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골목에서
* * *
“흐읍….”
커다랗고 부드러운 손이 내 입을 막았다.
‘이 목소리…. 어디서 들었더라?’
골목길이 어두운데다 이제는 눈도 가려버려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곤 목소리뿐이었다.
“읏차.”
한 명은 눈을 가리고, 한 명은 내 몸통을 붙잡고 입을 막고, 마지막 한 명이 내 다리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오랜만이라고 했었지. 그럼 만난 적이 있단 소린데.’
나는 최대한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인원은 세 명에, 만난 적이 있다…. 이 근처에서?’
그렇다면….
‘아!’
짚이는 게 있었다.
전에 집 가다가 붙잡혔을 때 그 양아치 3인방.
그 여자들이 틀림없었다.
한 명은 문신태닝에, 한 명은 근육질, 한 명은… 나사 빠진 명기….
분명 마지막에 그 현민인가 하는 여자한테 정신을 잃을 때까지 따먹혔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긴 하지만….
‘어쩌면 이 셋이라서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라.’
처음에 입을 봉쇄당하고 몸이 번쩍 들렸을 때는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다.
이대로 검은 봉고차에 실려 인신매매로 팔린 뒤 장기 털리고 몸은 드럼통 안에 밀봉돼서 동해 앞바다에 유기당하는 거 아닌지….
혹은 어디 해외로 팔려 나가서 탄광 생활을 하다가 폐렴 걸려서 죽거나….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밑에서 노예로 살면서 장난감 취급을 당하다가 이젠 질렸다는 이유로 모가지가 날아가거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여러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슈슉.슉. 스쳐지나갔었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에 비하면 이 3인방은 순한맛이지.’
그런 생각도 잠시.
나를 바닥에 내려놓은 3인방은 어느새 입맛을 다시며 내 옷을 서슴없이 벗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저번에 너무 맛있어서 잊지를 못하겠더라고.”
“자지도 시원치 않고 귀여운 맛도 없는 흔한 남자 새끼들은 이제 지겨워.”
“후후, 맛있겠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건 문신태닝녀, 최연희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가장 먼저 했었지.
“하…. 이 귀여운 몸과 어울리지 않는 훌륭한 자지….”
찔걱
자지가 들어가자 최연희는 질을 파고든 자지의 모양을 충분히 느끼려는 듯 눈을 감고 꾸욱 조였다.
“흐읏….”
저릿한 쾌감이 몸을 부드럽게 타고 전해져왔다.
‘시작인가….’
이제 첫 번째 섹스가 시작됐을 뿐인데 뒤에 이어질 장면들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다.
세 명이 만족할 때까지 쥐어짜이고, 또 쥐어짜여야 하는 운명.
‘벌써부터 힘든 것 같아….’
어제도 그렇고, 안 그래도 하루에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체력이 바닥인 상태였다.
물론 세계가 바뀌기 전의 나였다면 지금까지의 섹스를 견디는 것조차 불가능했겠지만….
아무래도 세계가 바뀌면서 내 체질도 같이 바뀌고, 이것저것 바뀐 게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싼 다음에 다시 회복하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짧은 것도 그렇고…. 두 번 세 번 해도 감각이 전혀 무뎌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 체질 때문에 병원까지 찾아가서 요상한 검사를 받았었다.
‘그러고 보니 결과 나오면 연락 주신댔지. 아직 안 나온 걸까.’
어쨌든, 내 체질 덕(?)에 이렇게 수많은 섹스를 치르고도 몸이 멀쩡할 수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체질이 이렇다고 해서 계속 섹스를 하는 게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헤읏….”
섹스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만큼, 절정에 이른 만큼 내 체력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몸에도 힘이 안 들어갈뿐더러 정신도 몽롱해져서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그걸 알고 강간을 당하니, 이제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신줄을 놓쳐버릴 것 같았다.
“흐윽….”
힘껏 저항하려던 이전과는 달리, 나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나보다 체격도 크고 힘도 압도적으로 센 세 명의 여자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 내가 무슨 수로 도망가겠는가?
‘저번에도 정신 잃을 때까지 먹혔는데….’
간절히 부탁해 봐야 어차피 또 정신을 잃을 때까지 따먹히고 버려질 게 분명했다.
희망이란 것도 1% 가능성이 보일 때 갖는 거지, 어차피 안 되리란 걸 알고 나면 모든 걸 내려놓게 되기 마련이다.
“헤윽….”
그런 생각과 함께, 내 손에서 힘이 스륵 빠졌다.
몸은 축 늘어졌다.
고개는 멍하니 위쪽을 쳐다본 채, 모든 생각을 멈추었다.
내 눈에 빛이 툭, 하고 꺼졌다.
찔걱 찔걱
퍽, 퍽, 퍽, 퍽.
“흐읏….”
“핱….”
“흑….”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신음 이외에 나는 모든 저항을 멈추었다.
“어라. 얘 왜 저번이랑 다르게 반응이 없냐.”
“뭐야, 그러게. 저번에는 반응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최연희는 내 모습을 보고 더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것, 봐라, 이래도, 안, 살아나?”
퍽, 푹, 푹, 퍽, 푹.
“헤윽….”
“핱, 흩, 흑, 흣….”
덮쳐오는 자극에 나는 숨을 헐떡였지만, 자극의 세기에 따라 기계적으로 강도가 올라갔을 뿐, 그 이외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눈빛이 이미 뒤졌는데?”
그래, 재미없지?
그러니까 제발 날 내버려 둬.
나 뒤졌으니까….
제발….
반응을 원하는 상대에게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 것.
그게 오히려 이 상황을 더 빠르게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내 멍한 머릿속을 둥둥 떠내려갔다.
“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때, 뭔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턱.
내 귀 양쪽에서 땅을 딛는 소리가 들렸다.
스륵.
그리고 뭔가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시야에 뭔가가 급속도로 가까워져왔다.
“읍…!?”
내 입에 축축한 무언가가 닿자 눈이 번쩍 떠졌다.
그제야 시야에 날 내려다보는 근육녀, 박현서의 얼굴이 보였다.
“그 지랄을 하면 우리가 뭐 널 쉽게 놓아주기라도 할 줄 알았어?”
저번에 날 벽에다가 밀어붙여 놓고 정신없이 박아댄 그 여자였다.
“새꺄. 니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나 본데. 저번에 구경하던 건 네 반응이 좋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존나 꼴리니까 놔둔 거고.”
챠륵
박현서는 내 다문 입에 보지를 대고 살살 문질렀다.
보지의 굴곡진 구조가 적나라하게 입술을 통해 느껴졌다.
“니 원래 반응이 어떤지 우리가 알고 있는데 가만 있겠냐? 어이가 없네.”
“읍….”
박현서의 음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나는 입에 애액이 질척하게 묻혀진 채로 비벼져야 했다.
“후우….”
‘야한 냄새가….’
애액에 페로몬이라도 함유되어 있는 건지, 아까부터 코앞에서 계속 야한 냄새가 나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퍽, 푹, 퍽, 찔걱 찔걱.
안 그래도 밑에서 계속 박고 있는데, 위에서까지….
“야. 혀 내밀어.”
“읍…?!”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박현서는 나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이 상태에서 혀를 내밀라고…?’
그 말인즉슨, 설마 그걸 시키려고….
입술로 보지의 감촉을 느끼는 것만 해도 처음인데, 그 상태에서 질에 혀를 넣는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자 웃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던 박현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내밀라니까?”
박현서는 쪼그려 앉은 자세를 살짝 바꾸어 앞으로 숙이면서 허벅지를 내 머리 양쪽에 밀착시켰다.
“으읍….”
그 상태에서 그녀가 허벅지에 힘을 주자 관자놀이가 압박되어 아파오기 시작했다.
‘허벅지 힘이….’
진짜 장난이 아니라, 이대로 그녀가 마음 먹고 허벅지에 힘 꽉 주면 관자놀이가 파열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문득 튁톡에서 본 적 있는 허벅지 힘으로 수박을 깨뜨리는 영상이 떠오르자 이제는 공포심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 [사망 이유 : 얼굴에 올라탄 여성에게 커닐링구스를 거부하다가 허벅지에 두개골을 파괴당해 사망.]
이렇게 기록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살려면 어쩔 수 없다.’
그전에 이 양아치 3인방이 날 강간만 하고 내버려둔 것 때문일까.
이들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를 해칠 수 있는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하, 그렇지. 일단 클리부터 핥아 봐.”
내가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 머리를 압박하던 허벅지가 다시 벌어졌다.
나는 혀로 박현서가 갖다 댄 부위를 최선을 다해 애무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실제로 해 보는 게 처음이라 혹시나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혀를 열심히 움직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그렇게. 좀 더 혀로 여길 꾹 눌러 봐. 후우….”
박현서는 이제 내 머리를 손으로 잡고 자신이 기분 좋은 곳을 혀에 갖다 대 비볐다.
“하, 존나 좋네. 혀 쓰는 데도 소질 있는데? 이번엔 넣어 봐.”
올 게 왔다.
나는 눈을 꼭 감고 그녀의 질 속에 혀를 집어넣었다.
살과 살 사이를 비집고 내 혀가 축축한 질 내부를 파고들었다.
‘질척거려….’
질 내부는 내 혀보다 뜨거웠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 좀 더 안쪽…. 거기서 위로.”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혀를 움직였다.
좀 더 혀를 내밀어서 안쪽으로, 그리고 살짝 끝을 올려서 위쪽을 눌렀다.
“흐읏, 그래. 거기…!”
완전히 지스팟을 건드렸는지, 박현서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은 채로 손과 질에 동시에 힘을 주었다.
‘허억…. 혀가….’
박현서가 느끼면서 질을 조이자 질벽은 내 혀를 쥐어짜듯 감싸고 압박했다.
‘질의 주름이 내 혀를 희롱하고 있어….’
내 몸이 달아오를수록 혀의 감각은 민감해져 갔다.
마치 제2의 자지라도 된 것처럼 혀가 자극받을 때마다 뇌에서는 도파민을 마구 뿜어대고 있었다.
아래쪽에서는 최연희가, 그리고 위에서는 박현서가 동시에 자극을 주자 더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내 쾌락 수용체에서 더는 도파민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후후, 꽤 힘들어 보이네.”
그때 가만히 있던 현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기분 좋게 해 달라구.”
현민은 축 늘어져 있던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성기 쪽으로 가져갔다.
내 손가락으로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비비더니, 내 중지와 약지를 질에 쑥 넣었다.
‘뭐, 뭐야. 이 느낌…?’
단지 손가락을 넣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부드럽게 달라붙어서 기분이 좋은 거지…?
“흐르르….”
혀를 내밀고 있는 내 입에서는 이제 신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알 수 없는 소리만이 간신히 흘러나왔다.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없이 여러 곳에서 몰아치는 쾌락.
내 눈은 이제 거의 뒤집히다시피 했다.
‘어…? 저건?’
그때 내 얼마 안 되는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CCTV…?’
가로등 옆쪽에 설치된 CCTV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 어쩌면.’
나는 절정에 다다라 가면서도 실낱 같은 희망 한 가닥을, 마지막 동아줄을 발견한 심정으로 CCTV를 올려다보았다.
‘제발.’
누군가 보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해 주기를 바라면서.
날 구해 주길 바라면서.
나는 절정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