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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5화 (35/800)

000353일차 -------------------------

<쿰처쿠의 던전>

등급 : E급

위험도 : 5

정원 : 23 / 26

포로 : 2 / 3

"푸하아!"

부하들의 답답한 움직임이 해결되었다. 나는 속이 다 시원했고, 륜도 제 움직임을 되찾았다.

"구울들 전원 집합!"

하서스와 8마리 구울들은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막사의 문을 열었고 나무로 된 실내를 가리켰다.

"으, 짬내."

개인용 침대? 그런 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막사를 그대로 답습한, 좌우로 기다랗게 자리잡은 두 개의 침상은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키에엑.

그러나 구울들은 그것만으로도 기뻐했다. 자신들이 쉴 곳이 생겼다는 것에 제법 마음이 든 눈치였고, 하나둘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저새끼가 흙발로 올라가?'

구울(★☆)은 가장 먼저 침상에 올라가 대자로 누웠다. 하이구울조차 자리를 정하지 않았는데, 고작 구울이 먼저 자기 자리-그것도 가장 안쪽을 선점한 건 정말 눈으로도 보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하서스야, 저거 관리 잘해라."

크륵.

하서스는 몸둘 바를 몰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나름 자기 분대라고 챙겨주려는 마음씨가 갸륵하여, 나는 구울(★☆)의 행동을 한 번만 눈감아주기로 했다.

'지가 구울 중에 특출나니까.'

여섯 마리 구울 중 홀로 진화가 가능한 존재이니, 자기가 은연중에 특별하다고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진화 안 시켜주면 그만인 것을.'

하서스야 워낙에 잘하니까 굳이 흠을 잡을 것도 없지만, 진화를 할 수 있어도 진화를 하기 싫게 만드는 놈들은 진화의 우선 순위에서 배제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집중."

나는 발을 굴러 구울들의 시선을 모았다.

"니들 자리는 하서스가 알아서 정할 거고, 이제부터 해야할 일이 하나 있다."

나는 막사의 밖을 가리켰다.

"이제 몸 풀렸으면 가서 목재 더 구해와야지?"

가챠를 위해서는 막사를 늘리는 게 필수였다.

키에엑.

구울(★☆)이 괴성을 지르며 오도방정을 떨었다. 진짜 죽일까?

내가 주먹을 여러 번 말아쥐었던 순간.

빠---악!

하서스가 긴 팔을 휘둘러 구울의 뒷통수를 후려버렸다. 구울의 대가리가 바닥을 굴렀다.

크륵.

"......죽지는 않았네."

분대 내의 일까지 내가 간섭은 하지 말자. 하서스가 레벨은 훨씬 높으니 알아서 내부를 정리할 것이다.

오전, 나는 구울 분대에게 목재의 수급을 지시했다.

* * *

"륜아, 따라 해봐라. 가챠!"

"가츠아...?"

"그래. 가즈아."

소환의 시간이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륜과 손을 맞잡고 소환진 앞에 섰다.

무엇을 소환할 것인가. 그건 이미 정했다.

'하피를 늘린다.'

마물 소환권을 사용하면 새로운 마물이 소환 될 수도 있지만, 한 개 있는 마물 소환권은 아끼기로 했다.

'소환 시설 레벨 올리고 써야지.'

레벨 상승의 조건 중 하나인 '★★ 3개체 이상'은 진즉에 달성했고, 그 수는 차고 넘친다.

어차피 나머지는 오늘 자 소환 횟수를 채우기만 하면 그만이니, 정원을 늘리고 소환만 주구장창 해대면 그만.

하피 두 번.

최하급 마석 60개를 꼴아박는 소환이지만, 그래도 하피는 여럿이 있는 게 좋았다.

'공동에 박쥐처럼 매달려있다가 급습을 할 수도 있고, 별이 늘어나면 걔를 이용해서 파밍을 할 수도 있다.'

어제 물 길으러 다니는 걸 보니까 조금은 안쓰럽더라. 나는 하피를 소환하기 위해 마물 소환진 앞에 섰다.

<마석소환> 마석을 이용하여 부하를 소환합니다.

# 하피 79 / 30 (최하)

"후우...."

2번 연속으로 소환한다. 소환 확률 상 4성은 뜨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만 뜨지는 않을 것이다.

한 번은 내가, 그리고 한 번은 륜의 손을 빌어서.

"하피 퀸 떳냐?!"

하피 (★☆) 가 소환되었습니다.

하피 (★☆☆)가 소환되었습니다.

"......."

던전의 정원은 25/26.

하피들은 다소곳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이 아닌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지만, 그래도 상위 개체가 나오지 않을까 속으로 설레였다.

'그런 미래는 나한테 없었고.'

"하, 하하, 하."

소환의 횟수가 아직까지 고작 22번 밖에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한 자리수 대의 확률이 몇 번 더 나올 때가 아닌가? 20연차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그딴 게 어딨어? 많이 나오면 좋은 거지.'

괜히 ★짜리 놈들을 갈아버리냐 마냐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 어떻게 레벨을 올려 진화를 시킬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게 훨씬 좋다.

"하피들 집합...."

하피들을 부르는데 힘이 없다. 다행히 머리 색깔이 다 달라서 구분하기는 편했다.

"네가 대장이다."

나는 하피에게 완장을 채웠다. 하피(★)는 자신이 완장을 찬 것에 의아해했다.

"내가...?"

"어, 네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아니면 일단 경력이라도 대우를 해줘야 했다. 하피의 상위 개체가 나왔다면 모를까, 일단 지금은 다 똑같은 1성 하피다.

"흐윽, 열심히 할게, 나...!"

하지만 하피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의욕을 다졌다. 나는 하피 분대-고작 3명 뿐이기는 하지만-가 만들어진 기념으로 그들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자, 가서 물 길어와."

오전, 하피 분대는 또 하나의 저장고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어쨌든 마물 소환권 1개 획득.'

<일일 임무> 마물을 1회 소환한다.

# 보상 : 마물 소환서 1개

일일 퀘스트는 중요하다. 어제는 마물 소환권으로 소환 횟수를 채웠지만, 다행히 마석을 통한 소환도 카운트에 들어갔다.

'이걸로 2개.'

시설이 증축되면 바로 기념으로 가챠를 돌릴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할 것은 하나.

"츕, 쮸읍, 하아."

륜은 조금 늦은 아침을 제대로 섭취했고, 나는 륜을 일으켜 내 어깨 위로 올렸다.

"륜아."

"네."

"너 하이 엘프 찍을 시간이다."

"......?"

직접 진화를 해봐야 알 지. 나는 륜과 라임을 함께 데리고 공동을 빠져나가, 서브 던전으로 들어갔다.

륜의 레벨은 14.

이제 1만 더 올리면 진화가 완료될 것이다.

* * *

그 시각.

촌장이 이끄는 <촌장과 구조대>는 실종된 이들의 흔적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젠장, 이래서야 원.'

한 명은 흔적이 아니라 도망갈 구멍을 찾고 있었지만, 성인 스무 명이 작정하고 숲을 뒤지니 아주 작은 흔적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이거 마녀 비둘기가 흘린 피 아니야?"

눈썰미 좋은 사냥꾼이 바닥에 뚝뚝 떨어져 굳은 검붉은 피를 가리켰다. 마침 방향은 마을을 향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비둘기의 발자국이 나있었다.

"글쎄. 그냥 어디 사냥 당하고 피 흘리는 새 발자국 아닌가?"

촌장은 발자국을 가리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로 메이가 보낸 전서구의 발자국이어서는 안 된다.

'그럼 씨발 비둘기 날린 곳 까지 가게 생겼잖아!'

새가 걷지는 않았으니 날아서 왔을테고, 적어도 모종의 일로 지쳐서 걸어왔다면 거기까지는 흔적이 이어져 있을 것이다.

"맞네! 따라가봅시다!"

그리고 그건 촌장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눈치를 충분히 챌 법 했다. 화전촌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사냥을 통해 입에 풀칠을 했고, 눈썰미가 제법 좋았다.

저벅, 저벅.

촌장은 결국 나머지 19명의 의견에 따라 비둘기의 발자국을 쫓았다. 흔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끊겼다.

"이건...."

"여기서 처박은 모양인데?"

발자국의 시작점에는 비둘기의 깃털과 핏자국이 가득했다. 하늘을 날다가 고꾸라진 모양새였고, 사냥꾼 출신인 이들이 흔적을 훑었다.

"저쪽으로 가봅시다."

"새가 마을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왔을 수도 있으니까."

"에이, 그럴 리가 있는가? 그냥 고개를 처박고 어쩌다보니 도착한 거겠지."

촌장은 다시금 궁시렁거렸다. 그에 활을 들고 선두에 서있던 잭의 아버지가 성난 얼굴로 촌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촌장 님은 지금 구할 의지가 있는 거요? 아까부터 자꾸 초만 치는데, 도대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사람아."

"크흠. 미안하오. 아무튼 너무 그러지 마시오. 내 감에 따르면, 이 방향은 확실하니."

잭의 아버지는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50명 채 살지 않는 작은 화전촌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며, 당연히 촌장과 메이의 관계나 그 보다 더한 비사를 알고 있는 이들도 존재했다.

'콱 어디 괴물들 만나서 다 뒤졌으면.'

"모두 엎드려!"

선두의 사냥꾼들이 잽싸게 몸을 숙였다. 뒤따르던 이들도 허겁지겁 수풀 사이로 몸을 숨겼다.

"......뭐여?"

촌장은 눈을 의심했다.

시체 같은 놈들이 나무를 향해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더니, 다시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할퀴어 잘라냈고, 그 한 가운데에 거대한 토막을 들고 어딘가로 나르기 시작했다.

크르륵?

붉은 피부의 시체가 주변을 훑었다. 촌장은 숨을 죽였고, 다행히 시체는 촌장과 구조대를 눈치채지 못했다.

크륵.

시체들은 저마다 나무토막을 양 어깨에 올리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제법 빠르지만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 그 움직임은 분명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것처럼 체계적이었다.

"미친."

"촌장님...?"

촌장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던전이다.'

괴물들은 던전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괴물들이었다.

'공략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어.'

실제로는 어떨 지 모르지만, 적어도 촌장의 상식은 그러했다.

"촌장...? 일단 불안한데 남작님께라도 알리는 게...?"

"조심히 추적합시다. 저 놈들의 뒤를 밟으면, 분명 본거지가 나올거요. 그리고 거기에 아이들이 있을 것이요."

그리고 촌장의 인생을 펴게 해 줄 금은보화가 있을 것이다.

촌장과 구조대는 괴물들이 떠난 후, 그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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