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성유진
* * *
“자, 잠깐만….”
나는 갑작스런 성유진의 태도 변화에 주춤했다.
‘아니, 손으로 해서 보내면 봐 준다고 말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어떻게 된 게 이 세계의 여자들은 참을성이 이렇게 없냐…?
그래, 물론 뭐 결론만 따지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손으로 해서 보내기 전에 성유진이 중단을 시켰으니, 이론 상 ‘보내면 봐 준다’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 건 맞으니까.
꾸욱.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양아치지!’
내 위에 올라탄 성유진은 질 입구를 귀두에 비비며 슬슬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유진은 솔직히 말하면 여자치고는 키가 작은 편에 속했다.
아, 물론 ‘여기 세계에서 여자치고는’ 이라는 뜻이다.
여자이면서 나와 비슷한 키를 가졌으니 작은 편이지.
그래서인지 다른 여자가 내 위에 올라탔으면 느껴졌을 묵직함, 육중함은 비교적 느껴지지 않았고.
눈높이 역시 비교적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키스하기 좋은 눈높이네.”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성유진이 말했다.
원래 살던 세계에선 보통 남자가 여자를 내려다보고 키스를 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여기선 아마 이게 정상적인 구도겠지?
“키스하기도 좋고, 섹스하기도 좋고. 모든 게 다 좋네.”
아니, 섹스하기에 좋다기엔 여기 편의점 안인데….
하지만 오랫동안 잡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츄웁
성유진이 한손으로 내 뒷목을 잡아 끌고, 나머지 한손으로 내 턱을 살짝 들어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기분 탓일까, 아직도 딸기 아이스크림의 맛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츄웁, 츕.
성유진은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키스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모순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실제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거칠게 내 입 안을 탐하고, 조금 빠른 것 같은 템포를 유지하면서도.
성유진의 혀는 내 혀를 아주 부드럽게 잡아맸고, 유린했고, 입 안 구석구석을 탐했다.
“하읍….”
호흡을 언제 어떻게 내쉬어야 하는지 까먹을 정도로, 키스는 격렬했다.
나는 눈을 뜬 것도, 뜨지 않은 것도 아닌 풀린 채로 멍하니 성유진의 이끎에 따라 쾌락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이미 내 자지는 거하게 한 번 사정을 마친 상태였고, 몸은 들어갈 듯 말 듯 질척대는 질의 감촉 탓에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아아…. 모르겠다….’
이젠 여기가 편의점 안이라는 것도, 편의점 의자에서 내 위에 올라타 있는 게 방금까지 조별과제를 하다가 나온 내 대학 동기라는 것도.
지하철에서 날 처음으로 성추행했던 녀석이라는 것도….
어, 맞아.
그 순간 내 몸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성유진과 섹스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
전에도 잠시 떠올렸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참 희한한 일이었다.
하는 짓을 보면 가장 먼저 날 따먹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좀 그렇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잖아?’
어쨌든, 지금 내 쥬지는 성유진과 합체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츄읍
“요것 봐라, 움찔대는 게 아주 요오망해.”
성유진은 방금까지 자지를 푸욱 넣을 것처럼 굴어 놓고는, 귀두를 질 입구에 갖다 대기만 한 채로 애를 태우고 있었다.
‘요오망한 건 너고!’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얕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것밖에 없었다.
질걱, 척.
귀두가 질 입구로 들어갈락말락하기를 반복.
점점 내 자지는 달아올라 급기야는 성유진의 질 속에 자지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내 머릿속 마지막 이성이 그렇게 외쳤다.
편의점 안에서 동기 여자애와 의자에 겹쳐 앉아 섹스를 할 수는 없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가 이제는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성유진의 뜨거운 몸은 내 자지를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이미 내 몸은 그저 호르몬의 노예가 된 지 오래였다.
오로지 여자의 질 안에 정액을 뿜어 내고 싶다는 DNA에 새겨진 본능만이 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사용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지식의 실을 한 올씩 교차해 지혜라는 베를 짜 내는 그런 인간이 아닌.
수백만 년 전,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 인간이 가지고 있던 그 원시적인 DNA에서 비롯된 번식 본능.
그 본능만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사고하려 한들, 몸이 성적 흥분으로 전부 채워진 상태에서 눈앞에 요염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음부를 비벼 대는 예쁜 여자가 있다면, 솔직히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억울하다. 억울해!’
이 세계의 남자들은 원래 성욕이 없다지만,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남자의 성욕이 굉장히 활발했고, 나 역시 평범한 남성 수준의 성욕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 세계에 오면서 몸이 이렇게 돼버린 걸 어쩌라는 거야….’
이 세계의 여자들은 어떻게 보면 이전 세계의 남자들보다 더 성욕이 강해 보였고, 나 역시 이전 세계보다 훨씬 민감한 몸을 가지게 되어버렸다.
찔꺽
“흐읏….”
“들어갈 뻔했네?”
성유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따, 따먹는다며….”
‘그만해….’
아차.
“푸흡. 하늘아, 속마음이랑 말이랑 바뀐 것 같은데?”
성유진의 보랏빛 눈이 요염하게 빛났다.
“역시 속으로는 어서 따먹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거구나?”
“아, 아냐….”
목소리가 떨렸다.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시야가 핑 도는 것 같았다.
“넣고 싶어?”
살짝 낮은 톤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넣고 싶다면, 넣어 줄게. 하늘아.”
귓가에 울리는 성유진의 목소리마저 이젠 내 흥분도를 계속해서 더해주고 있었다.
“넌 대답만 하면 돼. 어때, 넣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성유진은 질 입구를 움찔대며 내 귀두를 먹을락말락 조절하고 있었다.
펑,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했다.
이대로 질 입구에 비벼서라도 싸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끊임없이 강타했다.
입술이 떨렸다.
‘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넣고싶어.’
어떻게든 넣어서 싸고 싶다는 생각뿐.
그 생각 때문일까.
나는 대답 대신 허리를 들썩이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내 귀두에 닿아 있는 보지 안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아니, 찔러 넣으려 했다.
“힉.”
“에이, 하늘아. 대답 안 하고 맘대로 그러면 안 되지.”
저게 인간의 반응속도가 맞나?
가서 운동 선수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성유진은 내가 허리를 들썩임에 맞추어 정확히 같은 높이만큼 허리를 들었다.
본능적으로 삽입하려 했던 내 움직임은 허사가 되었다.
“안 되겠네. 말 안 듣는 하늘이는 벌로 좀 더 버텨 줘야겠어.”
“그, 그런….”
성유진이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내 귀를 천천히 빨기 시작했다.
여전히 음부로 내 귀두를 자극하면서.
한손으로는 내 목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다른 한손은 내 셔츠를 들어올려 젖꼭지를 잡았다.
‘저, 정신 나갈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숨을 헐떡이며 전신을 타고 들어오는 쾌감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쾌감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비비는 것만으로 쌀 것 같으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 자지 쪽 자극을 멈추었다.
‘한 번만 싸면 만족할 것 같아.’
‘한 번만 싸고 싶어.’
‘지금 싸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정이 될 것 같아.’
그런 생각들이 차례대로 내 뇌를 두들겼다.
할짝
성유진의 혀가 내 목의 아랫부분, 가장 민감한 곳을 핥았다.
그리고 내 목을 인질처럼 잡고 있던 손으로, 그 손의 엄지로 내 기도를 꾹 눌렀다.
“켁…!”
그저 엄지로 목을 가볍게 눌렀을 뿐인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성유진은 그 상태로 다시 내 자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때, 하늘아? 지금 기분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기분이 좋았다.
숨이 막혀 오는 동시에 아랫쪽에서 올라오는 저릿한 쾌감이 전신을 흔들었다.
호흡이 차단됨으로써 오히려 자지에 있는 감각들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고, 이대로 사정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귀여워.”
성유진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성유진이 손을 가볍게 놓자 호흡이 돌아왔다.
“쿠흡…. 후으….”
나는 숨을 쉬며 풀린 눈으로 성유진을 보았다.
조금만 더 하면 정말 기분 좋게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때, 성유진의 눈은 내 뒤, 아니 그 위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젖꼭지를 괴롭히던 오른손으로는 브이 자를 만들고 있었다.
‘뭐지?’
하지만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하늘아.”
“으응…?”
“왼쪽을 봐.”
성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내 턱을 아래에서 잡아 왼쪽으로 돌렸다.
“…!”
내 눈이 커졌다.
동공이 흔들렸다.
“무, 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 언제부터….”
“네가 나한테 넣고 싶어서 허리 들썩일 때쯤부터? 표정이 아주 귀여웠어.”
내 눈앞에는 편의점 좌석 옆의 통유리 너머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 행인들이 있었다.
여자들은 저마다 아래쪽에 손을 가져간 채로 다리를 모으고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저 사람들이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성유진이 잡고 있는 내 턱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수치심에 떨고 있는 나의 자지를.
찔거억.
성유진의 질이 삼켰다.
“히끅!”
뷰르르르릇
뷰르릇
이미 극한의 쾌감이 쌓여 있던 내 자지는 성유진의 질에 정액을 있는 대로 뿜어 댔고.
행인들은 한껏 경련하는 내 모습, 눈이 돌아간 내 얼굴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