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추가 검사 (2)
* * *
내가 잠깐 회복되는 동안, 간호사는 주변에 흘러내리고 흩뿌려진 정액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치워 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병에다가 1차 샘플을 담기는 했지만, 평소보다 사정량이 많아서 다 담을 수가 없던 탓에 생각보다 흘러내린 양이 많았다.
‘진짜 저 저항할 수 없는 손가락….’
나는 0.00001밀리 장갑을 벗는 의사선생님의 손가락을 슬쩍 보았다.
의료인들은 아무래도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손이 상하기가 쉬운데, 의사 선생님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손이 고와 보였다.
‘저번에 손 잡았을 때도 완전 부드러웠지.’
일할 때는 항상 장갑을 쓰셔서 그런 건가.
일단 외모로 보기에는 30대 중반? 그 정도 같은데 저 정도 피부라니.
역시 관리가 깡패긴 깡패다.
그러고 보면 윤서 누나네 도장의 정은영 관장님도 파워 동안에 탱글 피부였지.
손은 조금 거칠긴 하셨지만.
이번 주말에도 특훈을 받기로 했는데.
저번에 컨디션이 안 좋으시다더니 지금은 괜찮으시겠지?
“양이 굉장하네요.”
간호사 누나는 아무렇지 않게 정액을 닦으면서도 감탄했다.
먼저 침대를 간단히 닦은 뒤에는 내 허벅지랑 자지에 묻은 걸 닦아주었다.
“흣.”
민감한 귀두 부분을 닦을 때 나도 모르게 얕은 신음이 나왔다.
“오, 확실히 회복 속도도….”
싸고 나서도 반 정도는 발기 상태를 유지하는 내 자지를 보며 간호사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맞지, 김간?”
“그러네요. 이런 환자분은 처음 봤어요.”
“사실 나도 처음 봤어.”
“네?”
의사 선생님은 내게 다가와서 센서가 제 위치에 잘 붙어 있는지 천천히 점검했다.
“음, 잘 붙였네.”
그리고는 발가벗고 침대에 앉아 있는 내가 조금 안쓰러워 보였는지, 회복하는 동안 먹으라고 쿠키 하나를 주셨다.
“자, 이거라도 하나 먹고 해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 감사합니다.”
나는 얼떨결에 쿠키를 받아들었다.
개별 포장되어 있는 쿠키가 아니라 락앤롤 용기 같은 곳에 담겨 있던 쿠키였기에, 먹기 전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거 뭐 이상한 거 들어있는 거 아니겠지?’
수상쩍게 쿠키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봤는지, 의사선생님은 피식 웃으면서 쿠키를 꺼내 자기도 하나 베어물었다.
“먹어도 돼요.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가 있는 쿠키니까.”
“…….”
결국 의사 선생님을 따라 쿠키 하나를 낼름 먹어치웠다.
몸에 좋은 쿠키라고 해서 맛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자, 그럼.”
의사 선생님은 이미 하의를 전부 벗은 상태.
무릎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뒤에서 보면 벗은 줄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니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읏차.”
의사 선생님은 곧바로 침대 위로 올라와 나를 편안히 눕혔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금방 끝내 줄 테니까.”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내 자지를 곧바로 질에 꽂아넣었다.
“흣….”
따뜻하고 질척이는 질이 자지를 기다렸다는 듯이 빨아들였다.
‘아니…. 근데 이거 진짜 맞아…?’
워낙 의사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진행을 시켜서 그렇지, 다시 생각해 보면 이거 지금 의사랑 환자랑 섹스하는 거잖아?
“흐읏….”
백번 양보해서 이게 평소에도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검사라고 하자.
그럼 이 장면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간호사 누나의 얼굴은 왜 저렇게 빨간 건데?
‘너무 뚫어져라 보는 거 아니냐고요….’
질걱
질걱
의사 선생님이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모습을, 간호사 누나는 침을 꼴깍꼴깍 삼켜 가면서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맞다. 김간은 좀 민감한 편이었던가?”
의사 선생님은 허리를 흔들며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환자 페로몬 수치가 꽤 높아서, 김간한테는 좀 자극적일 수도 있겠네. 김간, 정신 차려. 저기 가서 모니터링 장치나 좀 조작해 보라구.”
“아, 네넵! 죄송합니다!”
간호사 누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아까 의사 선생님이 켜 놓으라던 기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질걱
의사 선생님은 팔을 뻗어 침대 옆쪽에 있던 버튼 하나를 꾹 눌렀다.
그러자 침대 머리 쪽에 있던 모니터암이 지잉, 하고 움직이더니 의사 선생님이 관찰하기 좋은 위치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모니터가 켜지자, 거기에는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숫자들, 그리고 한쪽에는 의사 선생님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출렁이는 그래프 같은 게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록되고 있었다.
“저, 헤읏. 선생님은 그 페로몬인지 하는 거 맡아도, 헤읏, 괜찮은 건가요?”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지금까지 날 만났던 여자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전에 편의점 갔을 때 만났던 알바 누나 정도일까?
그 누나는 내가 뒷골목에서 양아치 3인방에게 강간당하고 쓰러져 있을 때 나타나서 따뜻하게 안아 주고 위로해 주었었다.
‘도시락도 받았고…. 레릿비 커피까지 얻어 마셨는데….’
다음에 가서 다시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해야겠다.
아무튼.
간호사 누나도 지금 저러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꾸욱
“헤윽….”
질은 빨리 사정시키겠다는 듯 무섭게 조여오는데….
얼굴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오히려 모니터를 보면서 수치 변화에 집중하는 모습까지.
‘저게 바로 프로페셔널인가.’
멋있다….
의사 선생님은 그래프 모양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나야 뭐…. 워낙 남자 환자를 많이 받다 보니 익숙할 수밖에 없지. 내가 원래 좀 덜 민감한 것도 있고. 나이가 들다 보니 둔감해진 것도 있고.”
“아하…. 사람마다 조금씩, 흣, 다른가 보네요.”
“그럼. 근데 지금 하늘 씨 정도면 웬만한 20대 팔팔한 애들은 다 넘어갈 걸? 이거 봐, 그래프 수치가 하늘 뚫으려 하잖아.”
그 말에 잠깐 눈동자를 굴려 의사 선생님이 가리키는 곳을 올려다봤다.
잘은 몰라도 그래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걸로 봐서는 높긴 한 모양이었다.
“슬슬 가겠네.”
“그, 그것도 알 수 있어요?”
“아니. 그냥 느낌에.”
의사 선생님은 씩 웃더니 허리를 더 세차게 흔들며 질을 꾹 조였다.
“헤으윽….”
아까 시작할 때 금방 끝내 준다는 말에 살짝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딴 생각도 하고 말도 걸고 했는데….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제는 한계인 모양이었다.
질걱, 질걱
“흣, 흡.”
차오르는 사정감에 호흡이 가빠졌다.
“생각보다 오래 버텼네.”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덕분에 데이터도 충분히 모였어.”
“…?!”
데이터?
덕분에 충분히 모였다고…?
설마.
이것마저도 의사 선생님의 설계였던 건가…?
일부러 빨리 끝내 준다는 말을 해서 자존심을 건드리고, 내가 끝까지 참아서 데이터가 더 잘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하면….
‘당했다.’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절정했다.
뷰르릇
뷰르르릇
“정액 감지 센서 작동하겠습니다.”
“좋아. 이쪽 화면도 돌려 줘. 농도랑 분출 세기, 분출량 세 개는 맨 위에 띄우고.”
“넵!”
뷰릇
“후후, 귀엽네.”
의사 선생님은 가버리고 있는 내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참하다, 참해. 나도 이런 신랑감 하나 구해서 슬슬 결혼해야 되는데.”
그 말에 기계를 조작하던 간호사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원장님은 아직 젊으시죠. 여자는 능력 있음 40대에도 인기 많은데.”
“그런다고 보너스 더 안 챙겨 줄 거야.”
“힝.”
“힝? 김간 이제 반말까지 하네?”
“힝입니다.”
삐 삐 삐
정액의 분출이 완전히 끝났다.
센서도 그걸 감지했는지 요란한 삐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잠잠해졌다.
“후으, 후….”
전립선 공격 이후 실제 삽입까지 하게 되다니.
그것도 의사 선생님의 질 안에 사정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 그럼 정리하고 수치 정리된 걸 한번 보실까.”
검사가 끝나자 의사 선생님은 작은 실험병 하나를 꺼내 거기 있던 투명한 액체를 음부 쪽에 가져다 댔다.
치익
‘아, 저거. 정액 승화제다.’
근데 지아가 썼던 것보다 훨씬 소량으로, 더 빠르게 정액이 없어진 것 같았다.
아마 의사니까 일반인이 약국에서 사는 정액 승화제보다 성능이 좋은 걸 가지고 있는 거겠지.
“그, 안에 센서는 안 빼도 돼요?”
아까 질 안에 넣었던 센서를 빼지도 않고 바지를 입는 의사 선생님에게 내가 물었다.
엄청 작고 얇은 거라 넣을 때부터 사실 ‘저거 나중에 어떻게 빼지’ 하고 생각하긴 했었다.
“아, 이거. 어차피 일회용이라 체액이랑 섞이면 일정 시간 후에 녹아 없어져. 하늘 씨 몸에 붙인 것도 따로 뗄 필요 없어. 땀이랑 반응해서 곧 없어질 테니까.”
“…그런 기술도 있어요?”
“그럼.”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자, 아까 전립선 쪽으로 채취한 건 분석하는 데 좀 걸리긴 하는데. 이 센서로 감지한 건 바로 쭉 나오거든. 설명해 줄게요.”
의사 선생님은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모니터 쪽으로 가서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하나씩 가리키며 설명해 주려는 순간.
“원장님!”
“박 간? 무슨 일이야?”
바깥쪽에서 다른 간호사 누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양이서 원장이 찾아왔습니다.”
“뭐?”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뭐, 뭐지?’
의사 선생님은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김간, 이거 설명하는 건 할 수 있지? 하늘 씨한테 이것 좀 설명해 주고 잘 마무리해서 보내. 나 잠깐 저년 보러 갔다 올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진찰실에는 김간 누나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저….”
“네?”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표정을 봤을 땐 굉장히 심각해 보이던데.
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간호사 누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 그건요.”
간호사 누나는 나에게 다가와서 귓속말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근처 병원 원장한테 저번에 바둑을 지고 나서 이번에 다시 점심빵 내기 바둑을 하러 가는 거라고요?”
“쉿. 목소리 좀 낮춰 주세요. 어차피 이제 곧 점심 시간이고 뒤에 환자도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거 말한 건 비밀로 해주세요.”
“…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괜히 걱정했네.’
그리고 간호사 누나가 해줄 거라던 설명을 기다렸다.
“…저기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귓속말로 말해 주느라 내 곁에 다가왔던 간호사 누나의 뺨이,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환자분….”
간호사 누나가 내 어깨를 잡았다.
“생각해 보니 원장님께서 하나 빠뜨리신 검사가 있었네요.”
그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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