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74화 (74/79)

〈 74화 〉 이현주

* * *

정액은 끊임없이 나왔다.

뷰르르릇­

한 번 정액이 꿀렁이며 나올 때마다 내 하체는 통제를 잃은 듯 움찔거렸다.

아니, 통제를 이미 잃었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히끄윽….”

미친 듯한 쾌감이 귀두부터 사타구니, 허벅지를 차례로 울렸다.

쾌감은 분명 뇌에서 느끼는 걸 텐데도, 마치 전신의 세포가 제각각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이 기쁨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뷰르르릇­

세상에서 이보다 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정액을 내보내는 것.

성감대를 극한까지 자극받아 폭발적인 쾌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윽….”

뷰릇­

눈을 뒤집고 경련한 지 몇 분이 지난 걸까.

시간의 흐름 따위를 계산할 정보 처리 공간은 내 뇌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뷰릇­

점점 꿀렁이는 빈도가 낮아지고, 사정량이 줄어들 무렵.

나의 정신도 그제서야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히윽….”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유진은 내 입에 손가락을 넣고 있었고, 나는 그걸 열심히 혀로 비비고, 본능적으로 빨고 있었다.

내 입이 움찔하자 성유진이 웃었다.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하늘아.”

그리고 입에 손을 좀 더 깊숙이 쑥 넣더니, 쭉 뺐다.

덕분에 나는 헛구역질을 한 번 해야 했다.

“가버린 표정이 아주 귀여웠어. 아, 물론 질내사정도 기분 좋았고. 흘린 정액이 아쉬울 정도라니까.”

그 말에 아래쪽의 감각이 돌아왔다.

질척, 질척.

내 정액이 성유진의 질 안을 꽉 채우고도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사, 사람들….”

“우리가 섹스하는 모습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지.”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고 있는 듯하더니, 이제는 아예 유리에 들러붙어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려고 안달하고 있었다.

특히 내 자지가 성유진의 보지와 결합해 있는 부분을 보려고 각도를 열심히 맞추고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고 하면 이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일까.

예상컨대 남자들의 초상권이라든가, 남자 불법 촬영에 대한 처벌이 엄청 빡세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자기들도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태니 고소 당하기 싫다 이거지.

성유진은 그 여자들을 향해 얄밉게도 브이를 그려 보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준비해 두었던 정액 승화제를 이용해 정액들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그리고 내 뺨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잘 먹었어, 하늘아.”

성유진은 어느새 다 먹은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 아이스크림 말한 거 알지?”

성유진이 장난스런 얼굴로 씩 웃었다.

간신히 나는 바지를 올렸고, 밖에서 구경하던 행인들은 벌써 끝나서 아쉽다는 얼굴로 흩어졌다.

개중에는 뭐가 그리 급한지 빠르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편의점 알바 누나가 창고에서 나왔다.

‘후우, 조금만 일찍 나오셨으면 누나가 성유진을 말려 주셨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실은 다행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알바 하는 편의점에서 맘대로 섹스를 했다고 혼날지도 모르지.’

이 세계에 와서는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친절한 알바 누나지만, 이전 세계에서는 세상 도도하고 근방에서 가장 예쁜 뷰티 쿨미녀(처녀인지는 모름)였으니까.

‘그래. 이런 모습을 알바 누나한테 보이는 것보다는 나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편의점 뒷골목에서 양아치 3인방에게 실껏 따먹히고 나서 버려져 있을 때.

나를 발견하고 조용히 편의점으로 데려와 소파에 앉히고 건네주었던 따뜻한 렛잇비 캔의 온기를.

‘이 세계에서는 남자가 발기를 하고, 흥분을 하고, 심지어는 사정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으니…. 내가 이렇게 여러 번 여자들에게 따먹히는 걸 본다면 나를 벌레 보듯이 볼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왠지 나한테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알바 누나한테는 내가 이렇게 여기저기서 발기하는 남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 누나를 실망시키지 말자.’

다행히 지금은 내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고, 호흡이 조금 거칠어져 있다는 것만 빼면 섹스를 했다는 티는 나지 않는 상태였다.

승화제 덕에 정액도 남아 있지 않았고, 옷매무새도 완벽하게 정리를 한 뒤였다.

이제 자연스럽게 나가기만 하면….

“괜찮아요? 얼굴이 좀 빨간데. 목까지 빨개져 있어요.”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물건을 정리하려던 듯 이쪽으로 다가온 알바 누나가 무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아, 네…. 괜찮….”

“얘가 지금 좀 몸 상태가 안 좋나 봐요. 상비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여기 약 있죠?”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려는데 성유진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아니, 안 아픈 거 네가 제일 뻔히 잘 알면서.’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지?

다시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알바 누나는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이미 끄덕이고 있었다.

“네, 약 있죠. 목에 특히 좋은 넥타이레놀이 나왔는데, 그거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늘아, 약 주신다니까 그거 먹고 좀 쉬다가 집 가.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하거든.”

“어어…?”

“그럼 빠이. 담에 보자.”

성유진은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알바 누나한테도 찡긋한 뒤 뭐라 부를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

“하늘 씨, 이거 먹어요. 아, 물 필요하구나. 이리 와요. 와서 앉고 물이랑 같이 먹고 조금 쉬다 가요.”

알바 누나는 내 손을 잡고 창고 쪽으로 이끌었다.

‘아, 타이밍 놓쳤다.’

사실은 아픈 게 아니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이미 상비약은 결제를 완료하고 포장지까지 뜯었고.

나는 손을 잡힌 채 창고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손…. 따뜻하다….’

그 와중에 알바 누나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성적인 목적 같은 것 하나 없이 나를 따뜻하게 잡아 주었던 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안아 주었던 팔.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는 상냥함이 담긴 미소.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 주었다.

‘그래, 지금만큼은 그냥 아픈 사람으로 있어도 괜찮을지도 몰라.’

알바 누나의 따뜻한 손에 나를 맡기고, 마음 편히 쉬다 가면 되는 거다.

누나 앞에서라면,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다.

몸은 아프지 않지만 반복된 반강제적 섹스로 인해 내 마음은 반쯤 너덜너덜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랬기에, 나에게는 지금 기댈 곳이 필요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했다.

나는 그렇게 알바 누나의 손에 이끌려 창고 안쪽의 소파에 앉았다.

“잠깐만 앉아 있어요. 물 가져다 줄게요.”

“고맙습니다.”

약을 받아든 채, 나는 누나가 물을 가져오기를 잠깐 기다렸다.

“넥타이레놀이라….”

그리고 나왔다던 신약의 설명을 잠깐 읽었다.

감기, 특히 목감기에 좋으며 지친 몸을 휴식에 들기 쉽게 만들어 주어 몸의 회복을 돕는다고 쓰여 있었다.

‘이쪽 세계에는 참 신기한 게 많네.’

정액 승화제 같은 것도 그렇고, 뭔가 이전 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약품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바뀐 세계라서 뭔가 그걸로 나비 효과 같은 게 생긴 건가?

‘근데 그럼 나라는 사람은 이 세계에서 대체 어떻게 태어난 거지?’

그렇게 나비 효과가 일어날 만한 세계라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 그대로 태어난 건지 참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단순한 평행세계라기에는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단순히 남녀가 바뀐 수준을 넘어섰지. 일반적인 남자들의 성욕이 굉장히 적은 편인 것도 그렇고…. 그렇게 되면 인구수는 어떻게 유지가 되고 있는 건지도 신기한데. 인공 수정 같은 걸 하기도 하는 건가?’

넥타이레놀을 보고 떠오른 가벼운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생각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지.’

아무래도 현자 타임이라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상, 해야 할 건 하나. 이 세계에 적응하고 살아남아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것.’

일단 대학에 입학을 했으니 무난하게 강의를 잘 듣고 학점도 가능한 한 높게 받아서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

‘잠깐, 근데 밖에 보면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여자긴 하던데….’

이거, 생각해 보니까 지금 나 정도 인기면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능력도 좋은 여자랑 만날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되면 내가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나는 불손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기 전에 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살 거면 열심히 살아야지. 성실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내가 말했던 예쁘고 몸매 좋고 능력 좋은 여자라면 이미 집에 두 명이나 있지 않은가.

물론 누나들과 결혼을 하지는 않겠지만….

점점 생각이 쓸데없는 쪽으로 흘러가는 도중.

“여기 물 가져왔어요. 어서 약 먹고 쉬어요.”

알바 누나가 물을 가져와 내게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약값은 제가 드리….”

“어허. 안 줘도 돼요. 먹고 깨끗하게 나으면 그게 약값 하는 거예요.”

눈물 날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였다.

“감사합니다….”

나는 거듭 감사 인사를 하며 물과 함께 넥타이레놀을 삼켰다.

“후우….”

“약효는 금방 나타날 거예요. 요즘 약이 잘 나오거든요.”

알바 누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어…. 누나.”

“네?”

옆에서 지키고 있어 줘서 좋기는 좋은데.

그리고 팔을 나한테 폭 둘러 주는 것도 좋기는 한데.

“카운터 안 봐도 돼요?”

그 말에 누나는 다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잠깐 문 닫아 놨거든요.”

“어….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그렇구나…. 하암….”

누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약효가 슬슬 나타나는지 몸이 나른해졌다.

‘지친 몸을 휴식에 들기 쉽게 만들어 준다고 했었나…?’

지금 깨달은 거지만, 그 말인즉슨 졸리게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어, 생각보다 더 졸린데.’

뭐, 내 몸은 회복이 빠르니까 금방 일어나긴 하겠지만….

근데….

왠지 알바 누나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왜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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