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추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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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검사라니요…?
내 손목을 잡은 의사 선생님은 그대로 내 손을 얼굴 쪽으로 끌어당겨,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았다.
“흐음…. 이거 저번보다 왠지 진해진 거 같은데.”
의사 선생님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늘 씨, 평소에 여자들한테서 좋은 냄새 난다는 소리 듣죠?”
“어,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저번에 봤을 때는 발정기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이 더 진한 거 보니까 기본적으로 강한 편이었던 거네요.”
“그게 무슨….”
발정기?
지금이 더 진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 거지?
의사 선생님은 대답 대신 내 손등의 냄새를 다시 한 번 흠뻑 맡았다.
“기다려 봐요. 얼마나 되나 다시 한 번 맡은 거니까.”
그렇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은 마치 고양이가 캣닙의 냄새를 맡은 것처럼 코를 손등에 살짝 비볐다.
…정말 진료 목적으로 다시 맡은 거 맞아?
“큼큼, 확실해요. 저번 주에도 정상범위보다 꽤 높았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냄새를 맡고 드디어 얼굴을 들었다.
“인간한테도 발정기가 있는 거, 알죠?”
“네?”
처음 듣는 소린데요.
“뭐,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을 정도는 아닌데…. 고양이나 기타 동물들처럼 주체 못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간에게도 발정기라고 부를 만큼 성욕의 그래프가 일정 주기로 물결치는 데이터가 존재하거든요. 사람마다 그 주기와 정도는 좀 다르지만.”
의사 선생님은 검지손가락으로 허공에 물결을 그리며 말했다.
그리고 내 아랫도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들어 성욕이 강해졌다거나, 자위 횟수가 늘었다거나 뭐 그런 특이사항 없어요?”
“어, 그게.”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봤지만 ‘요즘 들어’라고 할 만큼 성욕이 강해졌다고 할 만한 기준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성욕이 강해졌다는 걸 체감할 만큼 섹스를 안 한 날이 거의 없다고….’
예를 들어 일 주일에 두 번 정도 자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 사람이 갑자기 성욕이 세져서 왠지 모르게 매일매일 자위를 했다고 하면 ‘성욕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근데 난 따로 자위를 할 생각이 들기도 전에….’
계속 섹스를 하게 되고, 범해지고, 몇 번이고 쥐어짜이기를 반복했다.
회복력이 좋기에 망정이지, 바뀌기 전 세계였으면 난 이미 피골이 상접해서 거의 미이라가 되어 있었을 거다.
‘근데 최근 며칠 사이 연속으로 사정해도 좀 더 몸이 잘 버티는 것 같긴 했어.’
처음에는 연속으로 쥐어짜이면 잠깐 필름이 끊기곤 했었는데, 최근엔 생각보다 멀쩡했다.
진짜로 나에게 발정기라는 게 찾아온 건가?
그럼 내가 지금 별 생각이 없는 건 지아한테 쥐어짜이고 와서 그런 거?
내가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자 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긴 있는 모양이네요. 정확한 건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지금 하늘 씨의 호르몬 수치는 아마 정상 범주를 꽤 많이 넘어섰을 거예요.”
“그럼…. 저 뭔가 큰일난 건가요?”
정상 범주를 넘어섰다는 말을 듣고 나니 뭔가 덜컥 겁이 났다.
“지금까지도 딱히 특별한 증상이 없는 걸 보면 큰일까진 아닐 거고요. 다만 요거. 냄새.”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남성의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안드로스타디에논, 안드로스테놀, 안드로스테논.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일종의 ‘페로몬’이죠. 이성을 본능적으로 끌어당기고 유혹하는. 하늘 씨한테는 이 페로몬의 농도가 이미 정상 범주를 많이 넘어섰어요.”
“페로몬이요?”
페로몬에 대해서라면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페로몬 향수니 뭐니 광고를 해대기도 하고.
‘근데 그거 상품팔이용 과장광고 아니었어?’
아니었나 보다.
“주변에서 여자 많이 꼬이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한데….”
“하긴, 원래부터 많이 꼬일 외모라서 별 차이가 없으려나.”
의사 선생님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 아무튼. 검사는 할 거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적어도 생명에 지장은 없을 테니까.”
“…….”
생명에 지장이 있으면 그게 더 문제 아닌가요.
“아, 그리고 제때 안 빼주면 좀 괴로워질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
“…….”
방금 빼고 왔으니 일단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겠지.
“그럼, 바로 검사 들어가죠.”
의사 선생님은 씨익 웃고는 나를 진찰실로 데려갔다.
잠시 후, 나는 옷을 전부 벗은 채로 진료용 침대 위에 덩그러니 올라가게 되었다.
“저번에 해봤죠? 바로 엎드려 봐요.”
나는 시키는 대로 엉덩이를 위로 치켜든 채 상체를 침대에 철푸덕 내려놓았다.
“저…. 혹시 저번에 그건가요…?”
“정답!”
의사 선생님은 바로 그 비싸다는 0.00001밀리 투명 장갑을 끼고 내 엉덩이 가운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윽…. 이건 진짜 익숙해질 수가 없어….’
한 번 뚫렸던… 나의 뒷구멍 입구를 부드러운 손길이 어루만졌다.
“긴장 풀어요.”
풀리겠냐고요.
“힘 안 풀면 본인만 손핸데.”
풀게요.
“으으….”
만져지는 것도 만져지는 거지만, 언제 쑥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과 들어왔을 때 어떤 감각일지에 대한 생각 등등이 마음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긴 이미 준비됐다는데.”
그 말과 동시에 의사 선생님의 다른 한 손이 내 자지를 쥐었다.
이미 뒷구멍을 어루만질 때부터 천천히 부풀고 있었던 내 자지는 손길이 닿자 기분 좋다는 듯 움찔했다.
“흐읏….”
의사 선생님의 부드러운 손이 귀두를 밀어내리는 쾌감에 뒤쪽 구멍의 경계가 일순 느슨해졌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쑤욱
“헤윽!”
“많이 안 들어갔어. 엄살 부리지 마요.”
찔걱
스윽.
의사 선생님은 자지를 자극해 긴장을 풀고 손가락을 조금씩 넣어갔다.
꿀럭, 꿀럭.
“헤윽….”
내 뒤쪽을 조금씩 헤쳐나가는 손가락의 감각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이 손가락 하나로 이렇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걸 나는 다시금 뼈저리게 깨달았다.
몸 바깥쪽이야 뭐 단련을 하든 뭘 하든 할 수라도 있겠는데, 몸 안쪽은 단련이고 뭐고….
이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래, 그렇지. 쭉 힘 빼고.”
손가락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안쪽으로 들어와 내 안을 헤집었다.
“자아, 많이 풀렸는데? 검지도 들어갈게?”
“헤윽?”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전에는 분명 손가락 하나만 들어왔었는데….
“아, 역시 두 개 들어가야 만지기가 편하다니까. 좋아, 좋아.”
찔걱
의사 선생님은 만족스러운지 손가락 두 개로 내 깊은 곳을 찾아갔다.
“여기였나?”
“여기?”
꾹, 꾹, 꾸욱
“헤, 헤으으…. 제발….”
“아, 여기다.”
꾹
“헤윽…!”
허벅지가 달달 떨렸다.
전립선을 누를 때마다 쿵, 쿵, 하고 몸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만…. 더 이상은….”
나는 눈을 까뒤집고 애원했다.
그러자, 순간 뚝 하고 움직이던 손가락이 멈췄다.
잠깐 쉬게 해주는 걸까?
제발.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다른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김간! 잠깐만 이리 와 볼래요?”
“네에!”
엥?
누굴 부르는 거지?
“네, 원장님.”
잠시 후, 간호사의 싹싹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잘 왔어요. 저걸 미리 켜놨어야 했는데, 지금 이거 표본 채취 중이라. 센서 모니터 켜고 2차 할 것 좀 준비해 줄래요?”
“아, 넵!”
간호사는 재빨리 대답한 뒤, 의사 선생님이 가리킨 커다란 기계 같은 걸 켜고 뭔가를 조작하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 근데 그 환자분은….”
간호사는 준비를 하면서도 내 쪽을 힐끔힐끔 보았다.
“…대단하시네요.”
대단하다는 말에는 아무래도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반쯤 망가진 채로 엎드려서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꼴이라니.
아무리 간호사라고 해도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여버렸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의사 선생님이 씩 웃었다.
“왜, 의사는 안 부끄럽고 간호사는 부끄러워?”
“두, 둘 다…. 헤윽! 너, 너무해…. 헤윽!”
대답하던 나는 기습적인 전립선 자극에 신음을 내뱉었다.
“와….”
그리고 간호사는 기계를 준비하는 건지 날 구경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몰입한 것 같은 감탄사를 내뱉었고.
“흐읏….”
“흡…. 흑….”
고작 손가락 두 개에 몸 전체가 지배당하는 듯한 기묘한 느낌.
“으음, 확실히 저번보다 전립선이 빵빵하네.”
꾸욱
“헤윽…!”
그리고 그만큼 쾌감은 더 크게 뇌를 강타했다.
내 옆에 서서 손가락으로 날 농간하는 의사 선생님.
그리고 그 모습을 직관하고 있는 간호사.
‘이젠…. 모르겠어….’
“히끅….”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미 쾌감은 오르가즘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올라온 상태.
정말 전립선을 건드리는 매 순간마다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내 아래쪽은 일정한 박자로 경련을 일으키듯이 조여졌고, 쾌감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정액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뷰르릇
뷰릇
뷰르르릇
하지만 쾌감은 멈추지 않았다.
경련도 멈추지 않았다.
“와, 좋아 좋아. 뒤로 완전 제대로 갔는데?”
“와….”
“김간, 이렇게 간 건 처음 보지?”
“네….”
꼴깍.
“자아, 귀중한 샘플은 채취를 했고.”
그 와중에도 의사 선생님은 능숙한 솜씨로 병에 내 정액을 담아냈다.
뷰릇
뷰릇
“오우, 진짜 제대로 가서 그런지 양도 많네.”
“헤…헤윽….”
더 이상은.
쾌감을 견디지 못한 나는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이 빠짐과 동시에 완전히 진료용 침대에 철푸덕, 하고 엎어져 버렸다.
“…원장님. 환자분 괜찮으신 거 맞아요? 그, 원장님이 켜시라고 한 센서기…. 이거까지 하기엔 무리가 아닌지….”
간호사는 내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 환자를 몰라서 그래. 좀만 있어 봐. 센서 부착하는 동안 웬만큼은 회복되어 있을 걸?”
“그,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더라.”
의사 선생님은 간호사에게서 아주 작고 얇은 센서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센서를 내 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아직 쾌감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아주 작은 뭔가가 내 몸 이곳저곳에 착, 붙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뭐, 뭘 하게 되는 거…죠?”
나는 풀린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뭐 하냐고?”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하의를 벗었다.
‘…?’
그리고 작은 센서 하나를 중지 끝에 올려놓더니, 별안간 자신의 질 안쪽으로 쭈욱 밀어넣었다.
“읏차….”
의사 선생님은 잠깐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나를 보며 웃었다.
“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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