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강 코치
* * *
“하압!”
쿵!
완벽한 한판 업어치기.
관원과의 스파링을 끝낸 강윤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문득 학교에 간 하늘이 생각이 났다.
‘학교 생활은 좀 잘 하고 있으려나.’
여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귀엽고 연약한 동생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하루에도 몇 번씩은 걱정이 되었다.
‘막 운동부 애들이 건들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한국여대는 배구부를 비롯해 생활 체육 부문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체육 동아리가 많다.
특히 체육부의 경우 여중, 여고, 여대 트리를 탄 녀석들이 꽤 많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여학생들의 성욕은 항상 폭발하다못해 하늘을 찌를 터였다.
‘한국여대 체육관이 그렇게 크고 좋다던데. 하늘이가 구경 갔다가 괜히 이상한 일이라도 당하는 거 아니겠지.’
강윤서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불길한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늘이가 자기 몸 하나 잘 건사하려면…. 유도 같은 거라도 알려줘야 하나.’
자신보다 힘이나 체격이 월등한 여자들을 제압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 줄 아는 무술이 있고 없고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법.
공강 날이나 주말에 체육관에 데려와 유도나 주짓수를 좀 알려주면 좋을 듯싶었다.
“와, 코치님 업어치기는 진짜 알면서도 당한다니까요.”
넘어가 있던 관원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엎어진 김에 누워서 쉬고 있는 관원에게 윤서는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었다.
그리고는 관원의 앞섶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최민지 너 대련할 때 앞에 붕대라도 감으라고 했지.”
최민지라고 불린 관원은 윤서의 말에 헤실거리며 가슴이 훤히 보이게 풀어진 앞섶을 여미는 척을 했다.
“헤헤. 뭐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요. 남자 관원은 씨가 말랐고….”
“남자 관원 있어도 넌 붕대 안 할 거잖아, 이 노출증 새꺄.”
“어떻게 알았지? 악! 죄송해요! 농담!”
최민지는 꿀밤 맞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후속타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근데 요즘 코치님 멍하니 있을 때가 많던데, 뭐 생각해요?”
“뭐?”
“방금도 저 업어치고 나서 먼산 바라보면서 뭐 생각했잖아요.”
“별거 아니야. 그냥 동생이 학교에서 잘 하고 있나 싶어서 그런 거지.”
“에이, 싱겁게. 어차피 여동생 아니에요?”
“남동생인데.”
순간 ‘남동생’이라는 말에 체육관 안의 시공간 흐름이 뒤틀렸다.
땀을 흘리며 대련에 열중하고 있던 관원들도 순간 모든 걸 멈추었으니,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과도 같았다.
체육관 안의 모든 시선이 윤서에게 쏠리자, 윤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내가 얘기 안 했었나?”
그 말에 관원들의 질문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잘생겼어요?”
“귀여워요?”
“몇 살이에요?”
“잘생겼어요?”
“사진 보여주시면 안 돼요?”
윤서는 손을 들어 모든 질문을 멈추었다.
“어휴, 이 남미새 새끼들아! 내가 니들 때문에 걱정돼서 얘를 데려오질 못하겠네.”
그 말에 다시 한 번 더 난리가 났다.
“데려오실 거예요?”
“진짜요?”
“언제요?”
윤서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 얘기는 안 해봤어. 안 오겠다면 억지로 데려올 수는 없지.”
그리고 윤서는 관원들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데려왔다고 해도, 건들면 알지? 이상한 짓 했다간 곱게 못 뒤진다.”
살기가 담긴 눈빛에 관원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간지가 좔좔 흐르는 검은색 도복을 입은,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정은영 관장이 마침 들어오고 있었다.
관장은 풀면 허리까지 늘어지는 장발을 능숙한 손놀림으로 틀어묶었다.
올해 나이 40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현역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탄탄한 몸이 도복 사이로 드러났다.
‘진짜 세월이 관장님만 빗겨 가나. 늙지를 않으시네.’
매일같이 보는 사람이지만, 아무리 봐도 나이랑 매치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 저희 남동생을 데려와서 운동 좀 시켜볼까 생각중이라서요.”
“오, 우리 강 코치 남동생이 있었나? 나이는 몇인데?”
“올해 딱 스물입니다.”
“그래, 내가 항상 말하지만 남자들도 운동을 해야 돼. 자기 몸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되고, 늙어서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그렇게 시작된 정은영 관장의 일장 연설에 관원들은 하는 수 없이 반자동적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시계만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윤서가 맡은 지도 시간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뽀송뽀송하게 샤워를 마치자 완벽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후우…. 오늘도 한바탕 했구만.”
어렸을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고,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윤서는 오는 길에 사온 상쾌한 솔잎의눈 음료를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
“크, 이게 섹스지.”
아무렇지 않게 섹스라는 단어를 내뱉은 윤서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윤서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다시 하늘이 떠올랐다.
“하늘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보며 자지를 흔들어대고 정액을 뿜어낸 하늘의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만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이전까지는 운동을 하면 넘치던 성욕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는데, 하늘이랑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하늘이에겐 사람을 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번에 방에서도 민서가 때마침 들어와주지 않았다면 하늘이에게 무슨 짓을 했을지 윤서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민서 언니는….’
민서 언니는 하늘이를 보고도 아무 생각 안 드는 걸까.
‘아니, 오히려 반대일지도.’
자신이 이러고 있는 동안 민서는 이미 하늘이를 몇 번이고 따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윤서는 그렇게 생각해서라도 자신이 지금 하늘이에게 품고 있는 생각을 정당화하고 싶었다.
나뿐만이 아니라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거라고.
‘나만 참아야 해?’
‘대체 언제까지?’
자신의 인내심에 대한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윤서는 어느새 팬티 안에 손을 집어넣고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고 있었다.
“하늘아….”
“하늘아….”
* * *
다인 선배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머리부터 척추를 타고 발끝까지 찌르르한 기분이 퍼져나갔다.
“헤읏….”
“흣….”
“흐읏….”
선배는 내 어깨를 감싸안은 채로 끊임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존나 좋네.”
선배의 낮은 숨결이 내 귀를 간질였다.
쏴아아아
여전히 샤워기에서는 따뜻한 물이 흘러내렸고, 이제는 바닥도 슬슬 데워져 차가웠던 대리석의 감촉도 희미해져갔다.
‘진짜…이러다…머리가….’
배구 역시 코어 근육이 많이 개입하는 전신운동이다.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즉각적으로 몸이 반응하고, 온몸의 근육을 스프링처럼 응축해 폭발적인 힘으로 점프한다.
그리고 모아 두었던 운동 에너지를 배구공 한 지점에 쏟아붓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신의 근육을 최대한의 효율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엄청난 운동으로 만들어진 근육들은, 오로지 쾌락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오로지, 내 자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쾌감을 얻기 위해서.
선배의 몸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내 몸은 더 꽉 안겼고, 이제는 자지뿐만 아니라 온몸이 쥐어짜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헤윽….”
“저, 진짜….”
“이상해….”
“져여….”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축 늘어져서 절정을 맞이하고, 정신을 놓은 채 숨을 헐떡이면 그만일 터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지의 자극이 거의 최대에 달한 상태에서 온몸이 쥐어짜이니 정신이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의식이 분명해지면서 느껴지는 자극만이 더욱 강해졌다.
‘무슨…이런…느낌이….’
어디에라도 힘을 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뭔가가 툭 끊어져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자극.
“흐읍….”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닥에 널부러진 팔을 들어 선배의 등을 감싸안는 것뿐이었다.
내가 선배의 등을 안자 선배는 마음에 드는지 더더욱 질을 조여왔다.
“헤윽…! 서, 선배….”
자극은 한계치를 향해 달려갔고, 나는 더더욱 세게 선배의 등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를 간신히 지탱해 주던 무언가가 툭 끊어지며 눈앞이 새하얘졌다.
뷰릇
뷰르릇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뜨거운 질에 감싸인 채 내 자지는 다인 선배의 깊숙한 곳에 정액을 내뿜었다.
꾸욱
다인 선배의 질은 마치 정액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내 자지를 꾹꾹 눌러댔다.
뷰릇
그 탓인지 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도 자지는 쾌락에 떨며 정액을 내보냈다.
“하아….”
날 안고 있던 다인 선배는 낮은 숨을 내쉬며 그제서야 스르륵 힘을 풀었다.
다인 선배는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 내 얼굴을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만족했나 보네.”
만족한 정도가 아니라 뒤질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는 얕은 신음소리만 간간이 나올 뿐이었다.
내 홍채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걸 확인한 다인 선배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여전히 삽입된 상태에서 허리를 한 번 슥 들었다가 내렸다.
“흐읏! 서, 선배!”
“크큭, 장난이야 장난. 일어날 수 있겠어?”
“아뇨….”
장난도 이런 섬뜩한 장난을….
이 상태에서 더 했다간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선배는 내가 기운을 좀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으켜세워 주었다.
그리고 샤워 타올에 바디워시를 듬뿍 짜서 내 몸을 구석구석 씻겨 주었다.
“씻겨 주니까 좋냐?”
다인 선배가 킥킥댔다.
“…제가 할 수 있다니까요.”
“방금까지 혼자 일어서지도 못했으면서.”
“…….”
반박은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반쯤은 선배 몸에 기대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미지와는 다르게 선배는 꽤 씻기는 데 소질이 있었다.
“이야, 또 서? 대단한데. 선 김에 한 판 더?”
이렇게 손으로 슬쩍 세워 놓고 놀리지만 않으면 완벽할 정도였다.
샤워가 끝나고 선배는 내 머리까지 손수 드라이해 주었다.
덮쳐질 때는 굉장히 몰아쳤지만, 이렇게 사후 관리(?)를 잘 해주니 좀 개운한 기분도 들었다.
옷을 다 입고 혹여나 누가 볼까 숨 죽이며 라커룸 밖으로 살금살금 나왔을 때, 다인 선배가 말했다.
“그래, 어때? 이제 내 남자친구 할 생각이 들었어?”
“예?”
“아직도 안 들었다니, 좀 더 기분 좋게 해줬어야 했나.”
“아니, 그게….”
“뭐, 지금은 됐고. 너 운동은 관심 없어?”
물론 관심은 있었다.
애초에 체육관에 구경 온 것도 여러 스포츠에 관심이 있어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그렇다고 대답하면 어떤 말이 나올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다인 선배는 웃으며 내 등을 툭 쳤다.
“쫄 거 없어. 들어와서 직접 경기를 뛰지는 않더라도, 매니저 역할로 충분하니까. 아마 우리 부원들이 네가 매니저로 온다고 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걸?”
“하하, 고민은… 해 볼게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우리 부실 저쪽이니까 알아둬. 또 보자.”
다인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쿨하게 손을 흔들며 복도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닫혀 있는 라커룸을 보며 몸서리를 한 번 친 후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 * *
철컥.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나의 안식처!
게다가 지금은 수요일 저녁.
즉, 평일의 반 이상이 지나갔다는 소리였다.
물론 화공강이라 하루는 학교를 안 갔지만….
“근데 집이 좀 어둡네. 민서 누나는 장 보러 나갔나?”
윤서 누나도 아마 이쯤이면 체육관 코치 일이 끝나고 돌아와 있을 텐데, 집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가자 윤서 누나 방문이 살짝 열려 있고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다가가려던 나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만. 이거 저번에….’
윤서 누나가 침대에서 자위하고 있던 장면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문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문틈으로 윤서 누나의 얼굴이 쑥 나왔다.
“까, 깜짝이야. 누나, 집에 있었구나.”
“응.”
그렇게 대답하는 윤서 누나의 얼굴이 불빛 탓인지 왠지 조금 붉어져 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여전히 몸은 보이지 않은 채 얼굴만 내민 상태에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니, 나를 보고 있는 게 맞나?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윤서 누나와 뭔가 달랐다.
“누, 누나? 눈동자가 살짝 풀려 있는 것 같….”
“하늘아.”
누나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나를 불렀다.
살짝 빛을 잃은 듯한 누나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잠깐 들어와 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