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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세계의 엑스트라A인 저는 아이 만들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56화 (56/56)

〈 56화 〉 55. 레이첼과 데이트2

* * *

“정말 끈질기시네요.”

“누가 할 소릴....”

어떻게든 나를 모텔에 끌고 가려는 레이첼씨에게 저항한 나에게 레이첼씨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힘으로 절대 못 이길 텐데 어떻게 저항했냐고?

사람에겐 침을 뱉는다거나 깨문다는 비열하고 더러운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물론, 공원에서 그런 난리를 피우니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대체 공원에서 뭘 하고 싶다고 이 난리를 피우면서까지 고집을 부리는 거예욧!”

“그냥 평범하고 평화롭게 산책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는 레이첼씨야말로 그 모텔에 끌고가려는 짓 좀 그만두지 않을래요?!”

“포기 못 해요!”

“그럼 저도 포기 못, 아니 안 합니다!”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이거 이렇게 가면 내가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갈 때까진 가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어쩔 수 없는 건가요?”

“뭐... 뭐가요?”

“승부군요.”

“오늘 데이트 아니었나요?”

“데이트죠.”

“.....”

데이트에 무슨 승부야!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었다.

“조금 남녀의 역할만 바뀌었을 뿐 모텔로 끌고 가려는 공격의 역할과 철벽을 치는 방어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에요.”

“데이트를 하면 남자가 모텔에 끌고가려 한다는 그 이상한 생각부터 좀 지워주실래요?!”

그런 식의 고정관념은 대체 어디서부터 생겨난 거야?!

그거 남자를 완전 성욕의 화신으로 모욕하는 거거든요!

“아니었나요?”

“남자랑 데이트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전에 봤던 에로책에선 그런 식이었는데.”

“본인 입으로 에로책이라고 말하면서!”

글렀다.

이 레이첼씨는 이미 그냥 생각 구조와 프로세스가 일반인의 그것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애초에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도 죄다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지금까지 내가 알던 데이트는 도대체?”

“에로책이라고 본인이 말했잖아! 아니, 에로책말고 그냥 로맨스물 같은 일반 만화책 같은 거라도 읽어본 적 없는 겁니까?”

“거기엔 섹스하는 장면 나오나요?”

“여자가 그렇게 쉽고 큰 소리로 섹스 거리지 마세요!”

“그래서 나와요, 안 나와요.”

내 지적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레이첼씨였다.

“하아... 뭐, 조금 과격한 만화에선 나오기도 하는 편입니다..”

“그럼 거기에서 배워보도록 할까요.”

“......”

확실히 에로책에서 배우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만화로 그런 걸 배운다는 게 맞는 걸까?

그래도 당장 모텔에 끌고 가려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었다.

“그럼 서점이라도 갈까요?”

“그러죠.”

“........”

왠지 이렇게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서 서점에 간다는 게 조금 불안한 느낌이었으나.

그래도 설마 서점에서 무슨 이상한 짓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나는 레이첼씨와 함께 서점으로 향하였다.

“음. 확실히 책이 많네요.”

“서점이니까요.”

서점에 책이 없으면 그게 서점일까.

그런 레이첼씨의 감탄에 태클을 걸며 서점에 들어섰다.

“그럼, 어디 로맨스 만화 쪽을 둘러보도록 할까요?”

“만화로 배울 바에 차라리 연애의 기술 같은 지침서 비슷한 게 나은 거 아닌가요?”

“그런 좆문가의 상술에 넘어가다니 민준씨도 참 안타까운 남자군요.”

“만화책으로 연애를 배우려는 당신보단 나아!”

내가 잘못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만화책으로 배우려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낫잖아!?

고개를 저으며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레이첼씨의 모습에 왠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으으... 때리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 레이첼씨를 한 대 때리는 순간 곧바로 반격에 의한 기절.

그대로 정신을 잃은 채 모텔에 묶여 레이첼씨에게 강간당하고 있겠지.

후우... 내가 진짜. 힘이 없어서 참는다!

.....뭔가 슬프네.

“그래서 요즘은 어떤 로맨스물이 유행하고 있죠?”

“제가 알 리가 없잖아요.”

애초에 로맨스물을 잘 읽는 편도 아닐뿐더러 이쪽 세계의 만화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본인이 추천했으면서.”

“굳이 추천한 것까지야..”

추천이 아니라 그냥 에로책 이외에 로맨스물을 읽어본 적도 없냐 지적했을 뿐이다.

그게 어째서 추천한 것으로 이어진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그러면 일단 표지가 예쁜 걸로 골라보도록 할까요?”

그런 말과 함께 로맨스 책을 둘러보는 레이첼씨.

“흐음...”

나름대로 진지하게 로맨스 책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그래도 여자라는건가.

나름 로맨스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여기 가슴 큰 여주는 별로 없네요.”

“.....”

그냥 생각을 말자.

“왜 여주가 가슴이 커야 하는 건데요.”

“왜냐니?”

그런 나의 질문에 레이첼씨가 자신의 가슴을 한쪽을 잡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으... 크흠.. 흠!”

네... 잘 알겠습니다.

그래. 본인이랑 비슷한 여주인공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몰입하기도 쉽긴 하겠지,

하지만, 과연 그런 게 로맨스물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여기가 이세계라곤 하지만 그래도 이능력이 존재하는 것 외엔 일반 세계랑 별반 다르지 않았단 말이지.

“그런 여주나 히로인을 찾으려면 로맨스물에선 찾기 어려울 걸요.”

“그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데요?”

“음... 판타지 쪽일까요?”

“에이. 설마요.”

“?”

이런 나의 설명에 레이첼씨는 그럴 리는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왜... 저런 반응이지?

보통 남성향 판타지물에 레이첼씨같은 거유, 이종족 히로인들이 꽤 나오는 편이다.

역시 만화를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당장 판타지 코너로 넘어가 만화책들을 둘러보았다.

“어...”

뭔가 이상했다.

보통 판타지라고 한다면, 막 주인공이 불꽃같은걸 몸에 두른 채 폼을 잡고 있다거나.

아무튼, 중세배경이나, 총이나 칼 등의 무기를 들고 있는 자세 등

그런 류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판타지 코너로 넘어오자 보이는 것은..

일반 학교 배경이나 들판 등 무미건조한 배경에 일반 학생들처럼 보이는 밋밋한 학생들이 주로 서 있는 모습들..

뭐라 해야되지..

약간 원래 세계로 따지자면 주로 일상물에서나 나올법한 이미지들이 왜 판타지 코너에서.....

“아..!”

그러고 보니 애초에 이곳이 이능력과 레이첼씨같은 특별한 종족도 존재하는 이세계였다.

그렇기에 원래 세계에서 생각하는 판타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는건가..

이쪽의 개념으론 나 같은 무능력자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쪽이 오히려 판타지.

설마 여기서 그런 반대 개념을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가 이능력 사용 이외에 크게 개념적으로 다른 점이나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약간 이런 디테일한 곳에서 차이점이라니.

그래서 레이첼씨도 판타지에선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나.

기본적인 판타지의 개념이 다르니까.

근데, 그러면 그냥 일상물, 러브 코미니디에서 찾으면 나오는 거잖아.

그리고 애초에 원래 세계에서도 보통 판타지에서 보단 남성향 러브코미디에서 레이첼씨같은 히로인이 많이 나온다.

일명 뽕빨물이라고 하지..

아무튼 그런 곳에서 나오니 여기서 찾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일상, 러브코미디 작품 쪽으로 가자,

“그래. 바로 있네.”

오자마자 찾았다.

여기에 나온 히로인의 모습도 레이첼씨와 비슷한 붉은 머리에, 거유, 그리고 뿔이 달려 있었다.

응... 거의 레이첼씨를 노리고 만든 것이나 다름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찾으셨네요?”

“네. 이 근방에 레이첼씨가 찾는 스타일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레이첼씨에게 말하며 나는 내 손에 들린 책을 건네자 레이첼씨의 눈이 반짝 빛이났다.

“이거... 완전 저를 보고 그린 거나 나름 없네요.”

“그렇죠? 엄청 신기하죠?”

그런 적당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레이첼씨와 주변 만화책들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어디 나도 볼만한 책이 있으려나..

그렇게 서로 묵묵히 표지와 뒤에 적힌 설명글들을 읽으며 각자 책을 골랐다.

“이것들만 있으면, 이제 완벽한 데이트를 할 수 있겠군요.”

“그건 좀....”

아무리 그래도 만화책은 만화책일 뿐이다.

특히나 남성향 러브코미디 만화책이라 한다면...

딸꾹.

“잠깐.. 레이첼씨, 그.. 책에서 본 걸 써먹는다고 말하셨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오늘 읽자마자 바로 써먹을 생각이랍니다~”

“역시 그런 건 그만두죠!!”

그 말과 함께 나는 당장 레이첼씨가 고른 책들을 그 손에서 빼앗으려 하였다.

“뭐하시는 거예요!”

그러나 피지컬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던 나였기에,

레이첼씨는 이런 내 기습을 쉽게 피해버렸다.

“이런 걸 본다고 전혀 늘 리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남성들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겠죠!”

“저의 꿈과 희망이 아니니 저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고요??”

“그건 해봐야 아는 법이죠.”

“안 돼! 하지 마!”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나는 당장 레이첼씨의 책을 빼앗으려 한다.

일단 내 생각이 맞다면..

제아무리 여기가 이세계라지만 남성향 러브코미디가 크게 다를 리 없다.

남주가 넘어지다, 구르다 그 여자를 이곳저곳 벗긴다거나 그런..

이런 이상한 지식을 레이첼씨가 습득해버린다면 결국 공원에서 모텔로 끌고 가려던 레이첼씨에서 변태력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뿐이다.

“얼른 그만 두자니까요!!”

“싫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그 책을 빼앗으려는 나와 지키려는 레이첼씨의 실랑이가 계속해서 이뤄지게 되었고 결국...

.

.

.

“남편? 뭐 하세요?”

“불태워야 해..”

책을 사 온 레이첼씨 몰래 그 책들을 불태우기 위한 작당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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