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병원 (2)
* * *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라도, 그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행동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래 저게 맞는 건가?’ 싶기 마련이다.
의사 선생님이 너무 태연하게 문을 잠그자 나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이게 맞나?’
내가 선생님을 바라보며 눈만 끔벅거리자 선생님은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예쁘다.’
그 웃음은 굉장히 뭐랄까, 사람을 안심시키는 웃음이어서 내 불안감을 부드럽게 잠재웠다.
마치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나한테만 맡겨. 편안하게.’ 라고 눈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 쪽으로 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가 살짝 움찔하자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긴장 풀어요. 왜 이렇게 긴장하셨어?”
“죄,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사과를 하고 말았다.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아, 몸이 민감하다고 했는데 혹시 이런 걸로도?”
“아뇨, 그 정도는 아닌데….”
“약간… 겁먹은 것 같은데?”
그야 갑자기 문을 잠그셨으니까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내뱉지는 않았다.
“상담에는 심리 상태도 중요해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형성, 환자가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지. 환자가 최대한 릴렉스한 상태로 상담, 진료를 받고 최선의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에요.”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런 말을 들어서인지, 나긋나긋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신뢰감 때문인지 아까보다 훨씬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좋아요.”
의사 선생님은 다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잠시 이쪽으로 오실까요?”
의사 선생님은 진료실 내부에 있는 작은 방 쪽을 가리켰다.
얼핏 간이 침대가 보인 걸 보니 진찰을 하고 주사도 놓고 하는 방인 듯했다.
“네, 네에.”
내가 일어서려 하자 의사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뭐지? 고맙다고 해야 하나?
우물쭈물대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작은 방으로 이끌었다.
‘손… 부드럽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무적인 손길이 아니라 마치 연인끼리 잡아 이끌듯 부드럽고 상냥한 손길이었다.
성유진의 대딸부터 시작해 많은 일을 겪고 지금 와서 이런 말하기는 뭣하지만, 나는 이런 느낌으로 여자와 손을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좋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섹스보다도 지금의 이 느낌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느낌이 좋다기보다는…. 조금 설렌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은 거라고 해야 하나.’
다른 여자들이 나를 마치 성욕 처리 도구로 생각하는 것처럼 대할 때, 이런 상냥한 손길을 받으니 힐링되는 기분이라고 할까.
‘냄새도 좋아.’
앞서 가는 의사 선생님의 머릿결이 찰랑이면서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약간 상큼한 과일향이 났다.
“여기에 잠깐 누우실게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설레는 시간이 끝났다.
의사 선생님이 내 손을 놓자 나는 내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냐, 아냐. 정신 차리자. 병원까지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선생님께도 실례잖아.’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눕기 싫어요?”
내가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고 오해했는지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당황해서 변명하자 의사 선생님은 싱긋 웃더니 내 쪽으로 상체를 훅 숙였다.
“그럼 얼른 누워요.”
선생님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기분 좋은 향이 코를 화악 자극했다.
그 다음 순간 의사 선생님의 한쪽 팔이 내 허벅지 뒤쪽으로 훅 들어왔고, 나머지 한 팔은 내 어깨를 감쌌다.
어떻게 반응할 틈도 없이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공주… 아니 이 세계에서는 왕자님 안기라고 불리나? 아무튼 그 자세로 안기게 되었다.
턱.
의사 선생님은 나를 가볍게 간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
꼴깍.
아주 잠깐의 침묵 후에 의사 선생님은 내 허벅지에 손을 가져갔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왜 숨기려고 그래요? 괜찮아요.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선생님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움츠린 내 다리를 벌렸다.
별로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았는데 내 다리는 맥없이 벌어져버렸다.
“역시….”
필사적으로 다리로 숨기려 했던 내 자지가 강력히 바지 위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 아까 손을 잡았을 때 살짝 반응을 했었는데, 가까이 훅 들어왔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발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감추려고 했던 건데, 의사 선생님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숨기거나 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다 진찰하면서 볼 텐데.”
“네?”
본다고요? 뭘요?
“확실히 민감하시긴 한 것 같고….”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내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촤륵
벨트를 푸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앗, 하는 순간에 이미 내 바지는 팬티와 함께 내려가 있었고, 쿠퍼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내 자지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오.”
오, 는 무슨 내 바지 돌려줘요….
의사 선생님은 입술이 건조한지 혀로 입술 주변을 한번 핥았다.
“이건…. 연구할 가치가 있네요.”
“예?”
“이런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이런 민감도라니….”
의사 선생님은 내가 뭘 어찌할 새도 없이 손으로 내 자지를 잡았다.
“읏.”
엄청난 자극은 아니었지만, 아까 잡았던 그 부드러운 손이 내 자지를 잡았다고 생각하니 흥분도가 더해져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아니,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아무리 진찰이라지만 환자의 성기를 손으로 대뜸 만지는 의사가 어디에….
“아참, 내 정신 좀 봐.”
그럼 그렇지. 금방 정신을 차리시는구나.
“여기 있네.”
의사 선생님은 잠깐 뒤쪽에 있는 의료 도구함에서 뭔가를 꺼내 손에 꼈다.
…아닌가?
‘그리고 저건 뭐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안 낀 거 같은데.’
“초박형 특제 위생장갑이에요. 이거 비싼 건데, 이럴 때는 아끼지 말고 써야겠죠.”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다가와 내 자지를 살며시 잡았다.
‘뭐, 뭐야…. 장갑 낀 거 맞아…?’
아무리 얇다고 해도 장갑이면 촉감부터 달라야 하는데 맨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촉감이었다.
“음, 이쪽이 민감하네.”
의사 선생님은 내게 밀착해 왼팔로 내 어깨를 감싸고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세심하게 문질렀다.
“여기가 좋아?”
의사 선생님의 낮은 숨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였다.
“으읏….”
언제부턴가 반말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의 손은 내가 기분 좋은 곳을 너무나도 빠르게 찾아냈다.
“거, 거기는….”
문득 성유진이 내 자지를 애무했을 때가 떠올랐다.
성유진의 손놀림도 분명 보통 솜씨가 아니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숙련된 움직임 또한 절대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짬’이라는 것인가?
짬?
생각해 보니 이 세계에서는 그럼 여자가 군대 가나?
그럼 나는 안 가도 되는 건가?
그럼 솔직히 그 점은 개꿀이긴 한데….
“으읏…. 저….”
열심히 일부러 딴생각을 하면서 버텨 보려고 했지만 벌써 사정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장갑을 낀 상태라 그런지 쿠퍼액이 찰박대는 소리가 더 크고 적나라하게 났다.
둘밖에 없는 조용한 진찰실이라 더욱 소리가 잘 울려퍼졌다.
혹여나 누가 듣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흐읏…. 이제….”
의사 선생님은 내 귀두와 기둥 사이를 가볍게 쓸면서 검지와 엄지로 귀두 쪽에 패인 처마 부분을 기분 좋게 쥐어짜고 있었다.
“좋아, 언제든 싸도 돼.”
다리가 후들거렸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 의사 선생님의 몸이 좀 더 내 쪽으로 밀착되면서, 어깨로는 내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받치고 손은 윗옷 밑으로 쑥 들어왔다.
‘유, 유두를…?’
윗옷으로 들어온 손은 내 젖꼭지를 금방 찾아냈다.
부드러운 손가락 끝이 내 유두를 중심부터 원을 그려가며 간질였다.
“흐읏….”
유두 주변을 매만지면서 조금씩 쌓였던 쾌감은 의사 선생님의 손끝이 정확히 유두 가운데를 만질 때 터져나왔다.
진찰실이라 내 신음이 울리는 게 부끄러워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지만, 이제는 나도 정신줄을 놓고 헥헥대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병원에서 싸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랫도리에만큼은 온 힘을 집중했다.
“참을 필요 없어.”
귓가에 달콤한 유혹이 퍼졌다.
부드럽지만, 어딘가 허스키한 마찰음이 5퍼센트 정도 섞여 있는 그 목소리가 내 고막을 간질였다.
뷰릇
쾌감은 참았던 만큼 증폭되어 한번에 내 뇌를 강타했다.
정액이 뿜어져나가면서 강렬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이 순간만큼은 여기가 진찰실이라는 것도, 내 자지를 움켜쥐고 있는 게 다름 아닌 의사 선생님이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졌다.
“읏차.”
부들부들 떨며 뒤로 넘어가려고 하는 내 몸을 의사 선생님이 왼팔로 단단히 붙잡았다.
“헉, 헉….”
한쪽 팔과 몸으로 나를 꽉 끌어안자 나는 온몸을 의사 선생님에게 맡기고 힘을 풀었다.
의사 선생님은 씨익 웃고는 손으로 내 자지를 닦아 주었다.
“잘했어.”
대체 뭘 잘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짝 고개를 까닥하며 풀린 눈으로 의사 선생님을 올려다보았다.
숨을 고르고 눈을 몇 번 감았다 뜨자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그대로 침대에 뉘여 놓고 뭔가 작은 약병 같은 걸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뭘 하는 거지?’
풀린 눈도 약간 돌아와 자세히 보니 그곳엔 다름 아닌 내 정액이 들어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네임펜으로 ‘1차’라고 쓴 뒤 내 쪽을 돌아보았다.
“아, 벌써 회복됐어? 그럼 좀 엎드려 볼래?”
그렇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의 눈웃음은 여전히 예뻤지만, 나는 왠지 그 웃음이 조금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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