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조별과제 (2)
* * *
“와….”
학교에서 가깝다는 말이 이런 말이었어?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감탄하는 사이에 나머지 3명은 이미 정문 앞에 가 있었다.
“하늘아, 뭐 해? 빨리 와. 문 닫힌다.”
“어? 응!”
나는 다시 한 번 까마득한 건물을 휙 올려다본 뒤, 조원들을 따라 문으로 들어갔다.
‘이예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티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유복한 환경 수준이 아니라 그냥 다이아몬드 수저잖아!
학교 옆에 있던 커다란 빌딩이 얘네 집이었다고?
‘괜히 제이패드 14 프로 울트라 맥스 플래티넘을 아무렇지 않게 사는 게 아니었어!’
그런 말이 있다.
세계적인 재벌인 빌 레즈츠가 초호화 유람선을 구매해 7박 8일을 놀러 갔다 와도 자기 재산의 0.1프로도 쓰지 않은 거라고.
우리가 문방구 앞 불량식품을 사먹는 게 재산 비율 상으로 따질 때 더 낭비일 수도 있다고.
이예진에게 제이패드 따위는 말 그대로 ‘껌값’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한국여대에 들어오면서 이 빌딩을 처음 보고 웅장하다고 몇 번 감탄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여대 내부에 있는 빌딩인 줄 알았는데.’
역시 한국여대, 대한민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서열을 자랑하는 명문 국립대답게 안에 빌딩 하나쯤은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 부지 바로 옆에 있는 거였고, 빌딩 자체가 한 사람 소유라고 소문으로 얼핏 들었다.
‘그게 이예진네 집이었다니.’
안쪽으로 들어가니 경비원이 이예진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서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아저씨!”
이예진은 마주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흔한 재벌 2세의 갑질 같은 모습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우였다.
학교에서 봤던 서글서글하고 좋은 인상은 집에서도 그대로인 듯했다.
우리도 어정쩡한 자세로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들어가자마자 이예진은 최고층을 띡, 하고 눌렀다.
‘와, 30층이라니.’
태어나서 30층 이상 올라가 본 적은 중학교 소풍 때 63빌딩 전망대 가본 기억밖에 없었다.
문정연은 별 흥미 없다는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성유진은 호기심 담긴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이예진에게 말을 걸었다.
“예진아, 혹시 이 빌딩 전체 다 너희 집이야?”
“응? 아니,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살지.”
“내 말은, 빌딩은 너네 건데 세를 준다는 거지?”
“아아, 그렇지?”
“역시 그렇구나.”
성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앞에는 현관문이 딱 하나 있었다.
아마 다른 층들은 한 층마다 몇 호실로 나눠져 있을 텐데, 꼭대기층은 그냥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 같았다.
이예진이 핸드폰 뒷면을 도어락에 대자 문이 열렸다.
철컥.
“들어와, 얘들아!”
안쪽은 생각보다는 수수한 편이었다.
물론 공간이 넓고,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가까이 가지도 못할 정도였긴 하지만, 생각보다 안에 뭐가 많지는 않았다.
“둘러봐도 뭐 안 나온다, 하늘아? 내 방은 이쪽이야.”
이예진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예진을 따라갔다.
최고층인데도, 그 안에 2층이 나눠져 있는지 우리는 내부에 있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마주 내려오는 누군가를 만났다.
“어? 이예진. 일찍 왔네?”
“언니! 여기 내 친구들. 오늘 조별과제 같이 하려고 왔어.”
“흐음?”
이예진의 언니라는 사람은 편한 실내복 차림으로 우리를 훑어보았다.
단발인 이예진과 달리, 겨드랑이 정도까지 내려오는 금색 장발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성유진, 문정연을 지나쳐 나에게 꽂혔다.
그리고 곧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 난 이예은이라고 한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이예진과 딴판이었다.
뭔가 대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리고 성숙한 목소리까지.
내가 생각하던 ‘재벌가의 딸’의 이미지와 상당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도 일단 간단히 인사를 하고, 다시 이예진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여기가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방이야.”
“…….”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방이라는 말을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여튼, 방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딱 네 명이 안에 들어와서 쉬기에, 아니 과제를 하기에 적당한 크기.
특히 가운데에 사각 테이블 하나가 있었는데, 흔히 일본 가정집에 하나씩 있다는 ‘코타츠’가 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위에는 귤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올려져 있었다.
“3월이긴 하지만 요즘도 꽃샘추위 때문에 꽤 쌀쌀하잖아? 코타츠에 발 넣고 앉아서 귤 까 먹으면 진짜 천국이 따로 없거든.”
이예진은 신이 나서 코타츠 안에 하체를 쏙 넣었다.
“으음, 좋아. 딱 알맞게 데워져 있어.”
이예진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엔 앱으로 이런 거 다 켜고 끌 수가 있어서 참 좋다니까.”
아무래도 미리 집에 오기 전에 핸드폰으로 조작해서 켜놓은 듯했다.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이제 피부로 느껴졌다.
“…난 바닥에 앉는 건 불편해서.”
문정연은 그렇게 말하고 옆쪽에 있는 높은 책상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에이, 그러지 말구. 잠깐만 여기 와 봐봐.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는 정해야지.”
“…알았어.”
곧 이예진이 노트북 하나를 가져와 책상에 놓고 메모장을 켰다.
“자, 그러면 일단 경제 관련 자유 주제니까 브레인스토밍을 해볼까? 어떤 주제가 좋을지.”
“…그냥 ESG, 즉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와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름에 따라 발생할 경제적인 영향에 대해서 발표하는 건 어때?”
“…?”
문정연의 말에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문정연은 예상치 못한 시선에 살짝 당황한 듯 시선을 피했다.
“…아니. 그냥 제안일 뿐이야. 더 좋은 안건이 있으면 당연히 그쪽으로….”
“아니, 완전 좋은 생각인데?!”
이예진이 밝은 표정으로 문정연의 팔을 잡았다.
“윽.”
“정연이 완전 잘 안다! 최고야, 최고! 그럼 주제는 다들 이쪽으로 오케이?”
“오케이.”
“조, 좋아.”
얼떨결에 주제는 정해졌고, 각자 자료를 조사하거나 발표 템플릿을 만들거나 하기로 했다.
노트북은 무려 이예진이 최신 기종을 브랜드별로 다섯 대나 더 가지고 있었기에, 각자 한 대씩 잡고 앉아서 과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내 방에 있는 데스크탑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에서 ESG에 관한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건 Governance니까…. 아하. 기업 지배 구조라는 뜻이구나. 보니까 부패를 막고 어쩌고…응?’
나는 그 순간 아랫도리에 느껴진 감촉에 열심히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스륵. 툭.
따뜻한 코타츠 안에 들어가 있는 하반신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 하반신에 닿은 그 감촉은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내 쥬지가 있는 곳을 건드렸다.
‘이 느낌은…?’
나는 노트북 화면 옆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책상에 턱을 괴고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있는 연보랏빛 눈을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성유진이 씨익 웃었다.
‘윽.’
꼬물.
성유진의 발이 내 쥬지가 있는 곳을 쓰다듬었다.
‘야, 잠만…. 자꾸 이러면….’
안 그래도 지금 민감한 시기인데, 겨우겨우 자료 조사에 집중하려니까 건들다니….
꾸욱, 스륵. 꾹.
하지만 성유진은 가차없이 내 바지 위를 쓰다듬고 누르며 자극했다.
곧 내 자지는 팽팽하게 텐트를 쳤고, 성유진은 그 실루엣을 느끼자 내 바지 지퍼 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니, 얘 발 컨트롤 뭔데?’
얘 분명 스타킹 같은 거 신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도 성유진은 단번에 지퍼를 찾아 엄지와 검지발가락으로 잡고 내렸다.
그리고 내 허벅지 쪽 사각 팬티 안쪽으로 발을 집어넣어 내 자지를 지퍼 바깥쪽으로 꺼냈다.
‘으윽….’
내 맨자지가 바지 바깥으로 드러났고, 성유진은 이제 양발로 내 자지를 잡고 살살 자극하기 시작했다.
‘윽, 이거 왜 기분 좋은 건데….’
성유진은 발 한 쪽은 자지 기둥에 대고 고정시키고, 나머지 발 한 쪽은 귀두 쪽을 붙잡고 문질러댔다.
어차피 느껴지는 건 스타킹 섬유의 감촉뿐인데도, 내 자지는 헥헥대며 쿠퍼액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찔걱. 꾸국.
이제는 양발 모두 귀두 쪽으로 올라와서, 발가락 밑의 옴폭 들어간 부분으로 귀두 겉부분을 전부 감쌌다.
그리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억, 헉…. 이거 뭔데 기분이…. 좋은… 거야…?’
이런 건 난생 처음이었다.
발로, 그것도 스타킹을 신은 채로 자지를 붙잡다니.
그동안 힛도미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걸 당해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 자지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은 윤활제가 되어 스타킹과 내 귀두 사이에 스며들어 질척이는 감촉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이예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늘아, 어떻게 돼가?”
“어? 응? 아.”
이예진은 코타츠 안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기에 성유진이 하고 있는 짓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정연은 저쪽 책상에서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고.
찔걱.
그때 성유진이 귀두를 쥔 발가락에 힘을 줬다.
“힉?!”
“하늘아, 괜찮아?”
“어, 응. 난 괜찮아. 지금 기업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나는 계속해서 자지에 전해지는 자극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말했다.
“힘들거나 모르는 거 있으면 나도 같이 찾아볼 테니까 말해줘, 알겠지?”
이예진은 눈웃음을 짓고 다시 자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헉, 헉. 겨, 겨우 참았다.’
하지만 이미 자극은 충실하게 쌓여 가고 있었고, 내 시야에는 노트북 화면이고 뭐고 보이지 않았다.
하체를 뒤로 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껄떡거리는 자지가 드러나버릴 것이다.
‘마, 막아야 해.’
여기서 사정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을 안에 넣어 성유진의 발을 떼어내려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자료 공유를 위해 로그인해 놓은 코코아톡 PC버전의 화면에 성유진의 코톡이 떴다.
<유진 :="" 손="" 넣으려고="" 하기만="" 해="" 봐.="" 바로="" 사정시켜버릴="" 테니까.=""/>
‘헉.’
안 그래도 지금 계속되는 자극을 참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치는 상황.
성유진이 맘만 먹으면 사정시켜버리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아니, 근데 손 안 넣어도 사정시킬 거잖아.’
라는 눈으로 나는 성유진을 바라보았다.
성유진은 간절한 나의 눈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톡을 하나 더 보냈다.
<유진 :="" 정~답!=""/>
다음 순간 나는 성유진의 발에 절정하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