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4. 네?!?
* * *
“..........”
“..........”
지금 나는..
알몸으로 마리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째서?!
내가 왕페이 때는 인정하지만 지금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피해자야 피해자!
하지만 그렇게 말해본들....
눈앞에서 셋이 알몸으로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본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실제로 마리는 나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마리에게 상황을 설명한다면 믿어줄까...?
아무래도, 스즈 이후라면 믿어줄만했지만..
왕페이 사건이 있었기에 내 의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글쎄..
확신을 할 순 없었다.
“저....”
“시끄러워요.”
“네에....”
차가워진 공기에 내가 말을 꺼내려 하자 바로 막아버린다.
마리.... 무서워.
그건 그렇고 뭘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
확실히 내가 미운 마음에 노려보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 뭔가 자꾸만 읽는 듯한 느낌이..
마리의 시선을 슬쩍 바라보자, 이런 내 예상과 같이 마리가 무언가 읽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읽을게 뭐가 있다ㄱ... 아!!
그런 의문을 가지다 나는 그제야 마리의 이능력이 생각났다.
상대방의 스테이터스를 보는 것이 마리의 능력.
그리고 부가 효과로 상대방의 생각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다.
어느새 그 생각을 읽는게 주된 이능력같이 느껴지지만.
아무튼간 지금 마리는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 그렇게 내 생각을 읽는 거라면..
어서! 내가 억울하다는 것을 알아줘!
“저. 정체도 모르는 년에게 강간당하신 건가요?”
“어....”
강간... 당했다라고 해야하나?
정확히 말하자면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니고, 강간을 강제로 하게 당했지.
뭔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하지만 뭐, 이거나 저거나 의미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민준씨가 저를 강간한거랍니다. 제 뿔을 잡고는 힘이 빠진 저를 억지로...”
“잠시만요?!”
그렇게 말하면 진짜로 내가 강간한 것 같잖아!
물론, 내가 이성을 잃었을 때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본능이 모든 것을 지배하니, 내 성적 판타지 중 그런게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게 만든 것은 전부 레이첼. 당신 탓이잖아!
레이첼씨의 말에 나는 그런 억울함을 느꼈다.
마리 역시 이런 내 억울함을 알아줬는지, 레이첼씨의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한 눈빛으로 레이첼씨와 나를 동시에 번갈아보았다.
아마 레이첼씨와 나의 생각을 이리저리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생각을 읽어! 마리..!
그리고 내가 억울하다는걸 증명해줘!!
“으음....”
나와 레이첼씨를 번갈아 보던 마리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뭐지...?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마리의 반응에 조금 불길함을 느꼈다.
“남편은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긴한데... 저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 제대로 모르겠네요.”
“뭐...?”
“전 진실만을 말하고 있어요~”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레이첼씨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마리였다.
그러고 보니, 부가 효과라서 마음 변동이 심한 사람이나 엄청 집중해야 읽힌다고 했었지..
레이첼씨는 나름대로 용족이고, 그런 것에 대한 방어가 잘 되어 있는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날 못 믿는 거야 마리?!
왠지 약간 서러움이 느껴졌다.
“남편이 억울하다고 해도.. 지난 번 왕페이씨 때를 생각한다면...”
중얼거리는 마리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마리를 지켜주기 위해 한 거지만, 나중 가서는 내가 흥분해서 한 거라..
차마 무어라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그... 그래도, 그때의 나는 이 정도로 억울해하지는 않았잖아?!
“달링 결국엔 하렘을 만들기로 결정한 건가요?”
“아니거든!!”
현재 상황파악을 못 한 채 스즈가 눈을 반짝이며 내게 말했다.
하렘이라니! 나한테 그런 능력은 없어!
“사부2의 사랑의 힘을 배출하려면 확실히 여자가 여러명 있어야 하긴...”
“왕페이 너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스즈에게 반박하자 왕페이 역시 중얼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하였다.
진짜로 여기 뭐가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밖에 없는 거냐고!!
마리, 스즈, 왕페이, 에리, 레이첼 중 마리 이외에 사람들은 전부 하렘 찬성파다.
아, 에리는 뭔지 모르겠으니 제외.
아무튼 세 명의 여자가 지금 무능력자인데 하렘을 만들라고 찬성하고 있으니.
역시 차라리 마리가 제일 정상인이다.
“차라리...?”
“아... 아닙니다!!”
나의 차라리. 라는 생각에 바로 노려보는 마리였다.
생각이 많이 짧았네요... 하하. 마누라 이외에 여긴 정상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변명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다행히 마리는 그대로 넘어가 주었다.
후우... 생각 하나 쉽게 하기 힘들다.
생각을 통제당해버리고 있어!
“아무튼, 그래서 강제로 제 남편을 덮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같은데 맞나요?”
“아니요~ 그냥 저기 민준씨가 강제로 덮쳤다니까요~”
여전히 뻔뻔하게 나오는 레이첼씨의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뻔뻔할 수 있다니, 오히려 존경스럽다.
“남편의 생각은 거의 다 읽어서 어제 어떻게 됐는지 다 눈치챘으니까 순순히 진실을 말하세요!”
훌륭하다 마리!!
뻔뻔한 레이첼씨의 태도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마리가 받아친다.
역시 우리 마누라밖에 없다니까.
“흐응~ 이래서 민준씨가 그렇게 마리 생각을 하고 있던거군요~”
자신의 거짓말이 들켰음에도 여전히 뻔뻔한 태도의 레이첼씨가 말하였다.
내가 뭘! 별로 마리에게 들킬까봐 잡혀살거나 그런게 아니거든요!
그, 그냥 마리가 좋아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저, 절대 잡혀 사는게 아니야!
“......”
“왜, 왜 그렇게 바라보시는겁니까.. 마누라...님.”
레이첼씨의 말에 속으로 태클을 걸자 아무런 말 없이 마리가 나를 바라본다.
나 뭔가 이상한 생각이라도 했던 걸까?
굳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마리의 눈빛에 당황했다.
왜, 왜그러시는겁니까..
“뭔가 잡혀산다고 서글퍼하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요.”
“아, 아닙니다!”
“진짜요?”
“무, 물론이죠!!”
지금 말을 더듬은 것은 찔려서 그런게 아니다.
.....아, 아무튼 아니다!!
그저 마리가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길래 약간 무서워서 그랬을 뿐이다.
“제가 무서우신가요?”
“아뇨! 사랑스럽습니다!”
제대로 생각을 통제당해버렸다.
이제 진짜 아무런 생각도 못하겠네..
“너무 그렇게 남편을 잡고 살면 못써 써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남편이 더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거라니까요?”
마리에게 생각까지 통제당하자 지난번 스즈와 같은 뻔뻔함과 당당함으로 무장한 레이첼씨가 마리에게 말한다.
“저, 저희 부부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해요!”
“그런 것 치곤 저도 민준씨에게 덮쳐져 엮인 여자인걸요~ 관여할 자격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본인이 강제로 덮치게 만들었으면서 자격은 무슨 자격이에요!”
“질내사정을 했으니 자격정도야 있죠! 수정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도 마세요!!”
뜬금없는 임신 공격에 나는 레이첼씨에게 소리쳤다.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고..
아니, 진짜로 애가 생겨버렸으면 그건 진짜.... 하아..
레이첼씨의 말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자, 마리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니, 마누라?! 내,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요!! 알잖아! 나는 무능력자가 그냥 강제하면 할 수밖에 없어!!
“그, 그럼 저도 임신했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에리 갑자기 너까지?!”
이제껏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에리가 느닷없이 임신 공격에 동참했다.
에리...! 너마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레이첼씨에게 당한 우리는 적어도 힘을 합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으우....”
“왜 그렇게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건데?!”
레이첼씨의 말이 신경쓰였는지, 에리가 자신의 배를 바라본다.
“어.. 어제... 진짜.. 말도 안 되게 많이...”
“.........”
“마, 마리씨!! 몰라요!! 저는 진짜로 모르는 일이라구요!!”
레이첼씨가 이마에 손을 댄 이후로의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냥 단순히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을 뿐이니, 나는 모른다.
그리고 이건 전부 레이첼씨 때문이다!
내, 내가 절륜하고 생각없이 그냥 마구 덮쳐서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
“그런 논리면 저도 달링의 아이를 임신했을 수도 있다구요!”
“스즈?! 이상한 곳에 동참하려고 하지 마!!”
“그런거라면 저 역시 사부의 아이를 임신했을 수도..”
“왕페이 너까지...!!”
계속되는 여자들의 임신 공격에 나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거 진짜로 정신 나갈 것 같애!
지난번 왕페이가 헛소리를 늘어놓던 때보다 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고!
아무리 그래도 임신으로 그런 공격은 하지 말라고!
진짜.. 진짜로 불안해지니까!!
“다, 다들 그럴 리는 없어요!!”
“마리...!”
모두의 임신 공격에 부들거리던 마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 마리 너는 역시나 내 편인거지?
너만은 날 배신하지 않는 거지?!
“그런 거라면, 남편이랑 정말 수없이 해온 제가 가장 먼저 임신을 했을게 틀림 없으니까요! 아직까지 그런 징조는 없어요!”
“아.....”
뭔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우리가 엄청 절륜한 부부인 것 같은 느낌이잖아 마리?!
뭐... 화, 확실히 하루에 몇 번이고 한 게 맞긴 하지만..
“글쎄요. 원래 수정에는 순서가 없다구요~?”
“으읏...!”
그런 부끄러운 마리의 외침에 레이첼씨가 가볍게 반박해버린다.
아니, 이 정도 부끄러운 발언을 했으면 좀 당해주십쇼!
“그런 의미에서 민준씨는 저희 모두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네?!?”
갑자기 거기서 책임 이야기가 왜 나와?!
“맞아요! 확실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요!”
“아니, 스즈! 그러니까 갑자기 끼어들어서 이상한 말을 하지 마!”
“뭐, 저는 어차피 사부의 제자였으니 절 책임져주시는건 당연했지만요.”
“왕페이?!”
“가, 갑자기 시집가게 생긴건가요...”
“에리까지 갑자기 왜 그러는데!!!”
레이첼씨의 말에 갑자기 모든 여자들이 나에게 책임지라는 말을 하였다.
아니, 내 의지로 다들 덮쳤으면 몰라..
아니, 왕페이는 진짜 뭐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아무튼!
다들 강제로 날 덮치게 만들어 놓고선 이제와서 책임지라는게 말이 되냐
“남... 펴언..!”
모두의 발언에 마리가 몸을 부들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아.. 아니. 마리. 알잖아. 내,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마리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여기까지만이에요....”
“응..?”
“딱.. 여기 여자들까지만..... 후우.. 허락해 드릴테니 이 이상은 진짜 만들지 마세요.”
“마리?!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내, 내가 굳이 책임질 필요까지야...!”
“일단 남편이 대책없이 싸질러 놓았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확실히 임신이 됐는지 아닌지 까진 어쩔 수 없잖아요!”
“내가 잘못한거야?! 내 잘못이야!?”
대책없이 나한테 강제로 덮치게 만든 사람들이 잘못이지 않아?!
“후... 일단 남편은 제가 콘돔이라도 사놓을 테니까, 앞으로 할거라면 무조건 콘돔 끼고 하세요!!”
“어째 내가 한다는 게 전제인 거야?!”
“그만큼 못 미더우니까요!”
“마리 너까지 진짜 나를 못 믿어주면 나 진짜 운다?!”
“어차피 무능력자라서 저항도 못하시잖아요! 그냥 최소한의 저항으로 항상 챙겨주는 콘돔이라도 끼시라구요!!”
“그게 뭐야?!?!”
그렇게 결국 나는 뭔가 절륜한 하렘마로 찍혀버리고 말았다.
상황적으론 뭔가 맞긴 한데.. 억울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