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병원 (3)
* * *
“왜, 엎드리는 것도 도와줄까?”
의사 선생님은 입으로 얇은 장갑의 손목 부분을 물고 슥 벗었다.
비싼 거라더니 비닐장갑 뽑아 쓰듯이 슥 뽑다가 하나가 더 딸려 나왔다.
“아뇨, 제가 할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여운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의사 선생님이 돌아보자 시선을 살짝 피하며 덧붙였다.
“아직 회복 안 됐어요.”
의사 선생님은 잠시 그 말을 듣고 멈춰 있더니 이윽고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알았어. 기다려줄게.”
의사 선생님은 정액이 담긴 병을 선반에 올려놓고 내 쪽으로 와서 간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또 무슨 짓을 하려나 싶어서 살짝 쫄아 있는데,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평소엔 어떻게 지내?”
“네?”
“성욕이 많다며. 평소 성관계는 많이 하는 편인가?”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의사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지만 나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 변명하듯 말했다.
“그리고 성욕이 많은 게 아니라 그냥 민감한 거….”
“그 말은 누군가 자꾸 자극을 했다?”
“어…. 그건….”
뭔가 말리는 기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주변에 이성이 얼마나 있는지 잠깐의 호구조사를 실시했고, 누나 두 명과 최근 입학한 여대에 대해 들은 뒤 침음을 삼켰다.
“흐음…. 꽤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겠네.”
“뭐, 그렇죠.”
“누나들은 너 안 건드리고?”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말에 나는 살짝 머뭇거렸다.
“네? 어, 음…. 그…그게.”
“건드리는구만.”
뭐지, 이 사람. 무당인가? 아니, 의산데.
“그래도 관계는 안 했어요….”
“네가 하고 싶음 해도 돼. 뭐 불법도 아닌데.”
“그, 그래요?”
“하고 싶구나.”
“아니….”
순간 민서 누나의 커다란 가슴과 침대에서 해준 펠라치오, 그리고 윤서 누나의 육감적인 몸과 자위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앗.’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랫도리도 반응해 버렸다.
“어, 됐다. 자, 엎드려.”
의사 선생님은 박수를 한 번 짝 치고는 내 몸을 돌려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역시 이번엔 2차인가…?’
아까 1차라고 쓰여 있었으니 2차도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근데 뭐 메로나 백신도 아니고 굳이 2차까지 해야 할 이유가….
‘으읏?’
있을까 싶던 순간 의사 선생님의 손길은 어느 순간 내 자지가 아닌 엉덩이 쪽에 가 있었다.
스윽
정확히는….
그곳….
항문에.
“서, 선생님?”
저기요 의사양반?
“있어 봐. 천국을 보여줄 테니까.”
예?
“농담이고, 처음엔 피스톤 운동으로 자극을 줘서 사정을 유도했었지? 두 번째는 직접 전립선을 자극해서 사정을 유도할 거야.”
긴장을 풀라는 뜻인지 의사 선생님은 가볍게 내 엉덩이를 두드리고, 항문 주변을 손가락으로 마사지했다.
“단순히 표피 자극에 민감한 건지, 아니면 몸 자체의 성 기능이 과열된 건지 알아보는 데 이것만한 게 없거든.”
지금 내 뒤를 문지르는 손가락의 감촉 때문에 뭔 소린지 이해할 정신은 없었지만, 대충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싸게 해 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자, 선수 입장!”
의사 선생님은 갑자기 요상한 성대모사를 하더니 자기도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긴장 풀라고 하는 소리야 다. 그럼 진짜 입장한다.”
그리고 내 뒤를 문지르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다.
“흡?”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몸에 멋대로 힘이 들어갔다.
“힘 빼. 괜찮아. 힘 쭈욱 빼.”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체내를 침범하는 낯선 물건을 몸이 쉽사리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요….
힘을 풀려고 해도 본능적으로 허벅지가 달달 떨렸다.
“흐으….”
힘을 뺀 것도 아니고 안 뺀 것도 아닌 애매한 마찰음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고작 손가락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하반신 전체가 농간당하는 느낌이었다.
뒤쪽을 완전히 내보인 이 상태에서 손가락 하나에 온몸을 맡긴 이 상태가 너무도 부끄럽고 민망했다.
“흐읏….”
처음에는 살짝 플랭크를 할 때처럼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는 자세로 엎드려 있었는데, 이제는 뺨을 침대에 박고 간신히 입에서 나오는 신음을 참고 있었다.
“조금 익숙해진 것 같네. 이 정도면 꽤 빠른데?”
의사 선생님은 오호, 하며 손가락을 꼼지락대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깊숙이 손가락을 탐사시키기 시작했다.
“흣?”
한 마디 좀 넘게 들어갔었던 손가락이 이제는 두 마디를 넘어서고 점점 깊숙이 들어왔다.
실제론 손가락 한 마디가 더 들어간 것뿐이지만 체감상으론 10cm 정도는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쯤인가?”
이제 손가락은 거의 끝까지 들어온 듯했고, 그 손가락 끝은 무언가 목표물을 찾아내려 안쪽 벽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흐으으….”
“아닌가 보네. 그럼 좀 더.”
그리고 손가락을 살짝 구부려 안쪽의 어느 부분에 닿은 순간.
꾸욱
“힉?”
찌릿한 감각이 몸을 울렸다.
정확히 어디가 저릿하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뱃속 깊숙한 어딘가에서 시작된 파동이 회음부를 타고 고간 쪽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자위나 섹스를 할 때의 쾌감이 귀두에서 시작되어 전율처럼 피부를 타고 퍼져나가는 거라고 하면, 지금의 쾌감은 그 ‘쾌감’이란 걸 만들어내는 근원지를 직접 건드려서 뽑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부의 자극은 뭔가 다리에 힘을 준다거나 애국가를 부른다거나 하는 걸로 조금이라도 받는 자극을 무뎌지게 하는 게 가능했다.
‘근데 이건…. 저항 자체가…. 안 되잖아.’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뭐 어디에 힘을 준다고 해결되는 종류의 감각이 아니었다.
쾌감 생산소의 멱살을 잡고 쾌감을 직접 털어대고 있는데 저항이 될 턱이 없었다.
“느낌이…흐읏…이상….”
“여기구나.”
“흐읏!”
나는 다시 저항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떨었다.
‘아니 뭔 치과 의사 선생님도 아니고….’
아프면 손 드세요 한 다음 여기구나 하고 조지는 치과 의사 선생님처럼, 의사 선생님은 손가락 위치를 조금씩 옮겨 가면서 내 반응이 제일 좋은 곳을 골라 꾹꾹 눌러댔다.
“허윽….”
골목길에서 정신없이 착정당할 때도 이 정도로 몸이 떨리진 않았다.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이 스팟을 누를 때마다 몸이 저절로 튕겨졌다.
이미 얼굴은 침대에 처박고 팔은 늘어뜨린 채로 나는 계속해서 찾아오는 책임 없는 쾌락을 맞이했다.
“흐윽…!”
“헉….”
“흣….”
언제부턴가는 아예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손가락을 품은 채로 내 뒤쪽 근육이 멋대로 쿵쿵대며 조여졌다.
“오우, 반응 좋고, 조임 좋고.”
의사 선생님이 감탄했다.
“으흣….”
“흣….”
“흑….”
전혀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 쾌락의 파도가 쉴새없이 밀려왔고,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겼을 때쯤, 내 PC근(*요도, 질, 항문의 수축 운동을 관장하는 근육)이 경련하며 정액을 뿜어냈다.
뷰릇
뷰르르릇
뷰릇
“허억….”
정액이 뿜어져 나오면서도 계속 내 안쪽은 괴롭혀지고 있었고, 나는 끊임없이 절정을 느꼈다.
‘이…. 이건….’
일반적인 절정 시엔 사정과 함께 해방감이 느껴지고 욕구로 똘똘 뭉친 정액을 배출해냈다는 후련함이 있다면, 이 절정은 의외로 정액이 나온다는 느낌 정도만 있을 뿐 배출 자체에 대한 쾌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배출에 대한 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지금도 실시간으로 강도 높은 절정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됐다.
“히끅….”
배출을 하고 나면 잠깐이라도 현자 타임이 올 법한데, 이건 그런 것도 없었다.
그저 자극이 오는 대로 몸은 충실하게 절정할 뿐.
“그…그만…. 힉…. 이거 진짜… 이상해져…힉… 버려요….”
나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살려 말했고, 기적처럼 잠시 후 절정이 잦아들었다.
“후으하….”
털썩.
나는 바지를 올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엎드린 채로 뻗었다.
내 PC근은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일정한 박자로 조여지며 쿵쿵댔다.
의사 선생님은 또 언제 내 정액을 채취했는지 아까 것과 똑같이 생긴 유리병에 담아서 ‘2차’라고 써 붙였다.
의사 선생님은 여유롭게 장갑을 벗어 정리하고 내 엉덩이를 한 대 가볍게 두드렸다.
“훌륭하던데? 샘플 채취가 이렇게 순조롭게 끝난 건 처음인 것 같아.”
“그, 그런가요?”
“그럼. 샘플 결과 나오면 바로 연락 줄 테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의사 선생님은 몸에 힘이 빠진 나를 일으켜세우고, 자지와 허벅지에 묻은 정액을 닦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고생했어요.”
…지금까지 반말 하다가 다시 갈 때 되니까 존댓말 모드인가.
‘나름 이것대로 설레는 거 같…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젓고 내 힘으로 일어섰다.
의사 선생님이 앞장서서 아까 잠갔던 문을 손수 열어 주었다.
딸깍
“다음에 봐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문 사이로 사라졌다.
“다음 환자분 들어가실게요~”
잠시 멍하니 닫힌 문을 보다가, 간호사의 다음 환자 호명에 정신을 차린 나는 병원에서 나왔다.
* * *
“하늘이 왔어?”
“어때? 괜찮대?”
누나들의 물음에 나는 대강 얼버무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응. 뭐 다친 데는 없는 거 같고….”
“다행이다.”
“다친 데가 없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그 말에 뜨끔했지만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대기가 좀 길어서….”
“아, 병원에 사람이 좀 많긴 하지.”
“막상 들어가면 별것도 안 하면서 기다리기만 엄청 기다리고.”
다행히 누나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래, 고생했네. 피곤할 텐데 같이 씻을까?”
다만 민서 누나는 벌써부터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난 이따가 따로 씻을 테니까 누나들 먼저 씻어.”
이미 오늘은 기진맥진이다.
‘으, 또 떠오르네.’
내 뒤쪽을 파고들었던 손가락의 감촉.
거의 탈진 상태까지 절정시켰던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이 계속 머릿속 한켠에 맴돌았다.
‘아냐, 아냐. 생각하지 말자.’
내일은 또 아침부터 강의가 있는 날이다.
‘정신 차리고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앞으로 4년 동안 한국여대에서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
아니,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