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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세계의 엑스트라A인 저는 아이 만들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36화 (36/56)

〈 36화 〉 35. 용을 만났다.

* * *

“누구시죠?”

“어... 그... 그게 말이죠...”

“침입자라면 일단 제거해버릴텐데요.”

상냥하게 제거해버린다는 여자의 말에 나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상냥한 말투로 제거해버린다거나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 저, 저는 에리라고 해요!”

내가 그대로 굳어버리자 뒤에 있던 에리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눈앞의 여자에게 말했다.

“그... 저는 이제 막 이능력자가 된 인간인데요.. 아직 텔레포트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만 실수로 여기로 이동하고 말았어요.”

꽤 간결하고 확실한 설명이었다.

에리가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니 그저 감동을 할 뿐이다.

“그런가요...”

에리의 설명을 들은 여자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그대로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니, 설명은 에리가 했는데 왜 저를 보시는...

“거짓말은 아니죠?”

“네... 네에.”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왜 나를 추궁하듯이 말하는 거냐고요.

나 그렇게까지 수상하게 생긴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요.”

계속해서 내 눈을 바라보던 여자는 드디어 내게서 시선을 떼어내며 말하였다.

뭔가 마리처럼 마음을 읽어내는 이능력이라도 있는걸까..

그렇다고 한들 뭔가 저 이마에 달린 뿔이 신경쓰이는데.

마리와 같은 능력이라면 저 이마에 뿔은 어떻게 설명해야 맞는걸까.

이마의 뿔이 이능력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건가?

아니면 왕페이처럼 뭔가 마음을 읽는 능력이 이능력과는 별개로 따로 있는건가?

“일단은 여기 집으로 들어오도록 하세요. 별로 좋은 곳은 아니지만.”

“아, 아뇨..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의 안내에 감사를 표하며 에리와 나는 창고 문을 지나 그녀의 집으로 이동하였다.

“차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어... 그게...”

집으로 안내해준 여자의 호의에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까 고민하였다.

에리가 설명을 하긴 했지만 아직 그래도 수상할텐데 이렇게 대해주는게..

괜히 우리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나도 갑자기 창고에서 에리가 나타났을 땐 이게 뭔가 싶기도 했었으니까.

꼬르르륵..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 에리와 나의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

눈앞의 여자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우리에게 말하였다.

“차보다는 밥을 준비해드리는게 좋겠네요.”

“괘, 괜찮으신가요.”

“네. 뭐. 여기에 찾아온 사람은 없으니까요. 간만에 찾아온 초대손님이라 생각하죠.”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우리의 상태를 확인한 여자가 밥을 준비해준다고 하자 나와 에리는 감사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친절이라니.

역시 세상에 천사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근데... 뭔가 저번에 이렇게 친절을 받았다가 어떻게 된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여자의 친절에 나는 지난번 마리와 처음 만났을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아니. 뭐.. 그래도 결국 마리와는 같이 살게 되었고, 마리의 심성이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그 산속으로 돌아가는 건 싫으니까.

“여기. 금방 만든다고 어떨진 모르겠지만.”

여자의 아내를 받아 식탁에서 기다리자 여자는 우리에게 계란후라이와 소시지, 그리고 베이컨과 감자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건네주었다.

“엄청 맛있어보여요!”

“잘먹겠습니다.”

여자에게 인사를 한 우리는 그대로 접시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적당히 기름지고 구운 정도가 훌륭해서 약간 것은 튀기듯 바삭하며 속은 촉촉하다.

거기에 중간에 기름진 것을 내려주는 감자 샐러드 역시 훌륭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을 허겁지겁 비운 우리는 식사 후 차를 내주는 여자의 잔을 받아들여 마무리 후식까지 즐겼다.

“후후.. 맛있게 먹어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좀 굶고 있어서..”

점심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하루를 완전히 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허기가 졌던 참이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게 텔레포트 실수 때문이라고 하셨나요?”

식사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며 여유가 생기자 여자는 우리에게 질문하였다.

“네. 네에.. 역시 아직 텔레포트가 미숙해서...”

“아뇨. 미숙한 것치고 엄청 대단하시네요.”

“네?”

“여기.. 제 결계속이거든요.”

“결계요?”

여자의 말에 에리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참.. 제 소개를 하는 것도 잊었네요. 저는 레이첼. 이능력은 용족으로 변신이랍니다.”

우리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레이첼씨가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의 뿔을 만진다.

용족으로 변신이라...

그래서 저기 뿔을 꺼내놓고 있던 것인가.

“아무래도 이 뿔은 꺼내놓는게 편해서 말이죠. 뭔가 이렇게 해야 상쾌한 기분이 든달까.”

“아. 그렇군요.”

레이첼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저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름은 에리. 이능력은 텔레포트 능력이에요. 아직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지만.”

레이첼씨의 소개에 에리 역시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한다.

“어.. 저는 민준이라고 합니다. 이능력은... 없습니다.”

에리의 자기소개에 나 역시 분위기를 따라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음... 이능력이 없다? 무능력자?”

이런 나의 자기소개에 레이첼씨가 흥미를 보이며 나를 본다.

확실히 무능력자는 특이한 점이었지.

“무능력자라니. 멋지네요~”

미소를 지으며 레이첼씨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뭔가... 느낌이 묘한데.

역시 뭔가 이능력이라도 지어낼걸 그랬나.

“저, 학자라서 여러 가지를 조사해보는데 이렇게 무능력자를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에요.”

“그런가요...”

그래도 나름 몇 명의 무능력자가 있어서 정부에서 관리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네. 아무래도 정부에서 관리하는 무능력자들은 한 번 만나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보통 무능력자들은 본인들이 무능력자인걸 숨기고 다니니까요.”

“어... 그렇게까지 숨길 정도인가요?”

“아무래도 보통 무능력자라고 말하면 납치를 당하거나 바로 덮치려드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무능력자를 보는건 처음이란 말이죠. 이렇게 만난건 무언가의 인연일까요?”

“그. 그럴지도 모르죠..”

학자로서의 호기심인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는 레이첼씨였다.

그런데 뭘까 이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저기. 무능력자의 자손은 반드시 무능력자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인가요?”

“어... 자, 잘 모르는데요.”

“그런가요? 동정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아니, 뭐.. 동정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아이를 만들어 본 것도 아니니까 그 질문에는 대답해 줄 수 없다.

“아직 아이는 낳아보신 적 없는걸까요?”

“벌써 아이를 낳는다니. 너무 이르잖아요.”

“그런가요. 무능력자라고 한다면, 역시 노리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벌써 낳으신 줄 알았는데.”

노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바로 아이를 낳거나 하진 않는단 말이죠!!

“뭐, 좋아요. 아무튼.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놓고. 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죠.”

“그, 그랬죠.”

어느새 이야기의 화제가 다른 곳으로 넘어간 것을 레이첼씨가 정정하며 일단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일단 말했지만 저의 이능력은 용족 변신. 그 중에서도 저는 지혜의 용인 듯 해요.”

“지혜의 용?”

“네. 용족으로 변하는 이능력들이 있지만, 각자 변하는 용의 종류는 다양하거든요.”

“보통 용족으로 변하는 이능력이라고 하면, 전투형이나 외견변신이 생각나는데요.”

“뭐. 그게 대부분이죠. 그러나 저는 그 중에서 희귀한 케이스. 이 지혜의 용이되면 예전 전설에 나오던 현자 드래곤류가 되는 모양이에요.”

“현자 드래곤이라...”

소설에서 본 적은 있었다.

힘이나 금은보화를 추구하는 용이 있는가 하면 지식과 지혜들을 탐구하는 그런 드래곤들도 존재한다는...

“네. 딱 그런 종족으로 이능력을 받은 모양이라. 어느새 저도 학자가 되어버렸어요.”

“이능력이 성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건가요.”

“뭐, 성격에 영향을 받는건 여러 가지니까요. 아무래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지 않겠나요. 대게 불을 쓰는 이능력자들을 보면 성격 역시 불같은 성격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렇군요...”

“아무튼, 그래서 저의 이능력은 용족변신이지만, 학문을 탐구하다보니 얻은 능력이 하나 더 있어요.”

“얻은 능력이요?”

“네. 그건 바로...”

“바로....”

“마법이랍니다. 쨔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서 불길을 내뿜는 레이첼씨였다.

레이첼씨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나와 에리는 화들짝 놀라며 잠깐 몸을 뒤로 물렀다.

“어때요? 엄청나지 않아요?”

“이, 이능력이 아니라 마법인가요?”

“뭐, 근본적으론 비슷한거죠. 다른 점이 있다면 이능력은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던 본인 스스로의 힘이고, 마법은 학습과 주변의 마력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까요.”

“뭔가 엄청나네요.”

“네. 저도 지혜의 용 이능력을 얻어서 빠르게 습득한거지 아니었으면 계속 해독하다가 생을 마감했을수도 있어요.”

“엄청 어려운 기술인가보네요.”

“힘들죠. 아무래도 이능력을 사용하던 감각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아까 말한 결계는 이 마법으로 만든 주변에 사람이나 짐승들이 침입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결계거든요.”

“아...”

아까 전 이야기하던 결계로 돌아와 레이첼씨가 설명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첼씨의 말을 들었다.

“그런 결계를 뚫고 여기까지 텔레포트를 했다는건 굉장히 재능이 넘치네요. 에리씨.”

“그, 그런가요..”

에리가 조금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런 특별한 두 분이 오셔서 지금 저의 탐구심에 엄청나게 불을 지폈거든요..”

“타, 탐구심 말인가요..?”

뭔가 눈을 반짝이며 몸을 부들거리는 레이첼씨의 모습에 나는 약간 불안감을 느꼈다.

뭔가 이런 반응이 나올 때는 그리 좋은 전개가 나오지는 않는데...

“그러니까 여러분! 저의 실험체들이 되어주지 않겠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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