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창고에서 (2)
* * *
뷰르르릇
뷰릇.
뷰르릇.
나는 허리를 펄떡이며 정액을 뿜어냈다.
“으, 으웁, 읍…!”
“허읍…!”
철컹, 철렁, 철컹.
말도 안 되는 쾌감의 향연에 몸부림쳤지만 내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묶고 있는 구속구는 그저 내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흔들릴 뿐이었다.
그 와중 다행인 건 손목과 발목을 감싸고 있는 부분이 인조 가죽 같은 걸로 되어 있어서 움직인다고 쓸리거나 아프지는 않다는 점일까.
“흐흡…!”
“으읍…!”
지아는 내가 펄떡이는 와중에도 속도를 조금 줄였을 뿐 손은 멈추지 않았다.
“흐응으으으읍…!”
귀두 부분을 쥐어짤 때마다 민감해진 내 몸이 비틀렸다.
‘제발 멈춰 줘….’
‘이러다 기절할 것 같아….’
하지만 지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하늘아, 그렇게 좋아?”
지아는 씨익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마음껏 발버둥쳐도 돼. 단단히 묶어 놨으니까.”
그러고는 구속구에 묶여 있는 손목, 발목을 차례로 보며 말했다.
“이거, 내가 하늘이 아프지 말라고 제일 비싸고 부드러운 걸로 샀다?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내가 하늘이를 생각하는 마음인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너한테 전달됐을까? 응? 하늘아.”
“히그으으으읍….”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싸기 전에도, 싸면서도, 싼 직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손.
그간 싸고 난 후에도 섹스를 계속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손으로 한계를 넘어서까지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압력과 움직이는 속도에 한계가 있는 질과 달리 손은 최대한의 효율로 최대치의 자극을 줄 수 있었고, 지아는 손으로 지금까지 내가 당했던 어떤 행위보다 빠르게 나를 보내버리고 있었다.
“힉….”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촵, 촵, 촵, 촵, 촵.
언제부턴가 발버둥치는 내 모습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몸을 비틀고 있는 게 내가 맞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래,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리가 없어.’
지아가 날 좋아했고, 그래서 나를 기절시킨 뒤 묶어 놓았다고?
그리고 다 나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라며 이런 짓을 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건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럼 어디까지가 현실인 거지?
어제 분명히 9시까지 창고로 와 달라는 지아의 메시지를 받았고.
오늘 아침에 창고로 와서 뒤통수에 뭔가를 맞고 기절했다.
어제 지아의 메시지를 받은 것부터가 설마 꿈이었나?
그럴 리가?
그럼 오늘 내가 창고로 온 것?
아, 지하철 타고 오는 도중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든 건가?
아직 나는 지아를 만나기 전인 거고.
근데 그러기에는 너무 꿈이 긴데.
지하철 안에서 잠깐 자면서 꾼 꿈이라면 이미 깼어야 하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더는….
다시 내가 깨어날 수 있다면, 그땐 진실을 알 수 있겠지….
“히읍….”
뷰르르르르릇
나는 단말마의 신음을 내뱉으며, 그대로 다시 의식을 잃었다.
…
…
…
“허억!”
낯선 천장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두 번째 보는 천장이었다.
창문으로 새어드는 햇…아니 그만하자.
이러다가 정신 착란 증세가 올 것 같다.
아니, 이미 왔는지도….
“하늘아, 정신이 들어?”
이건 지아의 목소리.
아하!
창고에 들어온 것까지는 꿈이 아니었군.
그럼 방금 내가 지아에게 당한 것만 꿈이라는 소리잖아?
그랬구만.
…
그럼 내 배에 싸질러져 있는 이 정액들은 뭘까.
혹시 우유인가.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뭔가 좀 추운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내 맨살을 스치는 아주 옅은 바람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한마디로, 기절한 사이에 나는 옷까지 전부 말끔하게 벗겨져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고 하면 내 입을 막고 있던 것도 사라졌다는 점 정도일까.
“하늘아,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가버린 거야?”
“지아야….”
간신히 지아를 불렀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감도 안 왔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지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
지아는 거의 속옷만 걸친 채로, 아니 이제는 그것도 벗으며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스륵.
살구색 브래지어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봉긋 솟아 있는 지아의 가슴, 그리고 적당히 튀어나와 있는 젖꼭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아, 나…. 다인 선배처럼 몸매가 좋지 않아. 가슴은 고작 C컵밖에 안 되고.”
스륵.
지아의 팬티가 내려갔다.
꼬옥 다물어져 있는 맨살의 보지에서 진득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져 팬티와 연결되어 있었다.
팬티가 바닥에 떨어질 때쯤, 그 실은 끊어졌다.
“보지도 조금은 어린애 같을 거야. 다른 여자들은 성장하면서 모양이 조금씩 바뀐다던데, 나는 지금도 어렸을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거든.”
지아는 자신의 보지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다른 여자들은 위생과 성감을 위해 항상 제모를 한다던데,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털이 나지 않아서 할 필요가 없었어.”
지아는 손가락으로 보짓살을 꾸욱 눌렀다.
“아마 안쪽도 너에겐 좁을지도 몰라. 하늘이의 훌륭한 자지, 내가 전부 먹을 수 있을까?”
지아는 천천히 내 허리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바로 삽입을 하는 대신 내 맨살을 만지면서 스윽 엎드려 몸을 겹쳤고, 곧 나를 꼬옥 껴안았다.
“하늘아, 옷이 없어서 조금 춥지? 내가 안아줄게. 어때, 조금 따뜻해?”
나는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응. 따뜻해.”
확실히 지아의 몸은 따뜻했다.
그야 당연하지.
방금까지 실오라기 하나 못 걸치고 있었으니까….
“나도 따뜻해. 하늘이의 이 부드러운 살결, 따뜻한 온기. 다인 선배는 이 좋은 걸 마음껏 느끼고 있었던 거구나.”
지아의 목소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난 참 바보 같았지.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하늘이에게 날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간단한 방법…?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서 기절시킨 뒤 묶어놓는 게 간단한 방법이라니.
지아는 대체 어떤 싸움을 해 온 걸까.
“하늘아, 이젠 나도 보여줄게. 내가 노력할게. 나도 다인 선배만큼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
질척
그 말과 함께 지아는 보지를 내 자지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내 자지를 붙잡고 자신의 보지 입구에 맞췄다.
“하늘아, 넣을게.”
그리고 서서히 집어넣었다.
“읏.”
내 자지가 질 입구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지아는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윽, 이거…. 확실히 좁아….’
나 역시 이렇게 뻑뻑하고 좁은 질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겪는 종류의 자극에 잠시 숨을 멈춰야 했다.
찔걱
자지에게서 정액을 뽑아내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가진 질 주름에, 마치 손으로 짜내리는 것 같은 압력이 더해졌다.
“후우…읏.”
지아의 눈은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버거워하는 표정은 그대로 드러났다.
찌걱
“허흡….”
저절로 고개가 들렸다.
턱이 뒤로 넘어갔다.
찔걱
그리고 마침내, 뭔가가 뚫리는 느낌과 함께 내 자지는 지아의 질에 끝까지 삼켜졌다.
‘뭔가 다른 게 느껴졌어…?’
그리고 자지가 뿌리까지 삼켜진 순간, 귀두 끝부분은 질 속 가장 깊은 곳, 자궁구와 입맞춤을 하며 꾹 눌렸다.
“헤윽….”
움찔하는 자궁과 함께 내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후우….”
지아는 잠시 동안 그대로 멈춰서 숨을 골랐다.
“하늘아….”
그리고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네 자지, 나랑 크기가 꼭 맞네?”
지아는 그 상태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읍….”
“흣.”
“하윽….”
지아의 움직임은 손으로 해줄 때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어설픈 느낌이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방금 뭔가 뚫리는 느낌이 났는데…. 설마.’
나는 턱을 당겨 지아와 내 성기가 합체된 부분을 보았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새어나오는 액체에는, 빨간색이 섞여 있었다.
찔걱, 찔걱.
그 빨간색 액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지금이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 지아야…. 너….”
계속 덮쳐오는 쾌감에 나는 더 이상 목에 준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털썩 머리를 내려놓았다.
“하윽….”
반면 지아는 이제 조금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겼는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상체를 숙였다.
“그래, 하늘아. 맞아. 나 처음이야.”
그리고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실망했어? 남자 경험도 없는 처녀 주제에, 널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올라오는 사정감 참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하지만 지아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떨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어.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면 나중에 잘생기고 귀여운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찔걱
“그리고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바보같이 난 그게 좋아하는 감정인 줄도 몰랐어.”
지아야, 그…. 이것 좀 잠시 멈추고 얘기해주면 안 될까.
나도 제대로 듣고 싶…은데….
“이건 내가 생각해낸 최악의 방법이야. 나도 알아. 하늘아. 나도 너에게 매일같이 연락하고, 맛있는 밥을 먹고, 함께 걷고,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싶었어.”
그리고 다음 순간, 지아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
숨 막히는 침묵.
그 이후.
“하지만 그러면 뭐 해.”
지아를 올려다보는 내 눈이 커졌다.
“지아야…?”
다음 순간, 지아의 공허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이미 다인 선배랑 사귀는데.”
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