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70화 (70/79)

〈 70화 〉 시간과 정신의 방

* * *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응? 방금 뭐라고?’

아무래도 자지를 극한까지 쥐어짜이면서 청각에까지 혼란이 온 모양이었다.

‘그래, 예진이가 그럴 리가 없지.’

강의 내내 나랑 딱 붙어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이예진.

내가 강의실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릴 때 다가와 말을 걸어 주었던 착한 아이.

생글생글한 인상과, 여유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걸 짐작하게 하는 태도까지.

어떻게든 날 한 번 따먹어 보려 하는 여자들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바로 이예진이었다.

‘암, 그렇고말고.’

예진이가 그럴 리가 없….

“뭘 꼬라봐?”

응?

“그냥 하던 대로 개처럼 헥헥거리기나 하지.”

어….

“언니, 내가 CCTV로 언제부터 그거 썼는지 다 확인 했걸랑? 벌써 많이 갖고 노셨으니까 이제 착한 동생한테 양보 좀 해줘.”

방금 나를 ‘그거’라고 지칭한 건가?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이예진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이 집에는 셋째 딸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니까 저기 있는 건 이예진이 아니라 이예진의 동생인 거지. 재벌가에 서 오냐오냐 소리 들으며 자란 싸가지 없는 막내 동생의 모습이 저렇다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니까.

근데, 참 이예진이랑 닮긴 했네.

이게 유전자의 힘인가.

“야, 아직 이 새끼 참교육 덜 끝났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이런 새끼는 초장부터…. 이것 봐라? 넋이 나갔네, 아주.”

이예은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나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입을 얼마나 떡 벌리고 있었는지, 내 얼굴에 뿜어졌던 정액이 얼굴을 타고 흘러 입에 들어가고 말았다.

“에푸푸풉! 풉! 푸후!”

아무리 그래도 내 정액을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이 새끼 뭐 하냐? 입에 들어간 거 뱉게 돼 있어?”

이예은은 허리를 들어 내 자지를 질에서 빼냈다.

“헥.”

빼내면서도 마지막에 끈적하게 귀두를 쥐어짜는 조임에 다물려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예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빨아.”

이예은은 그렇게 명령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혀를 마구 누르고 휘저었다.

밖에서 봤다면 기품이 흐르고 아름답게 보였을 이예은의 얼굴은, 지금의 나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지배와 공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더 끔찍한 꼴을 당한다.

물론, 하라는 대로 해도 끔찍한 꼴을 당하긴 하겠지만. 적어도 거역하는 것보다는 나은 처사를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은 얼마나 흐른 걸까.’

마치 시간과 정신의 방에라도 온 것처럼, 여기서의 시간은 바깥 세상과는 단절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 밀폐된 공간 안에 있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바깥 세상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것만 같았다.

쮸웁­

쯉­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지금 여기에 있었고.

로마에 왔으니 로마 황제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쯉­

“푸흡. 잘 빠네.”

이예은이 내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쭙­

나는 이예은의 검지와 중지를 끝까지 놓지 않고 빨았다.

왜냐고?

그나마 지금까지 당한 것 중에서는 손가락 빨라는 명령이 가장 쉬웠으니까!

분명 손가락을 빠는 건 나로선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수치스러울 뿐이었지만.

차라리 이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손가락만 빨라고 시킨다면 기꺼이, 누구보다 잘 빨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지금까지 강제로 쾌락을 주입당한 시간 동안 힘들었다는 소리다.

“왜, 아쉬워? 더 빨고 싶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이예은이 씨익 웃었다.

“그럼 더 맛있는 거 빨게 해 줄게.”

그리고 보지를 내 입에 갖다 문대기 시작했다.

“어때, 좀 맛있어? 개새끼야?”

츄룹­ 춥­

여자의 보지에 깔린 채로 개새끼라는 말을 들어 가며 클리토리스를 빨아들이는 내 모습은, 이젠 꿈이라고 여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품없었다.

꽈악­

이예은이 허벅지로 내 머리를 조이자 숨이 막혀 왔다.

“웁….”

“혀도 써야지. 개년아.”

빨다가, 혀로 클리토리스를 핥다가, 질 안에 넣다가….

‘난 진짜 개가 된 건가?’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마저 들 때쯤.

“읏차. 그래도 언니가 날 봐서 자리 하난 만들어 주고 갔네.”

아래쪽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내가 아직도 이예진으로 보이니?’라고 묻는 공포 영화의 귀신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이미 내 얼굴 위는 첨벙 소리가 날 정도로 애액으로 흥건했기에. 그리고 내 얼굴은 이예은이 허벅지로 꽉 잡고 있기에 아래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내 자지에 닿는 따뜻한 감촉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질 입구와 너무나 흡사했다.

“흣.”

이예진의 입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히야, 이거 진짜 물건이긴 하네. 자지 자체도 훌륭한데, 심지어 그렇게 쥐어짜이고서도 이렇게 팔팔하게 서다니. 언니 성격에 보통 쥐어짠 게 아닐 텐데도….”

이예진은 입맛을 다셨다.

“이 정도까지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걸 낚았네.”

“후픕.”

이예진의 질이 순식간에 내 자지를 쭉 뿌리까지 감싸왔다.

안 그래도 위쪽에서 정신 없이 보지를 빠는 중인데, 아래쪽에서 동시에 자지를 휘감아 오니 이제는 잡념조차도 머리에 담아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무아미타불….’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흐붑. 흡.”

“으흣…. 야, 쌀 거니까 남김없이 마셔라. 흘리면 한 방울 당 싸대기 한 대씩 쳐맞을 줄 알아.”

아니, 한 방울 당 한 대는 너무한 거 아닌가.

애초에 방울의 개념이….

“흣!”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맑은 액체가 뿜어져나왔고.

꿀꺽, 꿀꺽, 꿀꺽.

나는 최대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보지에 입을 밀착시킨 채 목을 열고 다이렉트로 액체를 흘려보냈다.

“아, 씨발! 개좋아!”

이예은은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 부르르 떠는 동작 때문에 물이 옆으로 잠깐 튀었다.

“서른네 대!”

짜악­

아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자기가 움직여놓고.

이미 아픔조차 초월한 나는 싸대기를 맞으며, 아래쪽에서 부지런히 왕복 운동을 하는 이예진의 보지에 절정했다.

뷰르르릇­

뷰릇­

“이야…. 정액량 봐. 볼수록 맘에 드네.”

이예진은 자지를 빼내 정액을 확인하더니, 이번엔 곧바로 뒤로 돌아 반대 방향으로 삽입했다.

“이 각도도, 흣, 좋네. 깊게, 들어오고.”

이예진은 내 회복 시간 같은 건 이제 신경쓰지도 않는 듯,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헤웁, 흡….”

쾌락 속에서 혀를 달달 떠는 나를 내려다보며, 이예은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허벅지로 내 얼굴을 조였다.

***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아니 한 번쯤 본 천장이었다.

‘이예진의 방.’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근데 원래 나는 조금만 쉬어도 몸이 가벼워지잖아.’

보통 눈을 떴을 때 몸이 가벼우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곤 하는데.

나의 경우는 좀 달랐다.

극단적으로, 정신을 차린 지 1분도 되지 않아 싸대기를 맞고 깨어나도 몸이 꽤 가벼워진 게 느껴질 정도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하려 했다.

“…?”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늘의 조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조원들을 발견했다.

“아, 하늘이 일어났구나?”

내가 일어난 걸 가장 먼저 발견한 이예진이 빙긋 웃었다.

정신을 잃기 전, 그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나를 탐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이예진은 이미 길을 잃은 나를 이끌어주던 친절하고 서글서글한 재벌집 딸내미로 변해 있었다.

분명 이전 같았으면 그 미소를 보고 힐링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등골에 소름이 돋을 뿐이었다.

“어… 응.”

“간식 꺼내 먹고 저기 구석 소파에서 자고 있더라구. 얼마나 귀엽던지. 업어서 데려오는데도 세상 모르고 자더라.”

어찌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던지, 하마터면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정말로 전부 꿈이라고 믿어버릴 뻔했다.

‘나도 꿈이었으면 좋겠다만.’

그러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생생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아직도 무한 절정 오나홀 왕복 쇼는 치가 떨릴 정도였으니까.

‘으으…. 진짜 사람 하나 망가뜨리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니까.’

아마 세상의 어떤 남자든 이걸 똑같이 당한다면, 시키는 건 뭐든 할테니 제발 멈추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 거다.

“어…그래? 나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네.”

나는 이예진의 표정 속에서 ‘말 꺼내면 죽는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렇게 피곤했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 하늘아. 더 푹신한 침대가 있는 방이 남는데, 거기서 재워 줬을 텐데.”

“아, 아냐. 말만으로도 고마워.”

더 푹신한 침대가 아니라 구속구에 갇히고 섹스 매트 위에 있다 왔는데요.

“자, 그럼 내가 배웅해줄…. 아! 맞다. 하늘아, 너한테는 따로 내가 설명해 줄 게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릴래?”

“응?”

그 말에 내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가 풀어졌다.

이예진은 일어나며 문정연과 성유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난 정연이랑 유진이 배웅해 주고 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 봐. 알겠지? 자, 가자.”

문정연과 성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고.

그 뒤를 따르는 이예진이 날 보며 씨익 웃었다.

‘큰일이다.’

본능적으로.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예진이 둘을 배웅하러 나가고 잠시 후, 나는 이예진의 방에서 나와 최대한 구석에 숨었다.

이예진이 방으로 돌아간 틈을 타서, 문으로 나가려는 생각이었다.

“얘들아, 그럼 다음 강의 때 봐!”

이예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문을 닫은 뒤 방 쪽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문을 향해 내달렸다.

기회는 단 한 번.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이예진이 달려오겠지만, 그때는 이미 내가 탈출한 뒤일 것이다.

‘도착했어!’

나는 문의 잠금장치를 눌렀다.

띠리링,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해제되었다.

‘나가자!’

자유를 위해.

달칵.

“응?”

달칵, 달칵.

“이거 왜 안 열려?”

덜덜덜컥.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 봐도, 분명 도어락이 해제된 상태였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덜컥, 덜컥, 덜컥.

“하늘아?”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내 목에서 끼긱,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돌아본 이예진은 웃고 있었다.

“그거 내가 이중 잠금 장치 해 놨어.”

그 웃음은 조소였다.

이예진이 달려와 내 목을 움켜잡았다.

“으, 으아앗! 켁!”

그리고 그대로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뒤로 일곱 번 정도 절정한 후에야 이예진의 집을 나설 수 있었다.

***

“하아…. 하아….”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정확히는 몸이 회복된 탓에 어지럽지는 않았다.

어지러운 건 내 정신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현실로 돌아오려고 애썼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비 아저씨께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드디어 빌어먹을 고층 건물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몇 발자국이나 떼었을까.

“하늘아.”

옆에서 성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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