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47화 (47/79)

〈 47화 〉 다인 선배

* * *

파앙!

퉁!

“막아!”

“그렇지!”

“한 번 더!”

다인 선배와 함께 체육관에 도착하자, 벌써 배구부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열심히 연습 중이구만. 좋아 좋아.”

다인 선배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나도 옆에서 같이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

“어? 다인 선배다!”

“선배 며칠 쉰다고 하지 않았어?”

“연습 봐주러 오셨나 보지.”

다인 선배를 발견한 배구부원들이 손을 흔들었다.

“옆엔 누구야?”

“그 왜 신입생 있잖아.”

“아, 남자 신입생!”

“이름이 강하늘이었나?”

“저번에도 체육관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뭐야, 너무 귀엽잖아!”

부원들은 갑자기 너도나도 휴식을 선언하고 이쪽으로 몰려왔다.

“다인 선배, 신입생이랑 아는 사이셨어요?”

“둘이 같이 다녀요?”

“무슨 사이에요?”

이곳저곳에서 우리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

“와, 벌써 신입생 꼬신 거?”

“다인 선배 레전드…. 역시 능력녀….”

동시에 대여섯 명이 이야기를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다인 선배가 먼저 나섰다.

“야야, 잠깐만. 얘 지금 어쩔 줄 몰라 하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야.”

다인 선배는 딱 잘라서 말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까비….”

“죄송해요.”

다인 선배는 잠깐 기다렸다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얘가 나 찼어. 그러므로 우린 그냥 선후배 사이.”

“네?”

그 말에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

“다인 선배가… 차였다고?”

“헐.”

“진짜…?”

나도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다인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제가요?”

“응. 두 번 차지 않았나?”

설마.

처음 만났을 때 한 번, 그리고 라커룸에서 한 번…?

분명 승낙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찼다고 표현을 하면 뭔가 이상한데…?

“두 번이나?”

“와, 다인 선배가 두 번이나 고백한 것도 신기한데 그걸 두 번 다 찬 것도….”

배구부원들이 술렁였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니, 그건 찼다기보다는….”

“호오, 그럼 찬 게 아닌 건가?”

다인 선배가 씩 웃었다.

“제, 제가 뭐라고 다인 선배를 차나요. 그건 찬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네가?”

“…지금은 연애 같은 걸 할 여유가 없다고 할까….”

다인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 있지.”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암튼 우린 그냥 선후배 사이야. 알겠지 얘들아? 궁금한 거 해결됐음 연습 해, 연습.”

“넵.”

“물만 마시고 다시 시작하자.”

“오케이.”

다인 선배는 배구부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다시 지켜보았다.

에이스 아니랄까 봐,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부원들의 동작들을 꼼꼼히 살피고 평가하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

나는 그런 선배를 흘끗흘끗 올려다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선배.”

“어? 왜, 하늘아.”

“그, 찼다는 거요. 진짜 저 선배가 싫어서 그렇거나 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다인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차였다는 말을 저렇게 남들 앞에서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면 내가 더 곤란해할까 봐 최대한 짧게 끊어낸 거겠지.

배구부의 에이스, 부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다인 선배가 그 모든 명예를 내려놓고 자신을 희생했다.

‘빛다인…. 선배는 도대체….’

그런 선배가 오해 때문에 멀어져가는 건 싫었다.

“…….”

선배는 쭈뼛거리고 있는 나를 말없이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 너 진짜…. 사람 못 참게 하는구나.”

“네?”

다인 선배는 설명 대신 내 손목을 잡고, 가볍게 끌었다.

“선배…?”

체육관 내부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선배를 따라가면서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선배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이쪽은… 라커룸 방향?’

아무리 내가 길치라고는 하지만, 전에 갔던 길을 아예 기억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라커룸이 있는 층은 한적했다.

다인 선배는 라커룸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그 옆쪽 벽에 나를 밀어붙였다.

“하늘아.”

“네…?”

“너 아까 그랬지. 대신 할 수 있는 거라면 하겠다고.”

“어, 네…. 그렇긴 한…흡!”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입에 선배의 입술이 겹쳐졌다.

‘부드러워….’

날 밀어붙이고 키스를 갈긴 선배의 행동은 다소 강압적이었지만, 키스 자체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상냥했다.

헤릅­

“흐웁….”

안 그래도 한적한 이곳에서 말소리마저 잦아들자, 이제는 숨소리와 입술이 잠시 떨어질 때 나는 소리밖에는 남지 않았다.

선배의 혀가 기분 좋게 내 혀를 감아왔다.

몸에 사르르 힘이 빠졌다.

벽에 기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후으….”

살짝 눈을 뜨자 다인 선배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내 리듬이 깨진 걸 알아차렸는지 다인 선배도 곧 눈을 떴다.

다인 선배의 호박색 눈이 나를 보며 웃었다.

‘예쁘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전 세계에서, 남자는 사랑과 성욕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성욕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들고, 자신이 성욕 때문에 상대에게 두근거리는 거라고 뇌가 인식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게 정말 신빙성이 있는 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 세계에선 물론 그 말이 여자에게 해당되는 거겠지만…. 내 몸도 일단은 성감이 예민하니까.’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아랫도리는 어느새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팬티를 쿠퍼액으로 적시고 있었다.

‘몸이 점점 달아올라….’

키스만 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에 부드럽고 포근한 안개가 낀 듯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헤읍….”

키스는 점점 질척해져갔다.

다인 선배는 낮은 숨을 내뱉고, 내게 물었다.

“하늘아, 좋아?”

“네헤…. 조아요….”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아마 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그럼, 더 기분 좋게 해줄까?”

다인 선배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인 선배의 손이 내 자지를 바지 위에서 살짝 쓸었다.

꿀꺽.

나는 입을 열어 간신히 대답했다.

* * *

신지아는 멍한 얼굴로 엉덩이생고기에서 나왔다.

무한리필 집에서 고기를 시켜 놓고도 한 점도 제대로 음미하면서 먹지 못했다.

하늘과 다인이 마주 앉아서 쌈을 먹여주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제삼자 입장에서 볼 때는 연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장면.

‘설마 진짜로 사귀는 건가…?’

일주일 사이에 벌써?

아니면 그때 저 선배라는 사람이 양아치들로부터 구해줘서 호감이 생겼나?

대체 왜지?

‘나도 하늘이를 지켜 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억울했다.

개강 날부터 가장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건 난데.

같이 다니면서 지켜주려 한 것도 난데.

다 내가 먼저였는데….

어째서?

왜 하늘이는 저런 흑태양 같은 선배랑 같이 있는 거야?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파도처럼 지아가 쌓아 올린 인간성을 때렸다.

‘체육관으로 간다고 했지.’

사실 이제는 더 이상 따라가려는 생각도 접으려고 했다.

이미 너무나도 정황이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하늘의 다음 행선지를 알고 나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하늘이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옆에서 손을 잡고 걷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눈으로라도 보고 싶었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지아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다.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야.

­얘가 나 찼어.

그 말을 들은 지아의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인하다니.

‘하늘아, 믿고 있었다구.’

하지만 조금 뒤 이어지는 하늘의 말에 지아의 기분은 롤러코스터처럼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배 싫어하는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고 나서 둘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는 게 아닌가.

사람 없는 복도.

라커룸 입구 앞.

그리고 그곳에서 지아는 보고 말았다.

“헤읍….”

달아오른 하늘의 얼굴.

끈질기고, 끈적한 둘의 키스.

혀가 오가며 가쁜 숨소리를 퍼뜨리는 모습.

“하늘아, 좋아?”

“네헤…. 조아요….”

그 말에 지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더 기분 좋게 해줄까?”

“…네헤….”

그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린 둘의 뒷모습을 보며, 지아는 그 자리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 *

“저번에도 여기서 기분 좋아졌었지?”

“…….”

“부끄러워하긴. 귀엽게.”

다인 선배는 얼굴을 붉히고 있는 나를 자신의 라커 쪽으로 끌어들였다.

“아직 한창 연습 중이니까, 당분간은 사람 안 올 거야.”

그렇게 말하며 다인 선배는 자신의 라커룸 안에 옷을 벗어넣었다.

그리고 내 옷도 천천히 벗겨 따로 수납했다.

“이미 자지는 날 많이 원하고 있는데, 얼굴은 아닌 척하고 말야.”

다인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내 귀두를 감싸쥐었다.

“히윽….”

한껏 달아올라 있던 자지는 다인 선배의 손길에 기쁜 듯 움찔거렸다.

다인 선배는 나를 한팔로 안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고, 한손으로는 자지를 계속 애무했다.

“흣….”

선배의 부드러운 가슴이 자연스레 얼굴에 닿았다.

안은 상태에서 손으로 애무만 당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질척, 질척.

쿠퍼액이 발라진 자지가 다인 선배의 손 안에서 질척였다.

그리고 빳빳이 선 자지의 끄트머리는 다인 선배의 보지에 닿을랑말랑 하고 있었다.

선배는 보폭을 살짝 벌려 내 다리를 감싸듯 안았다.

그러자 귀두 끝이 보지 끝에 닿아 미끌렸다.

“흐윽…. 하아….”

나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다인 선배를 바라보았다.

“후후, 하늘아. 날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해준다면서, 네가 먼저 가버릴 것처럼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

“하…하지만…. 너무 좋….”

“하늘아.”

“네헤….”

다인 선배는 내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하는 거야. 알겠지?”

그 말과 함께, 다인 선배의 보지가 내 자지를 삼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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