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50. 스즈와 데이트 2
* * *
“여기가 오락실이군요!”
“그래... 오락실이야.”
불안한 스즈를 이끈 채 나는 일단 시내에 있는 오락실에 도착하였다.
제발 부수지는 말아줘.
“그럼 펀치기계는 어디 있나요!”
“역시 펀치기계부터 할 거야?”
“당연하죠! 오락실에 오면 일단 기록을 깨부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어릴 때 와보고 안 와봤다며?!”
되게 자주 와 봤던 사람처럼 이야기한다?!
“목표는 세계 1위!”
“그런 걸 오락실에서 이루려고 하지 말라고...”
어째서 세계 1위 같은 목표를 고작 오락실 펀치기계에서 이루려는 건데..
애초에 이 이세계 오락실이라고 하면..
일단 이능력을 쓰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그런 녀석들에 관한 대책도 있지 않을까..
술에 취해 불주먹을 날린다거나 강철주먹을 날리는 녀석들이 없진 않을거 아냐.
그런 와중에 펀치기계를 부쉈다는 거라면..
심지어 어릴 때 부쉈다는 이야긴...
지금 나와의 관계를 통해 능력이 업그레이드 된 스즈는 그 펀치기계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불안해...
대체 스즈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서 불안해 죽겠다고!
“그럼.. 달링! 일단 돈을 넣어주시겠어요?”
“제발 부수지만 마...”
마리에게 받은 용돈을 환전한 뒤 스즈에게 돈을 건네며 부탁하였다.
“좋아! 그러면 어디..! 세계 1위를 위해서라면 역시 얘가 좋겠죠!”
스즈에게 돈을 건네자 갑자기 부적을 꺼내어 식신 소환을 준비한다.
“뭐하는 짓이야!”
“음? 뭐하긴요. 세계 1위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식신을 소환하려고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왜 스즈 네가 하는게 아니라 식신을 소환하려고 하는건데?!”
“에이~ 단순히 제 완력으로 세계 1위를 찍을 리 없잖아요~”
“그런거면 하지 마!!”
“어째서요! 아무리 식신이 대신 기록 1위를 세워준다고 해도 결국 제가 식신의 주인이니까 제 기록이나 마찬가지 라구요!”
“보통 그런 짓을 대리 받는다. 꼼수를 쓴다 라는 표현을 쓰지!”
“달라요!”
“같아!!”
대리 받는다는 나의 표현을 부정하는 스즈에게 소리치며 나는 얼른 식신을 소환하려는 스즈를 말렸다.
“으우... 달링도 참 고지식한 분이시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나쁜거야!”
스즈의 식신 소환을 말리자 투덜거리는 반응에 곧장 딴죽을 걸었다.
나는 그냥 상식선의 행동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스즈가 잘못한 거잖아.
이걸 내 탓으로 몰려하다니..
“흐응... 그러면 뭐가 재미있는게 있으려나요.”
“글쎄... 아무래도 보통 이런 곳에선 인형뽑기 같은게 아닐까.”
제 아무리 스즈라 해도 식신소환으로 인형뽑기에 손을 댈 순 없겠지.
원래 세계에선 돈 빨아먹는 기계라는 이미지였지만.
그래도 차라리 이런 고요한게 스즈한테 나을 것이었다.
그냥 스즈가 사고칠 것을 방지하는 과감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인형은 재미없는데요. 식신처럼 대화하고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형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지 마...”
그냥 평범한 여자애처럼 예쁘다, 귀엽다, 폭신폭신하다. 같은 반응이 나와 줄 순 없는거니.
어째서 인형을 재미와 사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건데.
“어! 그래도 저건 꽤 재미있어 보이네요!”
스즈를 타이르며 인형뽑기에 도착하자, 스즈는 인형뽑기 속 한 인형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저 지푸라기 인형!”
“......왜, 왜. 저런걸.”
인형 중 골라도 하필 저런 저주에 쓰일 것 같은 지푸라기 인형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저주인형으로 쓰면 딱이게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문제인건데!?”
어째서 그런 저주인형인 것에 흥미가 생기는 거냐고..!
“저 저주인형을 이용해서 마리안느에게 저주를 건다고 생각하면...”
“그거... 남편의 입장에서 절대 허락해 줄 수 없는데.”
눈앞에 마누라를 저주하기 위해 인형을 뽑는다고 대놓고 말하기냐.
“가슴에 못을 박아 거기서 가슴이 더 줄어버리는 저주를 걸어버리면..”
“그거 진짜 마리가 절망해서 자살할 것 같으니 제발 그만둬.”
안 그래도 본인의 가슴에 콤플렉스가 있는 마리인데.
그런 저주가 진짜로 일어나서 더 작아져 버리는거면..
순간적으로 마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바로 상상되어 더 무서웠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달링은 너무 안 되는게 많아요!”
“남편 앞에서 마누라 저주를 건다고 하는데 허락할 인간이 어디있냐고?!”
“저도 세컨드잖아요!”
“아니라니깐?! 그리고 내가 무슨 바람피우는 악덕 쓰레기 남편이냐! 세컨드랑 같이 마누라 저주를 걸고 앉아있게?!”
“으우... 제가 좀 더 바람 피우고 싶게끔 매력적이었다면..”
“그런 매력이 도대체 뭔데...”
애초에 스즈가 매력적이기 않기에 넘어가지 않는게 아니다.
물론, 지금 하는 행동들이나 평소 성격 등을 생각하면, 외견 이외의 매력점은 찾기 힘들...까?
뭐, 이런 류의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좋은 말론 백치미..
나쁜 말로는...
생각하지 말자..
“달링이 다 막으니까 재미있게 즐길게 없네요.”
“스즈 네가 이상하게 즐기려는거야.”
투덜거리는 스즈에게 태클을 걸며 다시 인형뽑기 기계를 바라본다.
“그냥.. 일반적으로 갖고 싶은 인형이라던가 없어? 저기 고래 인형 예뻐보이는데..”
“고래 인형은 재미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체 왜 재미의 문제로...”
인형에서 도대체 무슨 재미를 느끼고 싶은거냐고.
“뭔가 재미있는게 없으려나요.”
“네가 즐기는 재미라면 없을 것 같은데...”
“그건 무슨 의미에욧!”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스즈가 즐기는 것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제대로 된 즐길거리가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저 오토바이 타보고 싶어요!”
“부수지만 마...”
“오토바이가 부수는게 아니라는건 저도 알고 있거든요!”
“모를 것 같아서...”
“저를 도대체 뭘로 보시는 건가요!”
그러게...
왜 나는 고작 오락실에서 노는 것으로 이런 걱정을 해야 되는지 말 좀 해주지 않을래 스즈!!
속으로 한숨을 쉬며 나는 우선 스즈가 타고 싶다는 오토바이 기계 앞으로 갔다.
“어떻게 하는지 알아?”
“그냥 타고 손잡이 돌려서 왔다갔다 하는거 아닌가요?”
“....음. 맞지.”
스즈가 하는 말이라 혹시 어딘가 오류가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해 보았다.
사용법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러면 된거야. 그러면.
오토바이 기계에 돈을 넣어 게임을 실행시켜 주었다.
게임이 시작되자 스즈는 곧바로 핸들을 돌리며 이리저리 즐긴다.
후우... 이렇게 평범하게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
평범하게 오토바이 기계를 즐기는 스즈를 보며 오늘 간만에 안심감을 느꼈다.
“1등이에요!!”
“잘하는데?”
“후흥! 청룡을 타고 다니는 저에게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죠!”
....그거랑 이거랑 같은 원리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긴 했다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내가 청룡을 타본 것도 아니니.
그리고 굳이 태클을 걸었다 또 무언가 일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달링도 저랑 승부해보지 않겠어요?”
“어... 나는 잘 못하는데..”
그냥 가끔가다 한번 즐겨보는 수준이었지, 별로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스즈랑 승부하면, 어차피 질텐데.
“괜찮아요! 그냥 한 번 해보는거죠!”
“뭐... 그래.”
어차피 오늘 즐기러 온 것인데.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때.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스즈의 옆에 있는 기계에 돈을 넣었다.
“후하하하하!!!”
“.......”
이기면 어떻고 지면 어떠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즈는 무조건 이겼어야 했다.
오토바이 승부는 당연히 스즈의 압도적인 승리.
어차피 이 결과에 대해선 이미 예측하고 있던 결과였으니 상관없었다.
문제는....
“달링~ 엄청 못하시네요~”
어 우쭐해서 기고만장해진 스즈의 태도가 문제였다.
이 녀석이... 지금 본인이 잘하는거 하나 나왔다고..
우쭐하는 스즈의 태도에 괜한 승부욕이 불탄 나는 곧장 다른 게임으로 스즈에게 승부를 걸었다.
마침 원래 있던 곳이랑 비슷해보이는 격투게임도 있던 것 같고.
이런거는 또 내가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얍삽한 기술은 잘 찾아낸다.
그렇게 또 한번의 승부가 시작되고.
“달링! 치사해요!!”
“엄연한 기술이거든요~”
역시나 나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대로 격투게임에 별로 익숙해보이지 않았던 스즈는 나의 하단 얍삽 무한 공격에 당하였다.
보통 초보자들이 하단 공격에 대처를 잘 못하거든.
“으으..! 다른 걸로 승부해요!”
“그럴까?”
완전히 서로에 대한 승부욕이 불탄 우리는 그대로 오락실의 다른 게임들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아!! 스즈!! 가슴으로 막는건 아니지!!”
“닿는 걸 어떡해요! 억울하면 달링도 가슴으로 막으시던지요~”
“될 리가 없잖아!!”
에어 하키 승부를 하자 골대를 가슴으로 막아버리는 스즈에게 지고 말았다.
저런 철옹성을 어떻게 뚫어.
“아! 빈틈발견!!”
“크으으....”
결국 마지막 승부인 에어 하키 승부에서 스즈의 저 반칙인 듯 아닌 듯한 철벽의 수비에 막혀 지고 말았다.
“흐흥~ 달링 이제 저의 실력을 잘 아시겠나요~? 뭐,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시면 가르쳐 드리지 못할 것도 없는데~”
“배우는게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거든?!”
치사하게 가슴으로 골대를 죄다 막아버리고 말이지!
“흔한 패자의 변명이군요!”
“..........”
뭔가 기분 나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어차피 스즈는 뭐냐 몸만 어른이지 정신연령이 완전 어린애 같은 녀석이니 여기선 어른인 내가...
“달링 게임 완전 못하시네요~”
“뭐....?”
참지 못했다.
“....그래서 게임 하느라 이렇게 늦으셨다구요?”
“죄송합니다...”
결국 스즈의 도발에 이기지 못한 나는 스즈와 게임을 하느라 늦게 돌아간 나머지 마리에게 혼나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