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4화 (44/800)

000443일차 -------------------------

<소환 횟수> 15 / 20

다행히 부화도 소환 횟수에 카운트가 들어갔다. 여러모로 다행이다 싶어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남아있는 마석의 개수를 헤아렸다.

'최하급 마석은 15개.'

슬라임 던전에서의 첫 번째 뺑뺑이는 륜의 레벨을 올리는 것으로 끝났다. 마석을 제대로 챙기기도 전에 적들이 들이닥쳤고, 고작 6개밖에 챙기지 못했다.

'하급 마석도 남은 게 고작 24개 뿐이다.'

하이구울들을 소환하고 남은 갯수가 24개다. 라임이 하급 마석들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고, 결국 그냥 돌아오게 되었다.

'시간상 파밍을 통한 결실도 내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목재의 수급과 공동 내부의 정비에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시간은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기본 6시간이 걸리는 수확은 내일 자정이 넘어야 열매가 맺힐 것이다.

'저녁에는 외부 활동을 하기 껄끄러우니 사실상 끝이네.'

구울들은 전투의 여파로 인한 던전 내부의 정리.

슬라임들은 던전 내부에 무너진 곳들에 대한 보수공사.

하피들은 일부는 휴식, 일부는 새로운 생산활동에 몰두.

결국 남은 것은 던전의 주인인 내가 할 수 있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시설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

'내게는 목재 90개가 있다.'

하이구울들이 저장고에도 쌓지 못한 90개의 목재는 가만히 두면 금방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거의 200여개를 가져왔다가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밖에다가 던져놓은 것인만큼, 남은 목재들도 얼마든지 시스템에서 불량이라고 판정을 내릴 수도 있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전부 뭐가 있을까.'

나는 내가 건설 가능한 모든 시설들을 불러냈다.

침실. 1개.

저장고. 2개. 하나는 Lv.1.

감옥. 1개.

막사. 4개.

그리고 설계도를 통해 확보한 인큐베이터와 부화장. 누가봐도 후자의 둘은 파밍의 사이클을 돕는 시설같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니잖아.'

진짜로 급한 것은 따로 있다.

'포로 감옥.'

[촌장]이라고 하는 인간 포로가 하나 늘어남에 따라, 포로는 현재 세 명이 되었다.

촌장, 메이, 그리고 에일라.

"이 더러운 새끼! 어떻게 마물의 안에다가 쌀 수 있어! 너 때문에 인류는 망했어! 네 새끼가 인류를 죽일 첨병이 될 거라고!"

"뭐?! 씨발, 그게 구하러 온 사람한테 할 소리냐?!"

"구하러왔다가 잡혔잖아, 이 머저리야! 귀족 나으리한테 대가리 박고 병사들 보내달라고 했어야지!!"

"이 년이 못하는 말이 없어!! 가슴만 큰 년이! 어디 그 가슴으로 저 괴물 유혹해서 살아남았냐?!"

촌장과 메이는 서로를 향해 욕지기를 내뱉으며 으르렁거렸다. 둘은 불과 그제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정을 통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상황만 주어지면 서로 죽이려 들 앙숙이 되었다.

"너, 너 이년! 내가 못봤을 줄 알고! 나 똑똑히 봤어! 마지막에 네가 돼지같은 괴물에게 안 기는 걸! 시발, 인류의 배신자 년!"

"뭐?! 지랄하지마! 내가 너희들 살리려고 도망쳤다고! 그게 막다른 길이었던 걸 어떻게 해?! 내가 알았어?!"

"닥쳐, 닥쳐! 시발, 젠장!"

서로 욕을 하면서 감정이 상하는 건 좋은데, 이걸 계속 놔두니까 같은 공간 안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영 불편했다.

"...흐음."

륜은 내 아래에서 정성스레 식사를 하다가 눈을 찌푸렸다. 엘프인만큼 청각이 예민하여 두 인간의 고함이 잘 들린다는 걸 미쳐 배려하지 못했다.

'일단 증축을 해야겠어.'

<시설 증축> [포로 감옥]의 등급을 올립니다.

# 증축 결과 : Lv.0 -> Lv.1

# 상승 조건 : 포로 3인 확보 ( 3 / 3 )

# 예상 시각 : 2시간

시간은 걸리지만 따로 자재는 필요없었다.

마침 저장고 옆에는 하서스와 구울들이 모아온 사냥꾼들의 짐들이 쌓여있었다. 륜이 입은 로브도 전부 노획한 물품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제법 쓸만한 철들이 많이 섞여있었다. 단검이라거나, 화살촉이라거나. 메이의 철검의 양과 비교해 딱 세 개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

<건축> 자재를 확보하여 시설을 확충합니다.

# 건축 대상 : 포로 감옥

# 필요 자재 : 목재 90 / 10, 철재 3 / 1

'그렇지, 판정은 불필요지.'

건설할 위치에 짐만 놓으면 그만이다. 나는 철쪼가리들과 목재를 적당히 나눠 감옥의 옆에 일렬로 붙였다.

이걸로 남은 목재는 60.

에일라의 옆으로 감옥이 무려 세 개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만들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해.'

증축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요도를 빨아마시며 청소하는 륜의 귀를 톡톡 건드렸고, 륜은 입에 머금은 걸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저녁은 조금 늦었지만."

나는 륜을 데리고 소환시설의 앞으로 갔다. 가는 길에도 계속 륜의 뒤를 손가락으로 넣었다 빼며 뒷 통로를 확장시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으으...."

륜은 아예 내가 손가락을 넣기 편한 자세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빨리 앞서 나가기도 하고, 네 발 짐승처럼 기어가는 시늉을 하며 엉덩이를 치켜올리기도 했다.

찌걱, 찌걱.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노력이 가상해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뒀다. 내 손가락은 륜의 장액으로 번들거렸고, 나는 소환시설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아직 나에게는 다섯 번의 소환 기회가 남아있다.'

그리고 15, 24라는 한정된 마석의 양을 바탕으로 소환을 해야했다.

<마석소환>

# 하피엔젤 24 / 15 (하)

하피(★)가 낳은 덕분에 하피엔젤이라는 상위개체가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하피 계열의 마물을 소환할 생각이 없다.

'하피는 알을 까면 돼.'

그러니 당장 소환횟수를 채운다는 의도에 따라 소환할 놈들은 슬라임이나 구울.

특히 구울이 중요했다.

# 하이구울 24 / 10 (하)

하서스의 분대는 본인을 제외하고 8명. 분대장은 분대 정원에서 제외하는 시스템 특성 상 2명의 구울이 더 추가될 수 있었다.

'그 구울(★☆) 놈 정신도 차려야 하고.'

후임으로 자기보다 등급이 높은 구울들이 들어오면 그 놈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륜의 천도복숭아 맛 나는 꿀을 손가락에 비비며 가차없이 하이구울들을 소환했다.

"가챠!"

<소환> 하이구울(★★)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 하이구울(★★☆)이 소환되었습니다!

역시 륜은 영험했다.

"하, 파, 타.... 니들은 이제부터 차서스랑 자서스다."

카는...왠지...죽을 것 같으니까 이름을 못 쓰겠다. 언젠가 리치같은 몹이라도 나오면, 그 친구 이름은 카사스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서스!! 신병 받아라!!"

나는 공동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곧 하서스가 공동으로 달려와 새롭게 태어난 두 신병을 인계했다.

크르륵.

다행히 두 하이구울은 누구처럼 개념이 없지 않았다. 같은 하이구울임에도 레벨이 하서스가 훨씬 높으니 따르는 것 같기도 했다.

'자서스는 3성까지 성장 가능하니까 하서스랑 다르게 진화시켜봐야지.'

하이 구울의 성장은 총 세 방향. 내 의도에 따라 진화 루트가 정해지겠지만, 일단 조건을 만족하면 그 쪽으로 진화를 시켜주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걸로 분대는 모두 갖춰졌다.'

나머지 소환 횟수 3번.

그걸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먼저 선행해야했다.

"륜아, 라임아. 가자."

"어딜요?"

"아직 일퀘 두 번 더 못 돌았어."

잠시 뒤.

우리는 두 마리의 슬라임 드래곤을 처치했다. 이제 둘 다 빅슬라임을 여유롭게 잡을 수 있었고, 나는 뒤에서 마석만 줍다가 슬라임 드래곤만 대가리를 밟아 제압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중급 마석도 안 나오는 거 굳이 잡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던전 보스를 안 잡고 나가면 찝찝하지 않은가. 륜도 라임도 슬라임 드래곤을 잡으며 경험치가 쌓였을테고.

그리하여 2번의 슬라임 던전 뺑뺑이 끝에 얻은 마석이 최하급 42개, 하급 4개.

아무래도 하급 마석은 공친 느낌이 크지만, 대신 그만큼 최하급이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라임아."

꾸르륵?

"하급 다 먹어라."

내가 하급 마석들을 집어던지자, 라임은 탭댄스를 추며 하급 마석들을 받아먹었다.

[라임] ★★☆☆ Lv.25

그리고 그 덕분에, 라임은 레벨이 25로 올랐다. 천장을 뚫었던 것, 인간들을 잡아먹은 것, 그리고 마석까지 먹은 것을 통해 라임은 우리 던전에서 최고 레벨이 되었다.

"라임아."

구륵.

"너 머리 더 좋게 만들어주마."

그리고 내일, 라임은 우리 던전 최고의 지성을 가진 존재가 되리라. 라임은 내 말에 허리를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륜은 라임의 모습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라임, 인간포식 9 / 10.

그리고 우리 던전에는 아직 먹지 않은 인간 여자가 하나 있다.

에일라는 내가 먹어야하니까 패스.

나는 내일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남은 소환 횟수를 채웠다.

"가챠."

<소환> 슬라임 (★)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 슬라임 (★)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 슬라임 (★☆☆)이 소환되었습니다.

"이걸로 소환 횟수는 다 채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기다리기만 하던게 드디어 나타났다.

<시설 증축> [소환시설]의 등급을 올립니다.

# 증축 결과 : Lv.1 -> Lv.2

# 상승 조건 : 마물소환 20회

★★ 이상 3개체 확보

# 예상 시각 : 6시간

당연히 증축. 그 동안은 소환 시설이 사용할 수 없게 되겠지만, 이미 오늘자 소환은 끝났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시설 증축이 완료되어 있을 터.

이제 날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면 될 일.

"그럼 이제 자자, 륜아."

"...주인님?"

륜은 아직까지도 시끄럽게 서로를 욕하는 두 인간을 가리켰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부싸움을 하는 두 인간에게 엄포를 놓았다.

"지금부터 소리 조금이라도 내는 놈이 있으면 구울을 이용해서 박아주겠다."

아주 조용해지더라.

나는 륜을 내 품에 안고, 뒤에 손가락을 넣고 잠들었다.

* * *

새액, 새액.

모두가 잠든 시각.

메이는 숨을 고르며 기회를 엿보았다.

던전을 자력으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

그러므로 '희생양'이 필요했다.

끄덕, 끄덕.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메이와 촌장은 딱 하나의 접점을 보았다.

- 그럼 마을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은 어쩔 건데!

- 몰라! 이제 어떻게 될 지 내가 어떻게 알아!

제물을 바치자.

그리고 그 사이에 도망치자.

둘은 용병 시절에 쓰던 손가락 신호로 모종의 합의를 보았다. 의사가 잘 전달되지 않을 법도 했지만, 둘은 수도 없이 배를 맞췄던 만큼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사를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쟤도 개새끼야.'

같은 마을에서 살았건 말건, 그들의 목숨을 바쳐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마을은 커녕 도시 전체를 바쳐도 이상하지 않을 자들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살아남는다.'

다행히 괴물은 자신을 욕보이기 위해 일부러 뒤에다가 쑤시기는 하였지만, 촌장은 아직까지 그건 모른다. 그에 비해 메이 자신은 촌장이 마물에게 씨를 뿌려 새 생명을 잉태시켰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둘이 도망쳐서 밖에 나가기만 한다면, 촌장은 앞으로 평생을 메이를 위해 살아야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그도 아니면 메이의 목을 날려 제거하던가.

'몇 번 대주면서 구슬리면 적당히 넘어오겠지.'

죽는 건 사양이다. 그러니 적절히 앙탈을 부리며 살아남기로 하자. 촌장이 다른 건 몰라도 기술 하나는 뛰어나니까.

하지만.

"흐으...."

메이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한 번 거근에 꿰뚫린 뒤가 좀처럼 쑤셔서 잠이 오지 않았다.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어서 위로를 하고 싶건만, 소리를 냈다가는 분명히 들킬 것이다.

"하아."

분명히 컸다. 촌장보다도 더. 그리고 메이는 그 거근이 자신에게는 다른, 그 미친 엘프에게는 상냥하게 쑤시려는 걸 눈 앞에서 봤다.

'한 번은 해보고 가...?'

궁금하기는 했다. 그 거근이 앞을 꿰뚫으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꿀꺽.

메이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자신의 배가 아주 조금씩, 서서히 부풀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 * *

그 시각, 비르고 남작령.

"하아, 하아!"

남자는 성벽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경비병들은 남자의 초라한 행색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가 풍기는 귀기에 자신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흐, 흐으윽...!"

남자는 온몸에 상처가 심했다. 눈가도 찢어져 흘러내리는 피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여, 영주님을 뵙고 싶습니다!"

"...이 사람아.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진정하고-"

"던전입니다!"

남자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아들을 위해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기로 했다.

"마을에...던전이 생겼습니다!"

* * *

<3일차 로그>

막사 Lv.0 구축 (1개째)

하피 ★☆ 소환

하피 ★☆☆ 소환

마물소환권 1개 획득

<촌장과 구조대> 침입

륜 진화 (★★☆☆☆, 하이엘프)

<촌장과 구조대> 격퇴

마물소환권 1개 획득

마물 강화진 1개 획득

하피 ★ 부화

마물 소환권 2개 획득

인큐베이터 설계도 획득

부화장 설계도 획득

하피 ★ 부화

하피엔젤 ★★☆ 부화

포로 감옥 3개 증축

하이구울★★ 소환

하이구울★★☆ 소환

슬라임 ★ 2개체 소환

슬라임 ★☆☆ 소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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