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31. 새 여자
* * *
“오늘도 맛있어. 마리.”
“그거 다행이네요.”
“응. 역시 마리의 요리는....”
“........”
“이것이 사랑..!!”
“저기 아침밥정도는 좀 편하게 먹게 냅두시죠들!!”
왜 아침식사부터 스즈와 왕페이에게 거의 감시당하듯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평화로운 아침식사시간.
아니, 평화로워야 했던 내 아침식사시간이 스즈와 왕페이에게 감시당하며 불편한 시간이 이어지도 있었다.
“아침부터 깨가 쏟아지네요.”
“역시 사랑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거군요.”
“뭘 사랑이 쏟아져! 실제로 맛있잖아! 스즈, 왕페이 당신들도 지금 3그릇째인거 다 알고 있거든?!”
실제로 마리의 요리가 훌륭하기에 아침을 먹고 있는 두 여자들도 벌써 3그릇째 비우는 중이었다.
“마, 맛있는 건 인정하죠.”
“무도가에게 식사는 언제나 든든해야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맛도 있으니 이런 기횔 놓칠 순 없죠.”
나의 지적에 스즈와 왕페이도 스즈의 요리가 맛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당신들 칭찬은 들어도 별로 기쁘지 않거든요.”
스즈와 왕페이의 반응에 마리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니, 마리.. 맛있다는데 너무 차갑게 대할 필요까진 없잖아.
뭐, 저 둘은 거의 내 바람상대라고 마리 입장에서 생각해도 별 할 말은 없지만..
“그래서 남편. 제 요리가 뭐 어쨌나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리가 나한테까지 차갑게 대한다는 건 아니라는 걸까.
그건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한테까지 저렇게 차갑게 대했다면 진짜로 마음이 무너져내렸을지도..
역시 시스터답게 넓은 마음을 가진 마리였다.
“남편이 아무리 화상이어도 그걸 끝까지 안고 가는게 아내의 도리니까요.”
“........”
어느새 내 생각을 읽고 그런 가슴아픈말을 하는 마리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내가 사고뭉치인 기분이 들잖아.
모든 원인은 전부 스즈와 왕페이에게 있었다.
그러니까 나만 나쁜게 아니....
이러면 그냥 남 탓에 변명을 늘어놓는 못난 인간이 되어버리는건가.
하아.. 정말이지. 이래저래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괜찮아요. 원래 시스터란 못난 인간을 회개시켜주는 게 일이니까요.”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정말 못난 인간이 되어버린 기분인데...”
“맞아요.”
단정지어버렸다.
마리가 저렇게 심하게 말하지만 내가 저질러버린 일들이 많으니 할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못난 인간을 회개시키는 시스터. 그런 시스터를 만난 남편은 정말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이건 남편을 회개시키라는 주님의 뜻이 아닐까요? 그러니 결국 남편과 제가 만난 것은 운명...”
“거기까지! 이게 어디서 종교를 들먹이면서 달링을 얽매려 드는거야!”
마리의 연설에 스즈가 끼어들어 태클을 걸었다.
“뭘 얽매려 한다는거죠? 전 단지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요?”
“그러니까 달링에게 아내는 마리안느 너 하나뿐이라고 어떻게든 어필하려는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런 식이니까 안 되는거야. 자로고 남자란 조금은 풀어주기도 해야 하는...”
“시끄러워요! 저는 당신의 그 첩을 둬도 된다는 사상이 더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 대체 어떻게 여자에게서 그런 발상이 나올 수 있나요! 당신은 개방적이 아니라 그냥 문란해요!”
“문란...! 마리안느! 너 지금 말 다 했어?!”
“왜요! 너무 사실만을 말해서 화가 났나요?”
“저... 저기요.. 제가 잘못했으니 둘 다 그만...”
“이것이 치정싸움..! 이런 식으로 싸움이 들어가 항상 수련을 하기에 매일 강해질 수 있는거군요!”
“그런거 아니니까 왕페이 너도 얼른 말려!!”
마리와 스즈의 싸움에 왕페이가 감탄하며 둘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수련은 없으니까! 얼른 왕페이 너도 말리라고!!
아침부터 시끌벅적한 전개에 나는 얼른 모두를 진정시키며 고난한 하루를 시작하였다.
“하아... 도대체 어째서 이런....”
사신의 실수로 죽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무능력자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것이 마리이고.
물론 마리 역시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지만 그래도 나름 이제는 제대로 부부생활을 이어가려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세계에서 생활을 시작했을때까진 느긋하고 좋았는데..
스즈가 나타난 뒤부터 뭔가 자꾸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기분이다.
스즈가 오고 왕페이가 오고..
보통 이런 전개면 또 다른 녀석이 등장하거나 하는 전개가 이어진다.
그렇게 점점 우리 집이 난장판이 되어가며 언제나 수라장이 되어버리는...
에이. 만화나 소설을 너무 많이 본 탓이겠지?
설마 그런 일이 발생하거나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하아..
오늘도 한숨을 쉬며 교회의 바닥의 빗자루질을 이어간다.
이젠 차라리 빗자루질하는 이 시간이 오히려 마음이 편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만화 같은 곳에서 보면 스님들은 빗자루질을 하는 장면이 많은건가.
뭔가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게 확실히 정신수양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냥 빗자루질을 할 때만큼은 편안한 상태여서 그런걸까.
원인과 결과 중 어떤게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차라리 일부러 넓은 구역을 청소하도록 할까?”
이런 조용해지는 기회를 짧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뭔가 어디 더 청소할 곳이 없으려나?
아니면 청소를 하는 척하면서 어디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거나 할 게 없나?
창고정리를 하는 척하면서 창고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거 진짜 나쁘지 않은 방법인데?
군대에 있을 때 가끔 써먹던 방법이다.
창고정리를 시키거나 창고관리를 맡으면 항상 창고 구석에 숨어 자다가 일과를 녹이곤 했었지.
그때의 요령과 비슷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얼른 창고로 향하였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창고 비밀기지의 탄생 직전이었다.
후후후... 이렇게 숨어있으면 어떻게 찾지도 못하겠지.
일단은 점심때까지만 숨어있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얼른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창고의 문을 열었다.
“아.....”
“........”
창고의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웬 낯선 여자의 모습.
그런 여자의 모습을 본 나는 얼른 창고의 문을 닫아버렸다.
“자, 잠깐!! 잠깐만요!!”
창고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 여자가 문을 쾅쾅대며 두드렸다.
아... 이제 더 이상 무언가와 엮이고 싶지 않은데...
뭔가 엮여서 나에게 이득이 된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창고 문을 닫은 채 멍하니 있자 계속해서 안에서 문을 두드린다.
이거 그렇다고 이런 시긍로 가만히 있으면 또 이 소리 때문에 소란이겠지...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온 여자들이 나중에 내가 이 정체불명의 여자를 납치감금했다는 오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건... 안 된다.
그런 오해는 안 그래도 나빠진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격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나는 결국 창고 문을 두드리는 여자의 행동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여, 열어....!”
“커헉!!”
창고 문을 열자 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문을 두드리던 여자의 주먹이 내 좋지 못한 곳을 그대로 때렸다.
잠... 이건.. 진짜 안 돼.
창고 문을 전력으로 때리던 여자의 힘으로 그곳을 맞아버린 나는 그대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끄으으...”
“괘, 괜찮으세요?”
괜찮을 리가 있겠냐!!
남자로서 이곳은 그 누구도 단련할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어딘가 단련하지도 않은 약골 그 자체인 내가 맞았다.
괜찮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흐으...끄..”
계속해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곳을 부여잡으며 신음만을 낸다.
처음 보는 여자 역시 이런 내 반응에 당황한 채 나를 바라본다.
거, 보고만 있으면 뭐하냐고...
물론 여길 맞은 고통은 뭔가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허리나 엉덩이뼈 쪽을 두드려주면 그나마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게 바로 생각나는 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걸 해주는 것도 이상했다.
명치를 맞은 고통보다 더한 고통.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계속 신음하고 있으니 그 여자가 나를 끌어 창고 안으로 데려왔다.
어째서 창고 안으로 데려오는건데..
여자의 이해 못 할 행동에 나는 당황하였으나 지금은 반박할 힘도 없었다.
“이, 일단 밖에서 그러고 있지 말고... 그, 여, 여기 매트에라도 눕도록 하세요!”
그렇게 말한 여자는 창고 문을 닫으며 나를 창고의 매트 쪽으로 유도하였다.
“자, 자...! 여기 편안하게...”
그렇게 말해도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그 어떤 편안한 자세를 취해도 이 고통이 수그러들기까진 그저 아플 뿐..
여자의 유도에 매트에 누운 나는 속으로 그런 태클을 걸었다.
“죄, 죄송해요.. 계, 계속 창고문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게.. 열려서....”
그래. 이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다.
타이밍이 조금만 빨랐으면 차라리 복부에라도 맞았을테고,
조금 늦었다면 다리나 아예 맞지 않았겠지.
그런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열어 그곳을 맞고 말았으니...
이거 진짜로 너무 아픈데 깨져버린건 아니겠지?
너무도 커다란 고통에 나는 그런 불안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숨을 골랐다.
“조, 조금 괜찮으세요?”
약간 편안해진 호흡에 여자는 걱정되는 말투로 내게 물었고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은 수그러든 것 같지만 제대로 맞았는지 고통은 오래갔다.
“우으... 저, 저 때문에 죽는 건 아니죠?”
“......”
죽는건 아니다.
하지만 죽을 만큼 아팠다.
조금 더 숨을 후.. 고르자 점점 고통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정도일까.
어느정도 호흡을 고른 나는 점점 없어지는 고통에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고른 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일어나셨군요.”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다, 다행이에요....”
조금 괜찮아졌다는 나의 말에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하였다.
안도는 오히려 이쪽이 해야 될 판이라고..
이거 진짜 깨지지는 않았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