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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세계의 엑스트라A인 저는 아이 만들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37화 (37/56)

〈 37화 〉 36. 하나 골라보세요.

* * *

“시... 실험체라니...”

뭔가 굉장히 무서운 소리를...

“아. 별거 없어요. 아무리 실험체라고 해도 팔다리를 자른다거나 해부한다거나 그런 비인도적인 짓을 한다는건 아니니까요.”

“그, 그런게 아닌가요.”

“네. 그냥 하나만 해주셔도 괜찮아요. 간단한 거랍니다. 크흐흐흐...”

“......”

뭔가 침을 흘리면서 저 의미심장한 웃음은 전혀 간단하지 않은걸 요구할 것 같은데...

“애를 하나 낳아주신다면...”

“간단하지 않은데요!!”

역시나 간단한 요구가 아니었다.

갑자기 애를 낳아달라고 요구를 한다한들 이뤄줄 수 없는 이야기다.

“무능력자의 자식은 무능력자라는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하나 낳아주시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아무리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라지만 그건 너무한 요구잖아요!”

“괜찮아요. 아이도 제가 키우고, 돈도 제가 알아서 벌어올테니까. 민준씨는 그냥 저에게 씨만 주신다면...”

“안 돼요!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책임없이 그런 씨를 뿌리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흐음... 정조관념이나 책임감이 뛰어나신 분인가요? 나름 저 남자는 잘 유혹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는데~”

“........”

아니, 저, 정조관념이 뛰어나냐고 말하면, 지금까지 벌려왔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정조관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뭐, 레이첼씨가 남자를 잘 유혹할만한 모습이라는건 동의하는 바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천연 붉은 웨이브진 머리.

가만히 있어도 유혹하는 듯 살짝 올라간 눈꼬리.

그리고 남자를 아주 잘 유혹하게 생긴 그 커다란 가슴하며 골반과 다리, 엉덩이도 튼실한게 순산ㅎ... 아니!

지금은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쨌든! 저, 저는 마누라가 있거든요!?”

“어머. 결혼하신 건가요?”

“네!”

따로 결혼식을 올리거나 신고를 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마리와 나는 부부사이인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런 마리를 두고 스즈와 왕페이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어버렸으니...

더 이상 그런 관계를 맺을 순 없었다.

이 이상은 나의 양심과, 마리의 분노가 버틸 수 없다고...!

“괜찮아요. 저는 그냥 세컨드라도.”

“세커ㄴ......!!”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이 여자..

뭔가 학자라는 말과 몸에서 풍귀는 고귀한 이미지와는 달리 막무가내인 사람이었다.

“음... 세컨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당신의 DNA만 주셔도 괜찮으니까요.”

“DNA만 달라는건...”

“정액을 채취...”

“뭔 소리에요!!”

“조금 힘들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인공수정의 지식을 얻어서 스스로...”

“그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갑자기 쾌락없는 책임을 지게 생겼는데?!

“왜죠? 역시나 씨를 뿌리는건 쾌락을 동반하는게 좋으신 건가요? 하긴, 쾌락이 없으면 그냥 씨를 뿌리기는 힘든게 남자니까.”

“그런 말이 아니라고요....”

큰일났다.

이 사람도 미친 사람이야..!!

겨우 산에서 빠져나와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더니 여기에도 미친 사람이 있었다.

“으음... 생각보다 완고하시네요. 역시 마누라가 옆에 계셔서 그런건가?”

“네??”

에리의 모습을 보며 레이첼씨가 말하자 에리가 당황하며 반문하였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 아닌가요? 남녀사이에, 이렇게 둘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으니 그런 사이인걸로 알았는데요.”

“아, 아니에요!”

“아닌가요...”

레이첼씨의 말에 에리가 당황하며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아니, 그런데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부정하니까 뭔가 이쪽도 조금 슬퍼지는 기분인데..

아닌건 아닌거지만, 뭔가..

고백없는 차임을 당한 기분이 든달까..

“그럼 괜찮은거 아니에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어차피 마누라가 보이지도 않는데 그냥 여기서 한 번 한다고 해도 모르잖아요.”

“괜찮지 않습니다!”

저번에 그런 마인드로 왕페이와 한 번 일을 벌렸다가 그대로 마리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몰래 불륜을 저지른다는 마인드도 좋지 않을뿐더러.

왕페이 때의 일이 마리가 넘어가줘서 다행이지 또 그런 일이 있다간 도대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으음..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분이군요.”

“그래요.. 저, 저는.. 아내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구요!”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의 일들이 다시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꽃힌다.

미안해... 마리..

“흠... 그치만, 이게 안 되면 다음 실험도 넘어가기 힘든데요.”

“다음 실험이요?”

“네. 아무래도 에리씨의 잠재능력은 아주 높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그 에리씨의 능력을 발현시키는 방법을 쓰려고 했는데.”

“흐음... 그게 무슨 방법이길래 그러시는거죠?”

“민준씨가 에리씨와 한 번 하는 거요.”

“..........”

“...........”

레이첼씨의 말에 에리와 나 둘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걸까 이 사람..

“무능력자에 대한 이야기 중에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런 말이 있거든요.”

“어떤....?”

“뭐, 무능력자와 낳은 아이는 무조건 무능력자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죠.”

“아까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잖아요.”

“네. 그런데 그 원리가. 아무래도 무능력자와 한 번 하고 나면 몸에 있던 이능력이 완벽하게 발휘되어서 다음 세대까지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별로, 마리와 스즈, 왕페이에게서 그런 감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 그, 그게...”

하지만 마리나 다른 여자들과 한 번 했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좀 부끄러웠다.

으.. 으음.. 거기에 따로 능력이 강해졌다는 걸 증명한다던가 할 기회가 있는건 아니었어서..

그 이야기가 맞는지 아닌지는 나도 정확히 잘 모른다.

“그런고로 에리씨와 민준씨가 한 번 하면 에리씨의 능력이 대폭 상승. 가고 싶은 곳에 결계도 뚫을 정도로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라구요.”

“능력의 대폭 상승...”

“넘어가지 마요!!”

레이첼씨의 이야기에 에리씨가 조금 흥미가 생긴 듯한 눈으로 레이첼씨를 바라본다.

“하... 하지만 그렇게 능력이 대폭 상승되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그, 그건.. 레이첼씨.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실거죠?!”

“학자로서 이렇게 눈앞에 좋은 실험체들을 포기하라는 말씀이신가요?”

“크윽....”

나의 말에 레이첼씨가 팔짱을 끼며 거만한 태도로 나에게 말한다.

전혀 벗어가게 해줄 마음이 없어?!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는건, 뭔가 학자로서 다른 흥미가 생길만한 요소를 주시면서 부탁하는게 옳지 않을까요?”

“그건....”

하지만 줄 것은 없었다.

학자로서 레이첼씨의 흥미가 돋을 만한 것이라....

“생각나는게 있으신가요?”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가 고민하는 와중 레이첼씨가 그런 나에게 무언가 생각나는게 있느냐 묻는다.

레이첼씨의 질문에 나는 윽박을 지르며 다시 무언가 생각해보았으나 따로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자. 선택하세요. 저에게 그 씨를 나누어 주시고 여기서 벗어날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여기서 저와 평생 함께 살 것인지.”

“레이첼씨 완전 악당이네요..”

“학문에 악이고 선은 없어요! 그저 순수한 호기심과 그것을 풀어가는 해답만이 존재할 뿐! 그리고 저는 그 해답을 위해 어떠한 방법이든 동원하는 학자일 뿐이랍니다!”

“그런 매드 사이언티스트같은 말을 해도!!”

어떤 논리를 들이밀건 이 사람 나쁜 사람이에요!

“선택하시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크읏....”

“10.... 9....”

“잠깐! 왜 거기서 카운트 다운이 나오는건데요?!”

“빨리 선택을 못하시는 것 같아서 빨리 선택하게 해드리려구요.”

“그냥 마음만 조급하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요?!”

“그것도 맞아요.”

맞는거냐고요..

조금은 부정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빠르게 지나가는 레이첼씨의 카운트에 얼른 머리 회전을 돌려보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일단은, 나의 정조와 여기서 빠져나갈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야기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일 에리의 순간이동으로 여길 빠져나갈 수 있지 않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옆에 있는 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에리의 텔레포트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 텔레포트를 했는데 이상한 곳으로 떨어지면 어쩔 셈인가.

이번엔 남극이나 북극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아니면 화산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한 번 안 좋은 일을 겪으니, 에리에 대한 신뢰도는 대폭 하락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일단 마리 일행이 찾으러 와주기까지 기다린다는 선택지는?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레이첼씨가 지금 결계를 걸어놓은 상태.

과연, 그 결계를 뚫고 이곳을 찾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아... 진짜! 도대체 뭘 어떡하면 좋은거지?!

“3....2....”

이런 나의 고민과는 별개로 레이첼씨의 카운트는 무심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하아... 진짜로 좀 봐달라고요!!

“저.. 저는....”

“1.....”

“저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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