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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4화 (34/800)

000343일차 -------------------------

3일째.

아침이 되었다.

"가챠마렵다."

적습은 전혀 없었고, 나는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지금 가챠 돌리면 3성 뜰 각인데.'

내게는 마석이 넘쳐나고, 히든 보스를 클리어하고 나온 마물소환권도 하나 있다. 거기에 마석들도 충분히 수가 확보된 상황. 어제 서브던전을 3번째 돈 덕분에, 마석들은 기존에 있던 양을 포함해 상당히 많이 쌓인 상태다.

최하급 마석, 79개.

하급 마석, 24개.

중급 마석이야 1개 있지만 아직 3성짜리 마물을 소환할 수는 없었다.

이걸로 어지간한 마물은 다 뽑을 수 있고, 거기에 신경은 쓰지 않고 있었지만 마석으로 소환 가능한 것도 하나 늘었다.

<마석소환>  마석을 사용하여 부하를 소환합니다.

# 빅슬라임 24  / 8 (하)

'이걸로 슬라임들은 소환할 필요가 없어.'

빅슬라임들을 잡아서 나오는 하급 마석으로 빅슬라임을 소환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굳이 어렵게 진화를 시킬 필요도 없고.

'아, 지금 가챠하면 3성만 오지게 뜰 것 같은데.'

심지어 ★★★으로.

'나야 얼마든지 허락하지만, 과연 시스템이 허락할까?'

"주인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륜은 슬라홀의 체액으로 입을 적시고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보다 내가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륜은 멎쩍은 얼굴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잠깐 이것부터 하고."

던전 생활의 흐름은 소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흐름이 시작부터 막히면 여러모로 난감해진다.

"가챠!"

<정원 초과> 던전 내의 정원이 너무 많습니다.

# 막사를 지어서 최대 정원을 늘리십시오.

"하서스!"

나는 구울 부대를 소집했다. 하지만 죄다 어째 행동이 굼뜬 것이, 꼭 과부하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

답답했다. 몹시 답답했다. 움직임이 굼뜨는 것도 모자라서 공동으로 모이는 시간마저 느렸다.

'몸 움직임만 느린 모양이네.'

이래서야 어디 적이 나타나면 제대로 요격이나 할 수 있을까? 상대는 가능하지만, 메이의 습격에서 하서스가 부리나케 도망쳤던 것 같은 일은 할 수 없을 터.

'2명이 줄어야 해.'

나 1명, 륜 1명.

슬라임 종 11명.

구울 종 9명.

거기에 하피 1명.

'당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 없나?'

보통 이런 상황에서 보면 부하를 합성시키거나, 둘 이상을 제물로 바쳐서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키거나, 아니면 부하를 제물로 바쳐서 경험치를 늘리거나 하던데.

'시스템 안 뜨는 거 봐서는 당장 못하나 보네.'

셋 중 하나라도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음...."

막상 누구 둘을 없애려고 하니 그것도 골치가 아팠다.

'제거한다면 ★들이 사라지는 게 맞아.'

조금 굼떠도 목재 20개를 확보하여 정원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인원수를 줄여 신속하게 움직일 것인가.

답은 후자다.

'오늘 소환 시설 레벨 올리고 가챠해야돼.'

소환 시설을 다음 레벨로 올리기 위한 소환 횟수가 10회 남아있다. 비록 레벨 상승에 따른 소환의 이점을 얻는 건 내일 가능하더라도, 당장 입을 줄여야 하는게 급선무.

"......슬라임은 얼마든지 다시 얻을 수 있다."

구울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하피도 더 얻을 방법이 있다. 최하급 마석만 갈아넣으면 충분히 성장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

슬라임(★)들은 열심히 던전을 파냈다. 비록 멍청하기는 하지만, 다들 레벨이 거의 10을 넘겼고, 던전을 확장해나갈 주역들이다.

구울(★)들 또한 열심히 목재를 날랐다. 마찬가지로 빡대가리들이기는 하지만, 기회만 되면 금방 레벨이 올라 열심히 목재를 나를 것이다.

하피(★)는 열심히 좆을 빨았다.

"......에이, 쓰벌."

효율만 따지면 버리고 새로 뽑는게 맞는데, 막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죄책감이 든다기 보다는, 태생이 저렇게 태어난 놈들을 별이 낮다고 버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모르겠다. 뭔가 방법이 있겠지."

완전히 막다른 길이라면 모를까, 막힌 흐름을 뚫을 방법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도 늘릴 방법이 있을 거다.'

아직까지 내 던전 등급이 낮아서 그런 시설이 열리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을 폐기하는 방안은 보류.

"륜아, 오늘 아침은 점심이랑 같이 먹도록 하자. 대신 평소보다 두 배로 줄게."

"아침에 바쁘세요? 슬라임들 잡으러 가시나요?"

"아니. 그런데 너 지금 몸 좀 둔하지 않냐?"

"......생각해보니 조금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것 같기도 하네요."

딱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던전 몹들이 부하가 걸렸다. '나'를 빼고.

"기다려라. 목재 좀 파밍하게."

딱 20개만 챙겨서 막사 만들고 숨통을 터야겠다.

"쿠흐흡."

첫 날 이후로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던전을 빠져나와 숲으로 향했다.

* * *

그 시각, 화전촌.

"갑시다."

촌장은 비장한 각오로 검을 치켜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불평불만이 가득했으나, 솔선수범하여 장비를 챙겨나온 촌장의 비장한 모습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촌장 님? 하루니까 적어도 오후까지는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랬다가는 늦네. 이미 늦은 걸지도 모르지. ...미안하네,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촌장의 비장함에 마을사람들은 감화되었다. 촌장이 마을 주민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기에 카리스마에 휘둘리는 것도 있었다.

"가세. 다함께 돌아와서 점심을 함께 먹도록 하지."

촌장은 마을 주민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카이 아범은 아직 안 돌아왔나?"

"예...."

"쯧, 거 사람 참."

카이의 모친은 사라진 아들과 남편을 걱정하다 결국 쓰러졌다. 어쩌면 남편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 다들 걱정이 태산같았지만, 촌장은 그보다 다른 문제가 걱정이었다.

'젠장, 도망칠 수가 없었어.'

기회만 되면 당장 짐을 싸들고 튀었을테지만, 아내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리처드를 걱정하는 통에 도망치지도 못했다.

'영지군이 오면 세금 뜯어갈 게 분명하고, 기사라도 오는 순간....'

꿀꺽. 촌장은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자신은 기사에게 잡혀서는 안 되는 몸이었다.

"가세.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구합시다."

그 위험 속에서, 촌장은 홀로 사라지리라. 마을사람들은 그조차 모른 채, 결의를 다지며 농기구를 챙겨들었다.

촌장과 구조대.

노약자들을 두고 온 사람들은 화전촌을 떠나 실종자들의 수색에 나섰다.

* * *

목재가 20개 모였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아, 후아."

"주인님, 목 마르세요? 뭣 좀 마실래요?"

"지금 너 마실 기력 없으니까 좀 쉬게 해줘라, 후우."

나는 하피가 떠온 계곡수가 든 나무잔을 들어올렸다. 아무리 먹고 마실 것들이 있다고는 해도, 때때로 시원한 물은 마셔야 했다.

"후으."

살 것 같다. 구울들은 던전 앞에서 대기하다가 무거운 움직임으로 공동까지 나무토막을 날랐고, 후미를 지키던 하서스까지 도착한 걸로 모든 목재가 공동에 모였다.

"...그럼 어디에 만들지가 중요한데."

후열에 지을까, 아니면 전열에 지을까. 막사라는 것은 병사들의 휴식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적을 요격하기 위한 시설이기도 했다.

'망가지면 곤란하지.'

보급고가 털려서 인구수가 막히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그러니 내 침실에서 떨어진 장소이며, 적의 침입을 막기 용이하고, 거기에 적이 쉽사리 부술 수 없는 곳에 막사를 건설해야했다.

'동굴 파야겠다.'

그리고 나는 기존에 파낸 던전의 구역에서 막사(◀)가 들어갈만한 적절한 장소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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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에서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곳. 왼쪽에는 서브 던전인 슬라임들이 자연적으로 요격해줄테니, 오른쪽에도 당연히 요격할 곳이 필요했다.

"구울들아, 조금만 힘내자."

나는 내 몫의 나무토막을 두 개 들어올렸다. 구울들이 무거운 몸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했고, 나는 내가 먼저 도착해 목재를 놓고 앞에서부터 받아 옮겼다.

<건축> 막사 Lv.0을 건설하시겠습니까?

# 소진 재료 : 목재 20 / 20

# 경과 시간 : 1시간

# 예상 결과 : 막사 Lv.0, 마물소환권

"안파도 되네?"

혹시나해서 와봤는데, 역시나 자동으로 터가 잡히는 시스템이다. 슬라임을 통해 마석은 캐낼 수 없을 테지만, 이 답답한 움직임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막사는 만들어져야했다.

"건설."

목재들이 빠르게 벽으로 스며들어갔다. 입구는 잘 펼쳐진 판자로 막혔고, 시스템에 의해 아마 안에서부터 공사가 착착 진행될 터.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지.'

던전의 세로 폭은 파악했다. 하지만 가로 폭은 아직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아쉬워 할 것 없어.'

정기적으로 마석을 공급받는 서브 던전이 있고, 또 위아래로 파낼 땅은 차고 넘친다.

"구울들은 각자 위치로."

나는 구울들을 해산시켰고, 침실로 돌아왔다. 륜은 침대에 걸터앉아 슬라홀의 체액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다가 나를 반겼다.

"주인님!"

"그래."

탁탁탁.

나는 걸어오면서부터 륜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마침 딱 먹기 좋게 익었다.

"점심은 안 됐지만, 일단 새참이다."

륜은 한 일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새참을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나와 륜은 막사가 완공되는 시간까지 서로를 먹어치웠다.

"...주, 주인님. 제 입이 잘 안 움직여지는데요...."

"......."

앞으로 정원은 무조건 지킨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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