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배신
* * *
“자요?”
그렇게 묻는 이현주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정말 자니?”
이현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진짜로?”
흐흐.
흐흐흐.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까지 약발이 잘 들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강하늘이 방금 먹은 넥타이레놀은 아무런 손도 대지 않은 기성품이었으니까.
이현주에게 약제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기에 하늘은 진짜로 목감기 약 하나를 먹고 바로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몸이 약을 잘 받는 스타일인가 보네.’
어디선가 약을 잘 받는 체질은 회복도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신빙성이 없는 말이었지만, 만에 하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비몽사몽하고 있는 하늘은 생각보다 빨리 깨어날 수도 있다는 뜻.
“그래, 계속 잠들어 있는 것보다는 중간에 일어나는 편이 더 재미있긴 하지. 후후.”
어쨌거나, 상황은 이현주가 그토록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현주는 축 늘어진 하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워….”
츄릅. 꿀꺽.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얼굴, 그리고 여리한 몸매.
거기에 여자의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체취까지.
이현주는 자기도 모르게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하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저릿저릿하다.
하늘의 완벽한 얼굴을 다시 한 번 감상했다.
정리하거나 하지 않아도 적당히 짙고 모양도 정갈한 눈썹.
지금은 눈을 감고 있지만, 자신을 올려다 보며 눈을 깜박일 때 보이는 옅은 속쌍.
지나치게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오똑한 콧날.
보기만 해도 깨물고 싶은, 유혹적인 곡선을 가진 입술.
“하아, 더 이상은….”
참을 수도, 참을 필요도 없었다.
낼름.
이현주는 장난스레 하늘의 볼을 혀로 핥아 보았다.
“핥기만 해도 맛있는 것 같아.”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 따윈 없었다.
“아, 일단 이 각도에서 한 장.”
이현주는 잠깐 그대로 멈춰서, 핸드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변경했다.
그리고 잠든 하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 채로 사진을 찍었다.
그 뒤로도 몇 장 더 찍은 후, 이현주는 본격적으로 하늘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쵸옵, 츱.
부드러운 입술을 가볍게 빨자, 하늘의 입에서 얕은 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숨소리에, 이현주는 시동이라도 걸린 듯 하늘의 얼굴을, 머리카락을, 목을 만지며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우응, 음….”
하늘은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혀를 조금씩 움직였고, 이현주는 그런 하늘의 혀를 감싸고, 자신의 혀와 섞고, 입술로 꺼내 빨았다.
스륵.
“하아….”
여자가 키스를 하며 남자의 윗옷 안에 손을 집어넣는 것은 국룰이라고 했던가?
이현주는 키스를 하며 하늘의 윗옷 안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을 차례로 쓰다듬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유두 주변을 쓸며, 다른 곳보다 훨씬 부드러운 가슴살을 만끽했다.
“흐읏….”
순간 흘러나오는 신음에 깼나 싶어 잠깐 손을 멈추었던 이현주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이번엔 손을 아랫도리 쪽으로 가져갔다.
기다리고 아끼던 시간이 왔다.
“와….”
팬티 안에 손을 넣은 이현주는 곧바로 감탄사를 뱉었다.
“묵직해. 딱딱해.”
지금까지 동서양과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야스 동영상을 섭렵한 이현주였지만, 이렇게 예쁘고 튼실한 자지는 본 적이 없었다.
크고 딱딱한 자지 자체도 보기 힘들었지만, 이 정도 크기와 강직도를 가진 자지는 시커멓고 못생긴 경우가 대부분.
‘아니면 그 반대거나.’
예쁘고 작은 고추를 얻다 쓸 건가.
하지만 하늘의 자지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자지가 웬만한 남자 얼굴보다 잘생긴 거 같은데.’
이현주는 당장 더 똑바로 보기 위해 하늘의 바지와 팬티를 한번에 잡고 쑥 내렸다.
자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고, 이현주의 손에 자기도 모르게 들어간 힘 때문인지, 키스 때문인지 이미 흘러나온 쿠퍼액이 이현주의 손마디에 묻어 있었다.
“와….”
영상으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다른 여자들에 비해 잘생긴 자지를 더 좋아하는 이현주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가져갔다.
‘입에 넣고 와랄라….’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고 했던 생각이 현실이 될 줄이야.
“헤읏….”
이현주가 자지를 입에 넣고 정성스레 빨기 시작하자, 하늘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여길 좋아하는구나.’
귀두와 기둥의 경계 부분부터 싸악 빨아 올릴 때, 하늘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 걸 이현주는 놓치지 않았다.
츄릅, 츕, 춥.
황홀했다.
마치 식사가 전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끼던 디저트를 입에 넣었을 때처럼.
달콤했다.
흘러나와서 침과 뒤섞인 쿠퍼액이 달콤하게마저 느껴졌다.
“헤으….”
종종 성감대를 자극할 때면 약하게 펄떡이는 반응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리고, 이현주도 흥분할 대로 흥분해 조금 빠는 힘이 거칠어졌을 때쯤.
뷰르르르르릇
뷰르릇
정액은 예고 없이 분출되었다.
뷰르릇
“웁, 읍, 웁. 꿀꺽.”
하지만 이현주는 자지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자지가 펄떡이면서 뱉어 내는 정액을, 그에 맞추어 곧바로 꿀꺽꿀꺽 삼켜 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이현주는 거칠게 하늘의 자지를 빨아댔다.
“헤웃, 헤읏….”
하늘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도, 얼굴이 잔뜩 벌게져서 허리를 팔딱였다.
꿀꺽.
마침내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남기지 않고.
쬬옵.
“헥….”
요도에 남은 정액까지도 빨아 올려 마신 이현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일어나 하늘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눈동자가 좀 돌아오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확실히 이 정도면 약 먹고 잠든 것치고는 빠르게 회복이 이루어진 편.
예전에 이현주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약 하나 먹고 그대로 잠들어 하루종일 잤던 걸 생각하면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뭐, 애초에 아픈 상태가 아니긴 했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하늘이 눈을 뜨기 전에.
하늘이 눈을 떴을 때.
그때 이현주가 생각하는 가장 최상의 표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다.
스륵.
이번엔 자신의 팬티와 함께 바지를 쑥 내리고.
이현주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 하늘의 위에 올라탔다.
“하아, 한 번 빼고도 이렇게 빨리….”
아까 편의점 CCTV로 성유진과 하늘을 관찰할 때 봤던 그대로였다.
이미 촉촉히 젖어 있는 질 입구에 귀두를 갖다 대고.
찌이이이일걱.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자지를 머금었다.
“하아아아….”
넣은 것만으로도 짜릿함이 몸을 타고 퍼졌다.
“헤윽….”
싼 지 얼마 되지 않아 민감한지, 하늘의 허리가 펄떡였다.
하지만 이미 이현주는 다리로 하늘의 허벅지를 꽉 감싸 안고, 팔로는 하늘의 어깨를 꾹 누르고 있었다.
이제 하늘의 발버둥은 무의미했다.
그리고.
“헤으…? 누나…?”
“일어났구나.”
씨익.
이현주가 웃었다.
***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감기약의 효과가 이리 대단했던가?
몸에 힘이 쭈욱 빠져나갔다.
의식이 깊은 물 속에 잠겨서 허우적대는 듯한 기분.
그리고, 그 깊은 무의식 속에서 하늘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헤윽….”
무슨 일일까.
굉장히 기분이 좋다.
손끝이 저릿저릿하고, 몸 구석구석 쾌락이 퍼져 나갔다.
‘이젠 꿈에서마저 이러는구나.’
꿈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아, 그래. 생각났다. 여긴 편의점 안이었지.’
내 몸이 안 좋아 보인다고, 알바 누나가 나한테 약을 먹여 주었었고.
‘다른 곳에서 이렇게 쓰러져 있었으면 몰라도, 알바 누나밖에 없는 이곳이라면 안전해.’
멀쩡히 길 가던 사람도 레이프해서 따먹어버리는 험난한 이 세상에서, 나 같은 남자가 으슥한 길가에 비몽사몽하며 쓰러져 있다?
말 그대로 지나가던 여자마다 날 따먹고 갈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안전하다.
나에게 성적인 흑심을 전혀 품지 않고, 인간적인 포옹을 해 준 유일한 사람이니까.
“헤윽….”
알바 누나라면 믿을 수 있다.
분명 내가 깨어나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겠지.
그러면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조, 조금 나쁜 꿈을 꿔서요.
그러면 그 얘기를 들은 알바 누나가 다시 한 번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녹아 내리는 기분이다.
‘이게 내가 원했던 거야.’
이 세계에 한순간에 내동댕이쳐진 이후, 하루도 제대로 쉴 날이 없었다.
여자들에게 따먹히는 건 부지기수요, 일부러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해도 이 빌어먹을 발정난 몸, 그 성욕을 이기지 못해 자위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감기약을 먹고 쉬는 동안 그저 꿈에서 그 성욕을 해결하고, 이제는 따뜻한 사람의 품에서 힐링을 받기만 하면 된다.
오로지 내 몸만을 원하는 이 세상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 주는 사람.
“누나….”
“일어났구나.”
그런 알바 누나가, 옷을 벗은 채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헤윽….”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직 꿈인가?’
그렇다면 지독한 악몽이다.
한시라도 빨리 깨고 싶은 악몽.
악몽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래,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헤으윽!”
그리고 그 순간, 내 자지를 강하게 조여 오는 질압에 나는 폐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억, 흡….”
“우리 하늘이, 아직 잠이 덜 깼구나.”
그래, 봐라.
알바 누나는 나한테 분명 부드러운 존댓말을 했었다.
역시 꿈은 이런 디테일에 약하….
“헤으윽! 헤윽, 헤윽….”
왜지?
내 위에 올라타 있는 꿈 속 알바 누나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내 자지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치 이미 한 번 싸고 나서 바로 자극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귀두는 예민해진 상태였다.
“헤윽, 윽…. 누, 누나?”
알바 누나, 이현주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욕망에 가득 찬 시선.
흥분으로 가득한 눈빛.
거친 호흡.
모든 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나는 한손으로 내 가슴을 누르며 만지고 있는 누나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후훗. 하늘아, 네 힘으로 그게 되겠니?”
안 그래도 메울 수 없는 성별 간 힘의 격차가 있는데, 약에 취해 있기까지 한 나의 작은 손은 알바 누나를 뿌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헤윽, 왜, 왜….”
시야가 흐려졌다.
알바 누나의 굳건한 손목을 간신히 잡은 채로.
내 눈에서는 눈물이 또륵, 흘러내렸다.
“아아, 이 귀한 걸….”
누나는 내 쪽으로 상체를 숙이고,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혀로 핥았다.
“하아,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
찔걱, 찔걱, 찔걱.
“왜….”
알바 누나의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뷰르르릇
뷰르르르르릇
이미 자극이 극치에 달해 있던 자지는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이현주의 질 안에 정액을 마구 뿜어냈다.
알바 누나 역시 정액을 받아들이며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 최고야….”
온몸을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대로 절정하는 것뿐이었다.
뷰르릇
눈이 뒤집히고, 받아들이기 싫은 쾌락이 뇌 속을 헤집었다.
“히끅.”
“좋았어, 하늘아?”
알바 누나가 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내 입에서 간신히 세 글자만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떨리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이현주는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내 자지를 머금고 있는 질 안쪽이 꾹 조여지며, 다시 한 번 내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하아, 최고야. 하늘아, 고마워. 인생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알바 누나는 내 반응 하나하나가 좋아 미치겠다는 얼굴로,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왜.’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움직이지 않았다.
이 쾌감, 알바 누나의 표정, 목소리.
모든 게 꿈이 아닌 진짜라는 걸 어느 순간부터 깨달을 수밖에 없었지만, 애써 부정해 왔다.
하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불가능했다.
찔걱.
찔걱, 찔걱.
“하아아, 개좋아….”
내 몸이 축 늘어졌다.
“눈동자 텅 빈 거 봐…. 하아…. 개좋다…. 이것도 한 장 남겨야겠어.”
찔걱.
그리고, 찰칵.
그 뒤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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