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편의점 안에서
* * *
아이스크림의 맛 따위는 이제 내 안중에 없었다.
이미 혀 위에서 녹아내린 차가운 우유와 성유진의 타액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섞여 있었다.
삼키기도, 그렇다고 안 삼키기에도 뭣한 그런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뱉을 수는 없잖아.’
아니,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성유진에게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고 내 입에 있는 걸 가져가게 하면 된다.
물론 그럴 생각 따윈 없….
‘괜찮을지도…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신 차려! 강하늘!’
나는 이제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내 몸의 스위치는 이미 올라간 지 오래였다는 걸.
내 뇌가 머리에 있다가 점점 쥬지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는 걸.
‘느, 늦기 전에 뇌를 되돌려 놔야 해.’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덥썩.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다음 순간 허공으로 흩어졌다.
성유진이 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내 자지를 잡고 만지고 있었다.
슥, 스륵.
‘아니, 이거 반칙….’
주머니 안에 손을 넣어 만지는 건 팬티 속 쥬지의 위치를 재정비하는 용도로만 쓰여야 하는 건데….
나는 다리를 오므려 성유진의 손을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자지가 더 빳빳하게 고개를 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하, 바로 만져 달라는 소리였구나?”
성유진이 속삭였다.
“말을 하지.”
“아니…. 힉!”
“조용. 알바 언니한테 들킨다?”
지금 성유진은 자신이 바깥쪽에 앉아 있어서 교묘하게 테이블 밑을 가릴 수 있는 상태.
성유진은 그 상태로 주머니에서 손을 빼, 바지 안으로 밀어넣어 생자지를 붙잡았다.
“벌써 쿠퍼액 존나 흘렸네. 변태년.”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이면서 손으로는 계속해서 귀두를 잡고 문지르니 미칠 지경이었다.
“흡, 흣.”
나는 쾌감을 참으며 곁눈질로 알바 누나의 동향을 살폈다.
‘오, 자리에 없어.’
다행이었다.
손님도 따로 없고, 알바 누나도 지금은 다른 일을 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에 골목길에 쓰러져 있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고 커피까지 줬던 누나인 만큼, 이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흡….”
“잘 참네?”
성유진이 내 귓바퀴 안쪽에 혀를 집어넣었다.
핥짝.
“흣!”
고작 귀일 뿐인데,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이미 온 힘을 다해 오므리고 있는 다리는 덜덜 떨릴 지경이었고.
찔걱
성유진은 내 바지 속에서 계속 공급되는 쿠퍼액을 손바닥에 발라 윤활제 삼아 문질러댔다.
찔거억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끔은 뿌리부터 뽑아 올릴 듯, 가끔은 오로지 민감한 귀두만을.
말 그대로 정말 현란한 성유진의 손놀림에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이, 이런 곳에서마저 갈 수는 없어….’
지금까지 많은 곳에서 가버렸긴 하지만.
편의점만큼은, 그것도 내가 이전 세계에서 자주 보던 편의점 알바 누나가 있는 곳에서만큼은 그런 꼴사나운 모습이 되어 버리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따뜻한 미소를 짓던 얼굴이, 렛잇비 한 캔을 건네던 그 손길이 잊혀지지 않았다.
만약 내가 사정을 할 때, 창고에서 물건 정리를 하고 있던 누나가 마침 나오다가 그 장면을 본다면?
그때의 자괴감을 내가 감당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찔꺽
성유진은 그런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손가락 마디 마디를 사용해 내 귀두갓 아래쪽을 빈틈없이 쥔 채 비틀었다.
성유진의 악력과, 윤활제가 된 쿠퍼액의 감촉, 그리고 지금까지 누적된 강도 높은 자극이 한데 모여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내 뇌를 강타했고.
바들바들 떨리던 내 다리가 경직됨과 동시에.
뷰르르르릇
뷰릇
뷰르릇
나는 성유진이 꽈악 쥔 그 손 안에 내 안에 있던 모든 정액을 토해낼 기세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뷰르릇
정말 원망스럽게도, 배덕감이 내 몸을 흔들었다.
가장 가서는 안 되는 시점에.
정말 가고 싶지 않은 장소에서.
시원하게 정액을 분출했다는 쾌감이 전립선을 타고 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
“헤윽, 흐윽….”
정액이 성유진의 손 안에 질퍽하게 묻고, 성유진은 그 손으로 다시 내 자지를 문질렀다.
“그, 그만…. 정말 그, 제발….”
여기서 더 손을 움직였다간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만 해 줘?”
“응….”
나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조건이 있어.”
“뭐, 뭔데?”
성유진이 씨익 웃었다.
“손으로 내 보지 쑤셔서 보내 봐. 그럼 봐 줄게.”
* * *
이현주는 원격으로 편의점의 문을 잠갔다.
화장실 가고 싶어질 때마다 귀찮게 열쇠질을 안 해도 되도록 직접 만든 장치였다.
그리고 CCTV 모니터가 있는 창고 안쪽으로 가 의자에 앉았다.
“하, 씨발. 까무잡잡한 년 존나 부럽네.”
아직 이현주는 하늘에게 ‘좋은 누나’를 연기하고 있다.
좋은 누나, 믿을 만한 누나에게 온몸을 맡겼다가 몸도 마음도 완전히 따먹히고 텅 빈 눈으로 땅바닥에 뒹구는 귀여운 강하늘의 모습을 상상한 이현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은 반찬 삼아 딸딸이나 쳐야지.”
자리에 앉은 이현주가 휘파람을 불었다.
“오, 여기는 CCTV 화질 개 쩌는데.”
원래 알바를 하던 곳이 아니라 대타를 나온 곳이라 살짝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화질은 감상을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각도 좋고.”
운이 좋게도, 하늘과 성유진이 앉은 자리는 방범용 CCTV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이었다.
“크흠.”
방범용 CCTV의 용도가 거꾸로 된 것 같았지만, 지금 이현주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늘의 발정 난 얼굴이 모니터에 지금 비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거지.
“얼굴은 진짜 섹스 같은 거 하나도 모르게 생겨 가지고.”
오히려 좋아.
이현주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대뜸 팬티째로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의자에 액이 좀 묻겠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잠깐 대타 나온 곳인데.
이따가 물티슈로 대강 닦으면 티도 안 날 거다.
“아, 소리 안 들리는 게 진짜 아쉽네.”
이현주가 원래 일하던 곳은 이미 CCTV 화질, 모니터링용 모니터, 녹음 장치까지 싹 다 새로 설치해 뒀다.
그게 무용지물인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입모양이랑 자지는 잘 보이네. 좋아.”
질걱, 질걱, 질걱.
이현주의 기다란 손가락 두 개가 보지 안으로 쑥 들어가 성감대를 건드렸다.
“하으….”
이현주는 익숙한 왼손 마우스 컨트롤로 화면을 확대했다.
“저년 손놀림 쥑이네….”
성유진의 손놀림을 보는 이현주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꿀꺽.
“아, 나도 존나 만지고 싶다…. 아니, 넣고 싶다….”
찔걱, 질걱.
천천히 시동을 걸던 이현주는 더 참지 못하고 철벅이며 자신의 보지를 빠르게 쑤시기 시작했다.
“하, 씨발…. 씨발…. 강하늘….”
성유진이 주는 자극을 착실하게 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저 얼굴이 너무나도 꼴렸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성을 내버리기 직전의 저 표정.
“하아…. 윽….”
의자는 이미 애액 범벅이 되었지만 이현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간다….”
하늘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 극에 달했다는 것을.
오히려 덜덜 떨리던 다리가 잦아들고, 가슴이 펴짐과 동시에 눈이 서서히 뒤집혀 간다.
그에 맞추어 이현주도 손으로 자신의 성감대를 마구 자극했다.
“동시에…. 동시에….”
찔걱, 질걱, 찔걱.
결국 하늘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지고.
몸이 경직되며.
자지가 힘차게 정액을 뽑아내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하악, 흑.”
이현주 역시 오르가즘을 느끼며 가 버렸다.
“하…. 한 발 잘 뺐다…. 이것도 이따가 받아 가야겠다.”
이현주는 만족하면서도 조금 지친 얼굴로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
잘못 봤나 싶었다.
하지만 곧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타이밍에, 성유진은 교묘하게 CCTV 쪽을 보았다.
분명 눈을 카메라와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손가락으로 브이 표시를 하며 웃어 보였다.
“저, 저…. 요오망한….”
이현주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다 알고 있다 이거지.”
이현주는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다시 문지르기 시작했다.
“더 해 봐. 잘 좀 보이게. 나도 문 잘 잠그고 있을 테니까.”
* * *
나는 성유진의 요구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 부풀어 있는 민감한 자지를 인질로 쥐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성유진의 팬티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중지와 약지를 모아 성유진의 보지 안에 넣었다.
“그렇지. 해 본 솜씬데?”
“해, 해 봤다니….”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아마 내가 내 의지를 가지고 남의 보지를 쑤신 일은 없을 거다.
아마 여러 명에게 한번에 당할 때, 내 시야가 차단당한 상태에서.
내 손을 가지고 마음대로 자신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데 사용했던 몇몇 여자들 때문에 이 감각을 알게 되었을 뿐일 거다.
그리고, 내 몸은 생각보다 똑똑했다.
성유진의 성감대를 제대로 찾은 듯, 성유진이 윽 하는 작은 소리를 냈다.
“…?”
그때, 나는 성유진의 이 표정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살짝 짙어진 듯한 보랏빛 눈을 한 성유진은, 뭔가 시동이라도 걸린 것처럼, 내 손을 잡아 뺐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위로 갑자기 몸을 겹쳐 앉았다.
“안 되겠어. 그냥 따먹을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