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민서의 정체
* * *
월요일 아침은 이유 없이도 피곤하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나라고 해도 그 월요일 아침은 피해 가지 못했다.
잠도 충분히 잤고, 몸이 찌뿌둥한 것도 아닌데 괜히 피곤한 느낌.
‘그래도 민서 누나가 만들어 준 아침은 맛있네.’
버터를 녹여 후라이팬에 구운 토스트.
그리고 새콤달콤한 토마토 스파게티.
빵의 뻑뻑함을 잡아 주는 부드럽고 고소한 버터와, 버터의 느끼함을 잡아 주는 깔끔한 토마토 소스.
‘행복하다.’
냄새만 맡아도 침이 절로 고이는 아침 메뉴 덕분에 어떻게든 월요일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어, 언니.”
“하늘아, 이 닦고 잠깐 내 방으로 올래?”
“어? 응.”
민서 누나는 굉장히 편한 차림으로 앞치마를 두른 채 나와 윤서 누나가 먹은 그릇을 수거해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아침부터…. 가슴이….’
앞치마를 조금 꽉 묶어서 그런지 가슴이 옆으로 삐져나와 보였다.
물론 얇은 셔츠 하나는 입은 상태여서 맨살이 보이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브라를 차지 않았는지 가슴살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러고 보니 세계가 바뀌고 나서 노브라를 더 많이 본 것 같은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직장인 여자가 가슴을 보여줬을 때.
그때 말고는 브라 안 찬 여자가 더 많지 않았나?
‘여기에선 브라는 약간 공적인 느낌으로 착용하는 건가?’
정장을 입을 때 같이 착용하는 넥타이 같은 존재라든지.
‘뭐, 이것도 꺼무위키 검색해 보면 나오겠지.’
나도 적응이란 걸 한다.
기존 세계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헤에에에? 이건 대체 무슨 경우? 이상하지 않아?’ 같은 반응을 보일 때는 지났다는 소리다.
웬만한 건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면 어떤 게 상식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오호, 역시 그렇구만.’
꺼무위키에 의하면 1980년대에 브라를 착용하지 않으면 가슴이 처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소문이 돌아 반짝 유행한 적이 있었으나, 루머로 밝혀지면서 일상 생활에는 잘 착용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다.
다만 정장, 군복 등의 유니폼을 입을 때에는 격식을 갖추는 의미로 브래지어를 착용하며, 일부 가슴의 무브먼트가 운동에 심각히 방해되는 경우 스포츠 브라를 착용하기도 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관원들도 다 노브라였던 거구나.’
양치를 하는 동안 이 세계의 상식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민서 누나는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지?’
나는 입을 마저 헹궜다.
“아rrrrrrrr 푸후.”
학교 가야 해서 시간 없는 건 누나도 알 테니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는 건 아닐 거고….
‘가 보면 알겠지.’
생각해 보니 누나들이 집에 이사 온 뒤로 지금까지 민서 누나 방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윤서 누나 방에도 사실 들어갈 일이 없었지만 몇 가지 사고 때문에 드나들게 된 거고….
‘애초에 학교 다니느라 바빴으니까.’
나는 민서 누나 방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어, 하늘아. 들어와~”
방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잠시 동안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뭐야 누나?”
누나는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 큰 책상에는 무려 모니터가 6개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것도 커브드 모니터 6개가 위아래 2줄로 3개씩.
야심한 밤에 불 꺼 놓고 모니터만 틀면 거의 가상 현실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모니터지, 뭐야. 그러고 보니 내가 아직 하늘이한테 말 안 했구나?”
민서 누나가 마우스 클릭을 몇 번 하자 미리 저장되어 있던 대로 화면에 뭔가가 이것저것 어지럽게 떴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그래프가 여기저기 떠 다녔고, 수많은 숫자들이 시선을 분산시켰다.
“이건….”
“주식 창이야.”
“누나 전업 투자자였어?!”
“여기 좀 볼래?”
가까이 다가가 누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부분을 자세히 보았다.
산성전자, 보유 주식 수 : 2000주
“얼마 전에 십만 전자 뚫은 거 알지?”
“아니?”
“이제 스무 살이면 재테크 공부도 조금씩 하는 게 좋아. 아무튼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이 산성 전자가 주식 하나 당 십만 원을 넘었다는 소리야.”
잠깐만.
하나에 10만 원이고, 그걸 2000개 가지고 있다는 건.
“백만, 천만, 일억…. 2억 원?!”
“참고로 누나 평단 4만 원이다. 수익율 100퍼센트가 넘는다는 소리지.”
민서 누나가 씩 웃었다.
자세히 보니 산성전자 말고도 AK하이닉스, 네버, 코코아 등의 대기업 주식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고, 뻘어비스나 컴원스, 데브브라더스, 위메이크 등 게임 회사 주식들도 있었다.
“게임 주식들이 많네? 누나 게임에 관심이 많나 보다.”
“그럼. 누나는 투자만 하는 게 아니거든. 그 시드 머니가 어디서 나왔게?”
그러면서 누나는 주식 창을 끄고 뭔가 다른 화면을 켰다.
“투위치…?”
투위치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느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투위치 스트리머들이 유튜브에 영상 편집해서 올려 놓은 게임 영상 같은 걸 보곤 했으니까.
“설마 누나 스트리머야?”
“딩동댕. 얼마 전에 팔로워 10만 찍었다?”
화면에 뜬 스트리머 이름은 ‘당긴서’로, 10.1만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 네이밍 센스 뭐냐고.’
민서의 반댓말은 당긴서 이런 건가.
왜, 아예 당긴동으로 하지.
아무튼 생각보다 우리 누나는 훨씬 머기업이었다.
나는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누나를 바라보았다.
“어, 그러고 보니 누나 안경 잘 어울린다.”
들어올 땐 모니터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는데, 누나는 알이 큰 동글이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일찍도 말해주네. 고마워.”
민서 누나는 웃으며 안경을 살짝 고쳐 썼다.
“아무튼, 최근 10만 팔로우도 찍고 십만전자도 돌파해서 누나가 기분이 좋거든.”
“응.”
“그래서 하늘이 이번 주 용돈도 보너스가 있다는 말씀.”
“으응?!”
누나는 씨익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 어플로 내 계좌에 송금을 했다.
띵
<너의사랑민서 1,000,000원="" 입금=""/>
“사실 엄마가 하늘이 용돈 너무 많이 주지 말라고, 돈 귀한 줄 알아야 된다고 그러시긴 했는데…. 좋은 날엔 기쁨을 나눠야 되지 않겠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푸흣. 아무튼. 학교 잘 갔다오고. 누난 방송 좀 해야겠다.”
“응. 누나 고마워! 잘 쓸게!”
나는 사랑하는 민서 누나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근데….”
“응?”
“누나 옷차림 좀 위험한 거 아니야? 파인 티셔츠에….”
사실 누나 안경을 봤을 때 이후로 계속 신경 쓰였었다.
안쪽이 금방이라도 비칠 것 같은 파인 티셔츠를 노브라로 입다니.
아까는 앞치마 때문에 그나마 가려졌지만, 노브라라서 지금은 아예 유두 윤곽까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입는 거라면 나도 힐끗 보고 말았겠지만, 투위치 방송을 한다니까 괜히 걱정이 됐다.
‘캠방인 것 같은데 방송 정지나 신고 먹으면 곤란하니까…. 아, 이 세계에선 또 괜찮으려나.’
규정 상 괜찮다고는 해도 민서 누나의 저런 차림을 10만 명이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저런 모습은 나만 보고 싶… 아니 이게 아닌데.’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민서 누나는 씩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왜, 어차피 방송 보는 애들도 다 보… 아니 여자애들이 대부분이라 괜찮아. 남자들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리고는 얇은 티셔츠의 가슴 부분을 받쳐 잡아 일부러 윤곽이 드러나 보이게 했다.
“왜, 하늘아. 이런 거 보고 싶어? 아까부터 계속 누나 가슴 힐끔거리던데.”
“내, 내가?”
“자각도 못할 정도로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었구나?”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씩 셔츠를 올렸다.
꼴깍.
셔츠는 가슴을 받치며 같이 쭉 올라가는 듯했다.
그리고 셔츠 밑자락이 더 이상 가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윤서 누나의 커다란 맨가슴이 찰랑 드러났다.
“누, 누나! 나 학교 가야 되는데….”
“왜? 가면 되잖아.”
민서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가슴을 양손으로 받치고, 핑크빛 유두를 살짝 잡았다.
“흐응….”
“누, 누나….”
“후후, 계속 힐끔힐끔 가슴 보는 하늘이가 얼마나 귀엽게?”
민서 누나가 의자를 끌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바지의 벨트를 스륵 풀었다.
내 바지는 힘없이 내려갔고, 민서 누나는 나를 책상에 걸터앉혔다.
“누나 가슴 무슨 컵인지 궁금하지?”
“으, 응?”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특히 바로 어제 관원들이 가슴 사이즈 얘기를 하면서부터 더 궁금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본인한테 물어볼 수는 없었기에 상상에 맡기려고 했는데….
“무슨 컵이게? 맞추면 상 줄게.”
민서 누나는 이미 끝까지 팽창해 있는 내 자지에 가슴을 가져다 댔다.
‘와….’
애풀에서 출시한 2만 5천 원짜리 극세사 안경닦이도 이 정도의 부드러움은 아닐 거다.
민서 누나는 커다란 가슴으로 내 자지를 감싼 뒤, 손으로 양쪽에서 밀착시켰다.
“맞추면 이번 주 용돈은 두 배, 어때?”
그 말에 내 두뇌는 풀가동됐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인 답을 내놓았다.
“J… J컵!”
그러자 잠깐 민서 누나의 가슴이 멈추었다.
‘마, 맞췄나?’
민서 누나는 씩 웃더니 혀를 쏙 내밀었다.
“땡. 정답은 K컵이었습니다!”
“아.”
자랑스러운 K가슴을 내가 몰라뵈다니.
아깝다…. 내 100만 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민서 누나는 이렇게 말하며 내 자지를 덥썩 물었다.
“틀린 벌은, 입싸 두 번이야 하늘아.”
나, 잘 틀렸을지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