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60화 (60/79)

〈 60화 〉 발정기 (2)

* * *

“안 되겠어. 뭔가 집중할 만한 게 필요해.”

핸드폰 화면을 끈 지 벌써 십 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아까 두 남녀가 나체로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계속해서 착한 생각을 하면서 발기를 가라앉히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생각을 안 해야겠다는 것 자체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니까.’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지금부터 춤을 추는 원숭이를 절대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곧바로 춤을 추는 원숭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야한 생각을 안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야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래, 게임을 하자. 게임.”

나는 곧바로 책상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켰다.

혹시라도 VPN에 손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레전드 오브 레전드를 실행시켰다.

한국에서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절찬 서비스 중인 레전드 오브 레전드.

혼자 솔랭을 돌려도, 친구들과 함께 5인큐를 돌려도 즐겁게 시간을 녹일 수 있는 국민 게임.

랭크 게임이 지겹다면 휘파람 나락을, 그것도 질렸다면 주기적으로 열리는 특별 게임 모드를 즐기면 되니, 가히 전통 민속놀이인 스타크라이트의 명맥을 이을 게임이라 할 만했다.

‘민서 누나가 방송을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

챌린저 렝냥이 장인 강민서.

투위치 10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대기업 당긴서.

그녀의 동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바로 솔로 랭크 간다.

[솔로 랭크 : 브론즈 II단계]

…가지 말까?

망설이는 사이 게임 매칭이 잡혔다.

[매칭되었습니다.]

[수락][거절]

“어쩔 수 없지. 수락.”

나는 당당히 ‘수락’이라고 말한 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시간이 다 되기 전에 겨우 겨우 마우스로 수락을 클릭했다.

“아, 순간 상태창인 줄 알았네.”

게임 매칭 잡으면서 입으로 수락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크흠…. 아무튼 오늘 켠 김에 실버까지 간다. 가즈아!”

이렇게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 두고 게임에 집중하면, 야한 생각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릴 수 있을 터.

…라고 생각했는데.

­아흐흑! 꺄흣….

­흐읏…! 하아앙….

“아씨, 우리 팀 구미호는 왜 자꾸 던지는 거야?”

바텀에서 랄루 서폿으로 평화로운 라인전을 하던 중.

정글과 싸운 미드 구미호가 갑자기 템을 다 팔고 바텀으로 와서 적에게 죽어주기 시작했다.

­하으읏…. 꺄흣….

“아니….”

저 구미호 죽을 때 나는 소리가 이렇게 야했나?

아, 안 돼. 그만 생각해. 제발.

[찬성 4표 반대 1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세상이 날 억까해.”

[구미호 : 니네는 이길 자격이 없음 ㅋㅋ]

다행히 던진 구미호에 대한 분노가 꼴림을 이겨서 발기는 되지 않았지만, 죽으면서 낸 신음소리는 아직도 귀에 맴돌았다.

“하….”

나는 더 생각나기 전에 레전드 오브 레전드를 종료했다.

“아 맞다. 리폿 안 했다.”

* * *

그 뒤로 나는 여러 가지 다른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등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야한 생각을 하지 않고 저녁 때까지 버티는 데 성공했다.

“하늘아, 저녁 먹자!”

“으, 응!”

“오늘 저녁은 떡볶이랑 크림파스타야.”

“오, 맛있겠다!”

이번에도 민서 누나가 손수 만든 요리들.

적당히 매콤한 떡볶이와 그걸 중화시켜 주는 크림파스타의 절묘한 조화.

지금까지 갖은 노력을 동원한 보람이 있었다.

‘근데….’

왜 아까부터 자꾸 식탁에 얹혀 있는 민서 누나 가슴만 보이는 거냐고.

‘가슴…. 아, 안 돼. 그만.’

점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그 이후로 어떻게 저녁까지 버텼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나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떡볶이를 음미하며 미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늘아, 혹시 좀 맵니? 너 입맛에 맞춘다고 맞춘 건데….”

“아냐, 누나. 정.말.내.입.맛.에.딱.맞.아.”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윤서 누나도 그런 나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 정말 괜찮다니까?”

나는 일부러 민서 누나의 가슴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파스타를 먹었다.

“자, 잘 먹었습니다!”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먼저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쏴아아, 하는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허튼 잡념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 좋다.”

할 수만 있다면 내일까지 그냥 이 자리에서 이러고 있고 싶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샤워기 물이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시간을 끌고 있다가는….’

나도 이젠 바보가 아니다.

분명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정리를 마친 민서 누나가 들어오려 할 거고, 지금까지 한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재빨리 샴푸와 바디워시를 양손에 각각 짜서 오른손으로 머리를, 왼손으로는 몸을 씻었다.

쏴아아아­

살면서 이렇게 빨리 씻어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거의 3분만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말렸다.

그리고 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

“어, 하늘아. 벌써 다 씻었어?”

아니나 다를까, 민서 누나가 나신에 수건 한 장 달랑 걸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윽.’

민서 누나의 몸매를 가리기에 수건 한 장의 면적은 너무나도 좁았다.

가슴을 절반도 가리지 못한 수건 때문에 옆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젖꼭지를 겨우겨우 가리고는 있었지만, 분홍빛 유륜이 얼핏 비치는 바람에 오히려 다 드러낸 것보다 더 야한 광경을 연출했다.

아래쪽 역시 골반에서 사타구니로 연결되는 장골 부분의 윤곽이 적절히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오늘따라 더 수건을 작은 걸로 가져왔냐구….’

민서 누나의 하얀 피부에 욕실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묻어나자 피부에 윤기가 돌았다.

‘아, 안 돼.’

쥬지가 반응한다.

“하늘아…?”

내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본 민서 누나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디 안 좋아? 일단 누나가 제대로 씻겨주고 상태 봐줄 테니까 같이 들어….”

“으아아아악!”

나는 수건으로 아랫도리만을 가린 채 욕실을 빠져나갔다.

“누나, 미안!”

번개처럼 욕실을 빠져나가는 나를 보며 누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흐응….”

나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서 숨을 몰아쉬며 옷을 입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베개에 머리를 묻자마자, 나는 한 가지 문제를 떠올렸다.

“아. 머리 덜 말랐다.”

아까 욕실에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확실하게 말리고 왔어야 했는데, 뛰쳐나오느라 그러질 못했다.

“드라이기 없나…?”

주변을 뒤적거려 봤지만 내 방에는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와서 욕실까지 다시 내려가긴 좀 그렇고…. 아. 누나 방에는 있지 않을까.’

욕실에 있던 건 원래 내가 이 집에 살면서 사 놓은 거고, 아마 누나들도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각자 자취방에서 쓰던 게 있을 거다.

나는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섰다.

‘민서 누나는 씻는 중이니까…. 윤서 누나한테 한번 물어볼까?’

윤서 누나 방 쪽으로 가던 도중.

‘어? 민서 누나 방문이….’

열려 있는 문틈으로 민서 누나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 상황에도 컴퓨터는 켜져 있구나.’

나는 홀린 듯 민서 누나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 드라이기 있다.”

…말은 안 했지만, 써도 되겠지?

나는 따뜻한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니터가 여섯 개라니…. 진짜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나는 민서 누나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6개의 모니터 중에서 지금은 가운데 하나만 쓰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무슨 폴더가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폴더 안에는, 동영상과 사진이 쭈르륵 들어가 있었다.

‘잠만, 저거….’

시각이 예민해진 탓에 작은 썸네일이지만 내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나잖아.’

정확히는, 나와 윤서 누나가 섹스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과 사진이었다.

머리를 다 말린 나는 드라이어를 뽑아 놓고 컴퓨터 쪽으로 다가갔다.

꼴깍.

나는 영상 하나를 더블클릭했다.

­하읏….

­헤윽….

­하아, 하늘아….

의자에 걸려 있는 헤드폰에서 나와 누나의 신음 소리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꽉 차도록 켜진 나와 윤서 누나의 섹스 영상은 초고화질로 재생되었다.

서로 본능에 몸을 맡긴 채 몸을 섞는 친남매.

­뷰르르릇

가버릴 때 눈을 까뒤집으며 바들바들 떠는 내 모습.

내 입술을 탐하며 허리를 흔드는 윤서 누나의 모습.

­더,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누나한테 다 맡겨.

­기분 좋게….

­나, 방금 싸서….

낮은 호흡으로 속삭이며 기분 좋은 짓을 하고 있는 우리.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 안 돼.’

이미 내 자지는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꺼, 빨리 꺼.’

나는 재빨리 영상을 껐다.

이러다가 민서 누나가 돌아오기라도 하면….

나는 바짓가랑이를 움켜쥔 채, 누나의 방을 빠져나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굴렸다.

“하아…. 하….”

결국 또 발기돼 버렸다.

아까 점심 때보다 훨씬 괴로웠다.

­그냥 한 발 빼버려. 아예 윤서 누나랑 섹스하는 영상 보면서 딸 한 번 시원하게 치고 오지 그랬어?

머릿속에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손이 자꾸 아랫도리를 향해 움직이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타구니에 이불을 끼고 꽉 끌어안아서 손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직 사정한 지 반나절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인데….’

고작 이 정도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못 참고 자위를 해버린다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찾아올 발정기는 대체 어떻게 넘길 생각인 거야? 강하늘. 정신 차려.’

지금 고작 이 정도로 욕망에 져버린다면, 앞으로의 발정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 하나만으로, 나는 끙끙거리며 버텼다.

그리고, 얼마나 버텼을까.

“하늘아…. 몸 상태는 좀 괜찮아?”

내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민서 누나가 얼굴을 비췄다.

“어, 응. 나, 난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지, 진짜 괜찮아! 그냥 피곤해서 이러고 누워 있는 거야.”

민서 누나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좀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누나한테 와야 해?”

“응, 알겠어, 누나. 걱정해 줘서 고마워.”

나는 일부러 민서 누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누나를 보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후우….”

나는 다시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양이 한 마리….”

가라앉을 줄 모르는 자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다시 양을 세기 시작했다.

­메에

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넘으면서 울음소리를 냈다.

­메헤으읏….

“…?”

양 두 마리째가 울타리를 넘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하으읏….

세 마리째가 되자 이제는 레오레에서 봤던 구미호의 신음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이불을 끌어안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도대체 오늘이 왜 끝나지 않는 걸까 수백 번을 생각했다.

그리고, 시계가 밤 열한 시를 가리켰을 때.

스륵.

나는 동공이 풀린 채로 침대에서 일어섰다.

이미 팬티는 쿠퍼액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터벅, 터벅.

나는 한 걸음씩, 민서 누나의 방 앞으로 다가갔다.

­바로 누나한테 와야 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누나의 목소리에 이끌려서.

나는 누나의 방문 앞에 섰다.

똑, 똑, 똑.

간신히 노크를 하자 누나가 문을 열었다.

누나는 완전히 무방비한 차림을 하고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늘아, 괜찮아?”

나는 누나의 입술, 가슴, 다리를 바라보았다.

내 입술이 떨렸다.

나는 입을 열었다.

“눈나….”

그리고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나 쥬지가 이상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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