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다인 선배 (2)
* * *
털썩.
‘난…. 이제….’
지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후들거려 다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일어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눈앞에서 하늘이가 라커룸으로 끌려들어갔다.
하지만 그걸 보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무력감이 밀려들어왔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어?’
후회가 쌓여갔다.
‘내가 좀 더 하늘이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았더라면.’
‘내가 좀 더 일찍 다가갔더라면.’
아니.
‘차라리 내가 먼저….’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지아의 머릿속에서 하늘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해 갔다.
지아야, 그렇게 잘해주면 내가 너 같은 범생이년한테 한번 대주기라도 할 줄 알았어?
경멸이 가득 담긴 눈으로 하늘이 지아를 바라본다.
‘아냐, 멈춰. 하늘이가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어.’
이건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하늘이가 저럴 리 없다고 되뇌었지만, 눈앞의 장면은 멈추지 않았다.
넌 그냥 운이 좋아서 나랑 대화라도 할 수 있었던 거야.
여자가 돼서, 이성적인 어필을 하진 못하겠고. 한다는 게 친구인 척, 지켜주는 척.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한번 따먹어 보려고 했던 거 아니야?
“아냐….”
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게 나랑 하고 싶으면, 그렇게 찐따같이 있지 말고 여자답게 굴라고.
“으응…?”
지아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너도 여자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
“어떻게….”
머리에.
그리고 몸에.
똑똑히 각인시키라고.
“…….”
혼란스러웠다.
하늘이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자,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그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늘아….’
지아는 하늘과 다인이 들어간 라커룸을 바라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저 안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간이 이 정도 지났으면 이미 시작, 아니 한창 하고 있을 때일 수도 있었다.
지금 다가가서 문을 연다면, 실체를 알 수 있겠지.
“윽….”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에서 하늘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확인해 보자.’
박다인의 여성스러움에 하늘이 넘어갔다면.
하늘이가 그런 애라면.
자신이 못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
‘두 눈으로 확인해 보는 거야.’
둘이 정말로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
만약 하고 있다면….
지아는 발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라커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박, 사박.
“…….”
꿀꺽.
이제는 침 삼키는 소리마저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아가 한 발을 더 떼려는 순간.
“솔직히 아니라고는 했지만 존나 의심되지 않냐?”
“다인 선배가 아니라고 했잖아.”
“근데 아까 보니까 둘이 또 금방 사라졌던데.”
“배 아프긴 해. 난 남친 언제 생기냐.”
계단 쪽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지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 * *
“흐읏….”
다인 선배의 품은 따뜻했다.
그리고 선배의 안쪽은 더더욱 따뜻했다.
“서, 선배….”
다인 선배의 손길이 내 몸을 천천히 쓸었다.
선배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내 몸은 조금씩 움찔했다.
“흣….”
선배는 내 자지를 귀두까지만 삼킨 채로 조금씩 움직이며 꾹꾹 조였다.
“헤윽….”
나는 선배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신음을 삼켰다.
“하늘아, 벌써 가버릴 것 같아?”
“조, 조금만 더 천천히….”
“이상하다, 분명 나 기분 좋으라고 해준다고 한 것 같은데. 왜 하늘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지?”
“그, 그게…. 흣….”
다인 선배는 한 번 더 질을 꾹 조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아…. 진짜 너무 야하다니까. 하늘이 몸은.”
“헤읏….”
선배는 나를 꼭 안은 채로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저, 저번보다 더 기분이 좋은 거 같아….’
이전에 했을 때도 물론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그때는 다인 선배의 질 자체 피지컬이 좋아서 기분이 좋은 느낌이 컸다.
궁합이고 뭐고 일단 체급으로 밀어붙였다는 뜻.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그사이에 서로의 궁합이 이미 맞아버린 것 같은 느낌.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사실 처음에만 그랬지 그 이후론 궁합이 맞아가는 느낌이긴 했는데….’
지금은 아예 처음 넣었을 때부터 완벽히 궁합이 맞는 것 같았다.
문득 윤서 누나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섹스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속궁합이 잘 맞는, 거의 천생연분 수준이었던 윤서 누나.
‘거의 윤서 누나랑 할 때만큼 좋은 것 같기도….’
그건 아닌가?
내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에서 보정이 들어간 건가?
하지만 그런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냐, 비교하지 말자.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섹스하는 도중에 속으로 속궁합을 비교하다니, 이 무슨 쓰레기 같은 생각이란 말인가.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늘아.”
“네….”
“너 방금 딴 년 생각했지.”
“네헤?!”
내 몸 전체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안에서 반응이 조금 달라지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다인 선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큰일났다.’
내가 봐도 이건 좀…. 하고 생각했던 일인데.
그걸 다인 선배가 직접 눈치채버렸으니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것도 내가 다인 선배에게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된 건데.
일단 사과해야 한다.
“죄, 죄송해요….”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실망, 하셨죠….”
위를 올려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서운 표정으로, 금세 나를 밀어낸 뒤 버리고 떠나가버릴 것 같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실망했어.”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끝났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런 바보 같은 짓거리로 선배를 실망시키다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회귀, 제발 회귀….’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현실을 마주하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꾸욱 조이는 엄청난 질압에 나는 신음을 뱉었다.
“헥…!”
나도 모르게 허리가 젖혀졌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버렸고, 나는 자연스럽게 다인 선배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푸흣.”
눈을 마주친 다인 선배는, 예상과는 달리 살짝 웃고 있었다.
“쫄기는.”
그리고 손으로 내 엉덩이를 붙잡아 선배의 몸에 꾹 밀착시켰다.
귀두만 들어가 있던 내 자지가 들어가며 선배의 깊숙한 곳에 안착했다.
“흐읏….”
“내가 막 화내면서 널 버리고 가기라도 할 줄 알았어?”
“…네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하늘아.”
다인 선배는 내 머리 뒤쪽을 받쳐 완전히 자신과 마주보도록 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지금 너와 내가 이렇게 껴안고, 섹스하고 있다는 거.”
그렇게 말하는 다인 선배의 입술이 촉촉해 보였다.
미소를 지을 때 드러나는 크고 고른 치아가 살짝 보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서로 기분이 좋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야.”
다인 선배는 다시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윽….”
선배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따뜻해….’
이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했는데도 용서해 주시다니.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찔끔 나왔다.
“하지만.”
다인 선배의 허리 움직이는 속도가 왠지 조금 빨라지는 것 같았다.
“헤윽…. 서, 선배, 조금만 천천히….”
“딴 년 생각한 건 분명 잘못이기도 하지.”
“헤윽….”
내 엉덩이를 잡은 다인 선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 잘못했어여….”
“벌이야. 참아.”
머리가 하얘졌다.
처음의 상냥했던 애무와 섹스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질걱, 질걱 질걱
귀두부터 뿌리까지, 내 자지는 다인 선배의 질벽을 긁으며 쾌락을 가져왔다.
“그, 그렇게 빠르게 하면 저….”
“참아.”
“헤윽…!”
나는 온 힘을 다해 올라오는 사정감을 참아내려 애썼다.
“싸라고 안 했는데 싸면 바로 한 번 더 할 거야.”
“그, 그런…. 헤윽, 흣, 흑….”
윤서 누나도 이렇게는 안 했…. 아니 윤서 누나 생각은 하면 안 되잖….
머릿속은 점점 쾌감으로 가득 찼다.
격렬한 피스톤 운동, 그리고 질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제, 제발….”
“안 돼. 참아야지, 하늘아. 날 위해서 해주는 거 아니었어?”
“더는…. 저….”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계속되는 자극을 언제까지나 버틸 수는 없었다.
‘이제…. 틀렸어….’
수위가 극에 달한 댐이 무너지듯, 나는 극한의 쾌감과 함께 정액을 뿜어냈다.
뷰르릇
뷰르르르릇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꺽꺽거리는 소리가 목에서 나왔지만, 내가 내고 있는 소리인지조차 인식할 수 없었다.
“아, 싸버렸네. 하늘아?”
다인 선배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서, 선배….”
애원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고작 선배를 부르는 게 끝이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둘 다 서 있는 상태였지만, 나는 99퍼센트 다인 선배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선배가 내 엉덩이를 잡아올린 채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내 뒤꿈치는 땅에서 살짝 떨어진 채였다.
“자, 그럼 바로 다시 시작할까?”
선배는 정말로 이어서 할 생각이었다.
‘이대로 계속하면 나….’
하지만 선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안은 채로 발걸음을 뗐다.
“읏차.”
다인 선배는 라커룸 가운데 있는 벤치에 나를 눕혔다.
원래는 옷을 갈아입으며 옷가지를 잠시 놓거나, 앉아서 양말을 신거나 할 때 쓰라고 있는 기다란 벤치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벤치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내 위에는 다인 선배가 있었다.
질걱
“잠깐이라도 잘 쉬었지?”
다인 선배는 나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이번엔 잘 참아 봐, 하늘아.”
그리고 내 팔을 잡아 벤치에 고정시킨 뒤,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윽….”
“흣, 흑.”
“흐읏….”
퍽, 퍽, 칠퍽
자비 없는 방아가 쉴 새 없이 내 자지를 희롱했다.
‘내가… 잘못… 한 거니까….’
나는 흘러나오는 신음을 내뱉으며 눈이 핑 도는 쾌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참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질걱 질걱 질걱
찹, 착, 찹.
쿠퍼액, 애액, 그리고 방금 쌌던 정액이 질 입구로 조금씩 흘러나오면서 야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근데 이걸 도대체….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한 거야?’
다인 선배는 정복감에 찬 기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진짜 너무 맛있어. 하늘아.”
“헤읏….”
다인 선배는 내 망가져버린 표정을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질걱 질걱
이런 부끄러운 표정이라도 가리고 싶었지만, 두 팔목은 선배에게 잡혀 붙박인 채였다.
“서, 선배….”
“왜, 이번에도 못 참겠어?”
“네헤…. 죄, 죄송해여….”
“후후, 조금만 더 참아 봐.”
질걱
한 번의 움직임마다 쾌감은 착실히 쌓였다.
‘더는….’
못 버티겠다고 생각했을 때.
터벅, 터벅, 터벅.
“…아니면 다인 선배 막 사귀는 건 아니면서 가서….”
바깥쪽에서 발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만. 이거….’
데자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