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49화 (49/79)

〈 49화 〉 다인 선배 (3)

* * *

질거…억.

다인 선배의 움직임이 멈췄다.

‘큰일 났다.’

분명 아까 다인 선배가 한창 연습 중이니 당분간 괜찮을 거라고 했었는데.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터벅, 터벅, 터벅.

여러 개의 발소리가 이곳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위에서는 사귀는 거 아니라고 공언을 하고 왔는데….’

그렇게 말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둘이 섹스를 하고 있다니.

이 모습을 배구부원들이 보게 된다면….

‘내 평판은 끝장이야.’

사귀지도 않으면서, 특히 두 번이나 차버렸다고 했으면서 이렇게 광란의 섹스를 하고 있다?

그것도 뭐 모텔 가서 하는 것도 아니고 배구부 라커룸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인 선배도 위험해질 수도 있어.’

다인 선배가 하고 있는 행동은 원래 세계로 치면, 사귀지도 않는 여자를 끌고 와서 성행위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행동.

배구부 에이스라는 기존의 흔들리지 않는 평판이 성적인 뒷소문으로 인해 훼손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세계는 여자가 남자를 따먹는 데에 훨씬 관대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된 장소에서 하는 것과, 배구부 라커룸 안에서 하는 것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인 선배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라커룸에서 남자랑 섹스하다가 부원들한테 걸렸대.

­헐, 미친.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솔직히 좀 부럽긴 해도, 배구부 에이스라는 사람이 저러면 배구부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

­그러게 말이야, 에휴.

그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게 뻔했다.

“서, 선ㅂ….”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자마자, 선배는 내 입을 막았다.

휙­

그리고 믿기지 않는 속도로 몸을 반 바퀴 돌리며, 합체한 채로 나를 안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선배는 팔힘으로 나를 받쳐 안았고, 내 발은 허공에서 동동거렸다.

타닥­

철걱.

선배는 그대로 반쯤 열려 있는 선배의 라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터벅, 터벅, 터벅.

발소리가 멈추고.

드륵­

“아, 오랜만에 연습 빨리 끝내니까 기분 이상하네.”

“이상하긴, 좋으면서. 큭큭.”

“갑자기 일 생겼다고 저쪽 세 명이 빠져버리니 어쩔 수 없지.”

배구부원들이 자기들끼리 떠들며 우르르 들어왔다.

‘일찍 끝났다 싶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몇 명 빠져서 그런 거였구나.’

다인 선배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

대처가 빨랐으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벤치 위에서의 질펀한 섹스를 배구부원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뻔했다.

“뭐, 남은 사람들끼리 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 한 번 하는 거지. 간만에 낮술 고?”

“에라이, 월요일 대낮부터 술은.”

“난 남자 있으면 감.”

“나도.”

“이 남미새 새끼들아!”

배구부원들은 낄낄거리며 하나둘씩 라커를 열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남자랑 소주 한 잔 마렵긴 하다.”

“남자랑 술 못 마신 지 몇 달은 된 거 같은데.”

“에휴, 여대생이 뭔 남자냐. 여기 온 우리 자신을 탓하자.”

“아~ 소개팅 좀!!”

“아 진짜, 하늘이 같은 남자애 소개시켜 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

그때 내 이름이 갑자기 등장해버리자, 나는 순간 움찔했다.

‘깜짝이야.’

안 그래도 들킬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내 이름이 나오다니.

‘후우….’

나는 부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틈을 타 불편했던 자세를 살짝 고쳤다.

사락­

‘헉.’

라커 안쪽에 있다 보니, 걸려 있는 옷에 몸이 부대끼며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났다.

‘이 정도는 바깥까지는 안 들리겠지.’

여기서 듣기에도 작은 소리니까….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질척­

다인 선배와 내가 여전히 합체 중이라는 것 정도일까.

‘라커 안이 좁으니 어쩔 수 없기는 한데….’

나는 라커 안쪽에 벽을 등진 채 바짝 붙어 있는 상태였고, 다인 선배는 그런 나를 마주보며 안고 있는 모양새였다.

라커는 바깥쪽에서 잠금장치를 걸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문만 닫혀 있지 잠겨 있는 상태가 아니다.

혹시라도 다인 선배가 물러나다가 엉덩이로 라커 문을 밀어 열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게임 끝이라는 소리.

지금으로선 차라리 다인 선배가 내 쪽에 최대한 붙어 있는 게 마음이 편했다.

‘문제는 마음은 편한데 아래쪽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자지는 질퍽한 섹스 2차전을 하다가 가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다행히(?) 가버리기 전에 배구부원들이 들이닥쳐서 유예를 받기는 했는데….

꾸욱­

“흡….”

왜 선배는 여기 안에서까지 질을 꾹꾹 조여오는 걸까.

나는 거의 숨소리만한 크기로 선배에게 속삭였다.

“서, 선배…. 안에서 이러시면….”

“왜? 만족할 때까지 한다고 말했잖아.”

선배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흡….”

“자꾸 소리내면 밖에 들킨다?”

꾸욱­

선배는 질을 조였다 풀었다 하더니, 잠시 후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읍….”

나는 최대한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실수로라도 신음 내면 그대로 끝이야….’

하지만 그러기엔 다인 선배의 질 안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귀두부터 기둥까지 진한 밀도로 잡아 주는 질압, 그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성감대를 긁어주는 질의 주름이 시시각각 쾌감을 생성해냈다.

‘아, 안 돼…. 신음 나올 것 같아….’

눈이 점점 풀려갔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젠 신음이 나오겠다고 생각할 때.

“그니까, 다인 선배랑 하늘이랑 뭔가 있다니까.”

그 말에 다인 선배의 허리가 잠깐 멈추었다.

‘휴….’

그리고 나 역시 배구부원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귀는 건 아니라면서 사이는 되게 좋아보이던데?”

“그건 그래.”

“설마 벌써 다인 선배가 따먹은 건 아니겠지?”

“야, 입조심 해.”

“뭐 어때. 듣는 것도 아닌데. 글고 뭐 섹스가 나쁜 짓이야? 아니잖아.”

“그래도 그렇지….”

듣고 있는데요…?

특히 ‘설마 벌써 다인 선배가 따먹은 건 아니겠지’ 부분에서는 선배의 질이 한 번 꾹 조여졌다.

“아, 아무튼 존나 부러워. 나도 하늘이 같은 남자애 있음 바로 따먹었을 텐데.”

“따먹을 수는 있고?”

“젖까.”

“젖은 이미 깠지.”

“그건 그러네.”

“하늘이 같은 남자애가 아니라 그냥 하늘이 따먹으면 되잖아.”

부원이 킥킥댔다.

“하…. 솔직히 하늘이는 좀 자신 없다. 나 말고도 들이대는 애 한둘이겠냐?”

“하긴, 존나 비싸 보이긴 해.”

“그런 애가 쉽게 대주는 게 더 이상하지.”

“다인 선배 정도 얼굴에 피지컬이면…. 가능할지도?”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다인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힉….’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다인 선배가 씩 웃으며 한 번 더 질을 조였다.

라커 안이 어둡고 다인 선배의 피부도 구릿빛이었기에 표정이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선배의 호박색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맹수의 눈처럼.

‘허흣….’

다인 선배는 질을 조인 채로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음…. 나와버려….’

그렇게 생각하고 내 입이 벌어지는 순간.

하읍.

선배의 입이 내 입에 겹쳐졌다.

선배는 젖혀진 내 머리를 뒤에서 한손으로 받쳐 주면서, 내 입을 부드럽게 탐했다.

‘미칠 것 같아….’

내 입에서 나오던 신음은 선배의 입에 막혀 나오지 못했다.

“읍, 웁….”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바뀌어 선배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선배는 눈을 감고 내 신음이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삼켜 주었다.

질걱, 질걱­

읍, 읍, 웁….

내 자지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신음마저 내뱉지 못하는 내 몸은 곧 절정을 맞으며 격렬하게 부르르 떨렸다.

뷰르릇­

뷰르르릇­

“다인 선배 같은 몸매로 하늘이 잡아먹는 상상 하니까 존나 꼴리긴 한다.”

뷰르릇­

사정하는 동안에도 바깥에서는 여전히 다인 선배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웃으며 하고 있었다.

“아씨, 너 땜에 나도 상상해서 꼴렸잖아.”

“배구부 최강 피지컬과 여리여리하고 귀여운 남자애 사이의 짐승 같은….”

“­라는 내용의 야동 추천좀.”

뷰르릇­

이미 아까 한 번 질내사정을 했기 때문일까.

정액이 질 밖으로 새어나와서 발밑에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인 선배는 내 자지를 놔주지 않았다.

진짜 이러다 엔돌핀 과다 분비로 뇌가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자지는 절정 이후에도 스위치가 고장난 자동 인형마냥 쿵, 쿵, 하며 움찔거렸다.

몸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지는 쾌락을 견디지 못해 다인 선배를 꼭 안았다.

등에 손 자국이 남아버리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휴, 집 가서 야동 보고 딸이나 쳐야지.”

“너 오후에 강의 없냐?”

“없음. 부럽지?”

“개부럽다.”

다행히 부원들 쪽은 정리가 되어가는 듯했다.

이제 부원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빠져나가기만 하면….

“점심은 뭐 먹을…으아악!”

그 순간 부원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들킨 줄 알고 나도 모르게 다인 선배를 꽉 껴안았다.

“아, 바닥에 물 밟고 자빠질 뻔했어!”

방금 비명을 지른 부원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심 좀 해. 근데 물 밟을 게 있나?”

“몰라. 근데 방금 나 순간적으로 반응해서 균형 잡는 거 지렸다. 인정?”

“용케 안 넘어졌네.”

바닥에 물이라면….

라커 안에 있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내 정액은 아니겠지…?’

벤치에서 한창 섹스를 할 때, 혹은 선배가 나를 다급하게 안고 라커로 뛰어들어갈 때 흘러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휴우. 자, 그럼 난 먼저 간…. 어?”

넘어질 뻔했던 부원은 문득 옆에 있는 라커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다인 선배 라커, 열려 있네?”

그러고는 바깥에서 잠금 장치를 탁, 하고 걸었다.

“다인 선배도 이런 칠칠치 못하신 부분이 있구만. 나중에 만나면 말씀드려야지~”

부원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나갔고, 다른 부원들도 곧 정리하고 다들 라커룸을 나갔다.

“…….”

“…….”

다인 선배와 나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 어떡하죠?”

“그러게. 이거 그냥 힘으로 뚫고 나가야 될 수도 있겠는데.”

“걸쇠가 망가지잖아요.”

“뭐, 어쩔 수 없지.”

다인 선배는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다시 한 번 키스를 했다.

“뭐,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서, 설마 여기서 한 번 더 할 생각…?”

“후후.”

그렇게 말하며 웃던 다인 선배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드륵­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누가 또 뭐 놓고 갔나?’

하지만 그 발소리는, 정확히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

“…….”

그리고 다인 선배의 라커 앞에 멈추었다.

좁은 라커 틈으로는 누가 왔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몇 초나 지났을까.

철컥.

걸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그리고, 그 발소리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다시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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