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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52화 (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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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메이가 낳은 딸인 동시에, 나로부터 태어난 '인간'. 나는 이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기가 어려워서 일부러 만나기를 피했다.

"아빠, 어디가?"

메어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걸친 로브의 아래에 축 늘어진 큰 가슴은 메이를 닮았고, 살짝 눈꼬리가 쳐진 얼굴은 메리를 닮아있었다.

'정보를 확인하려면 그 방법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상대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은 성감대를 만지는 것 뿐이었다. 간혹 상대의 등급과 레벨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지만, 나는 감히 메어리를 확인하기가 두려웠다.

'아, 나 등신.'

"잠깐만."

나는 시스템에서 '부하 열람'을 띄웠다. 라임부터 시작하여 던전 내 부하들이 전부 상세히 나왔고, 그 마지막에는 메어리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상세 정보.'

* * *

<메어리> ★☆☆

레벨 : 1 / 60

종족 : 인간

나이 : 21세

성별 : 여성

등급 : Normal (N)

출생 : 쿰처쿠의 던전

소속 : 쿰처쿠의 던전

직업 : 마녀

* * *

메어리는 평범한 인간 마법사였다. 레벨이 메이보다 5만큼 더 높게 성장이 가능했지만, 거기서 끝.

"메어리."

"응."

"너 지금 진짜 나이 몇 살?"

"그건 내 신체적 나이를 묻는 거야, 아니면 진짜 나이를 말하는 거야?"

메어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반문했다. 그에 나는 정보 속 21세의 정체를 깨달았다.

'신체 나이네.'

메이는 태어난지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몸은 메이나 메리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성인이었다.

'육체의 전성기 상태로 태어나는 구나!'

부화를 하면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 하피의 부화가 새로운 성체 하피가 되듯, 마법진에는 뭔가 시간을 가속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게 아닐까.

'다음에 에스투 나오면 물어봐야지.'

그리고 성인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게'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말. 나는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가계도>.

<오크 x 인간> 오크 남자와 인간 여자의 결합.

# 예상결과 - 메어리

오크 (☆☆~☆☆☆. 75%)

인간(☆~☆☆☆. 20%)

??(☆☆☆☆. 5%)

# 현재 적용불가

<인간 x 인간> 인간 남자(포로)와 인간 여자의 결합.

# 예상결과 - 메어리

인간(☆~☆☆. 95%)

??(☆☆☆☆. 5%)

"...메어리."

"응?"

"하피들 있는 곳에는 절대로 가면 안된다. 알겠냐?"

"왜?"

메어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또다시 되물었다.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 지 몹시 난감했지만, 메어리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빠가 싫다고 하면 안 그럴게."

"...일단 그 호칭부터 바꿔볼까."

아직은 아빠라는 칭호가 몹시 어색하다.

"앞으로는 주인님이나 부족장님으로 부르도록."

"왜에?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 아빠는 내가 부끄러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좀 그래."

몇몇이 괜히 질투를 느낄까봐 무서웠다. 이미 나는 몇 차례 씨를 뿌리기는 했지만, 던전 내에서 괜한 암투가 벌어지는 건 지극히 사양이다.

"음.... 그래! 주인님.... 아니야, 어색하니까 그냥 아빠라고 부를래.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왜 굳이 주인님이나 부족장이라고 불러야 해? 던전 적으로는 주인이 맞지만, 그럼 나랑 너무 거리감이 들지 않아?"

"......."

마법사의 딸이라 그런지 아주 논리정연하다. 그리고 직업까지 '마녀'인 만큼, 메어리는 논리적인 말로 나를 설득하려했다.

"...에휴. 알았다. 대신 다른 엄마들 화내지 않도록 조심해라."

"엄마들이 많아?"

"엄청 많아질 거다."

"알았어. 그럼 내가 할 일은 그거네. 나 알아, '서열정리'라고 하는 거지?"

"......."

메어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을 내비쳤다. 던전에서 시스템의 덕으로 태어난 인간이어서 그런지, 이미 메어리는 한 명의 어엿한 성인이었다.

"메어리."

"응."

"그.... 뭐냐, 혹시 '그거'는 하고싶다거나 하지는 않지?"

"섹스?"

"야."

메어리의 노골적인 표현에 내가 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메어리는 당황하는 나를 놀려먹듯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빠. 내가 태어난 방식이 특이한 건 나도 알지만, 그 덕분에 엄마가 어떻게 됐는지도 알거든?"

"......그건 좀 미안하다."

"아냐, 전혀 사과할 필요 없어. 어차피 이 세계는 약육강식이잖아? 아빠도 나도 지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지."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현대의 감성으로 이 세계를 판단하기에는 뭔가 어려운 것 같았다.

"더군다나.... 아빠. 나는 엄마한테서 '기억'이랑 '기술'을 물려받았거든?"

"헉."

이거 내 딸이 아니라 그냥 메이가 딸로 환생한 거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히히, 그래서 어쩌다가 태어났는지 잘 알지롱. 걱정마. 나 그렇게 문란하지는 않아. 하지만."

메이는 은근슬쩍 내게 달라붙어 나를 올려다봤다.

"아빠가 허락만하면 나보다 강한 남자들 따먹고 다녀도 돼? 나보다 레벨 높은 애들이나 등급 높은 애들로. 아, 잘생기면 더 좋고!"

"......."

나는 이 대화를 통해 확신했다.

"하피 언니들한테 가지 말라는 건 종마 아저씨들 때문이지? 걱정마. 나 그정도로 고프지 않아. 헤헤."

식탐을 보아하니, 얘는 내 딸이 분명했다.

* * *

메어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일단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 하피들의 막사를 습격했다.

"자냐?"

"왔어, 주인님?"

"오셨...습니까?"

하피들은 태연하게 나를 반겼고, 종마 사냥꾼들은 깜짝 놀라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생각과는 달리 더이상 배를 맞추지는 않았다.

"왜 안 하냐?"

"음.... 더 서로서로 더 안 나오는 것도 있더라고. 그래서 일단 쉬고 있었어."

하피들은 막사 한 구석에 상당한 양의 알들을 쌓아놓았다. 눈으로만 훑어도 대략 9개는 훌쩍 넘어보였다.

"우리 대장은?"

"지금 내가 싸서 내 침대에서 쉬고 있는 중."

"아...."

하피들은 탄성과 동시에 내 아래를 눈으로 훑었다. 종마 사냥꾼들은 신병마냥 꼿꼿한 자세로 평상에 걸터앉아있었지만, 눈은 계속 내 아랫도리를 훑고 있었다.

"니들은 오늘 쉬어라. 하피들은 전부 집합. 설마 그것 좀 했다고 못 날아가는 건 아니겠지?"

"어머. 우리 지금 무시하는 거야? 오히려 바라던 바야. 던전 안에서는 좀처럼 날 수가 없어서 좀이 쑤셨다고."

"그럼 잘 됐네. 야."

나는 종마 사냥꾼들을 불렀다.

"지금부터 마을 습격하러 갈건데, 따라와라."

"예? 아무리 그래도 저희는 좀...."

"니들 가족은 살려줄게."

나는 사냥꾼들을 위해 아량을 베풀었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어영부영했다.

"왜?"

"아뇨. 그...저희 셋다 모두 총각들이라, 가족은 없습니다."

"저희 마을이 화전촌이라 젊은 애들이 실종된 넷이 전부였어요. 아기들도 없고."

"오호."

그렇다면 전부 죽여도 되는 인간들이란 말이렷다. 하지만 나는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던전 밖에다가 인간들의 마을을 만든다.'

그리고 메어리를 그들과 함께 지내도록 하여, 혹시나 던전이 망하더라도 메어리는 인간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살아갈 것이다.

여러모로 위험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어차피 화전촌에서 살아가던 이들.

그들은 던전 밖에서 살테니 정원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내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구울들과 함께 약간의 노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일단 싹다 데려와놓고 생각해보지."

"그, 혹시 반항하는 이들이 있으면 어쩌실려고 하십니까?"

"반항하면? 그 때는 당연한 거 아니냐?"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닫았다. 종마 사냥꾼들은 그에 몸서리를 치며 쭈그러들었다.

"흐흐흐. 굳이 보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머릿수는 채워라. 허리 흔들 힘은 없어도 움직일 힘은 남아 있을 거 아니냐?"

사냥꾼들의 수가 약 30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그와 동수를 이루는 전력이 갖춰져 있다.

"두 시간 휴식. 그리고 그 뒤에 출격한다."

야습.

나는 오늘 밤, 던전의 모든 인원을 끌고 나가 사냥꾼들의 화전촌을 습격할 것이다.

***

그 시각, 화전촌.

"어쩔 거요? 돌아갈 건가?"

"촌장 놈이랑 다같이 뒤졌겠지. 집에 이렇게 물건들 놔두고 어디 도망갈 사람들이던가?"

마을의 생존자들은 공터에 모여 저마다 자기 의견을 밝히고 있었다. 함께 살아온 정을 생각하여 구조단의 안위를 걱정하기는 했으나, 걱정만 할 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영지의 병사가 정찰까지 다녀갔잖어. 그럼 영주놈이 병사들 보내지 않을까?"

"영주놈이 아니라 영주년이다. 바뀐지가 언젠데 아직도 놈이래. 여보슈, 전직 대장 나으리. 어쩔 거요?"

모두의 시선이 얼굴에 칼자국이 난 사냥꾼에게 모였다. 그는 팔짱을 끼고 분위기를 잡다가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튀어야지?"

"또? 그 마녀 한 번 먹어보겠다면서 몇 달을 개기더니."

"아 글쎄 딸까지 있는 년이 촌장이랑 배맞을 줄 누가 알았나. 어찌나 끼고 다니던지 내가 다 민망스러웠어."

"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우, 촌장 사모님?"

"......몰라, 씨발."

촌장의 아내는 대장이라 불린 사냥꾼의 옆에 달라붙어 육포를 씹고 있었다. 어제까지의 모습은 철저한 연기였다는 듯, 촌장의 아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난 내 아들 놈 생사가 궁금할 뿐이야."

"왜? 복수하려고?"

"뒤졌으면 복수하고 살았으면 데리고 사는 거지. 어차피 내가 원해서 낳은 새끼도 아닌데."

바닥에 가래침을 퉤 뱉는 촌장 아내의 말은 가히 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있었다.

"흐흐, 조신한 척 하느라 욕 좀 봤겠어?"

"시끄러워. 그 놈 검술이랑 좆이 개쩌는 걸 어떡해? 닥치고 어떻게 할 지나 정해. 튈 거야, 아니면 여기서 개길꺼야?"

30명의 사냥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봤다. 서로 각자도생하며 화전촌에 모여들었던 만큼,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몹시 익숙했다.

"혼자서 또 땅 파고 집 지어야 하나…?"

"그래도 같이 뭐라도 하는게 낫지 않겠어?"

"방화를 하든 약탈을 하든 여럿이서 함께 하는게 좋지. 어이, 칼빵. 네가 대장해라."

"대장을 하라고 명령을 내리네, 이 씹새가. 네가 대장이냐?"

사냥꾼들은 언성을 높이며 으르렁거렸다. 촌장이 있을 때는 그나마 촌장의 말에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며 의사가 하나로 모였지만, 중재 역할을 하는 자가 사라지니 개판이 따로 없었다.

"아오. 아줌마. 아줌마가 그래도 완장 아내 했으니까 결정 내려. 어쩔래?"

"씨발 그걸 왜 나한테…. 썅 촌장 옆에서 꿀 좀 빨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려고 했더니 왜 나한테 이러냐…. 하, 몰라. 나는 오늘 그냥 잘래. 혹시나 오늘 밤에라도 돌아오면 어쩔래? 내일 아침까지 안 돌아오면 도망칠란다."

"그러다 영주년이 병사들이라도 보내면?"

"몰라! 잘 거라고!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면 피부 상해!"

촌장의 아내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냥꾼들도 어깨를 으쓱이며 난감해했다.

"진짜 어쩌지?"

"...나는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할란다."

대범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쭈볏거리며 남들의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아저씨, 짐 챙길 거요?"

"챙겨야지. 나는 짐싸는대로 튈란다. 여기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더라. 전장 나가서 칼질이나 하지 뭐."

사냥꾼들은 저마다 다른 선택을 내렸다. 그리고 그중 눈에 칼자국이 난 남자는 주변을 슥 훑더니 성큼성큼 공터를 지나쳤다.

"어디가?"

"자고 싶다잖아."

남자는 입꼬리를 씩 비틀며 촌장의 집 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문고리는 걸려있지 않았다.

"저 미친 놈. 눈에 칼 맞아도 저러네, 으휴."

"돌아오면 저 새끼들 모가지 날아간다에 내 은화 건다."

"돌아왔을 때 얘기잖아. 돌아오겠냐? 다 뒤졌지."

사냥꾼들은 각자의 집으로 모두 돌아갔다. 을씨년스러운 어둠이 화전촌에 깊게 내려앉고, 화전촌에는 침대 삐걱이는 소리나 코고는 소리, 그리고  야밤을 틈타 몰래 빠져나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사락, 사락.

화전촌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

쿠흐흡, 푸흐으.

거친 숨소리가 절벽 위에서 울려퍼졌다.

* * *

"불가하다. 숲의 수호자 루나는 경계 구역으로 돌아가라."

"......예."

1장로의 단호한 목소리에 루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는 장로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라야했으며, 루나가 부탁한 것도 사실상 무리에 가까웠다.

"자기 스스로 숲을 떠난 아이다. 이제 엘프라고 부르기도 뭣 하지. 한 번 숲을 스스로 떠난 이는 어떻게 되는 지 잊었느냐? 네 어미가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죄송합니다. 제가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루나는 이를 까득 물었다. 1장로는 루나를 내려보며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렸다.

"허튼 생각 말거라. 마왕군과의 전쟁이 격화되는 이 시국에 멋대로 행동하는 건 아무리 너라도 용서치 못한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고압적인 명령을 내린 1장로가 떠난 뒤, 루나는 흙바닥을 손으로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숲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물들이 있어. 거기에 륜이 납치되어있을 수도 있는데 1장로님은 어째서…?'

루나는 자신의 경계지역으로 달렸다. 밤공기는 차갑게 내려앉았고, 숲은 고요했다.

"...경계 구역으로 돌아가라고 하셨지."

그럼 경계하는 구역을 늘렸다고 변명하면 될 일.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지만, 역으로 1장로라고 해도 숲의 수호자 중 한 명인 루나를 함부로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1년 정도 근신하라고 하겠지.'

륜이 사라진 이상, 다른 엘프들을 노리는 누군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확인해보자. 가야할 장소는 시체 괴물들이 튀어나왔던 동굴.

루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나무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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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 메어리 나이 관련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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