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54화 (54/79)

〈 54화 〉 창고에서 (3)

* * *

“…지아야?”

지아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톡.

토독.

지아의 눈물은 뜨거웠다.

그동안 타들어갔을 마음이 눈물을 데운 것처럼.

꾸욱.

지아는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많이 힘들었던 거구나.’

그제서야 나는 지아가 그간 얼마나 참아 왔는지,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나에게 접근했던 여자들, 특히 나와 밀착하거나 같은 공간에 오래 있거나 한 여자들은 대부분 내게 성욕을 느꼈다.

‘좋은 냄새… 라고 했었지.’

아, 물론 기본적으로 이 세계의 여자들이 섹무새인 것도 있지만.

아무튼,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지아가 나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쯤은 이상하게 생각해볼 법도 한데.

지아의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지아가 날 지켜주려고 해서였을까?

지아 역시 갓 스무 살이 된 신체 건강한 여자인데.

‘그만큼 지아가 정신력이 강했다는 소리겠지.’

여성 호르몬의 세뇌를 거스르고 본능을 억제해 나를 지켜줄 만큼 노력한 거다.

하지만, 그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 배신이란 걸 깨달았을 때.

‘아니, 사실 배신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지아의 자아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육체를 폭주시킨 거다.

그럼 그 폭주를 가라앉힐 방법은.

‘일단 다인 선배와 내가 사귀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줘야 해.’

그리고 천천히 달래는 거다.

지아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거다.

그것밖엔 없다.

“지아야.”

나는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하늘아.”

하지만 동시에 지아도 나를 불렀다.

지아의 목소리에는 겹겹이 쌓인 결의가 담겨 있었다.

“가지지 못할 거라면, 누구의 것도 아니게 만들어버릴 거야.”

그 말과 함께 지아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지아는 양손으로 내 뺨을 감싸쥐었다.

“이아야.”

지아를 부르려 했지만 얼굴을 잡힌 채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널 망가뜨려서, 다인 선배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

지아는 그 상태로 허리를 들썩였다.

찔걱, 찔걱­

“네 뇌를 쾌락으로 녹여줄게. 다인 선배 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찔걱, 찔걱­

“아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까지.”

지아의 허리놀림은 금세 격렬해졌다.

“히으읏…. 이아야…. 자깐, 내 애이저 드어아.”

나는 이 오해를 어떻게든 빨리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대화를 시도했지만, 지아는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다이 허배아 하기으 거 아이데…. 흡….”

다인 선배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말해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다이 허배…? 아, 다인 선배. 하늘아. 나랑 섹스하면서도 다인 선배 생각이 나는 거야?”

“그개 아이아…. 흐읏…!”

역효과였다.

지아는 내 말에 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고, 이제는 내 얼굴을 잡은 채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츄릅­

“흐읍….”

지아의 혀가 들어와 내 입 안을 휘저었다.

‘너무 거칠어….’

혀에 힘이 들어가 뻣뻣했고, 키스는 거칠었다.

“우움, 음, 하읍….”

입 안을 폭풍처럼 휩쓸고 가는 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만큼 키스는 엉망이었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방적인 착취였다.

“하늘아, 나 처음으로 남자와 키스해 봤어. 어쩌다 보니 키스보다 섹스를 먼저 해버렸네. 정말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우리 관계처럼.”

츄웁­

지아는 다시 키스를 하며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처음에는 박자를 맞추기가 힘들어 보였던 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했는지 능숙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흐우웃….”

이런 격렬한 움직임에는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뭔가를 껴안고 싶어지는 게 본능.

하지만 내 사지는 위아래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나는 팔다리 하나 꼼짝 못한 채 절정을 향해 치달아갔다.

찔걱, 찔걱, 찔걱.

팍, 팍, 퍽, 퍽, 퍽.

매트리스 위에서 강하게 찧어대는 지아의 움직임에, 내 이성은 빠르게 날아갔다.

“우으….”

서서히 눈이 뒤집혀갔다.

심장이 빠르게 쿵쾅쿵쾅 뛰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키스를 하고 있는 지아의 눈을 스치듯 바라보았다.

여전히 지아의 눈은 공허했다.

눈물 자국이 남은 눈은 그 어디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지아야….’

그리고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절정했다.

뷰르릇­

뷰르르르릇­

하체가 바르르 떨렸다.

지아는 내 하체를 다리로 꽈악 잡아 떨림을 억지로 잡았다.

“하늘아, 아래가 떨려.”

지아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혹시 방금 갈 때도 다인 선배 생각했어?”

그 말과 함께 지아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지아는 내 얼굴을 놓아주고 상체를 안았다.

드디어 입이 자유로워졌지만, 이미 한 번 성대하게 가버리고 연속으로 허리를 흔들어대는 자극 때문에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히끅, 힛, 흑….”

“하늘아, 그렇게 좋아? 다인 선배가?”

“힉, 아, 아니….”

“아니라고? 거짓말. 방금까지 다인 선배 생각하면서 갔으면서.”

지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목을 잡았다.

“케흑…. 지, 지아….”

내 목을 잡은 지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찔걱, 찔걱, 찔걱.

아래쪽에서는 쾌감 공장에서 만들어낸 쾌락이 덮쳐왔고, 위쪽에서는 숨이 막혀왔다.

‘이,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팔다리가 묶여 있어 어떻게 저항할 수도 없다.

‘이대로 가면 위험….’

그 순간 지아의 손아귀 힘이 약간 풀리면서 공기가 쑥 들어왔다.

“헤읏…!”

내 폐가 숨을 가득 머금었다.

“케흑….”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손아귀가 조여 왔다.

엄지와 검지로 턱 아래, 목젖 양쪽을 꾹 누르자 숨이 턱 막혔다.

“하늘아, 목을 조일 때마다 네 자지가 안에서 펄떡펄떡 뛰어. 이런 상황에서도 느끼고 있는 거야? 하늘이도 정말 변태네?”

“끅….”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목을 짓눌린 상태라 그럴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아의 말도 맞았다.

분명 내 숨통을 조여오는 것임에도, 목을 조이고 산소가 부족해질 때마다 아래쪽의 감각은 더더욱 살아났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자지는 정액을 내뿜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찔걱, 찔걱­

“하늘아, 괴로워? 즐거워? 아파? 좋아? 지금 내가 그래. 하늘아.”

지아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히끅….”

뷰르릇­

뷰르르릇­

나는 숨을 참은 채로 절정했다.

“하늘아, 네 정액이 내 자궁에 곧바로 뿌려져 닿고 있어.”

뷰르릇­

“더 줘. 내 자궁에 하늘이의 정액이 뿌려지는 순간이 가장 좋아.”

뷰르르릇­

“프하….”

내가 사정을 마치자 지아의 손에 힘이 풀렸다.

“하아, 하아, 하아….”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있는 힘을 다해 턱을 당겨 잠깐 동안 내 아랫도리를 확인했다.

지아의 좁은 질 안에 내 정액이 더 들어갈 리가 없었으므로, 싸는 만큼 질 밖으로 꾸역꾸역 새어나오고 있었다.

찔­걱

지아가 그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한 번 더 허리를 들썩이자 내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헤읏…?!”

그래.

맞다.

지아는 지금 나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회복력이 워낙 좋은 몸이라 정말 망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망가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긴 했다.

좁디좁은, 내 자지 하나에 꽉 차는 보지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내 자지가 쭈욱 질벽에 긁히면서 쾌감을 생성했다.

조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질 자체가 좁아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나를 쾌락에 빠뜨렸다.

하지만.

‘지아를 돌려 놔야 해.’

이 이상 가면 위험하다.

아니, 물론 지금까지도 충분히 위험하긴 했지만.

나뿐 아니라 지아 자신에게도 위험하다는 소리다.

‘지금이라면.’

찔걱.

“헤윽.”

나는 눈앞이 핑 도는 걸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그리고 간신히 내뱉었다.

“지아야.”

내 목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멈췄다.

“나, 다인 선배랑 사귀는 거 아니야.”

내 목을 잡고 있던 손이 움찔했다.

“…거짓말.”

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냐, 정말이야. 체육관에서 혹시 들었다면 우리가 사귀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을 거 아니야?”

그 말에 지아의 질이 움찔했다.

“그치만…. 너랑 선배랑은 그, 라커룸에서 섹스를 했잖아. 섹스는 연인끼리 하는 거고. 이제 와서 안 했다고 잡아떼려는 건 아니겠지?”

“잠깐, 잠깐만.”

나는 지아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아라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섹스는 연인끼리 하는 것.

둘은 섹스를 했다.

그러므로 둘은 연인이다.

이런 기적의 삼단 논법이 지아의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있던 거지.

“섹스는 연인끼리 하는 거? 아니, 물론 연인끼리 섹스를 하기는 하지만…. 그….”

나는 살짝 말을 더듬었다.

솔직히 말하는 나도 좀 창피하기는 했다.

“그, 역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나는 지아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리고 대답이 없자 다시 흘깃 지아의 표정을 살폈다.

“……!”

지아의 공허했던 눈동자가 어느새 평소의 생기 있는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아는 내 말에 눈을 빛내며 내 어깨를 덥썩 잡았다.

“그, 그게 정말이야 하늘아?”

“응…. 애초에 난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서 CC는 계획에 없….”

“하늘아!”

지아는 그대로 엎드려 나를 껴안았다.

“아아, 진작에 말을 하지!”

지아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네가 말할 틈을 안 줬잖아….”

“아무튼!”

지아는 신이 난 나머지 그대로 다시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헤, 헤윽, 지, 지아야?”

내가 몸을 비틀자 지아가 킥킥댔다.

“사귀는 거 아니어도 섹스는 할 수 있다며? 그럼 나랑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원래 이런 캐릭터였니?”

“아, 몰라! 지금은 생각 안 할 거야.”

지아는 자꾸만 쿡쿡 터져나오는 웃음을 내 귓가에서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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