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32. 조난
* * *
“그런데 누구세요?”
다행히 조금 안정된 후 여유가 생긴 나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자에 대해 물었다.
무슨 일이길래 갑자기 남의 교회 창고에서 나타나시는 걸까.
“아... 저, 그게.. 이, 일단 저는 에리라고 합니다.”
여자의 정체를 묻자 우선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힌다.
“아. 저는 민준이라고 합니다.”
여자가 이름을 밝히자 나 역시 여자에게 이름을 말한다.
갑작스러운 자기소개의 시간인가..
아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왜 갑자기 창고에 왔는지나 설명하라고.
“그래서 갑자기 창고에는 왜..”
서로의 이름을 밝힌 후 나는 곧장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어째서 남의 교회 창고에 있었는지 이건 꼭 들어야겠어.
최근 영화에서 본 것처럼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몰래 살고 있었다는 그런 거면....
무섭잖아!
“그,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내가 창고에 있는 것을 묻자 에리의 말문이 막혀버린다.
어째서 말문이 막히는 거지?
진짜로 우리 집 창고에서 몰래 살고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진짜 그런 거면 얼른 마리에게 말하러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뭔가 말하기 어려운 건가요?”
계속해서 머뭇거리는 에리에게 나는 조금 상냥하게 다시 물었다.
일단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풀어준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마음을 열게 해서 제대로 진상을 밝혀낸다.
“사실.. 제 이능력이 텔레포트 능력이거든요.”
“텔레포트라...”
있으면 되게 편리할 것 같은 능력이다.
드디에 제대로 이능력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구나.
뭔가 마리는 이능력이라기엔 임팩트가 적고, 스즈는 뭔가 이능력이라기보단 본인 캐릭터성 능력같단 말이지.
그리고 왕페이는 이능력보단 그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에 초점이 맞춰있다.
이제야 이능력세계에서 제대로 된 이능력자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데 그런 이능력자를 만나는게 과연 좋은 것인가..?
그거에 대해선 좀... 잘 모르겠네.
어차피 이쪽은 무능력자고, 이능력 배틀도 아니고..
“그런데 이 이능력을 얻은지는 조금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이능력을 얻은게 얼마 안 됐다고요?”
“그.. 조금 이능력이 늦게 발현된 경우라. 특이 케이스에요.”
“흐음...”
뭐, 보통 이능력물들을 보다보면 그런 애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늦게 능력이 나타난 애들은 잠재능력이 높다거나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진 케이스가 많지.
어차피 평화의 시대라니까 싸움에 사용하거나 할 건덕지는 없지만.
“그래서 조금 연습 중이었단 말이죠..”
“연습 중...”
.........
이 이후로 나올 말은 이미 예상이 갔다.
연습하다 실수로 우리 교회 창고에 텔레포트를 탔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데...
꽤나 고전적, 클리셰적인 전개다.
하지만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을까 잠시 예상해보았다.
“네. 그러다가 그러니까.. 그게...”
거기에 저렇게 머뭇거리는걸 보니 본인도 부끄러운 거겠지.
이젠 예상에서 거의 확신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시, 실수해서 갑자기 여기에 떨어졌어요.”
확신은 사실이 되었다.
“그, 그런 거군요...”
“거, 거기에.. 저, 능력도 아직 제대로 사용 못해서 하루에 제약도 있거든요.”
“제약까지 있다고요?”
텔레포트 능력자에게 텔레포트 제약이 있는 건 또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능력에 미숙하다고는 하지만 굳이 제약이 걸리기까지 하는걸까?
“그, 그게... 한 번 사용할 때마다 기력이 좀 딸려서..”
체력 쪽의 문제였나.
뭐, 이능력에 대한 감각은 잘 모르지만, 뭔가 이능력을 사용하면 체력이 딸리는 그런게 있나보다.
확실히 그렇게 체력이 강해보이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에리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눈앞의 에리를 바라보았다.
체격은 마리랑 조금 비슷해보이고..
전체적으로 여리여리한 체격이었다.
거기에 가슴이... 꽤 작아서 마리가 만나면 드디어 기뻐할만한 사람이 생겼네.
뭐, 만나게 해주지는 않을 거지만.
에리랑 만나고 있는 것을 마리에게 들켰다간 또 바람이라고 난리가 날 것이다.
이제 또 바람 때문에 난리가 나는 것은 피곤하지 음..
“그, 그래서 그러는데 혹시 텔레포트를 아끼기 위해서 집에는 직접 가려고 하는게 여기는 어디인가요?”
“어.... 교회입니다?”
어디냐고 물어도 그런 대답 밖에 제대로 할 게 없다.
생각해보니 나, 이 교회 밖으로 제대로 나가본 적이 없구나.
이런 거라면 일단 마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어디냐고 물어도 나도 이곳 지리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다.
그러니 그냥 마리에게 상황을 말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정도야 바람이라고 오해받지 않겠지.
실제로 무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마리에게 데리고 가도록 하자.
“어, 어디 교회인가요?”
“.....모릅니다.”
교회라고 말하자 에리가 내게 물었으나 역시 대답해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진짜로 모르니까.
여긴 무슨 교회래?
“?”
“일단 여기 시스터가 있으니까 그분께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를겁니다.”
나의 대답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에리에게 나는 곧장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런 표정을 지어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괜히 아는 척 했다가 또 길을 잃는 것 보다는 그게 낫지 않을까요?
“시스터씨도 있는 건가요?”
“네.. 저는 뭐.. 그냥 얹혀사는 식객이라.”
정확히는 부부라고 해야하겠지만.,,
뭔가 이 교회의 지리도 모르는데 시스터의 남편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리고 보통 시스터의 이미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에 가까우니까.
게다가 솔직히 말해 사실혼이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사실혼도 결혼은 결혼이지만 역시 결혼을 했으면 결혼식은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아니.. 그렇게 해봤자 내 쪽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올 수도 없구나.
쓰읍... 뭔가 슬퍼지네.
“왜그러시나요?”
“아뇨... 그냥..”
약간 슬퍼지는 생각에 조금 표정이 어두워지자 에리가 내게 묻는다.
뭐, 그렇게 중요한 일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고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우선 이 에리를 마리에게 데려다주기로 하였다.
“그러고보니 스즈랑 왕페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마리에게 데려다주는것까지야 상관 없는데.
스즈랑 왕페이와는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얘네들이랑 마주치면 또 이상한 정신나갈 것 같은 전개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
거기에 우리 교회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고..
추가로 내 이야기는 듣지 않고 또 다른 여자랑 뭘 했냐느니 뭐라느니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
그 녀석들... 남의 말은 잘 듣지 않으니까 말이지.
일단 스즈랑 왕페이는 조금 피하는게 좋은데 말이야.
근데 진짜로 내가 청소하고 있을 때 얘네들은 뭘 하고 있는걸까?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었다.
“뭔가 아까부터 슬펐다가 조금 고민이 있는 표정이 되었다가 되게 불안해보이시는데 뭔가 있는건가요?”
“아... 아뇨.”
이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에리 역시 함께 불안해진채 나에게 말했다.
이거 괜히 불안하게 만들어버린건가.
스즈와 왕페이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교회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되지. 우리 마누라가 지키고 있는 이 교회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없다.
“일단 여기 따라오시면 시스터가 있을 거에요.”
내 표정에 조금 겁을 먹은 에리를 안심시키며 나는 에리를 마리에게 안내하였다.
“쿠오오오!!”
“어.....”
“하아아아앗!!!”
“히잇!!”
에리를 안내하기 위해 교회의 마당으로 나오자 바로 보이는 것은 스즈의 청룡과 왕페이의 대결이었다.
갑자기 여기서 스파링하지 말라고!!
마당으로 나오자 보이는 스즈와 왕페이의 스파링에 나는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이거 그러면 내가 계속 마당청소하고 있었으면 이 둘의 스파링에 휘말릴뻔 한거야?!
창고로 간 것은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저 둘이 싸움을 보는 에리가 화들짝 놀란 것 같은데?
“여, 여기가 교회?”
“아, 아니.. 그러니까 저건...”
확실히 교회에서 청룡과 웬 치파오를 입은 여자가 싸우는건 이상한 광경이겠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짜 저 둘은 교회에서 저런 스파링을 벌이고 있는 것을..
“이, 이상한 곳이에요...!”
“.........”
할 말이 없었다.
청룡과 왕페이의 대련에 겁먹은 에리에게 변명을 하려 했으나 이미 이상한 곳으로 낙인 찍힌 것 같았다.
이상한 곳이 맞으니 또 할 말이 없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크와아아아아!!”
청룡이 울부짖으며 주변에 굉음과 함께 살짝 흔들리는 충격파가 이어진다.
갑작스러운 청룡의 포효에 놀란 에리는 그대로 몸을 웅크리며 벌벌 떨기 시작한다.
아니, 확실히 저걸 처음 본다면 겁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쓰는건 하이드ㅇ 펌프지만..
저런 웅장한 모습의 청룡이 쓰는게 하ㅇ드로 펌프라는게 조금 슬프다.
“히익... 어, 얼른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아니... 그러니까 저건 멈추라고 하면..”
“텔레포트!!”
“잠...!”
청룡의 모습에 겁을 먹은 에리는 당장 자신의 텔레포트를 이용하였다.
횟수제한이 있다면서 그렇게 사용해도 괜찮은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어째서인지 옆에 있는 나까지 에리의 텔레포트에 휩쓸리고 말았다.
“........”
“........”
에리의 텔레포트에 휩쓸리고 만 나는 눈앞에 변해버린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물론 옆에 있는 에리 역시 함께 넋을 놓았다.
에리의 텔레포트 이후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나무들과 주변에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시원하게 우리를 때리는 바람이었다.
어딘가 산속으로 조난당해버린 것 같은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