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주짓수 (5)
* * *
“어때, 무릉도원이지?”
“네…. 물 온도 딱 좋아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해서 쌓인, 아니 이제는 운동 때문인지 섹스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피로를 싹 녹여 줄 정도로 물 온도는 완벽했다.
나 혼자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들어온 상황이었으면 “크허, 조오타….”라고 한 번 크게 내뱉고 싶을 정도.
“후아….”
온몸의 근육이 쫙 이완됐다.
나는 눈을 감고 그대로 머리까지 쭉 물 속에 담갔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악 뜨거워졌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내가 호흡이 필요한 인간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10분 정도만 가만히 있고 싶을 정도였다.
“푸하….”
“하늘이 방금 잠수한 거야?”
“귀여워….”
잠시 후 내가 올라와서 눈을 떴을 때는, 어느샌가 다른 관원들도 죄다 물 속에 들어와 있었다.
전부 벽 쪽에 등을 기대고 팔을 걸치듯 해 놓으니, 수면 바로 위에 젖꼭지들이 살짝살짝 비쳤다.
‘아니, 왜 이게 더 야하게 보이지?’
방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자위를 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인지 막 야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적으로 뭔가 목욕하는 모습에서 살짝 젖꼭지가 비치는 게 뭔가 더 야했다.
원래 다 벗는 것보다 살짝 가리는 게 더 꼴린다고 했던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은꼴’이라는 단어를 나는 지금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대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하는 거지.’
관원들도 이 딱 좋은 물 온도에 자위하던 피로가 싹 풀리는지, 각자 편한 자세로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야, 너 가슴 좀 커진 거 같다? 원래 사이즈가 이게 아닌데?”
“엣헴. 안 그래도 이번에 75 D로 브라를 바꿨단 말씀.”
“미친, 사기치지마 제발.”
“저거 살 찐 거임. 아무튼 그럼.”
“살은 오히려 빠졌거든?”
“제발 비법 좀.”
나는 안 보는 척, 안 듣는 척을 하며 슬쩍 75 D라는 관원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오, 확실히 딱 좋은 크기인데? 근데 D라는 게 내 생각보다 그렇게 막 엄청 크지는 않구나.’
물론 작은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D컵보다는 살짝 작다고 해야 하나.
손으로 딱 쥐었을 때 모자람 없이 또잉거릴 것 같은 크기.
‘잠만, 그럼 윤서 누나는 저거보다 좀 더 크던데 E컵인 거야?’
군살 없는 근육 체형에 E컵?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말도 안 되는 스펙이구나.
우리 누나 최고.
‘어, 그럼 민서 누나는…?’
윤서 누나가 E컵이라고 치면 민서 누나는 한… .
I컵? J컵? 순서가 이게 맞나?
‘아니 이쯤 되니까 알파벳 순서도 헷갈려.’
J컵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는 사이즈다.
하지만 민서 누나의 가슴은 그만큼 윤서 누나보다 몇 단계는 크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아니 지금까지 본 모든 여자들을 다 떠올려 봐도 민서 누나보다 가슴이 큰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우리 누나들 최고.
그런 생각을 하며 따뜻한 물을 즐기고 있을 무렵.
“좋지? 이 샤워실이 우리 도장 명물이야. 관장님이 뜨끈한 물에 몸 담그는 거 엄청 좋아하시거든.”
귓가에 불량하면서도 나긋나긋한 최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물 받을 수 있는 공간까지 있는 건 군대 샤워실밖에 없었는데.”
그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군대요? 군대 갔다 오셨어요?”
“그럼 갔다 왔지. 왜, 면제처럼 보여?”
최민지는 뭔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님 정공처럼 보여? 야, 공익도 군인이야. 사회복무요원이라고. 으디 군대도 안 가는 게.”
최민지는 그렇게 말하며 내 볼살을 엄지와 검지로 쥐고 흔들었다.
“제성해여….”
이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군필 여고생, 아니 군필 여대생이 흔한 모양이었다.
“목욕 하면서도 가슴이나 훔쳐보고 말이야.”
“에?”
뭐야, 어떻게 알았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요 앙큼한 녀석.”
최민지가 씩 웃었다.
옆에 있던 최민지는 내 뒤쪽으로 스윽 미끄러져 들어왔다.
말랑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내 등에 닿았다.
‘완전 맨살이….’
물 속에서, 바디워시 거품 같은 것도 없는 완전한 맨살이 내 등을 간지럽혔다.
‘젖꼭지 윤곽이 다 느껴져….’
딱딱하게 선 것 같으면서도 촉감 자체는 부드러운 젖꼭지가 내 등을 가볍게 쓸었다.
“후후….”
최민지는 자연스럽게 내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 가슴을 잡아 자기 쪽으로 당겼다.
말캉이는 가슴이 등에 밀착됐다.
슥
물 속에서 최민지의 손이 점점 내려갔다.
“허벅지는 치워야지?”
자지를 가리기 위해 꼬고 있던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
“용쓰네?”
최민지가 피식 웃었다.
다리를 풀지 않으려고 애쓰던 내 허벅지는, 최민지가 두 손을 쓰자 맥없이 풀려버렸다.
최민지는 내가 다리를 풀지 않으려고 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도 하듯, 오히려 내 무릎 안쪽을 양손으로 잡고 쫘악 벌렸다.
“후후, 이렇게 세워 놓고 말이야.”
무릎을 잡은 손은 점점 허벅지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벌떡 서 있는 내 자지를 잡았다.
“물 속에서 딸쳐 본 적 있어?”
“아, 아뇨….”
“그럼 이게 처음이네?”
그 말과 함께 최민지는 내 귀두를 잡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자, 잠깐…. 헤윽!”
내 신음에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던 관원들도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 또 섰어?”
“와아…. 저런 남자 진짜 어디 가면 있냐.”
“눈앞에 일단 있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따뜻한 물, 따뜻한 손은 내 자지를 마구 희롱했다.
뭔가 점성이 없는 그냥 물속이라 뻑뻑한 것 같으면서도, 그런 걸 무시하고 문질러대는 손의 감촉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맨살을 마구 문질러대는 느낌.
날것 그대로의 느낌.
나른했던 내 몸에 혈류가 확 돌면서 자지 쪽으로 피가 몰렸다.
“흐읏….”
물 속에서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한손으로는 귀두를 무참히 괴롭히는 최민지.
“싸도 돼. 물속이잖아? 정액이 금방 지워진다구.”
최민지는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등 뒤의 젖꼭지가 내 등을 다시 한 번 문질렀다.
“헤읏….”
“후후….”
최민지는 혀로 내 어깨부터 승모근, 그리고 목선을 따라 혀로 핥으며 올라왔다.
그러더니 어느 한 지점에 멈춰, 내 목을 빨았다.
“헤읏, 저….”
나는 덮쳐 오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츠렸다.
하지만 내 몸에 두른 팔이 나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고, 자지를 잡은 손 역시 집요하게 따라와 성감대를 문질렀다.
“하읏…!”
몸이 한껏 달아올랐다.
따뜻한 물 속에서 몸이 달아오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몸의 수많은 부위 중, 귀두와 목에만 감각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각이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뷰르릇
꿀렁 꿀렁
내 자지는 욕탕 속에서 정액을 뿜어냈다.
“헤으윽…!”
내 몸이 뒤로 젖혀졌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자, 자연스럽게 뒤에 있던 최민지에게 몸을 기대게 됐다.
츄웁
최민지는 웃으며 내 목을 빨았다.
동시에 손으로 싸고 있는 내 자지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꿀렁, 꿀렁.
내 자지에서 나온 정액들은 뜨거운 물에 닿자 놀랍게도 곧바로 흩어지듯 사라져버렸다.
“처리도 편하고 좋지?”
최민지는 내 민감한 귀두를 부드럽게 쓸었다.
“아직 안 죽었네? 정말 볼수록 놀랍다니까.”
따뜻한 물에 부드러워진 내 불알을 가볍게 애무하던 최민지는 기둥 밑에서부터 남은 정액을 쭉 끌어올려 빼냈다.
“흣….”
그러는 내 앞에는 어느새 다시 관원들이 몰려와 있었다.
최민지는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팔을 몸에 둘렀다.
물을 헤치고 다가온 관원은 그대로 나와 몸을 포갰다.
뒤쪽에선 말캉한 가슴과 목덜미에 해오는 키스.
그리고 앞쪽에서는 천천히 내 자지를 감싸오는 축축한 질.
물 속이라 뻑뻑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애액과 쿠퍼액으로 질척해진 질이 자지를 삼키자 저릿한 쾌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 * *
“아, 개운하다!”
“너무 좋았다.”
“완전 몸이 뽀송해졌는데?”
“보양을 해서 그런가?”
관원들은 기지개를 켜며 하나둘씩 샤워실에서 나왔다.
“하늘아, 네 도복 여기. 급속 세탁에 급속 건조까지 하니까 금방 마르더라.”
“가, 감사합니다….”
나는 뽀송뽀송한 도복을 받아들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오전 시간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고, 오늘은 이대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집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참 스펙타클한 주말 아침이었다….’
문득 위층에 유도 레슨 갔다던 윤서 누나가 떠올랐다.
‘어쩌지. 오늘 배운 동작들 다 외우긴 했는데 따로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아무래도 이 빵꾸 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는 집에 가서 몰래 동작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 코치님 왔다.”
마침 세탁한 도복을 들고 나오는데 도장 현관에서 누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아, 벌써 끝났어?”
“어, 으응….”
나는 슬쩍 누나의 시선을 피했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누나는 내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순식간에 내게 다가왔다.
‘어, 어딜 보는 거지?’
누나의 시선은 뭔가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이….
목으로 가 있어?
목에 뭐가 있나?
“하늘아…. 그거 뭐야?”
누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응?”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거울을 봤다.
‘아.’
그제야 나는 최민지가 욕탕에서 내 목을 빨았던 걸 떠올렸다.
‘조졌다.’
내 목에는 한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의 진한 키스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아. 코치님.”
그때 최민지가 샤워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며 씩 웃었다.
“그거 제 작품인데요.”
“뭐?”
윤서 누나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하이, 너무 무섭게 보진 마시구…. 하늘이도 즐겼단 말이에요. 하늘이 기분 좋은 거 해줬는데 잘한 거 아닌가?”
관원들은 생각보다 세게 나오는 최민지의 발언에 경악했다.
“야…. 선 넘지 마.”
“최민지 미쳤나 봐.”
관원들도 설마 이 정도로 최민지가 먼저 당당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
최민지 역시 주짓수를 배우러 온 일반 관원일 뿐, 코치에게 정면으로 대들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당장 윤서 누나가 최민지에게 달려가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관절을 꺾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
하지만 윤서 누나는 손을 들어올리는 대신 주먹을 쥐고 미세하게 떨었다.
최민지는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고 당당히 윤서 누나를 쳐다보았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
둘 중 하나라도 움직이면 큰일이 벌어진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니들 뭐하냐?”
저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정은영 관장이 종이컵에 든 믹스 커피를 호록, 마시며 이쪽을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몸짓이었지만 눈빛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거기 있던 모두가 순간 움찔했다.
“…….”
“…….”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누가 와도 이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늘아, 가자.”
그때 윤서 누나의 주먹 쥔 손이 풀리더니,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어? 어어….”
윤서 누나는 나를 그대로 끌고 나왔다.
누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입을 열지 못했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
누나가 저렇게 복잡한 표정을 짓는 걸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도 누나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어, 뭐야. 도장 간다더니 일찍….”
민서 누나가 거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윤서 누나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더니 “흐음, 뭐 알아서 하겠지.” 라고 말하고는 다시 거실로 들어가버렸다.
“누…나?”
마침내 윤서 누나의 방문이 열렸다.
누나는 내 손을 거칠게 당겨 날 침대 위에 던졌다.
철컥.
방문이 잠기고, 윤서 누나는 내 위로 올라왔다.
윤서 누나의 입이 떨렸다.
누나는 그렇게 한참을 날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생각 안 나게 해줄게.”
“응…?”
윤서 누나의 얼굴이 확 다가왔다.
“이제 다른 년 생각은 안 나게 해줄게. 하늘아.”
그 말과 동시에 윤서 누나는 내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 대고 빨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