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1일차 -------------------------
소환 시설의 증축이 끝났다.
나는 륜에게 에일라의 감시를 맡겼다.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하는 동안 에일라는 덩쿨 줄기에 다시 묶이게 됐고, 륜은 에일라가 정신을 차리면 내게 곧장 알리기로 했다.
소환 시설 Lv.1
증축과 동시에 나는 소환 시설의 증축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 지 확인했다.
마석소환, 인연소환은 별 달라지는게 없었는데, 일반소환의 상태가 변했다.
<일반소환> 마물소환서를 사용해 부하를 소환합니다.
# ★ 30%
# ★☆ 25%
# ★☆☆ 20%
# ★★ 10%
# ★★☆ 10%
# ★★★ 5%
"아니 씨발 확률이 변한다고?"
1성들의 확률이 대폭 내려가고, 3성의 확률이 무려 4% 포인트나 올랐다.
'시설 증축하면 혹시...?'
등급을 올리면 다음 확률이 개방되는 거 아닐까? 어쩌면 ★같이 잠재력없는 쓰레기가 나오는 확률도 사라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환 시설> 부하를 소환하는 마법진.
# 현재 레벨 : Lv.1
# 1일 소환 한계 : 10 / 10
# 시설 레벨 상승 조건 : 마물 20회 소환, ★★ 부하 3개체 확보. ( 0 / 20 , 2 / 3 )
"이거 존나 골때리네...."
소환 횟수는 리셋되었다. 한계까지 소환했으니, 적어도 소환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최소 이틀은 지나야했다.
거기에 '★★ 마물 3개 이상 확보'도 상당히 거슬렸다.
'다행히 라임이나 하서스는 포함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이지.'
딱 ★★인 것만 요구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라임이 4성까지 성장가능한 2성이니, 시스템도 그 정도 융통성은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빅슬라임, 또는 슬라인 만들기.
그런데 이건 슬라임 동족 포식의 조건 (50개체)가 너무 가혹하다. 최하급 마석을 무려 250개나 구해야 하니.
2. 구울을 제작하여 하이 구울을 만들기.
아직까지 아무런 조건도 모른다. 일단 그래도 슬라임을 진화시키는 것 보다는 현실성이 높아보이니, 내일 소환 횟수가 리셋되면 구울을 소환해보자.
그리고 대망의 3.
륜을 2성으로 진화시킨다. 나는 륜의 진화 조건이 무엇인가 찬찬히 살폈다.
<부하 진화> 륜(★☆☆☆☆)을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륜(★★☆☆☆)
# 진화 조건 : Lv 15 달성 ( 5 / 15 )
# 진화 루트 : 다크엘프, 하이엘프
"야, 이거 타락각이다."
다크엘프라니. 상당히 솔깃한 종족 명이다. 하지만 나는 겁먹은 륜을 위아래로 훑었다.
'쟤는 다크엘프 하면 별로일 것 같은데.'
다크엘프는 가슴 빵빵하고 키 큰 누님계 엘프가 되어야 하는게 국룰이다. 륜 같이 어린 체형의 엘프는 원형 그대로 남는게 더 나았다.
'하이엘프로 진화하는 조건은?'
<하이엘프> 일반 엘프보다 고귀한 엘프.
# 진화 조건 : 1) Lv 15 달성 ( 5 / 15 )
2) 고귀한 혈통 ( O / O )
"...좆됐네."
하이엘프에서 짐작은 했지만, 설마 진짜로 혈통 자체가 고귀할 줄이야. 레벨만 올리면 되는 일이라 몹시 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혈통에서 오는 뒷감당이 무서워졌다.
'솔직히 오늘 침입자들도 엘프들 인 줄 알았다고.'
막연한 두려움에 계속 떨 수 없다. 나는 륜에게 먼저 물었다.
"륜아. 너 그런데 너 구하러 너희 마을 사람들 안 오냐?"
"네?! ......아마도 안 올 거예요, 저는 반편이라서."
"반편이?"
"...예."
하이엘프인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궁술밖에 못 쓰는 바보거든요. 정령술은.... 정령의 도움을 받아서 쓰는 거지, 제가 직접 쓰지는 못.... 저, 저 열심히 할게요! 잡아먹지 말아주세요!"
"한 번만 더 잡아먹니 마니 하면 진짜로 먹을 줄 알아라."
"흐끅!"
륜은 딸꾹질을 하며 설설 기었다. 륜에 대해서는 별달리 갱신된 정보는 없었지만, 하이엘프가 반편이라고 불리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다.
'얘가 하이엘프인 거 모르는 거 아니야?'
엘프가 없으니 알아볼 수 없기는 했지만, 나도 시스템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니 엘프들도 모를 수 있다.
마을의 천덕꾸러기가 사실은 용사였다거나 하는 클리셰는 흔하니까.
'그럼 다크 엘프로의 진화는?'
<다크엘프> 타락한 엘프. 검다.
# 진화 조건 : 1) Lv 15 달성 ( 5 / 15 )
2) 동족살해 ( X / O )
"어우, 제대로 타락이다."
같은 종족을 살해하는 것으로 진화한다니. 여기서 마물과 지성체의 구분이 갈리는 모양이다.
슬라임은 동족을 잡아먹는 것으로 다음 단계로 진화했다.
엘프는 동족을 죽이면 타락 루트를 밟는다.
'다크 엘프 쪽이 더 어렵겠네.'
혈통은 이미 륜이 가지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동족 살해는 또다른 엘프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까매진 륜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껴야지.'
보통 이런 경우는 전자가 떡상할 경우가 높다. 엘프 여왕으로 각성하여 엘프 무리 전체를 지휘하는 자가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재료 챙겨야지."
슬슬 하서스가 돌아올 시기였다. 나는 륜을 번쩍 들어안아 몸을 만지작거리며 공동을 빠져나갔다. 그곳에는 목재를 한가득 쌓아놓은 하서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륵.
"꺄, 악...?"
륜은 하서스를 보고 비명을 지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섭...지 않네요...?"
"저것도 내 부하라서 그렇지."
하서스나 륜이나 둘 다 내 부하였다.
<부하열람> 쿰처쿠의 던전 내 부하 12 / 20
# 슬라임 10개체
# 하이엘프 1개체
# 하이구울 1개체
'간단하구만.'
아마 구체적으로 보기를 바라면 요약된 내용이 펼쳐져, 각 슬라임의 구분까지 나오리라. 하지만 나는 그 정도 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시스템도 내 마음을 읽고 딱 필요한 부분까지 밝혔다.
"하이 구울아, 너는 오늘부로 '하서스'다."
"케륵."
<하서스> ★★☆ Lv. 16 / 35
하이 구울, 하서스가 쌓은 나무 토막의 양은 상당했다. 나는 하서스를 치하하고 싶었지만, 별다른 선물이 없었다.
"고생했다."
"케륵."
착각일까. 하서스는 내 칭찬에 감사하면서도 쑥쓰러워했다. 하지만 아직 더 고생을 해야했다.
"륜, 하서스, 들 수 있을만큼 들어라. 이제 공동 안으로 들고 들어간다."
"네...."
"케륵."
륜은 잘려나간 나무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서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두 개씩 들고 내 뒤를 따랐다.
하서스가 쌓아둔 나무토막의 개수는 22개.
생각보다 많은 양의 목재를 확보할 수 있었고, 나는 목재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시설이 또 있을까 싶었다.
<시설 증축> 재료를 소진하여 시설을 증축합니다.
# 침실 Lv.0 -> Lv. 1 (목재 22 / 11 )
처음 만들 때는 고작 5개 필요하더니 갑자기 11개로 불쑥 늘었다. 그래도 일단 증축이 가능한 시설이니 증축하기로 하자.
건축할 수 있는 시설을 확인한 후에. 나는 내가 현재 만들 수 있는 시설이 뭐가 있을까 살폈다.
<시설구축> 자재를 확보하여 던전 내의 시설을 확충합니다.
# 저장고 Lv.0 목재 12 / 10
저장고?
<저장고> 온갖 물건이 저장 가능한 저장소. 땅에 구멍을 파서 저장고를 만든다.
# 필요 재료 : 목재 12 / 10
"그냥 창고네."
아직 포로 감옥을 만들 수 없는 이유는 철재라는게 없기 때문일 터. 나는 리처드의 기사단으로부터 노획한 물건들을 살폈다.
'전부다 옷 밖에 없고.'
메리는 내가 직접 옷을 벗겼으니 옷은 남아있지만, 나머지 셋은 리처드의 옷을 제외하고는 전부 라임이 먹어치웠다. 결국 남은 거라고는 부서진 목검과 제법 그럴듯한 지팡이 뿐이다.
'근데 아까 싸울 때 지팡이로 마법을 쓰던데.'
보통 지팡이에 보면 마석이 박혀있는 경우가 많던데, 이 지팡이도 그럴까? 나는 지팡이를 보며 한참동안 고민에 빠졌다.
'일단 중간 결산부터 하자.'
나는 우선적으로 침실을 증축하고 저장고를 만들었다. 침실의 바로 옆 구역에 저장고의 위치를 지정하니, 땅이 움푹 패여 그 위로 나무 토막들이 판자가 되어 벽과 바닥에 깔렸다.
걸리는 시간은 침대 증축에 2시간, 저장고 건설에 1시간.
시설들이 만들어지는 사이, 나는 륜과 하서스를 데리고 슬라임들이 한창 진행중인 던전 공사장을 확인했다. 슬라임들은 제법 긴 시간동안 일했고, 내가 원하는 만큼 던전에 도로를 뚫는데 성공했다.
만약 이걸 대충 구획도로 나타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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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입구로부터 들어와, 공동이 위치한 ☆로 쭈욱 이어지는 1자형 던전에서 나름 변화가 생겼다. 한 번 쪼인트를 까인 라임은 군기가 빠짝 들어있었고, 마석도 한움큼 들어있었다.
"륜, 이쪽으로 와서 구분해라."
"마석...이네요?"
"최하급이랑 하급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잘 하면 저녁에도 마셔주마."
"네!"
륜은 보상을 기대하며 라임의 앞에 쪼그려앉았다. 라임은 네발로 엎드린 상태에서 본인의 몸속에 있던 마석들을
구웨에에엑
게워냈다. 마석에는 라임의 점액이 묻어있었고, 륜은 썩은 표정으로 마석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슬라임들 레벨도 좀 올랐어.'
1밖에 되지 않던 놈들이 전부 4~6 정도로 상승했다. 특히 슬라임 드래곤(예정)은 벌써 8이나 상승했다. 나는 슬라임들에게 휴식을 명령했고, 슬라임들은 멀뚱멀뚱 서있다가 동굴 벽에 붙었다.
"주인님, 여기 마석들이요...."
륜은 귀가 붉어진 채 떨리는 손으로 마석들을 들어올렸다.
하급 마석이 8.
그리고 최하급 마석이 50개.
아무래도 던전의 마석 공급은 삽질로부터 이어지는 모양이다. 나는 포르네우스 던전의 구조를 떠올렸다.
포르네우스의 던전은 지하로 내려가는 던전.
그렇다면 내 던전도 지하로 점점 깊게 들어가면서 마석을 얻을 수 있을 터.
"솔로몬 던전이 지하 9층이라고 하던데."
그럼 나는 어디 한 번 지하로 63빌딩을 세워보겠다.
"그럼 부하들아. 슬라임들은 각 지역에 산개. 혹시나 침입자가 나타나면 도망쳐서 라임에게 보고. 하서스는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적을 유인해라. 알겠지?"
혹시나 적이 또 침입을 할 수 있으니, 나는 부하들에게 색적과 유인의 명령을 내렸다. 아직은 부하들이 약하니, 내가 나서서 요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내일이 될 때 까지 시간이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럼 륜아."
"네, 꺄악?!"
나는 륜을 번쩍 들어올렸고, 침대로 걸어가며 륜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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