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30화 (30/800)

000302일차 -------------------------

슬라임 던전 파밍 1회차.

1회차에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륜의 성장이었다.

'경험치가 나오지를 않으니 알 수가 있나.'

그러니 일단 여러 차례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애초에 첫 회는 경험한다 생각하고, 나는 던전을 훑어나갔다.

콰득!

륜이 내가 밟아놓은 슬라임에게 지팡이를 내리쳤다. 륜은 이제 기계적으로 슬라임을 터뜨리고 있었고, 이제 막 32번째 슬라임이 절명했다.

우적, 우적.

내 발치로 라임이 기어와 슬라임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방금 것은 크기가 큰 빅슬라임임에도 불구하고, 라임은 머리를 들이밀며 빅슬라임의 마석부터 입안에 삼켰다.

"너 이번에는 진짜 하나라도 먹으면 안 된다. 나중에 다 결산하고 줄 거야."

꿀럭. 라임은 이미 대량의 마석으로 부푼 볼을 크게 끄덕였다. 나는 라임의 볼에 들어간 마석을 체크했고, 라임은 마석들을 꿀꺽 삼키며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최하급 10개, 하급 3개.'

지금까지 약 30마리의 슬라임을 죽인 것을 생각한다면, 마석이 나오는 확률은 대략 4할이었다.

'프리 던전의 마물들은 마석이 100% 나오는 건 아닌 모양이네.'

하루에 3번이나 돌 수 있는데 마석들이 100% 쏟아지는 건 확실히 문제가 많았다. 일일 제한이 걸려있거나 마석이 무조건 안나오는 건 일종의 밸런스 조정일 것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지.'

그러니 일단은 던전을 살펴야 했다. 나는 던전을 반쯤 돌았다 싶은 지점에서 중간 결산을 했다.

'륜의 레벨은 고작 8.'

슬라임 32마리를 쩔해준 것을 감안하면, 륜의 레벨은 정말 짜게 오르기는 했다.

3이라도 오른 건 분명 좋은 징조였으나, 응당 그렇듯 레벨이라는 건 올라갈 수록 요구하는 경험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스스로 슬라임을 잡을 수 있게 되면 모를까.'

"꺄, 꺄악?!"

륜은 허둥지둥하며 빅슬라임의 공격을 피했다. 나는 빅슬라임을 허공에서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고, 륜은 지팡이 끝으로 빅슬라임을 지긋이 찔렀다.

"으, 으으...."

"익숙해져라."

"죄, 죄송해요. 이런 싸움은 처음이라...."

"원래 처음은 다 그런 거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3년간 구른 끝에 이렇게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뒤뚱거리면서 온갖 추태를 부렸다.

'트랄이 안 도와줬으면 진짜 개같이 지냈을 거다.'

태생 6성에 5성을 찍은 괴물, 그리고 내 생명의 은인. 트랄같은 놈이 죽을 리가 없으니, 꼭 살려서 은혜를 보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도, 내 던전도, 내 부하들도 성장해야했다.

"일단 마저 계속 사냥을 하자. 륜, 이번에는 저걸 터뜨려봐라."

"네...!"

륜은 지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멀뚱멀뚱 서있던 슬라임을 지팡이 끝으로 찔렀다. 슬라임은 괴로워하다가 움직임이 멈췄고, 륜은 오히려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주인님! 제가!"

"뒤에."

꿀럭, 꿀럭.

슬라임의 사체 뒤에서 거대한 빅슬라임 두 마리가 륜을 향해 기어왔다. 륜은 굳어진 상태에서 지팡이를 찔렀다.

꾸득!

빅슬라임 하나의 움직임은 저지했지만, 다른 빅슬라임이 륜의 옆을 노리고 입을 쩍 벌렸다.

"어딜."

나는 빅슬라밍의 아가리를 발로 찍어눌렀다. 살짝 분노가 실려 너무 크게 찍은 바람에 빅슬라임은 터져버렸다.

"아...."

고작 발길질 한 번에 빅슬라임을 터뜨린 내 힘에 륜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도 지팡이를 움켜쥐고 빅슬라임을 쿡쿡 찔렀다.

"주인님!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한 10분 걸리겠다."

콰득.

나는 빅슬라임을 밟았고, 륜은 힘없이 지팡이를 빅슬라임의 몸에 쑤셔넣었다.

"......."

"뭐, 왜. 지금 바쁘다."

"...네."

빅슬라임 한 마리에 지체될 상황이 아니었다. 라임에게는 자율적으로 우리의 뒤를 따르며 마석을 챙기라 명령을 내렸고, 나는 륜과 함께 나머지 슬라임들을 처리하러 나섰다.

'딱 50마리 있었네.'

얻은 최하급 마석은 18개, 하급 마석은 4개.

성장한 륜의 레벨은 이제 9.

앞으로 2번을 더 하면 된다. 나는 눈앞에 철로 된 문을 열어젖혔다.

<슬라임 드래곤> 부정형 슬라임이 드래곤의 형태를 갖춘 형태. 지렁이같다.

# 난이도 : ★★★, Lv.35.

'슬라임 드래곤 잡고 나서 중급 마석이 나왔지.'

나는 저벅저벅 걸어가 슬라임 드래곤의 앞에 섰다. 원래 동굴에 있던 놈보다 덩치가 작은 슬라임 드래곤은 정면에서 나를 살짝 올려다보며 내게 부리나케 기어왔다.

퍽.

나는 지팡이로 슬라임 드래곤의 뒷통수를 후렸다. 슬라임 드래곤은 바닥에 픽 쓰러졌고, 나는 슬라임 드래곤의 등을 발로 밟아 륜에게 명령했다.

"죽을 때 까지 쳐라."

"...예."

륜은 굳은 얼굴로 슬라임 드래곤을 향해 지팡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타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륜의 손에는 슬라임 드래곤의 체액으로 점철되었다.

"하아, 하아."

륜은 슬라임 드래곤이 미동도 없을 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 륜의 팔은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고, 슬라임 드래곤은 절명했다.

<퀘스트> 서브 던전-슬라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 보상 : 마물소환권 1개 (최초)

"륜아, 잠깐 이리로."

"네? 햐윽."

나는 륜의 귀를 잡고 레벨을 확인했다. 륜의 레벨은 이제 12. 한 번 던전을 돈 것 치고는 엄청 가파른 성장이었으나, 륜의 체력이 두 번 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녜요, 저 할 수 있어요. 주인님...!"

"땡깡부리면 저녁 없다."

"...사실 이제 한계에요. 죄송해요."

륜은 순순히 이탈했다. 나는 륜과 라임을 데리고 공동으로 돌아왔다.

'륜은 하루에 한 번이 한계다.'

엘프니까 활을 제법 잘 쏠 것 같으나 유감스럽게도 활은 없다. 그러니 당분간은 둔기로 전투 경험치를 쌓아야 했다.

'뭣하면 마석 몰빵하지 뭐.'

남은 두 번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처음과 비율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침대에 륜을 쉬게한 뒤, 라임을 대장으로 하는 분대를 새롭게 편성했다.

'진화 가능한 슬라임만 싹다 모았다.'

★인 슬라임은 배제한 채, 나는 라임의 아래에 진화 가능한 슬라임들을 전부 소집했다.

최초로 내 부하가 된 ★★☆☆, 라임.

처음 7연 가챠를 통해 나온 ★☆ 두 마리.

첫 날 마물소환서로 소환한 ★☆☆ 한 마리.

그리고 오늘 아침에 소환한 ★★☆ 한 마리.

슬라임 던전 파밍 2회차.

나는 우선 슬라임 드래곤(예정)을 빅슬라임으로 만들 생각이다.

'딱 프리 던전 한 번 돌면 다 채워지네.'

51마리 중 보스를 제외하고 50마리를 독식하면 바로 한 개체가 진화 가능하다. 남은 기회는 2번.

나는 우선 ★☆☆ 슬라임을 빅슬라임으로 만들고자, 슬라임들을 밟고 때려 기절시켰다.

으드득, 으적.

미래의 슬라임 드래곤은 열심히 슬라임들을 먹어치웠다. 이미 라임의 작업 덕분에 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있던 슬라임은 금방 14레벨에 이르렀다.

꾸르륵!

슬라임 드래곤까지 하여 15레벨.

★☆☆ 슬라임은 진화 조건, 15레벨과 50개체의 슬라임 동족 포식을 달성했다. 나는 그를 빅슬라임으로 진화시켰다.

2회차 결산, 모인 최하급 마석은 14개, 하급 마석 3개. 폭망이었다.

'처음이 너무 잘 나왔던 거겠지.'

그러니 이제 3번째 시도로 평균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빅슬라임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까지 일일 소환 횟수가 남아있어.'

마물소환서에 의한 둘, 그리고 구울 소환에 다섯.

아직 내게는 오늘자 소환이 세 번 남아있다.

'하이구울 두 마리 더 뽑자.'

하급 마석이 생각보다 잘 벌리는 이상 써야했다. 나는 어제 벌어둔 8개, 그리고 동굴을 뚫으며 번 23개, 그리고 2회차까지 얻은 7개를 이용해 하이 구울 두 마리를 소환했다.

"앗, 데스나이트 님이 보고 계셔!"

'★★가서스, ★★다서스.'

'ㅇ'이랑 'ㄴ', 'ㅋ'정도만 빼고 다 돌리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걸로 하서스의 분대는 하이구울 둘, 일반 구울 여섯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마지막 가챠는 마물 소환권의 차례.

'새로운 마물은 언제나 환영이다.'

설마 또 슬라임, 설마 또 구울이 걸리겠는가. 이쯤이면 새로운 마물이 뜰 때가 됐다!

탁탁탁.

나는 이번에는 나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마물소환권에 꿉꿉한 냄새가 스며들기는 했으나, 설마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가츠아아아아!"

마물소환서가 찢어지고,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연기와 함께 1성짜리가 소환되는 이펙트가 떠올랐다.

"젠장."

또 1성인가, 라고 좌절하기 직전.

"........"

나는 슬라임도 구울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얼굴의 등장에 쾌재를 불렀다.

"어머, 이번에 소환해주신 주인님은 누구.... 오크?"

안개 속에서 갈색 머리칼의 여인이 나타났다. 특이한 게 있다면 몸은 분명 인간의 것이지만, 팔은 인간의 팔이 아닌 새의 깃털을 단 하얀 날개라는 것.

하피.

"후후, 뭐 좋아. 당신을 믿고 따를게. 그럼 뭐부터 하면 돼? 노래? 아니면 인간 사냥?"

"할 거? 하나 뿐이지."

나는 하피의 날개를 잡고 땅으로 잡아 당겼다. 그리고 하피의 얼굴을 내 고간을 향해  묻게 만들었다.

"빨아."

새로운 먹이는 언제나 환영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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