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주짓수 (3)
* * *
내 팔다리가 스륵 풀렸다.
차오르는 사정감을 온 힘을 다해 참을 때도, 발버둥칠 때도 굳게 잠겨 있던 팔다리가 이제야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내게 일어날 힘 같은 건 없었다.
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파란색 도복 위에 하얀 정액을 흩뿌린 채, 나는 뒤집힌 눈으로 그 자리에 축 늘어졌다.
“헥….”
몸이 나른해졌다.
잠깐만 이대로 누워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등 뒤에 느껴지는 폭신한 쿠션도, 나를 안고 있는 사람의 온기도 포근하게 느껴졌다.
“지쳤나 봐.”
“가버린 표정 너무 귀엽다….”
“일단 도복부터 벗기고, 데려가서 씻기자.”
관원들은 정액이 묻은 도복을 벗겼다.
“도복은 내가 세탁기 돌리고 있을 테니까 먼저 데려가.”
“오키.”
그 말과 함께 내 겨드랑이 사이에 팔이 쑥 들어오더니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한 명은 내 상체를, 한 명은 내 허리를 붙잡고 또다른 한 명이 내 다리를 모아 잡았다.
“읏차.”
“야, 얘 춥겠다, 빨리 가자.”
“발은 맞춰야 할 거 아냐.”
“오키.”
샤워실은 멀지 않았다.
앞서 가던 관원이 미리 따뜻한 물을 틀어놨는지, 벌써 샤워실 한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잠깐만, 우리도 옷 좀 벗고.”
나를 잡고 있던 관원들은 나를 샤워실 바닥에 잠시 앉혀 놓더니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졌다.
“우리도 겸사겸사 씻어야지.”
금방 돌아온 관원들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적나라했다.
나를 일으키려고 손을 잡아서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리자마자 눈앞에 핑크빛 보지가 기다리고 있었고, 황급히 시선을 돌려도 사방이 알몸으로 가득했다.
피부톤과 세부적인 몸매는 제각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도장의 관원들답게 굴곡진 복근, 탱탱한 피부를 갖고 있었다.
‘이거 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 하는 거야…?’
시선을 최대한 아래에서 유지하려고 해도 군살 없이 쫙 빠진 다리들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안 보고 있으니 상상력까지 자극되기 시작했다.
“자, 하늘아. 우리가 씻겨줄게. 넌 편히 쉬고 있어.”
“그래, 우리랑 연습한다고 힘들었을 텐데 가만히 있어.”
다시 음흉한 손길들이 나를 향해 스멀스멀 다가왔다.
‘일어나야 해.’
그동안 조금 회복된 나는 마지막 순간에 힘을 짜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가까운 벽 쪽에 등을 대고 붙어 섰다.
“제, 제가 씻을 수 있어요.”
막상 일어나니 관원들의 몸이 한눈에 들어왔고, 나는 한손으로 내 자지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상체를 감쌌다.
“샤워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관원들은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여전히 입맛을 다시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흐응….”
“귀여워.”
“그렇게 애쓸 필요 없는데.”
그때 최민지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하늘아.”
벽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일진 누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진짜 이 누나 왤케 무서워.’
날 때린 것도 아니고, 뭐 돈 뺏긴 것도 아닌데 이 누나는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포스 같은 게 있었다.
최민지는 굳어 있는 내게 그대로 다가왔다.
차박, 차박.
물기가 서려 있는 바닥을 밟는 소리가 왠지 크게 들렸다.
최민지는 그대로 다가와, 내게 몸을 겹쳤다.
“?!”
벽에 붙어 있다시피 한 내 몸을 그대로 자신의 몸을 사용해 더 벽으로 밀어붙였다.
내 살이 최민지의 살과 부드럽게 밀착됐고,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내 가슴 윗부분에 달라붙었다.
‘헉.’
그것뿐만이면 좋겠지만, 밀착되는 다리, 그리고 이어서 느껴지는 건 보지의 촉촉한 감촉이었다.
“와, 민지 개부러워….”
“대담한 거 봐.”
“하늘이 섰어?”
“섰네, 섰어.”
아니, 이 상황에서 솔직히 안 설 수 있는 남자가 있나?
물론 이 세계의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있던 세계의 남자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안 서는 건 발기부전이다.
찔걱
“흣….”
나를 벽에 밀어붙인 채 최민지는 하체를 조금씩 움직여 내 자지에 보지를 비비고 있었다.
내 자지는 위로 벌떡 서 있었고, 키 차이 때문에 보지의 높이는 하필이면 귀두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좋아?”
“흐욱….”
최민지는 공중에서 허덕이고 있는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찔걱
“곧 들어갈 것 같은데.”
최민지는 허리를 살짝씩 돌려 가며 내 귀두를 보짓살로 애무했다.
‘이것만으로도 점점 갈 것 같은데요.’
벽에 밀착되어 내 자지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볼 수가 없으니 오히려 촉각이 살아나서 민감하게 느껴졌다.
이 상태에서 들어가 버리면….
“아, 들어갔다.”
깍지 낀 손이 잠깐 아래쪽으로 내려가 날 살짝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내 자지가 최민지의 보지 속으로 쑥 들어갔다.
“헤윽….”
“용케 안 가버렸네? 가버리면 벌 주려고 했는데.”
최민지가 낮게 속삭였다.
‘그런 무서운 눈으로 벌이라는 단어 말하지 말아 줘요….’
진짜 무섭거든요.
“그럼, 움직일게?”
최민지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헤읏…!”
내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저릿한 쾌감이 온몸으로 퍼졌다.
단순히 피스톤질만 하는 게 아니라, 움직일 때마다 질 안쪽이 내 귀두를 집요하게 탐하고 있었다.
“우리, 속궁합 꽤 잘 맞네?”
최민지가 웃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헤윽…. 여기서…. 이러면….”
“아직도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런, 내가 좀 더 분발해야겠는데.”
그 말과 함께 최민지가 허리를 이쪽으로 힘껏 밀어넣었다.
“헤윽…?!”
동시에 보지가 꽉 조여왔고, 자지가 보지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안쪽 주름과 꾸욱 밀착됐다.
‘위험해….’
그리고 끝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한 번 더 꾹 밀착되자 귀두 끝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 닿았다.”
최민지가 얕은 신음을 흘리며 웃었다.
자지가 완벽히 삼켜진 느낌.
내 자지 끝에 닿은 자궁구에서는 어서 정액을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참냐고….’
뷰릇
뷰르르릇
번식의 본능은 그것을 펼칠 기회가 바로 눈앞에 다가오자 내 안의 모든 이성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뷰르릇
“하아, 이거야 하늘아….”
최민지도 가볍게 가버린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우리는 그렇게 합체한 채로 부르르 떨었다.
“와아….”
“미쳤다….”
찔걱, 찔걱.
그 소리는 최민지와 나 사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섹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사이 발정해버린 관원들이 자신의 질에 손가락을 넣고 자위를 하고 있는 소리였다.
최민지는 잠시 동안 절정의 상태를 즐기다가, 깍지 꼈던 손을 풀어 내 몸을 받쳐 잡았다.
그리고 벽에서 조금씩 걸어나와 틀어져 있는 샤워기 쪽으로 갔다.
여전히 자지는 삽입된 상태였기에, 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최민지와 함께 움직였다.
“자, 이제 씻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최민지는 천천히 보지를 빼 주었다.
“헤읏….”
짓궂게도, 최민지는 보지를 빼는 동안에도 꾹 조여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내 자지를 쥐어짜냈다.
뽁
어찌나 세게 내 자지를 물고 있었던지, 뺄 때 작게 뽁 소리가 났다.
“어어, 얘 쓰러진다.”
쾌감 때문에 하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리자, 관원들이 호다닥 달려와서 내 몸을 지탱해 주었다.
“앉을래?”
“앉히고 씻기자.”
관원들은 나를 샤워기 밑에 앉혀 몸을 물로 한 번 씻겨 주었다.
“바디워시?”
“향 좋은 걸로 가져와.”
“거품 낼 거 있어?”
“우리가 내 줘야지.”
“좋은 생각인데?”
관원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합의를 보더니, 커다란 바디워시 통 하나를 가져왔다.
쭈욱 바디워시를 손바닥에 짠 관원 하나가 내 팔에 바디워시를 문질렀다.
바디워시에선 달달한 알로에 향이 났다.
‘근데 진짜 알로에는 막상 먹어보면 맛없다던데….’
우리가 편의점에서 흔히 사먹는 알로에 주스는 달달하고 맛있지만, 사실 그건 설탕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전에 무튜브에서 실제 알로에 먹방을 하는 걸 봤는데, 시키긴 잔뜩 시켜 놓고 막상 먹으니 맛이 없는지 거의 다 남겨버렸다.
식감은 그럴듯한데 맛이 진짜 없다는 모양이었다.
“아아, 부드러워.”
“하늘이 살 진짜 곱다.”
“그냥 하루 종일 만지고 있으라고 해도 쌉가능.”
내가 알로에 향을 맡으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가동하는 동안, 관원들은 각자 바디워시를 한 움큼씩 쥐고 내 온몸 구석구석을 문지르고 있었다.
‘아니, 손이 몇 개야 대체…?’
한두 개로 시작했던 손이 이제는 열 개는 되는 것 같았다.
죄다 나를 깨끗하게 하는 것보다는 내 맨살을 얼마나 잘 만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관원은 내 손가락 하나하나를 만져댔고, 어떤 관원은 나랑 손바닥을 맞대고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어떤 관원은, 내 사타구니를 비비고 있었다.
“와, 이거 봐. 하늘이 또 커졌는데?”
“벌써?”
그 말에 관원들은 거의 내 몸을 다 거품으로 가리다시피 한 바디워시를 샤워기로 깨끗하게 씻겨내려 주었다.
쏴아아아아
‘…인정하긴 싫지만 기분은 좋아….’
몸 구석구석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바디워시로 씻겨지고 딱 좋은 물온도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어느새 나는 샤워실 바닥에 눕혀져 있었고, 내 위에는 머리를 묶은 관원 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올라타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