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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9화 (9/800)

00009대탈출 -------------------------

"후우, 후우."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빠르게 던전을 달렸다. 포르네우스가 나를 능욕하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채워버린 정조대만 아니었어도 더 빨리 달릴 수 있건만, 벗을 수 없는 게 유감이었다.

"으악, 인간박이다!"

"불결해! 더러워!"

"부히이익!"

방금 전의 괴성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대가리를 터뜨린 마물에게서 난 돼지 멱따는 소리였다.

"이 개새끼들이! 지들은 슬라임에 박는 주제에!"

나는 에일라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며 한 때는 나와 함께 던전을 지켰던 놈들을 때려죽였다. 어차피 포르네우스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도망가는 입장에서, 이들은 더이상 나의 아군이 아니었다.

"형제여! 입구일세!"

어느새 우리는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를 지키던 가고일들은 나와 트랄을 보고 부리나케 도망갔고, 우리는 잠시 숨을 골랐다.

"후우, 형제와의 그 '런닝'이라는 걸 할 때가 생각나는군!"

트랄은 시원하게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던전의 최강자를 향해 반기를 들었음에도 트랄은 여유가 넘쳤다.

"너 이제 좆됐다."

"좆 된 건 형제도 마찬가지지, 크하하!"

트랄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가 묵사발을 만든 적에는 트랄과 함께 싸우던 동료들도 있었다.

"괜찮냐? 나 인간박이인데?"

"...음, 그건 조금 그렇지만."

트랄도 꺼리는 취향이라니. 이 세계의 오크들은 무엇을 하길래 아직도 인간에게 박지 않고 이리 금기시 되었단 말인가.

"형제의 성적 취향은 내가 쉬이 이해할 수 없어도, 아는 형제의 취향을 존중하네."

"말이라도 고맙다."

트랄은 다시 망치를 들고 등을 돌렸다. 입구 공동의 맞은 편에는 포르네우스를 위시한 던전의 정예병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형제여."

"왜."

"꼭 살아남으시게."

"......너도 꼭 살아남아라."

나는 트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트랄은 잠시 벙쪄있다가, 나를 향해 주먹을 내밀어 부딪혔다.

"다음에는 그 인간을 떼어놓고 인사를 나누지."

"너 내가 던전 만들면 1등 가디언으로 모신다."

"으하하! 형제의 던전이라, 그거 재미있군!"

트랄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망치와 철퇴를 각각 움켜쥐었다.

"형제여! 내가 시간을 벌겠다! 살아라!"

"오냐!"

나는 트랄에게서 몸을 돌려, 던전을 빠져나갔다. 트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포르네우스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태산같은 그의 등 뒤로 떠오르는 창을 보았다. 자세하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딱 한 줄의 문구를 보았다.

<트랄 스톰블래스트> ★★★★★☆

태생이 5성인 녀석이, 나를 위해 모든 명예를 벗어던지고 던전의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렸다.

'반드시 살아남아라.'

언젠가 살아남아서 트랄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오늘의 은혜를 천 배 만 배로 갚을 것이다.

"후우, 후우!"

눈이 따갑다. 시야가 흐릿했지만, 이건 결코 눈물이 아니다.

땀이다.

땀이 아니면 이리 따가울 수가 없지 않은가.

* * *

<에일린> 혼절 중 (36시간 째).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도망치고 달렸을까. 나는 전력으로 산을 타고 숲을 지나 도망쳤다. 다행히 포르네우스의 영토는 넓기는 했지만, 주변은 전부 험지 뿐이라 인간이나 아인들의 영토는 없었다.

"이 거 진짜 쓸모 없, 허억."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포르네우스가 채워놓은 정조대 때문에 나는 사정하면서 달려야 했다. 왠지 모르게 발기가 풀리지 않아서 뺄래야 뺄 수가 없었다.

"시바.... 딸 좀 칠 걸...."

맨날 트랄이 옆에서 붙어다니던 것도 있고, 딸치면 근손실이 생겨 지방이 늘어날까봐 치지 못했다.

나는 태어나서 3년 동안 모아온 결실을 에일라의 속에 털어놓았고, 도저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성기는 정확히 25번째 사정을 하고 나서야 쪼그라들었다.

"허억, 허억."

나는 그야말로 부랄이 텅텅 빌 때 까지 사정했다. 3년간의 지옥훈련 덕분에 체력이 좋아진 건 좋았으나,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건 다시는 사양이었다.

쯔르륵.

"이제 뺄 수 있겠군."

나는 에일라의 허리를 잡고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포르네우스는 내가 계속 인간에게 박고 있도록 우스꽝스러운 조치를 해놨지만, 나를 금방 죽일 생각이었는지 별다른 잠금장치를 해두지는 않았다.

내 발기가 풀리기만 한다면 에일라를 위로 뽑아내는 식으로 정조대에서 꺼낼 수 있었다. 근데 내 발기가 안 풀려서 문제였지.

"흐어어."

일단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트랄은 살아있을까. 적어도 포르네우스가 마음에 든 남자이니 죽어도 침대에서 죽으리라.

"이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네. 야, 정신 좀 차려봐라."

에일라는 아직도 혼절 중이었다. 잔뜩 부어오른 음부는 내 성기의 모양으로 확장되어 있었고, 방금 사정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근데 이전에 사정한 건 어떻게 된 거지?"

뛰면서 튀어나왔나? 그런 것 치고는 정조대에 묻은 양이 적었다. 나는 포르네우스의 정조대에서 다리를 빼내어 흐르는 강물에 집어던졌다. 혹시나 이걸 가지고 위치 추적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했다.

"그럼...."

에일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도망치는 시간동안 에일라는 앞에 딸린 짐덩이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내 동정을 떼어준 여자를, 나 때문에 잡혀서 기절해서 25번이나 사정을 당한 여자를 버리고 가는 건 양심에 찔렸다.

'그리고 나중에 하고싶어지면 그 때 써야지.'

"그러니까 그 때 잘 부탁한다."

나는 감옥에서 꺼내오던 때 처럼 내 어깨에 들고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에일라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얘는 안 깨나?

"일단 냄새를 지우고 동굴을...."

투둑. 툭.

마침 비가 떨어지고 있다. 나는 강물에 들어가 에일라를 물속에 집어넣고 씼은 뒤, 비를 피하기 위해 인근의 작은 동굴로 들어갔다. 누군가 드나드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 슬라임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 던전 강탈 조건 - 던전 내 모든 슬라임 처치

앗.

* * *

숫자앞에 장사는 없다.

그건 파후우의 덕분에 엄청나게 강해진 트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쿠--웅!

그러나 트랄은 어지간한 장사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가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마족들은 신체의 일부를 잃었고,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스켈레톤 병사들은 뼈가 박살이 났다.

"뚫어, 이 머저리들아! 오크 한 마리를 두고 지금 뭘 밀리는 거야!"

포르네우스는 비명을 지르며 돌격을 명령했다. 트랄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던전의 '정문'이자 유일한 출입구로, 트랄이 막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었다.

"죽어도 내가 부활시켜주면 되잖아! 가서 싸워! 그리고 죽어!"

포르네우스가 부족장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다른 누구보다도 트랄의 힘을 알고 있는 부족장이었으나, 부족장은 포르네우스의 치마폭에 휘감겨 트랄을 상대로 대검을 들어올렸다.

"미안하다, 어린 오크여."

"저는 더이상 어린 오크가 아닙니다, 부족장."

"...그렇지, 오늘이 그대의 성인식이지."

두 오크는 서로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트랄이 왼손에 든 철퇴는 파후우가 제 무위를 자랑하며 인간들을 때려잡던 무기였으나, 트랄은 그걸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애병처럼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카앙, 카--앙!!

트랄은 철퇴와 망치를 교차하듯 휘둘러 부족장의 대검을 두드렸다. 검면을 세우고 횡으로 휘둘러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했지만, 부족장은 트랄에게 수세에 몰렸다.

"말도 안 돼! 이 정도면 10위 던전에서나 나올법한 정예잖아! 너 도대체 뭐야!"

"트랄."

성은 필요없었다. 트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

"포르네우스여, 네 년의 장난 때문에 형제가 얼마나 3년 동안 괴로워했는지 아는가?"

"알게 뭐야! 내 던전에서 태어났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지!"

"틀렸다---!"

트랄의 포효가 공동을 가득 메웠다. 포르네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고, 입술을 깨물며 마력을 일으켰다.

"고작 오크 주제ㅇ-"

부웅--!

무언가가 포르네우스의 볼을 스쳤다. 포르네우스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꺾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포르네우스의 안면은 단단한 망치에 곤죽이 될 뻔 했다.

"이, 이...!"

"언젠가 형제는 얘기했었지."

트랄은 파후우의 철퇴를 어깨에 걸치고 자세를 잡았다.

"성공한 반란은 혁명이라고."

"네, 네 놈!"

트랄은 발을 크게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오늘부터 나는 트랄 포르네우스다! 네 년에게서 이 던전을 받아가마!"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트랄이 공동의 천장을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포르네우스는 다급히 명령을 내려 부하들을 방패로 내세웠으나, 트랄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쿠구궁!

트랄은 공동의 정중앙을 내리찍었다. 땅을 때린 철퇴에 의해 지진이 일어났고, 던전의 안쪽으로 도망치는 길이 무너져내렸다.

"이 미친 놈이!"

"이제 도망 못 친-"

푹.

트랄의 등에 화살이 꽂혔다. 트랄의 등 뒤에는 분명 어떤 마족도 없었건만, 트랄은 공격에 당했다.

푸부부북!

트랄의 등에 화살비가 내려앉았다. 트랄은 고슴도치가 되어 등을 돌렸고, 그곳에는 활을 든 궁병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내 딸을 앗아간 이 악독한 마족들! 성검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휘황찬란한 신성력의 폭격이 공동을 가득 메웠다.

마왕 솔로몬의 30번째 던전.

아리에스 변경백에 의해 공략되었고, 마왕 솔로몬은 새로운 마족을 포르네우스로 임명했다.

그리고 기존의 30번째 던전에 있던 이들의 행방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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