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0. 왕페이 끝
* * *
“미안...! 미안하다니까!!”
“미친거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순 없어요!!”
“아, 아니야! 마리! 나는 진짜 처음엔 마리를 지키기 위해서...!!”
“저를 지키기 위해서 바람을 피운다?! 그게 무슨 NTR전개에요! 약점이라도 잡혔어요?!”
“아뇨! 그게...! 그런게 아니라!!”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마리에게 배개로 잔뜩 얻어터지는 중이었다.
아니. 그, 그러니까 마리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
할 이야기가 없었다.
확실히 결국에는 내가 이성을 참지 못하고 왕페이를 덮친 것도 사실.
뭔가 변명을 하고 싶은데, 딱히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변명을 찾지 못하겠어.
“그만하십쇼. 관장님.”
“뭘 그만둬요! 당신 내연녀라고 지금 남편 편을 드는 건가요!”
“내연녀가 아닙니다! 제자입니다!”
“하지만 결국 둘이 세, 섹스 한거잖아요!”
“섹스가 아닙니다! 사랑의 힘을 받은 것입니다!”
“무슨 성배전쟁의 마력주입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이 세계에도 존재하는 건가. 그 만화..
아니,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내연녀라함은 불륜을 저지른 상대. 하지만 이건 불륜이 아니라 수련입니다!”
“남편... 수련을 핑계로 왕페이에게 이렇고 저런 짓을...!”
“왕페이는 그냥 조용히 있어줘!”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짝이었다.
결국 섹스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내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하긴, 성공하는게 이상한 계획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일말의 가능성까지는 생각해봤지만 제대로 먹히진 않았나보다.
스즈때는 그래도 스즈의 식신에게 당해서 이성이 날아갔다는 변명..
아니. 진짜로 이성이 날아가서 그냥 넘어가긴 했지만..
이번에는 역시나 그냥 넘어가기 힘든거겠지.
“역시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저를 사랑해준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역시 다른 여자가 유혹해오니 이런 식으로..”
“아니...”
마리 그런데 너 내가 처음이잖아.
물론 나도 네가 처음이긴 하지만 나랑 첫 경험에 첫 결혼?
아무튼, 그런 거면서 남자를 다 알듯이 말하는 건 뭐시여?
또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가..
아무튼 이건 내 잘못이 맞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마리.. 진짜.. 진짜로 미안해. 그게.. 그러니까 내가 상대해주지 않으면 왕페이가 마리를 덮치러 가겠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 거짓말에 제가 속아넘어갈 것 같은가요?”
“진짜라고?! 왕페이 얼른 진실을 말해줘!”
“관장님께 제 몸을 바치러 간다는 말을 하긴 했었죠.”
“저거 봐! 그랬다니까?!”
“그래서 제가 왕페이랑 바람을 피우는건 싫으니까 남편이 바람을 대신 폈다?”
“이게 그런 말이 된다고?!”
지켜주려고 했던 전개가 어쩐지 내로남불이 되어버린 그런 느낌인데?!
근데 또 그렇게 해석해버리면 뭔가 그렇게 해석이 되기도 하는데 불합리해!
“그, 그런 말이 아니라.. 왕페이가 몸을 바치는데 마리 당신이 거부하면 왕페이가 강제로라도 몸을 바치게 만든다잖아. 결국 덮치겠다는 이야기니까 어떻게든 당신이 왕페이에게 덮쳐지지 않도록..”
“남편이 왕페이를 덮쳤다?”
“그래. 그런... 아니! 내가 덮친 것도 아니야!”
“아니라고요?”
마리의 눈빛이 살짝 싸늘해진 채 나에게 말하였다.
아니, 그런 식으로 물으면 뭔가 할 말이 없어지는 기분인데...
“그, 그런데... 애초에 이렇게 된 건 왕페이를 여기서 살게 한 마리 탓이잖아?”
“네?”
계속 혼나고 있다보니 억울해져서 나는 마리 탓을 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색기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려고 마리가 왕페이랑 그런 승부를 해서 왕페이가 살게 되었으니까. 난 처음부터 반대였어.”
“지금 제 탓이라고 말하고 싶은건가요?”
“아니... 그, 너무 내 탓만 하는게 너무해서 그냥 말해본거야.”
사실 내 탓인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혼나니까 억울하단 말이야!
내가 마리 본인을 생각하다 이렇게 된 것도 모르고 말이지!
“제, 제가 누구 때문에 색기왕 타이틀을 따려고..!”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마리를 위해 행동하다 이렇게 된 거란 말이야!”
“당신은 그냥 색기에 졌을 뿐이잖아요!”
“그러는 마리야말로 결국 승부욕에 졌을 뿐이잖아!”
점점 싸움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다 진짜로 부부싸움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관장님! 사부!”
“네?”
“왕페이?”
점점 언성이 높아져 가는 그때 재빠르게 우리 사이에 왕페이가 끼어들며 우리의 싸움을 막아섰다.
“싸우지 말고 섹스하십쇼!”
“왕페이 너는 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뭘 가르친건가요! 이 변태 남편!”
“내가 가르쳐 준 게 아니야!!”
왕페이의 뜬금없는 말에 다시 마리가 내게 태클을 걸어왔다.
아니, 이건 그런게 아니라고!
애초에 왜 내가 가르쳤다고 생각하는거야?! 원래부터 왕페이는 저런 뜬금없는 녀석이었다고!
“야호~!!”
그렇게 왕페이의 뜬금없는 말에 다시 언성이 높아지려 할 때.
오늘도 어김없이 스즈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오늘 뭔가 아무도 없어서 계속 찾아다녔어~! 왜 다들 여기 모여있는거야?”
항상 오던 교회 앞에 오자 아무도 보이지 않아 우리를 찾아다녔던 것 같았다.
“음... 뭔가 이상한 분위기인데?!”
침대에 셋이나 모여 있는 이 상황에 스즈는 무언가 묘한 이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하였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오히려 스즈가 와서 다행인 걸까.
뭔가 부부싸움이 일어날 것 같기도..
왕페이의 뜬금포에 난장판이 될 것 같기도 한 이 위태위태한 상황에 등장이다.
스즈가 뭔가 분위기 전환을 해준다면..
“나 빼고 지금 다 같이 섹스한거지?!”
“어.....”
아니라고 말할 순 없었다.
확실히 어젯밤 왕페이와 한 번, 마리와 한 번 했으니 스즈 빼고 하긴 했다.
마리와 왕페이가 하지는 않...
아니. 애초에 이 둘이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거긴 하지만..
“으우... 어제부터 나만.. 나만... 왕따시키고! 다들 미워!!”
“그런거 아니야. 스즈! 그리고 넌 왜 옷을 벗고 있는거야?!”
“저도.. 저도 달링이랑 섹스할거에요! 제가 없었을 때 했던 것만큼 제대로 해서 무능력자들을 순풍순풍 낳을거에요!”
“그건 또 무슨..!?”
“무능력자?!”
스즈의 발언에 내가 당황하자 왕페이 역시 스즈에 발언에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아... 내가 무능력자인거 말 안 했었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내가 사부라고 알고 있고, 스즈보다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멋지군요!”
“네??”
왕페이가 당황하며 나를 속였구나!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이상한 반응이 나타났다.
이건 뭐 어떻게 돼가고 있는거야!
“무능력자이시면서 사부1을 최약체로 만들어버리는 그 능력..! 역시 신체 능력이 엄청 뛰어나셔서 그런 건가요? 그게 아니면 역시 사랑의 힘과 섹스로 단련하셔서?”
왕페이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당신에게는 속였다는 전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겁니까!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고구조였다.
이해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해해버리면 나 역시 뭔가 이상한 녀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자! 달링~ 어서 저에게도!”
“뭐하는건가요! 미스즈!!”
다행히 알몸으로 덮쳐오려는 스즈는 마리가 막아주는 중이었다.
역시 마누라.. 그래도 두명이서 덤벼드는건 막아주려고 스즈는 견제해주는구나!
만약 혼자 있었더라면 이 두 사람 때문에 정말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능력자임에도 그 청룡을 이길 수 있다는건 정말 엄청나군요. 저는 보호막을 만드는 이능력임에도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는데.”
“아니, 그러니까 그건 말이죠..”
이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왕페이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였으나 왕페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정말 엄청나십니다! 그 능력! 부디 저에게도 주실 수 없습니까? 역시 사랑의 힘인 거죠? 얼른 다시 저에게 그 사랑의 힘을 넣어주십쇼!”
“벗지마!!”
내 말을 가로막은 왕페이는 기껏 입은 옷을 다시 벗기 시작하며 그 커다란 가슴을 내게 들이밀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냥 거짓말이라고!
사랑의 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야!!
“애초에 다 거짓말이야! 나는 스즈보다 약해! 왕페이 너보다 신체능력도 떨어진다고! 나는 교회의 문 같은걸 박살낼 엄두도 못 내!”
“거짓말이야!!”
“아니라고!!”
모든건 거짓말이었다고 왕페이에게 소리쳐봤지만 왕페이는 도무지 믿질 않는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어주려나..
“만약 사부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신체 능력이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사부1을 이긴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야... 이긴 적 없어.”
“아니요! 저는 졌어요! 달링의 사랑에~♡”
“스즈 넌 시끄러워!!”
마리가 스즈를 막고 있는 혼잡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즈가 뜬금없는 말을 한다.
아니, 저 녀석은 전부터 느끼는건데 도대체 귀가 왜 저리 밝은거야!
“그러고보니 저도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무능력자와 낳은 아이는 무조건 무능력자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많이 유명한 이야기인가 보네요.”
확실히 유명한 이야기같긴 했다.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는거면 그냥 법같은 느낌으로 알고 있는거겠지.
그건 그렇고 왕페이는 갑자기 저 말을 왜 하는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사부님과 저 사이에서 낳은 아이.. 무능력자이면서 세계 최강의 아이로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아래 이뤄지는 저만한 신체능력과 사부의 사랑의 힘으로 이뤄지는 그 능력을 받는다면...!”
“아이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려하지 말라고!”
아이란 순수한 사랑의 결실로 나오는 거지 전투 병기가 아니다.
“사상 최강의 무능력자라면 그 아이도 인생을 하고 싶은대로 살 수 있을 겁니다.”
“뭔가 사상 최강의 무능력자라니까 어감이 많이 이상한데?! 그리고 하고 싶은대로 살기까지 하고 싶은대로 못하잖아!”
“하지만 그 인고 끝에 나오는 사상 최강의 타이틀을 달면 사부가 관장님께 얽메이는 것처럼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원하는 여자를 골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굳이 그런거 원하지 않거든요! 아이를 무슨 난봉꾼으로 만들 셈이야!”
“그런건 달링이 저에게 오면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스즈는 좀 조용히하고 있으라고!!”
결국 또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오늘 하루도 난장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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