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 세계의 엑스트라A인 저는 아이 만들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52화 (52/56)

〈 52화 〉 51. 왕페이와 데이트

* * *

“결국 이거 계속하는거야?!”

스즈와 데이트를 한 다음 날.

외출 준비를 마친 왕페이에게 나는 그렇게 소리쳤다.

“저와의 데이트는 싫다는 겁니까? 사부!!”

“어느쪽의 데이트도 좋다고 한 적 없어!”

“......”

“아...”

아, 아니!

마리... 아, 알잖아..!

난 원래 마리 너하고만 데이트를 하려고 했던거.

그러니까 마리 너와의 데이트는 기대하고 즐겼다고!

내 맘 알지?!

왕페이에게 소리치는 나를 노려보는 마리의 모습에 나는 머릿속으로 최대한 소리쳐 이 생각이 닿게 하려했으나...

“....”

이미 내 외침에 삐진 듯 마리가 볼을 부풀리며 이쪽에서 고개를 돌렸다.

전혀 내 생각을 읽을 생각이 없어!

평소에는 그렇게 잘 읽으면서!!

“저와의 데이트가 별로였다고 말하는 건가요! 달링?!”

“스즈! 너는 조용히 있어!!”

지금 이 상황에 스즈 너까지 끼어들면 진짜 피곤해지니까!

“으앙! 폭력 남편이에요!!”

“누가?!”

내 외침에 울상을 지으며 이상한 소리를 한다.

누가 남편이야! 누가!

물론, 폭력이라는 것도 태클을 걸고 싶지만!

일단 그것보다 중요한건 남편이란 부분이었다.

“장래에 몹쓸 남편이 되겠네요.”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안경을 쓰면서 분석하듯이 말하니까 쓸데없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잖아!

“하아....”

진짜... 여기 에리가 없어서 다행이지.

에리까지 있었으면 정신 나갔다.

정말이지, 하나하나 태클을 걸려고 하니까 피곤하다고요.

“.....”

어...?

정작 주변에 태클을 걸다 보니 왕페이의 모습을 이야 다시 봤는데.

“......”

뭔가 엄청 침울해져 있었다.

왕페이 너는 또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데?!

“뭐... 사부가 싫다면야 제자된 입장으론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와, 왕페이?!”

그런 미소 짓지마!

왜 넌 지금 모든걸 이해하지만 씁쓸하다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건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그건 아니지!

게다가 너 평소에 그런 캐릭터도 아니잖아!

왜 이제와서 갑자기 그런 비련, 가련한 모습의 캐릭터가 되버린거야?!

“와~ 이건 너무 했네요.”

왕페이의 태도를 보자 레이첼씨가 뒤에서 그런 말을 건넨다.

“아... 진짜!!”

그런 레이첼씨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곧장 왕페이의 손을 붙잡았다.

“사부?”

“왕페이! 일단 얼른 나가자!”

진짜로 나 여기 사람들이랑 있다간 완전히 정신 나가버릴 것 같으니까..!!

게다가 갑자기 그런 태도를 취하면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면서..!

만일 방금 그런 상황에서 내가 꾸역꾸역 안가겠다고 한다면 완전 쓰레기 새끼다..

설마 왕페이는 그런 전개마저 계산에 둔 거였나?!

전투광 근육뇌인줄 알았더니 의외로 숨겨진 지능캐인가..?

그런 의문을 품으며, 나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얼른 왕페이를 이끌어 도망치듯 교회를 나왔다.

“사부. 진짜 싫으시면 안가셔도 상관 없습니다.”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교회를 나왔음에도 왕페이는 내 손에 붙잡힌 채 그런 말을 한다.

“역시.. 저랑은 가고 싶지 않은 거죠?”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갑자기 그런 저자세로...

언제나 당당하던 그 왕페이의 모습은 어디로 갔어?!

“사부도 이런 약한 저와 다니시면 얕보이실까봐 그런거 아닌가요?”

“뭐....?”

너무나도 평소와 다른 왕페이의 태도에 당황하고 있으니 왕페이가 갑자기 그런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하긴, 그럴 수 있죠. 아무래도 무인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적에게 얕보이지않는 것이니까요.”

“너... 그런걸 생각하고.”

“물론이죠!”

“......”

나는 왜 이런 녀석을 걱정해버린걸까..

왕페이의 말에 내 표정이 짜게식자 왕페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잘못되었습니까?”

“응... 전부.”

네가 생각하는 모든게 잘못 되었어.

첫째, 난 무인이 아니야.

둘째, 얕보일 적이 없어.

셋째, 일단 죄다 잘못 됐어!!

“전부 잘못되었다라... 처음부터 다시 수련하고 오라는 말씀인가요?”

“아니야!!”

너는 정말로 글러먹었구나 왕페이!!

스즈도 글러먹긴 한참 글러먹었지만, 왕페이 너는 좀 다른 의미로 글러먹었어!!

“이해하기 힘들군요.”

“.....”

나도 이해시키기 힘들어..

걱정해서 손해만 봤다.

뭐, 아무튼 결국 이렇게 데이트? 라고 나온거, 그냥 왕페이랑 시내나 좀 둘러보도록 하자.

생각해보니 마리가 저번에 용돈을 좀 많이 준 것 같더라니..

결국 이 멤버 전원과 한번씩은 데이트... 외출은 해야 되는거잖아.

이건 마리 공인이기도 하니까 일단은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자고.

근데 진짜 이렇게 생각하니 나 정말로 글러먹어버린 것 같은데..

마누라가 준 돈으로 다른 여자들과 놀러다니는 남편이라니..

난 쓰레기야..

“사부? 왜 그렇게 침울하신 겁니까?”

“아무것도 아냐...”

어차피 말해도 제대로 알아먹지도 않을 거잖아..

왕페이의 질문을 적당히 넘긴 채 나는 잠시 왕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왕페이. 뭐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가고 싶은 곳 말입니까?”

“그래. 뭐, 크게 돈이 드는 곳이 아니라면 상관없으니까.”

적당히 돈도 있고..

일단은 그런 목적으로 받은 돈이니까 오늘은 왕페이를 위해 쓰도록 하자.

“가고 싶은 곳이라... 있긴 합니다.”

“그래? 어디 가고 싶은데?”

“폭포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폭포라... 확실히 구경하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 좋긴 하지.”

나름대로 경관도 운치도 있고.

나쁘진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죠. 역시 폭포를 갈라버릴 때의 그 쾌감은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좋죠.”

“어....?”

지금 우리... 같은 폭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 맞지?

“음?”

왕페이의 말에 내가 당황하며 바라보자 왕페이 역시 나를 바라본다.

“뭔가 잘못 되었습니까?”

“아, 아니.. 그냥 조금 확인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어떤 걸 말이죠?”

“왕페이는... 왜 폭포에 가고 싶은거야?”

“왜긴요. 폭포라고 한다면 당연, 물줄기를 맞고 갈라버리는 수련을 하기 위한 장소이지 않습니까!”

“기각!!”

역시 그런 목적을 위해서 가는 곳이었냐고!!

내 아무리 데이트 느낌과는 조금 다른 외출 겸으로 간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어째서 기각인 겁니까?”

“어째서 데이트라고 해놓고 폭포를 가르러 가려는 건데?”

물론 데이트는 아니지만! 데이트는 아니지만!

“우문이군요. 사부와의 데이트란 원래 그런 수행을 하러 가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너야말로 우답(??)이다. 데이트라는건 수련을 하러 간다는 의미가 아니야!”

“어째서지요?”

“뭘 어째서야! 너야말로 어째서 데이트가 수련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데이트. 즉 애정어린 사람들이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 즉! 스승과 제자의 시간이라고 한다면 역시 수련 아니겠습니까!”

“오답이다 연금술사!!”

“전 연금술사가 아니라 무인입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중요합니다! 지금 저의 정체성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너의 정체성 말고 데이트의 정체성도 좀 중요하게 생각해줘!”

“사전적 의미이지 않습니까!”

“사전적인 의미 말고 관용적인 의미도 좀 알아줄래!”

“관용적으론 어떻게 쓰입니까!”

“어... 그게 그러니까....”

막상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으니 뭐라 대답할지 몰랐다.

아무튼 마리랑 만나기 전까지 내가 데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대답을 제대로 못하시는군요! 혹시 사부도 데이트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닙니까!”

“데이트로 폭포에서 수련하려는 너보단 내가 아주 잘 알거다!”

“역시 사부!”

“너 시비를 걸려는거냐! 아니면 나를 존경하려는거냐!”

뭐든 하나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그러면 지금부터 뭘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폭포에서 수련하는건 금지야..”

처음부터 이렇게 못박아 놓지 않으면 나중에 지루하다고 폭포에 가서 수련하자고 할지도 모르니...

“그런... 그러면 뭘 하면 좋단 말입니까.”

“어....”

일단 마리랑은 영화관도 가봤고 스즈랑 오락실도 가봤다.

근데 왕페이랑 이런 곳을 가도 괜찮은 걸까.

영화관에 가면 지루하다고 할 것 같고 오락실에가면 스즈처럼 기계를 박살내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일단 가장 중요한걸 말 안했구나.

“일단, 오늘 하루 수련은 금지야.”

“수련이... 금지?!”

내가 수련을 금지시키자 왕페이가 이제껏 당황한 적 없는 얼굴로 놀라 말한다.

그게 그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냐..!

진짜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 수련을 금지시키시면 도대체 저의 존재 의의는 무엇입니까!”

“수련으로 너의 존재 의의를 찾으려고 하지 마!!”

애초의 너의 목표는 세계최강 같은 것 아니었냐고!

그게 목표인 애가 수련으로 존재 의의같은걸 잃지 마!

“원래 수련도 쉬는 날이 필요한 법이야! 매일매일 수련만 하다보면 몸이 너무 혹사해서 성과도 제대로 안 나와!”

일단 최대한 왕페이에게 맞춰주기 위해 그런 말을 던지자 왕페이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내가 뭐 이상한 말 했나..?

“그런 깊은 뜻이... 역시 사부입니다!”

“어.... 그래...”

이런 적당히 던진 내 말에 감탄하는 왕페이를 애써 무시한 채 나는 일단 왕페이를 시내로 데리고 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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