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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9화 (29/800)

000292일차 -------------------------

이후의 일정은 모두 올 스톱.

나는 라임이 가져온 물건의 출처를 물었다.

"어디서 나왔냐?"

꾸르륵.

라임은 몸을 최대한 위로 뻗어 천장을 가리켰다. 라임은 온몸을 비틀어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내게는 그저 광고 풍선이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천장을 뚫고 들어가다 보니 이상한 마력이 느껴져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마침 그거 하나가 있어서 챙겼습니다?"

"헐."

륜이 라임의 몸짓을 이해했다. 라임은 주먹을 륜에게 뻗으며 맞다는 제스쳐를 보였다. 손가락까지 생기는 날에는 아주 마술이라도 할 기세였다.

"네가 이걸 안 먹고 그냥 챙겨왔다고?"

"슬라임 드래곤의 사체가 매장되어 있어서 그걸로 배를 채웠습니다. 위에는 썩었지만 먹을 것이 정말 많습니다."

"......."

사실은 절벽 전체가 슬라임으로 가득한 게 아닐까?

'일단 차원석부터 사용해보자.'

다행히 차원석을 사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침 차원석이라는 걸 얻은 덕분에, 건축 가능한 시설이 하나 더 늘었다.

<건축> 자재를 확보하여 던전 내부의 시설을 확충합니다.

# 건축 대상 : 서브 던전 - 슬라임 (★~★★★)

# 필요 자재 : <차원석-슬라임>

나는 바로 서브 던전을 열기 위해 차원석을 사용했다. 별다른 자재는 필요없었고, 핵심인 차원문만  원하는 지역에 차원석을 사용하기만 하면 포탈이 열리는 식이었다.

'벽에다가 설치도 가능하면 굳이 여기다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행여나 던전에 들어온 적들이 서브 던전이 진짜인 줄 알고 던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나오는 슬라임의 등급이 ★★★에 보스가 슬라임 드래곤인 만큼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귀찮게는 만들 수 있다.

'이왕이면 빡치는 위치에다가 만들어야지.'

"라임아, 너 일단 슬라임들이랑 땅 좀 파자.'

나는 다시 분대를 재편성하여 라임을 십장으로 만들었다. 하서스와 구울 분대가 메이의 감옥을 감시하는 동안, 나는 라임이 슬라임들을 지시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며 라임의 지능을 깨달았다.

'역시 태생이 4성이라 대가리 잘 굴러가.'

잔머리를 굴릴만한 지능이 있다는 건 그만큼 똑똑하다는 얘기였다. 라임은 내가 그림을 그려 지시한 것도 단번에 이해했고, 정확히 내가 원하는 위치까지 작업을 해냈다.

"음...."

"왜?"

"아뇨, 아까 전보다 훨씬 마석이 나오는게 적은 것 같아서요."

륜의 말마따나 라임의 작업에는 이상하게 마석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엘프가 보조하는 빅슬라임 분대, 그리고 라임이 지시하는 분대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깨달았다.

'중간중간 마석을 먹는구나.'

마석을 먹는 걸로 경험치를 얻는 것 같으니, 그 덕분에 자동으로 마물들의 레벨이 오른 것 같았다. 던전에 구멍을 뚫는 게 아니라, 던전 내부의 마석으로 경험치를 올리는 식으로.

'마석이 진짜 중요하긴 하네.'

나는 딱히 마석을 먹은 적이 없다. 맛도 없고 유리를 깨부수어 먹는 느낌이라 취향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포르네우스가 어린 오크들이라고 따로 마석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전투로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린다면, 분명 경험치책이나 레어캔디 같은 물건도 있을 거다.'

일단 마석이 경험치책의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마물의 양과 질을 늘리는데 모두 마석이 든다면, 이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누가 뭐라고해도 마석이다.

꾸륵.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라임은 어느새 내가 원하는 구역 만큼 던전에 긴 통로를 만들었다. 나는 그 통로의 끝에 서브 던전을 설치했다.

'이걸로 사실상 1층은 거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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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 위치에 서브 던전을 설치했다.

벽에는 차원석을 중심으로 푸른 기류가 흘러나왔고, 거대한 타원형 거울처럼 모습이 변했다.

'이 안에 들어가면 서브 던전이다.'

위치적으로 말하면, 입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꺾지 않고 계속 직진한 자들은 춤추는 슬라임들의 지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침입자도 서브 던전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제 직접 들어가봐야지.'

"륜, 공동으로 가서 지팡이를 들고 와라. 두 개 다."

"네!"

륜은 통로를 달려 공동으로 향했고, 그 사이 나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분대를 재편했다.

파후우의 분대.

대장 파후우를 중심으로 하여 륜과 라임 둘 만을 분대원으로 하는 소수 정예.

'슬라임 드래곤만 내가 잡으면 된다.'

"주인님!"

"가자."

나는 지팡이를 들고온 륜과 라임을 데리고 서브 던전으로 진입했다.

* * *

그 시각, 비르고 남작령 화전촌.

"촌장! 이제 어쩌실 거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험악했다. 날이 밝아도 리처드와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마법사인 메이도 돌아오지 않았다.

'시발. 좆됐다.'

촌장은 메이의 뒤를 탐하며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물건을 하나 보았다. 은테로 이루어진 용병패는 제법 유명한 길드의 진품으로 보였다.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 마녀도 안 돌아왔다고!"

'그 마녀가 마법 한 번만 쓰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몰살이니까 닥쳐!'

"...분명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우리도 이렇게 잠자코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예, 갑시다."

촌장은 몸을 일으켰다. 비루한 몸뚱아리로 가죽갑옷을 입은 모습은 제법 그럴싸해보였고, 실제로 촌장은 먼 옛날 젊은 시절 던전을 탐험했던 경험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 다 가면 어떡해?"

"아줌마, 아줌마 아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시오. 밥이 넘어가?"

"젠장. 그 놈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서…."

"다들 그만. 젊은이들이 우리 마을의 미래가 아닌가. 빨리 가세. 이제 이 앞에-"

풀썩.

마을 입구에 상처입은 비둘기 한 마리가 떨어졌다. 비둘기는 지친 몰골로 날개를 퍼덕이며 촌장의 앞에 픽 쓰러졌다.

"이건…?"

"마녀의 비둘기?"

"조용!"

촌장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둘기의 다리에 묶인 종이를 살폈다. 급하게 휘갈겨쓴듯한 필체는 분명 마녀, 메이의 것이었다.

"어디 봅시다.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남작령에 신고하세요…?"

"...자, 자! 마법사 님이 하루라고 하지 않았나! 걱정들 마시게! 거 좀 오래 걸리는 던전 같은 걸수도 있지! 잭 아범, 카이 어멈! 혹시 아나?! 그 아이들이 던전에 들어갔다가 용사로 각성할지도!"

"그래서 그 하루는 언제 얘기야?"

촌장의 필사적인 저지가 무위로 돌아갔다. 카이의 아버지는 눈에 핏발이 선 채 졸도한 비둘기를 들어올렸다.

"더이상은 못참소. 내 당장 남작님께 가서 말씀 드릴 거요."

"미쳤어?! 그랬다가는 우리 다 세금 내야 돼!"

"세금이고 나발이고 씨발! 내 아들내미가 사라졌는데 그게 할 말이야! 니놈 아들도 지금 안 돌아온다고!"

카이의 아버지는 씩씩거리며 비둘기를 내던졌다.

"나는 영주한테 갈 거요! 말리면 죽여버릴 거다!"

"저, 저저! 막아!"

촌장이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쳤지만, 악귀같은 얼굴로 마을을 빠져나가는 카이의 아버지를 말리지 못했다. 촌장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주저앉았고, 눈에 핏발이 선 상태로 사람들을 훑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 봅시다."

촌장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도망칠 시간이.

* * *

우우웅.

나와 륜, 라임은 던전의 서브 던전에 진입했다.

<서브 던전-슬라임> 슬라임들이 넘치는 던전입니다.

# 일일 입장 제한 횟수 : 0 / 3

<퀘스트> 서브던전-슬라임을 클리어하시오.

# 보상 : 마물소환권 1장 (최초)

'노가다 장소네.'

하루 3번의 제한이 뼈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슬라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솔직히 경험치나 마석 파밍할 프리 던전은 있어야지.'

어린 오크라서 인간들을 요격하는 데만 나섰기에, 이런 서브 던전의 존재도 몰랐다. 나는 그저 우리 부족의 영역에서만 살아가며 힘을 길렀으니까.

'문제는 내 상태인데.'

파후우 쿰처쿠, ★★★☆☆, Lv.75.

레벨도 높기는 하지만 3성으로서 올릴 수 있는 한계 레벨인 75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내가 4성으로 진화하기 위한 방법은 아직 없어.'

언젠가 때가 되면, 조건을 달성하면 분명 갑자기 눈앞에 시스템창으로 나타나 내 진화를 독촉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슬라임 던전의 경험치는 모두 양보한다.'

바로 륜과 라임에게.

"자, 륜. 이 지팡이를 들어봐라."

"이, 이렇게요?"

륜은 메리의 지팡이를 들었다.

"그래. 그리고 저기 나오는 저것 있지?"

나는 스멀스멀 기어오던 슬라임을 가리켰다. 누가봐도 일격에 터질 것 처럼 약해보였지만, 륜도 마찬가지로 겨우 Lv.5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걸 잘 봐라."

나는 메이의 지팡이를 들고 슬라임을 아주 살짝 내리쳤다.

꾸득.

슬라임은 제자리에서 찌그러졌고, 몸을 부르르 경련하며 옴짝달싹을 못했다. 나는 지팡이를 들어올려 슬라임의 옆을 강하게 내리쳤다.

쿠---웅!!

"힉!"

륜은 비명을 질렀고, 라임은 륜에게 달라붙었다. 둘은 바닥을 내리친 내 행동에 무서워했다.

"이제 이렇게 슬라임을 내리쳐라. 알겠냐?"

"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음, 그렇군. 너는 잘 이해가 안 될 테지."

나는 찌그러진 슬라임을 륜의 발치로 굴리며 륜에게 대답했다.

"아아, 이것은 '쩔'이라고 하는 것이다."

1차 목표는 륜의 15레벨.

륜의 ★★☆☆☆ 였다.

'2성이 되면 박을 수 있지 않을까....'

키워봐야 알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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