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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49화 (49/800)

000494일차 -------------------------

새로운 종족은 언제나 환영이다.

새로운 등급은 언제나 환영이다.

나는 박수갈채를 치며 무지개빛 속에서 태어나는 거석상에게 외쳤다.

"해피 버스데이!"

<소환> 가고일 (★★☆☆) 이 소환되었습니다.

박쥐 얼굴에 탄탄한 근육질, 거기에 악마의 날개. 바위로 된 몸이라는 걸 제외하면 정말 제대로 된 던전의 가고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물소환권이 튀어나왔다. 일일 보상을 통해 하나가 더 생기니, 왠지 모르게 공짜로 소환한 느낌이 들었다.

태어날때부터 2성, 그리고 소환 시설 Lv.2에서 최대로 뽑아낼 수 있는 4성.

사실상 1%의 확률을 뚫고 지금의 소환 테이블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뽑아낸 셈이다.

'여성형 마물이 아닌 건 아쉽네.'

여러모로 아쉽긴 하다. 언제까지 하피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메이는 라임의 가슴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다가 하피 둥지가 되겠다.'

어쩌면 공동은 하피들의 주요 거점이 될지도 모른다. 박쥐처럼 천장에 메달려있다가 공동을 들어오는 순간 급습을 하는 것 처럼.

'전력 확충 때 까지 마물 소환은 조금 지양해야겠다.'

마물 소환권이나 마석 소환은 또다시 에스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나야 눈요기를 하는 걸로 기쁘기는 하지만, 에스투가 나온다는 건 또 뭔가 에러를 일으켰다는 말이기도 했다.

'괜히 72던전의 놈들이 쳐들어오면 곤란하지.'

바알의 옛 던전이라는 것에 대해 에스투나 바알은 그냥 넘어갈 지 몰라도, 그 아래의 다른 놈들은 소식을 들으면 호시탐탐 던전을 노릴 것이다.

'아직 기틀이 마련되지 않은 이상 좀 그래.'

기준은 포르네우스의 던전. 적어도 그 수준이 되려면 부하도 오백 가까이 되어야 했으며, 나같은 존재가 거의 열은 넘어야 했다.

'륜, 라임, 하서스, 그리고 가고일.'

핵심 멤버들을 최대한 집중적으로 키우고, 하피들을 양산하며 전력을 늘린다.

'소환 시설이 5레벨 까지 올라갈 때 까지 마물 소환서는 존버 간다.'

5성이 확률 테이블에 오르고 5%의 확률까지 오르는 날, 행복의 가챠 파티가 될 것이다. 기쁨의 폭발일지 아니면 폭사일지는 두고봐야할 일.

"다음 타자!"

나는 껍질은 없는 알을 챙겨왔다. 메이가 낳은 알이자 메이의 유품이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알이었다.

'근데 인간이랑 오크랑 한 건데 소환이 되나?'

포르네우스 던전에서는 거의 금기시 되던 조합인데 마왕성에서는 납품이 가능하다?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오크나 인간은 그렇다 쳐. 그럼 하프오크는?'

이미 몇 번 저지른 이들이 있다는 말 아닌가. 나는 괜히 오한이 들었다.

일단 까봐야 아는 일. 나는 바로 소환을 시도했다.

우우웅.

소환진의 정중앙에 있던 알이 좌우로 까딱거렸다. 소환진에서는 서서히 보라색 안개가 피어올랐고, 점점더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2성?'

아니다. 2성 치고는 마력의 흐름이 상당히 격하다. 설마 기적같은 확률로 4성이 다시 태어나는 걸까.

우우웅.

마력이 알에 스며들며 알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타조알보다 더 커지고, 짐볼보다 더 커지더니, 어느새 딱 냉장고만한 사이즈만큼 커졌다.

'이런 이펙트는 처음인데.'

쩌적, 쩍.

표면에서 금이 생겼다. 좌우가 갈라지며, 안쪽에서 보라색 안개가 흘러나왔다.

"......음."

안쪽에는 메이를 닮은듯한 소녀가 알몸으로 점액 사이에서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아빠?"

소녀의 눈동자는 녹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고, 소녀는 내 손을 잡고 번데기처럼 커진 알에서 빠져나왔다.

"와."

륜은 소녀의 엄청난 크기에 경악했다. 키는 륜과 대동소이했지만, 그 가슴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사이즈가 장난 아니었다.

"흐흐."

소녀의 웃음은 메이를 닮아있었다. 적어도 나를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너는 오늘부터 '메어리'다."

"네!"

<번식> 메어리 (★☆☆, 인간, Lv 1 / 60) 이 태어났습니다.

오늘따라 확률이 좋다. 에스투를 만나서 그런지, 또 5%의 확률을 뚫고 오크와 하프오크가 아닌 인간이 태어났다.

'오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인간 부하가 생겨날 줄이야. 하지만 나는 마음 속에 생겨난 이상한 감점에 뭐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자식은 평생 못 보겠네.'

딸인데 딸 같지가 않다. 이 느낌을 무어라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조금 더 끈끈한 던전의 부하같은 느낌이었다.

"...어찌됐든 축하한다. 메어리 너도, 가고일도."

비록 시각은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할 일은 많았다.

나는 둘의 정보에 대한 확인을-

<알림> 파후우=쿰처쿠의 진화 조건이 갱신되었습니다.

1) 레벨을 끝까지 올린다. ( 75 / 75 )

2) 서로 각기 다른 존재에게 파종을 하여 번식에 성공한다. ( 1 / 5 )

"......."

지극히 갈망하던 나의 진화 방법이 드디어 나타났다.

<일일 임무> 마물을 1회 소환한다.

# 보상 : 마물 소환서 1개

<일일임무> 마물을 1회 부화시킨다.

# 보상 : 마물 소환권 1개

...어째 모으기로 마음먹은 순간, 마물 소환서 2개도 생겼다.

* * *

하이구울들의 활약 덕분에 목재는 대량으로 수급되었으나, 정작 인원수를 늘리기 위한 막사를 더 늘릴 수는 없었다.

<알림> 막사는 1층에 최대 4개까지 건설 가능합니다.

"씁."

결국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마물은 쌓여만 가는데 최대 정원을 늘릴 방법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이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은 현재 두 가지.

'지하나 윗층을 더 늘리거나, 아니면 마물을 제물로 바치거나.'

전자는 슬라임들을 이용해 새롭게 길을 파내야했다. 절벽 전체에 다른 마물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던전으로 연결되는 차원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지하 1층이나 지상2층은 안전하겠지.'

내일 슬라임들은 열심히 땅을 파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지상보다는 지하가 나을 듯 싶었다.

'아니면 던전의 등급을 높이거나.'

현재 나의 던전 등급은 E. 이전에는 올릴 방법을 알 수 없었지만, 에스투를 만나고 난 덕분인지 시스템의 군데군데 생겨났던 구멍들이 하나 둘 메워지기 시작했다.

<던전 등급 상승>

# E등급 -> D등급

1) 위험도 50 달성 ( 25 / 50 )

2) ★★★ 부하 3인 이상 확보 ( 1 / 3 )

3) 소환 시설 Lv.2 달성 ( O / O )

<알림> - 던전 등급 상승

등급을 올릴 수록 더 많은 시설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도 늘어납니다.

'강화 시설이 분명 D등급에 개설할 수 있었지.'

<제물의 관>. 딱 봐도 부하 갈아넣게 생긴 이름의 시설은 하필이면 D등급 시설이었다.

'거기에 부화 관련 시설도 D등급이었어.'

<부화장>, <인큐베이터>. 어느쪽이든 지금 당장은 만들 수 없는 미지의 시설이다. D등급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위험도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던전 침입자가 딱 25명이었는데.'

25명을 죽이거나 포로로 만든 던전. 그들 중에는 ★도 있고 ★★★도 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알림> 위험도를 올리는 방법

# 던전 내 침입자를 격퇴한다.

# 던전의 주인보다 등급이나 높을 시 위험도 상승에 보너스.

'나보다 약한 놈들만 잡아서 1밖에 안 오른 거네.'

에스투 덕분에 이런 친절한 문구도 날아와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왕 친절한 거 구체적으로 나보다 높은 놈을 얼마나 잡으면 보너스가 올라가는지 알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스템이 거기까지는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직접 나타나면 알려주겠지?'

분명 해당 조건이 되면 또 귀신같이 튀어나올 것이다. 에일라같은 허당 4성도 있을테고.

'내일이면 에일라에게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터.'

에일라에게서는 과연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인간? 오크? 그도 아니면 5성짜리 무언가?

'기대는 접는게 좋겠다.'

당분간은 던전 등급을 올리는 것과 내 진화를 위해 신경만 쓰자.

'현재 정원은 37명. 최대 정원까지 41명.'

비록 4명의 정원이 남아있고, 오늘 소환 횟수가 엄청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빈 4자리를 소환을 통한 마물들로 채울 생각이 없었다.

내 아이들.

마물들을 정리할 수 있는 제물의 관을 만들기 전까지, 나는 남은 정원을 메어리부터 시작하여 낳을 나의 아이들로 정원을 꽉 채울 것이다.

하피들이 낳는 알들?

저장고 옆에 하나 둘 차근차근 쌓여나갈 것이다.

"......그거 먹으면 좀 그런가?"

먹으면 과연 하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임."

꾸륵.

라임은 천장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일일이 아래에 떨어지는 것보다 명령을 들은 다음 천장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가서 하피 데려와. 분대장으로."

라임은 아주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천장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배가 볼록해진 하피가 힘겹게 날아와 내 앞에 내려앉았다.

"불렀어?"

"내가 갈 걸 그랬나?"

"아, 아니. 괜찮아. 흐으윽...!"

전혀 안 괜찮아보이는데. 하피는 몸이 앞뒤로 크게 요동치며 날개를 떨었다. 나는 하피의 허리를 붙잡았고, 하피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을 헐떡였다.

"흐이익!"

툭.

종마 사냥꾼들에 의해 생겨난 알이 하피의 아래에서 툭 쏟아졌다. 제법 단단한 껍질 덕분에 상처 하나 없었고, 표면은 매끈하기는 했지만 또 같은 하피를 낳는 광택이었다.

"아...."

하피는 이제 제법 알을 낳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눈물과 침을 주륵주륵 흘리지는 않았다. 그저 소중한 것을 감싸는 듯 깃털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하피야."

"응."

"그거 우리가 먹으면 좀 그렇냐?"

"......."

하피는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도 내가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갑자기 엄청 미안해졌다.

"어.... 그, 하피 알은 먹으면 안 되는 거겠지? 그렇지?"

"......그거야 주인 마음이지."

하피는 퉁명스럽게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가 알을 깃털로 들어올려 내게 진상했다.

"이 모든 던전의 것은 주인 것이야. 이 알도, 이 알을 낳게 씨를 뿌린 인간들도, 그리고 이 알을 낳은 나도."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원래 하피의 알은 엄청 많이 먹히는 거야.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우리야 다음 세대를 낳는 거지만, 다른 종족들에게 있어서는 알이나 우리가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걸."

"......."

양심상 슬라임의 체액은 먹을 수 있어도 하피를 구워먹기는 조금 그랬다.

"나는 오히려 이상한 걸. 주인님 입장에서는 우리는 참새같은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까 심적 부담이 덜하기도 하고."

"흐흐. 그렇게 부담이라도 가져주니까 고맙네. 어떤 미친 놈들은 알들을 진열하고 스트레스 푼다고 막 깨버리고 그러거든. 부화를 해 줄 거 아니면 차라리 먹기라도 하던가. 쯧."

"......."

아무래도 마족이나 마물의 상식은 옛 인간이었던 내 관념과는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주인, 배고파? 먹고 싶어?"

"...음."

이게 다른 놈의 정액으로 빚어진 음식이라는 걸 생각하면 먹이가 참 그랬지만, 또 막상 하피가 방금 본인이 낳은 따끈따끈한 알을 깃털로 권하니 뭔가 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먹어도 되나?"

"그걸 왜 나한테 허락을 구해?"

하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하피가 상식이 이상한 건가 싶어 륜을 불렀다.

"륜아. 상황이 이러한데 너는 어떤 생각이냐."

"음.... 괜찮지 않을까요?"

륜 또한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동족끼리 잡아먹는 거라면 꺼리겠죠. 그쵸?"

"그건 그렇지. 아무리 주인이라도 나보고 내가 낳은 아이들을 먹으라고 하면, 나는 진지하게 벽에다가 머리를 박는 걸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

"아무렴 내가 거기까지 쓰레기는 아니지."

닭에게 달걀을 먹이는 미친 놈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럼 어떻게 할래? 이거 먹을 거야? 아니면 우리 막사에 넣어놓게."

"지금 많이 낳았냐?"

"음.... 딸들이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인간들이 영 힘들어하네. 지금 이것까지 합하면 9개 정도 모였어. 주인님이 바라는 건 없는 것 같지만."

죄다 하피★라는 말이었다. 94%의 확률로 1성밖에 뜨지 않으니, 유일한 하피 엔젤 처럼 6% 확률을 뚫지 않는 이상 다른 알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그럼 새 알을 낳으면 되지."

하지만 2성을 낳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하피의 겨드랑이를 잡고 침대로 옮겼다.

"어머?"

하피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올라타. 그리고 륜은 이쪽으로 와라."

"네!"

륜은 3P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하피도 이미 다른 인간들과 하면서 여럿이서 하는 것에 아무 꺼리낌이 없었다.

찌걱.

하피가 내 위에 올라타며 허리를 움직였다. 나는 동시에 내 위에 앉은 륜의 뒤를 살살 혀로 간질였다.

파종의 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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