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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4화 (24/800)

000241일차 -------------------------

마정석에 대해 생각한 소감은 역시 '아끼자'였다.

'확정이라면 륜에게 써서 6성짜리 낳으면 되지만, 그 확률이 아직은 낮잖아.'

3성에 불과한 메이에게 쓰기에는 아깝다. 비록 메이를 통해 얻은 마정석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또 마정석을 얻을 기회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륜이나 에일라에게 마정석을 쓰자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레벨이랑 등급이 오르면 확률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소환 시설의 등급을 올리는 것으로 마물 소환에 대한 확률 전체를 끌어올렸다. 시설 등급을 상승시켜 확률을 상승시킨 것처럼, 교배의 베이스가 되는 마물의 질을 높여나가면 확률도 올라갈 것이다.

'0.1%가 1%까지만 올라가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그러니 마정석은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봉인해두자. 내게는 아직 부하들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잠재적인 적의 존재들에 대해 파악되어 있지 않다.

'메이에게서 정보를 빼내고, 그걸 견적 삼아서 던전을 키워나간다.'

현재, 내게 잠정적인 적은 세 분류.

먼저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포르네우스의 던전 세력.

언젠가 던전간 포탈이 열리게 되는 날, 포르네우스의 던전에서 내 던전으로 침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륜을 납치하면서 생긴 위험성, 엘프 마을의 습격.

고귀한 혈통의 아가씨를 납치했으니 엘프 마을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륜처럼 전부 약하다면 모를까, 엘프들이 그 정도로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메이의 마을.

리처드의 기사단과 메이라는 마법사까지 실종되었으니, 인간들의 세력이 던전을 공격하러 올 수 있다. 이미 에일라가 지휘하던 백작령의 군세까지 막아본 나지만, 그 때는 포르네우스 던전의 동료들이 큰 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힘을 기르면 모두 해결될 일.'

던전을 키워나가고, 솔로몬처럼 절대지존의 자리에 오르면 모든 근심 걱정이 날아갈 것이다.

마왕 파후우.

하지만 마왕이라는 칭호는 이미 솔로몬 고유의 것이니, 나는 만약 칭호를 얻는다면 감히 이렇게 칭하리라.

폭식왕 파후우.

무엇을 미친듯이 먹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

새근, 새근.

나는 내 팔에 머리를 이고 고이 자는 륜의 등을 간질이며 잠들었다.

오늘 하루, 다른 것 보다 너무 많이 싸서 힘들었다.

* * *

1일차 결산.

<쿰처쿠의 던전>

등급 : E급

위험도 : 15

정원 : 13 / 21

포로 : 2 / 3

옛 슬라임의 던전.

이제는 오크가 주인이 되었다.

던전 전체에 꿉꿉한 냄새가 난다.

<시설 목록>

# 소환시설 Lv.1

# 침실 Lv.1

# 저장고 Lv.0

# 포로 감옥 Lv.0

<중요 아이템>

# 가계도

# 마물소환권 1개

# 마정석 1개

<부하 목록>

# 륜, ★☆☆☆☆, Lv.5 / 100

# 라임, ★★☆☆, Lv.16 / 35

# 하서스, ★★☆, Lv.16 / 35

# 그 외 슬라임 다수, 9개체.

<포로 목록>

# 에일라, ★★★★, Lv.25 / 90

# 메이, ★★★, Lv.47 / 65

* * *

<그날 밤, 인간 마을.>

리처드의 소꿉놀이 기사단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마을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인 메이조차도 돌아오지 않았다.

촌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을 사람들을 광장에 소집했고, 사람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아이들을 찾아야합니다! 날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몰라요!!"

실종자들을 당장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파. 그들의 중심에는 이미 실종된 잭과 카이의 부모가 있었다.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마법사 님이 아직 돌아오시지도 않고! 분명 돌아오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걸 겁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마법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자는 파. 그들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다.

"끄응...."

촌장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짜증을 부렸다. 아들이 사라진 것도 사라진 것지만, 뭣보다 메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것에 상당히 짜증이 났다.

'리처드 그 놈이야 아내가 남의 씨 받아서 낳은 자식이니 그렇다 치고.'

촌장은 옆에 딱 달라붙어 눈물만 흘리는 아내의 허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다독였다. 이 엉덩이만 아니었으면 마을에서 걷어찼을텐데.

"...자, 자. 일단 진정하십시다."

촌장은 분을 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중재했다.

"......우리 힘만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요. 내일 아침, 날이 밝는데도 오지 않으면 그 때는 움직입시다."

"촌장님! 위험합니다!"

"위험해도 해야지요. 아이들이 하루 늦게 놀고 오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집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찌 되겠습니까? 내일, 내일 아침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으면, 저부터 칼을 챙기겠습니다."

촌장의 발언에 마을 사람들의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촌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지는 좌중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두 내일 아침 이 자리에 모입시다. 순찰 조들은 미안하지만 오늘 밤, 고생 좀 해주시고."

"아닙니다!"

젊은 청년 넷이 군기가 빠짝 들어간 상태로 대답했다. 촌장은 넷을 하나하나 다독인 뒤, 슬픔에 빠진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여보...."

아내는 깊은 슬픔에 빠져 울고 있었다. 촌장은 아내를 끌어안으며 침대에 앉혔다.

"괜찮을 거요. 리처드는 강한 아이이니. 암, 누구 아들인데."

"......흑."

아내는 촌장의 품에 안겼다. 촌장도 아내의 등을 두드리며 고개를 묻었으나, 그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메이를 찾아야 한다.'

리처드는 시신이 되어 돌아오더라도, 메이는 반드시 돌아와야했다.

"내일 아침이면 웃으며 돌아올 겁니다. 자, 어서 잠을...."

"여보, 저 오늘은 그냥 못 잘 것 같아요...."

아내는 촌장의 가슴을 울면서 쓸었다.

"리처드, 꼭 돌아오겠죠?"

"물론."

촌장은 아내의 불안감을 잊게 하기 위해, 아내를 침대에 눕혔다.

"아, 하으, 항!"

아내는 공포와 두려움을 잊기 위해 더 큰 신음소리를 냈고, 촌장은 아내의 얼굴조차 보기 싫어 짐승마냥 뒤에서 허리를 흔들어댔다.

'역시 메이가 더 잘 조여.'

짜--악!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따귀가 아내의 엉덩이와 골반을 때렸다.

마을의 밤은 깊어져만갔다.

* * *

<그 시각, 엘프 마을.>

"이상한데. 륜을 보지 못했니?"

숲의 수호자, 루나는 날카로운 인상으로 어린 엘프들의 쉼터를 찾았다. 루나의 방문을 반기던 엘프들은 그녀가 륜을 찾자마자 시무룩해졌다.

"...몰라요, 반편이는 왜 찾으세요?"

"반편이라니, 말을 조심하렴."

루나는 엄한 눈빛으로 어린 엘프들에게 훈계했다.

"륜 또한 우리 숲의 일원이야. 너희들과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가족이잖아."

"...그치만 륜은 이상한 걸요."

어린 엘프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고, 다른 어린 엘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조했다.

"이상해?"

오직 루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뭐가?"

"걔, 맨날 혼자 있으면 아무도 없는데 대화한단 말이에요."

"맞아요. 주변에 정령도 없는데 막 실프라면서 얘기하고 그래요."

"......."

루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륜이 특이한 아이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정상에서 멀어졌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 정도로 관심도 없었다.

"어쩔 수 없네. 내가 찾으러 가야겠-"

"수호자여,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원숙한 엘프 여인이 험악한 인상으로 루나를 불렀다. 루나는 살포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1장로 님을 뵙습니다."

"내가 물은 것에 대답이나 하렴."

"...어린 엘프 하나가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그만."

"...누구?"

1장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어린 엘프들을 훑었고, 블론드 머리칼의 어린 엘프 한 명이 보이지 않는 것에 콧방귀를 뀌었다.

"...마족과의 전쟁이 격화된 시기다. 이 숲 또한 그 전화에서 벗어날 수 없지."

"그 말씀은...?"

"당장 경계를 강화하고 숲 내부의 영역을 샅샅히 수색하라. 마족의 침입이 있었는지 흔적을 찾아."

"예!"

루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높이 뛰어올랐다. 숲의 수호자들이 1장로의 명령에 따라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엘프의 숲을 수색했다.

그러나, 어린 엘프는 보이지 않았다. 마족의 침입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그럼 스스로 숲을 나간 것이다. 그 아이는 배신자야. 앞으로 영원히 찾지 말거라."

1장로의 단호한 목소리에 수색은 중단되었다. 루나는 1장로의 목소리에서 어딘가 안도한 기색을 느꼈지만, 순순히 명령을 따랐다.

숲의 규율을 어기는 자는 더이상 엘프의 일원이 아니었다.

스스로 나간 자는 돌아올 수 없다. 하지만 루나의 마음 속에서는 어딘가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가 납치해갔다면...? 그리고 그 흔적을 지웠다면?'

불행히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무사하기를.'

루나는 시간이 나는대로 짬짬이 숲을 수색할 것이라 다짐하며, 하늘에 걸린 달을 향해 기도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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