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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여대에 입학한 남자로 살아가는 법-22화 (22/79)

〈 22화 〉 발각

* * *

“……!”

혀는 축 늘어뜨린 채, 동태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셔터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켁.”

하지만 목에 힘이 쭉 빠져 다시 털썩 고개를 내려놓고 말았다.

사실 처음부터 고개를 들 필요도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민서 누나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으니까.

“우와, 흥건하네 흥건해.”

찰칵­

민서 누나는 방으로 들어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뚝, 뚝. 흘리고 있었구나.”

민서 누나는 발가락으로 윤서 누나가 바닥에 흘린 애액을 슥, 문질렀다.

진득하면서도 미끌한 애액이 민서 누나의 발가락에 묻어나왔다.

“하긴, 우리 하늘이가 좀 먹음직스럽긴 하지.”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민서 누나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었던가?

“그래도 맛있는 건 아껴 먹어야 맛있다구.”

민서 누나는 어느새 침대 앞까지 와 있었다.

찰칵­

“각도 좋고~”

찰칵­

“하늘아, 김치.”

이 상황에서 김치라니….

너무나도 침착하고 자연스러운 유도에 하마터면 손가락으로 브이를 할 뻔했다.

“우음….”

여전히 내 위에는 윤서 누나가 올라타 있었다.

윤서 누나와 내가 완전한 나체로 겹쳐져 있는 모습을, 지금 민서 누나는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윤서 누나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날 위에서 껴안은 채로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핥짝­

윤서 누나는 눈을 감은 채로 얼굴을 살짝 내리더니 별안간 내 쇄골을 핥았다.

“흐윽….”

찰칵­

민서 누나는 그 모습도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완벽한 각도로 찍었다.

‘윤서 누나…. 정신 차려….’

속으로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민서 누나는 살짝 자세를 숙여 미소를 지으며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나는 윤서 누나에게 쇄골을 빨리면서 민서 누나의 얼굴을 눈앞에서 마주봐야 했다.

‘제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아래쪽에서는 더 큰일이 벌어졌다.

“후음….”

윤서 누나가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조여버린 것.

“힉…?”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자지는 여전히 삽입된 상태 그대로였다.

순간 생각지도 못한 자극에 눈이 위로 휙 돌아갔다.

“누, 누나…. 그게….”

쾌감을 느끼면서도 민서 누나한테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올 턱이 없었다.

“그렇게 좋아, 하늘아?”

민서 누나가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은누나의 보지에 자지를 삽입한 채 느끼고 있는 모습을 큰누나에게 보이고 있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미궁으로 빠지게 된 걸까.

‘어떻게든 윤서 누나의 정신이 들게 만들어야 돼.’

생각은 했지만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누나를 어떻게 불러와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은 역시 그거였다.

‘…허리를 움직이는 것.’

성적인 자극만큼 엔돌핀을 쉽게 돌게 하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윤서 누나와 섹스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윤서 누나와 섹스를 하다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있는 힘껏 몸을 비틀며 누나를 깨우는 것뿐이었다.

“윤서 누나…. 정신 차려….”

정신도 못 차리고 늘어져있는데 그 와중에 안고 있는 힘은 또 왜 이렇게 센지.

아니면 내가 약한 건지.

내 위에 있는 윤서 누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내 간절함이 먹힌 것일까, 곧 내 몸부림에 윤서 누나가 눈을 떴다.

“으음…. 하늘아?”

윤서 누나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엄청 좋았다, 그치?”

‘누나, 제발.’

“나 진짜 많이 고민했었는데….”

‘옆을 봐.’

“막상 하고 나니까 뭐랄까….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맙소사.’

“이런 누나라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나 앞으로 더 하늘이한테 잘할게.”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근데 하늘아,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몸 안 좋으면 약이라도 갖다줄….”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던 윤서 누나의 말이 마침내 멎었다.

찰칵­

다시 한 번 셔터 소리가 고요한 방을 울렸다.

민서 누나가 빙긋 웃었다.

“아, 약 필요해? 내가 갖다 줄까, 윤서야?”

민서 누나는 카메라에 담긴 윤서 누나의 생생한 표정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언니….”

그렇게 말하는 윤서 누나의 표정에는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들어가 있었다.

두려움, 불안, 후회, 자책감, 부끄러움, 얼떨떨함, 두려움이 섞인 표정.

그중에서도 두려움이 커 보였으므로 두 번 말했다.

“어, 왜? 약 필요없어?”

민서 누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게….”

이젠 윤서 누나도 말 더듬는 병에 걸려버렸다.

‘끝났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윤서 누나는 아마 우리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항상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 모범적인 이미지는 누나가 지금까지 살면서 지켜왔고, 만들어 온 소중한 가치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이미지가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윤서 누나는 패닉에 빠진 듯 입술을 떨더니, 현실을 부정하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 사실. 그래, 하, 하늘이가 몸이 좀 안 좋다고 해서…. 아픈지 봐 준다고 이렇게….”

보통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사람은 몇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윤서 누나가 선택한 건, 타조처럼 땅을 파고 거기에 머리를 묻는 것이었다.

윤서 누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은근슬쩍 허리를 들어 내 자지를 빼냈다.

“오호, 요즘에 아픈 거 봐줄 때는 막 서로 옷도 다 벗고 밀착해서 봐주나 봐?”

주륵­

그 말과 동시에 윤서 누나의 질 안에 있던 내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이건…. 잠깐 안고 있었을 뿐이야.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짓은….”

“그런 짓?”

“그, 그러니까.”

“아, 이거?”

민서 누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고는, 나와 윤서 누나 쪽으로 화면을 돌려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

“……!”

나와 윤서 누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화면에는 문 사이로 보이는, 침대에 누워 열정적으로 몸을 섞고 있는 나와 윤서 누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 소리도 켜야지.”

민서 누나는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볼륨 버튼을 몇 번 연타했다.

­하읏….

­헤윽….

­하아, 하늘아….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내 신음, 그리고 누나의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방에 울려퍼졌다.

­더,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누나한테 다 맡겨.

­기분 좋게….

­나, 방금 싸서….

헐떡이며 간신히 말을 내뱉고 있는 내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야, 너무 열정적이어서 말을 걸 수가 없더라니까.”

민서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와 같이 화면을 감상했다.

윤서 누나의 얼굴은 이제 사색이 되어 있었다.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

‘아니, 빼긴 했는데.’

아무튼 윤서 누나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듯,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민서 누나를 향해 넙죽 엎드렸다.

“언니, 제발 이 일은 다른 곳에 알리지 말아 줘. 부탁이야.”

윤서 누나는 침대에 머리를 박은 채 민서 누나에게 빌었다.

“나 이거 알려지면…. 체육관에서도 날 벌레 보듯이 볼 거고…. 정말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윤서 누나는 이제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정말 염치 없는 부탁인 거 알지만…. 진짜 이번 한 번만 눈 딱 감고 모른 척해줄 수는 없을까? 나 진짜 앞으로 잘할게. 하늘이도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고 또….”

“윤서야.”

“으응…?”

민서 누나가 부르자 윤서 누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실망이야.”

그 말에 윤서 누나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미안해…. 역시 안 되는 거겠지….”

윤서 누나의 하얀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 정말 실망이야.”

민서 누나는 이쪽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가볍게 윤서 누나의 턱을 들어올렸다.

“나를 지금까지 그렇게 봤다니. 이 언니가 이런 거 찍어서 막 뿌리고 소문 내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

“그, 그러면.”

윤서 누나의 표정에 희망이 깃들었다.

나 역시 기대에 찬 얼굴로 민서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자애로운 민서 누나가 그럴 리가 없지.

그냥 우리가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찍은 게 틀림없었다.

이건 그냥 충격 요법 같은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본 민서 누나의 입에서는 예상과 다른 말이 나왔다.

“이렇게 꼴리는 영상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다니, 그럴 순 없지. 두고 두고 나만 볼 거야.”

“어…?”

윤서 누나의 눈에 물음표가 비치는 것 같았다.

민서 누나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시 우리의 신음이 울려퍼지는 영상을 재생시키며 말했다.

“친동생 둘이서 떡치는 영상이라니, 얼마나 꼴려. 나 사실 지금이라도 격하게 하고 싶거든. 근데 참고 있는 거야.”

민서 누나의 숨결이 살짝 거칠어졌다.

“윤서야, 앞으로 하늘이 손끝 하나 안 건드리겠다고 했지?”

“으, 응….”

윤서 누나는 진심으로 한 소리가 아니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그럴 필요 없어.”

­미안해, 하늘아. 이젠 돌아갈 수 없어.

윤서 누나의 목소리가 마침 영상에서 새어나왔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고 한 건 너잖아?”

민서 누나는 영상을 끄고 휴대폰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영상 좀 찍게 잘 부탁해. 알겠지?”

생각도 못 한 말에 윤서 누나가 멍하니 있자, 민서 누나는 윤서 누나에게 다가가 낮게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민서 누나는 촉촉한 혀로 입술을 훑었다.

“하늘이, 내일은 내 거야. 알겠지?”

…저기요, 제 의사는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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