괜히 객기를 부리다 개죽음 당하기는 싫다.

그러므로 일단 성으로 돌아가자. 기사와 병사들은 서로 합의를 맺었고, 급히 성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떠난지 약 한 시간.

뚝.

뚜둑.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

"허리 더럽게 아프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하반신 전체가 뻐근했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원래 무겁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무거웠다.

'루나랑 씨름해서 근육통이 생긴 건가.'

이정도로 힘을 쓴 적이 언제 있던가 싶을 정도로 힘겹게 싸웠다. 특히 가장 힘을 많이 쓴 내 분신은 한 번 자고 일어났는데도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많이 쉬지 못하기는 했어.'

자정부터 나가서 마을을 습격했으니 그 전날에도 제대로 자지는 못했다. 새벽에 돌아와서도 루나와 떡을 쳤으니,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에 일어나도 피로가 풀릴 리가 없었다.

'빨리 할 거 하고 자야겠어.'

문제는 그 할 게 너무 많다는 것. 하지만 나는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에스투가 말하기를 너무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했지.'

평균보다 훨씬 빨라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나는 단지 효율을 극한으로 따지고자 했을 뿐이지만, 아쉽게도 마왕님이 흔드는 허리 속도는 내 던전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듯 했다.

'느긋하게 마음먹자.'

올릴 수 있는 건 당장 하고, 올릴 수 없는 건 나중에 조건이 채워지면 해도 문제될 건 없다. 그렇다면 내가 당장 해야할 것은 '인원'에 대한 문제.

포로.

하피 엔젤의 안에다 연발로 쏟아내던 조루남은 살아남았다. 하피 엔젤 왈, 속사라고 하더라.

여자들을 위로해주던 지루남도 살아남았다. 다만 아직까지 사정을 못하는 바람에 그의 성기는 괴사할 것 처럼 부풀어 있었다.

여자들은 릴리를 제외하고 네 명이 살아남았다. 그들은 악착같은 정신으로 내가 루나를 상대하는 세 시간동안 감시하는 구울 수 차례 조수를 터뜨렸다고 한다.

그리고 릴리.

내게 가장 먼저 안긴 이후 릴리는 일곱 명의 생존자들 사이에서 어느새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들 모두 노예가 될 처지였지만, 릴리는 자신의 지위를 은근슬쩍 다른 노예들과 다른 위치에 두었다.

"그럼 이제 선택을 할 차례다."

나는 인간들을 모두 감옥에서 꺼냈다. 종마 사냥꾼들과는 달리, 그들은 더이상 던전 내부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던전 바로 앞에서 살며 내 던전의 노예가 되겠느냐, 아니면 이 던전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겠느냐?"

후자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충분했다. 두 명의 남자와 다섯 여자는 고개를 조아리며 노예가 되기를 자처했다.

"좋다. 그러면 내가 영주로서 내리는 첫 명령이다."

나는 구울들을 가리켜 던전 밖을 가리켰다.

"집 만들어라."

"......."

노예들이 화전촌 주민들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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