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조별과제 (5)
* * *
이 세계에 온 이후, 나는 처음으로 여자가 가버리며 물을 뿜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느꼈다.
왜냐하면 그 물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내 입 안으로 전부 들어와버렸고.
난 어쩔 수 없이 그걸 다 마셔버렸으니까.
“하아, 하아…. 씨발….”
꿀꺽, 꿀꺽, 꿀꺽.
한 가지 다행인 건, 그 물에서는 어떠한 이상한 맛도 나지 않았고, 이상한 냄새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말 그대로 무색무취. 체감 상 수분 순도 99% 이상의 체액이었다.
아마 이대로 물병에 담아서 생수라고 팔아도…. 아, 이건 좀 그런가.
아무튼,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하며 나름대로 꺼무위키를 뒤져 본 바, 이렇게 여자가 절정을 하며 액체를 뿜는 경우는 아주 희귀하다고 알고 있었다.
애초에 물을 뿜는 체질과 못 뿜는 체질로 선천적으로 나뉘는데다가, 본인이 절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액체를 분출하기를 진심으로 원해야 하고, 성감이 충분히 오랫동안 과열되어 있어야 한다.
이 3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상태에서 절정을 맞아야 액을 뿜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이 사람은 체질도 맞고…. 내가 오기 전에 자위를 하고 있었으니까 충분히 오랫동안 과열되어 있었던 모양이고.’
거기다가 내 입에 액체를 진심으로 싸고 싶어했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 어떤 사람이 오늘 처음 본 사람의 입에다가 체액을 진심으로 싸고 싶어한단 말인가?
성욕에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있나?
‘아, 성욕에 미친 사람인 거구나.’
꿀꺽.
나는 그걸 깨달음과 동시에 마지막 체액 한 모금을 삼켰다.
“하아….”
여전히 내 입에 보지를 들이민 채, 이예은은 쾌감의 여운을 즐겼다.
‘끝난 건가. 끝난 거겠지?’
이렇게 시원하게 가버렸으면 이제 슬슬 나를 풀어주지 않을까?
아니, 풀어주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솔직히 빨라고 해서 열심히 빨았고, 이렇게 제대로 가버릴 때까지 하라는 거 다 했는데….
이 정도면 자위하는 모습을 본의 아니게 본 것에 대한 죗값은 충분히 치른 거 아닌가?
“혀 내밀어.”
응, 아닌가 보다.
“쭉. 끝까지.”
잠깐 이 세계에서 여자의 성욕이란 게 얼마나 강한지 잊고 있었다.
한 번 가버린 걸로 만족할 리가 없지.
“그렇지. 오오, 너 혀 꽤 길구나? 좋아, 좋아. 후후후.”
이예은은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이번에는 날 가두고 있는 칼의 각도를 살짝 위로 틀었다.
지잉
‘아니, 이거 각도 조절도 되네.’
덩달아 내 고개도 자연스럽게 살짝 들렸고, 그 상태에서 이예은은 내 얼굴을 허벅지로 감싸며 내 혀를 질 속에 쭈욱 박아 넣었다.
“우읍….”
부드러운 허벅지가 내 얼굴을 감쌌다.
정말, 쓸데없이 부드러운 허벅지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피스톤 운동이 시작됐다.
찌걱, 찌걱, 찌걱.
내 혀가 마치 고정 딜도라도 되는 것처럼.
이예은은 허벅지로 내 얼굴을 고정한 채 허리를 들썩이며 내 혀를 질에 박아댔다.
‘허윽.’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 비슷한 걸 한 번 당한 적이 있었다.
편의점 뒷골목 쪽에서, 박현서라는 근육녀한테 깔려서 혀를 내밀었었지.
그때는 왕복 운동보다는 질 내부에 혀가 있는 채로 꾹꾹 조여댔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질 내부가 쉼없이 꿀렁이며 주름으로 내 혀를 남김없이 희롱하겠다는 듯 덮쳐왔다.
그러면서도 왔다가 갈 때 질압으로 혀를 쭉 뽑아내면서 마치 귀두를 끝까지 쥐어짜는 것 같은 쾌감을 주었다.
‘혀…. 혀만으로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맞는 거야…?’
혀가 마치 제2의 자지라도 되는 것처럼, 이예은이 내 혀에 박아댈 때마다 쾌감이 솟아올랐다.
‘허억, 흡….’
처음에는 질척이는 질과 내 머리를 감싸는 허벅지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혀에 온 감각이 다 몰려가 있어 정신이 없었다.
“하아, 씨발. 너 혀 진짜 기분 개좋다. 미쳤어. 하아.”
이예은은 계속 박아대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찔걱, 찔걱, 찔걱.
철벅, 철벅.
“하아….”
찔걱, 찔걱.
내 머리를 감싼 이예은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질걱, 질걱.
찌걱.
이 조용한 방에서 찔걱거리는 소리만이 점점 가빠졌다.
그리고.
“입 벌려!”
나는 다시 한 번 생수를 마셔야 했다.
* * *
“하아, 하아….”
이예은은 다시 한 번 싸고 나서, 한쪽에 놓여 있던 진짜 생수를 따서 마셨다.
“간만에 물 좀 뿜었으니, 수분 보충 좀 해줘야겠지.”
나는 여전히 전라 상태로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이예은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혀를 축 늘어뜨린 채.
“너는 내가 수분 보충 시켜줬으니까 필요없지?”
이예은은 큭큭대더니, 나와 눈높이를 맞춰 쭈그려 앉았다.
“얼씨구, 방금 그거 했다고 지도 흥분했는지 얼굴 꼬라지 봐라. 진짜 개걸레년이네?”
그리고 내 턱을 손으로 잡아 살짝 올렸다.
“뭐, 그런 점도 마음에 들고.”
드르륵
이예은은 구속구를 위로 드르륵, 올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내 키보다 더 올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와, 진짜 이것 봐라?”
이예은은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는 듯, 내 아랫도리를 응시했다.
물론, 내 아랫도리는 아까부터 이미 쿠퍼액을 질질 흘리다못해 팬티와 바지까지 다 적시고 이제는 발 쪽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스륵
이예은은 내 바지와 팬티를 잡고 쓱 내리더니, 바르르 떨고 있는 내 자지를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너, 몸이 그냥 섹스를 위해 만들어졌구나?”
이예은이 만면에 미소를 걸쳤다.
“하, 씨발. 지금까지 좆같은 놈들, 아니 좆도 안되는 놈들 찾으려고 애쓴 게 병신 같았다. 유니콘이 여기 있는데 말이야.”
이예은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
그리고 나는 그 허탈한 웃음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단서를.
‘그래.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시나리오가 지나갔다.
‘겉으로는 정말 품격 있고 완벽한 재벌가의 딸. 하지만 그 뒤에는 이런 말 못할 욕망이 감춰져 있었던 거야.’
어디 가서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할 이런 추잡한 성욕을, 이예은은 지금까지 이런 골방에 꼭꼭 숨겨둔 채 혼자 풀어 왔던 거다.
자신의 눈에 맞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만한 남자들을 지금까지 찾아왔겠지.
하지만 이 세계에서 이 정도 성욕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남자가 있을 리가 없었고.
아니, 만족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왜곡된 성욕을 이해해줄 사람조차 없었겠지.
이렇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욕지거리를 계속 내뱉어대는 것도, 그런 억눌린 욕망의 잘못된 표출에 기인한 것일 터다.
‘그래, 지금 이 사람한테 필요한 건 이해야.’
항상 타의 모범이 되도록 교육받아 왔고, 자신의 욕망은 억눌린 채 혼자 해소할 수밖에 없었던 재벌가의 장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사정을 누군가가 이해해주고, 그녀는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뒷세계에서 저질렀던 일들을 참회하고 새사람이 된다.
이거 완전 재벌가 로맨스물 클리셰 하나 뚝딱 아닌가?
그래, 지금은 이예은을 이해해줄 때다.
그러면 이예은도 나에게 모든 걸 사과하고 풀어주겠지.
나는 잘 끄덕여지지도 않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예은에게 말했다.
“예진 씨, 다 이해해요.”
내가 말을 꺼내자 이예은이 반응했다.
‘옳지!’
나는 입질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을 거 알아요. 항상 남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자리에 계시고,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는 일은 이렇게 몰래 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예은의 눈이 진지해졌다.
“저한테 이런 일을 한 것도, 순간 억눌러 왔던 욕망이 폭발해서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서였겠죠. 괜찮아요. 나가게 되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눈빛을 보니 거의 다 넘어왔다.
저 우수에 찬 눈빛. 지금까지 했던 일을 되돌아보며 자아성찰에 잠긴 눈빛이다.
이제 적당히 풀어달라고 말만 하면….
“그러니 이제….”
“뭐라는 거야?”
“엥?”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이예은은 어느새 뭔 개뼉다귀 갉아 먹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 개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예은이 피식 웃었다.
‘이게 아닌데?’
“야, 네가 지금 뭘 잘못 알고 있나 본데. 여기서 나가면 입 닥치고 있는 건 당연한 거야. 내가 너 따위 것 입 단속 하나 못 할 것 같아? 너 그 입 함부로 나불거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야. 이 개새끼야.”
이예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내 뺨을 툭툭 건드렸다.
“여기까지 처 기어들어왔으면 주제 파악이나 빨리 할 것이지, 아예 지 혼자 소설을 쓰고 자빠졌네? 안 되겠다. 주제 파악 안 되는 놈한테 딱 알맞는 게 있지.”
이예은은 뭔가 재미있는 게 생각났는지, 내 시야에서 벗어나 저쪽에서 무슨 박스 같은 걸 뒤적거렸다.
“보지 쉬는 동안 손으로만 좀 만지작거려줄까 했는데…. 넌 안 되겠어.”
터벅, 터벅, 터벅.
‘뭐, 뭐야?’
이예은은 여전히 내 시야에서 벗어난 채로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뭔 짓을 하려고?’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볼 수도 없으니 갑자기 무슨 일을 당할지 예측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한껏 긴장하고 있는 내 허리에, 이예은의 한쪽 손이 닿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 손이….
‘응?’
찔꺽.
귀두 끝에서 느껴지는 감촉.
‘이거, 인간의 살이 아닌데…?’
인간의 살이 아니지만, 인간의 살과 비슷한 감촉으로 만든 무언가.
“오늘, 네 정신머리를 아주 개조시켜 줄게.”
귓가에 이예은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젤이 잔뜩 든 오나홀이 내 자지를 뿌리까지 머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